7세기의 2호2룡(손진길 소설)

7세기의 2호2룡34(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3. 2. 16. 09:08

7세기의 2234(손진길 소설)

 

가르친링이 이야기를 끝내고 돌아간 그날 저녁 늦은 시간이다. 천부장 유기룡은 왕자 부여연의 호위를 책임지고 있기에 왕자의 숙소가 있는 대사 여자신의 저택 사랑채를 자주 순찰하고 있다. 그런데 지붕위를 올려다보던 유기룡의 눈에 어스름한 달빛 아래 시꺼먼 그림자 하나가 포착이 된다.

좌룡 유기룡10년 동안이나 외숙 귀실복신에게서 배운 내공을 습관적으로 연마하고 있다. 그 덕택에 저녁을 지나 밤시간이지만 그의 안력은 대단하다. 지붕위의 그 시꺼먼 그림자가 검은 옷과 검은 복면을 걸치고 있는 암살자이거나 첩자라고 하는 사실을 금방 포착한다.

우물쭈물할 시간이 없다. 유기룡이 신법을 발휘하여 그 첩자가 있는 지붕위로 도약한다. 검은 옷을 입은 검은 복면인이 깜짝 놀라서 지붕과 지붕을 건너뛰면서 그대로 도망한다;

누구인지 붙잡아서 정체를 확인해야만 한다. 유기룡이 빠른 몸놀림으로 그자의 뒤를 쫓는다.

이제는 지붕위에서 골목길로 뛰어내린 복면인이 달음질을 하는데 그 속도가 상당하다. 그러나 유기룡이 내력을 끌어올려서 몸을 가볍게 하여 달리고 있기에 얼마가지 아니하여 그자의 뒤를 바짝 따라잡는다. 이제는 팔만 뻗으면 그자의 겉옷을 움켜잡을 것 같다.

바로 그때이다. 옆 골목에서 누군가가 재빠르게 튀어나오면서 유기룡의 옆구리를 주먹으로 가격한다. 유기룡이 깜짝 놀라서 몸을 비틀어 급히 피한다. 그 순간 도망을 치던 자가 뒤로 돌아선다. 복면을 하고 있어서 인상착의를 알 수는 없지만 키가 보통이고 호리호리한 체격이다. 한마디로, 굉장히 날 센 자로 보인다;

그 자가 갑자기 등에서 검을 빼어 들고 유기룡을 공격한다. 막 옆골목에서 튀어나온 신비인 역시 복면을 사용하고 있다. 신비인의 주먹을 피한 유기룡이 방심하지 아니하고 곧바로 자신의 검을 빼어 공격에 대응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신비인마저 검을 빼어 들고 유기룡에게 공격을 가한다;

21’의 대결이다. 저녁 늦은 시간 어두운 골목에서 갑자기 벌어지는 결투이다. 다행히 그 골목을 지나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뜨이지 않는다. 검과 검이 부딪히는 소리만이 갑자기 골목길에 울려 퍼진다.

그런데 좌룡 유기룡이 자신의 검에 내력을 주입하고 경쾌하게 휘두르자 두 명의 적들이 순간 당황한다. 복면인은 멋모르고 검을 부딪히다가 자신의 검이 두 동강이 나고 말자 얼른 뒤로 물러선다. 그러나 나중에 나타난 신비인은 자신의 검에도 내력을 불어넣고 있다.

신비인은 그 몸집이 지붕위에 있던 복면인보다는 큰 편이다. 유기룡이 경험한 바에 따르면 신비인의 주먹에는 내력이 담겨 있었다. 그 점을 알고서 유기룡이 그자의 검에 자신의 검을 부딪혀본다. 막상막하의 내공실력이다. 검과 검이 함께 튕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 순간 유기룡이 자신의 검에 이제는 6할이 아니라 8할의 내력을 주입하여 휘두른다. 상대방도 내력을 더 많이 불어넣어서 검으로 막아 선다. 그러나 내공의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신비인이 자신의 검과 함께 2보나 크게 밀리고 말기 때문이다.

신비인이 속으로 급히 생각한다; ‘이자가 누구인가? 내가 8할의 내력을 주입하여 그의 검을 막았는데 갑자기 2보나 뒤로 밀리고 있다. 내 보검이 부러지지 아니한 것이 다행이다. 백제에 이렇게 무예가 뛰어난 내공의 고수가 숨어 있었단 말인가? 도대체 이자가 누구인가?... ‘.

그러나 오래 생각하고 있을 여유가 없다. 상대방 유기룡의 검이 다시 쳐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결코 방심할 수가 없다. 그 사내 신비인은 전력을 다하여 검으로 막는다. 일단은 베어오는 상대방의 검을 차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쭈욱 뒤로 밀리는 것만은 어쩔 도리가 없다;

 그것을 보고서 화가 났는지 신비인유기룡에게 말한다; “귀하는 도대체 누구요? 감히 전신의 내력을 주입한 나의 검을 이렇게 뒤로 밀리게 하다니! 백제의 누구인지 신분을 밝히시오. 나는 신라의 장군 관수라 하오!... “.

그 말을 듣자 유기룡이 공격을 가하던 자신의 검을 내리고 조용히 상대방을 응시한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한다; ‘신라의 무사들이 장안에 있는 우리 백제의 대사관저를 염탐하고 있었군. 그런데 이 사내는 특이하다. 어째서 자신의 정체를 내 앞에서 밝히고 있는 것인가? 무사다운 기질은 좋은데 자신의 사명이 첩자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

유기룡은 속으로 쓴웃음이 나온다. 그러나 상대방이 정체를 밝히고 있기에 그냥 있을 수는 없다. 따라서 허허라고 웃으면서 대답한다; “나는 백제의 장수 유기룡이다. 내 앞에서 감히 자신의 정체를 당당하게 밝히는 것을 보니 대장부인 것 같은데 어째서 밤중에 검은 복면을 하고서 우리의 관저를 염탐하고 있는 것이냐?... “.

그 말을 듣자 내력을 사용하던 신비한 사내가 대답한다; “우리들은 오늘 당의 왕부에 머물고 있던 가르 집안의 인물이 뜻밖에 백제의 대사관저를 방문하여 은밀하게 누군가를 만나고 있다는 첩보를 얻었다. 따라서 그 인물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하여 염탐을 한 것이다. 도중에 내 부하가 쫓기고 있는 것을 보니 너 때문에 실패한 모양이구나!... “;

그 말에 유기룡이 가볍게 고개를 끄떡이면서 말한다; “솔직하게 말해주니 고맙다. 나는 지붕위에서 암살을 준비하는 줄 알았다. 그래 알아낸 정보가 있는 것이냐?... “. 이번에는 지붕위에서 암약을 하던 그 복면사내가 대답한다; “별로 알아낸 것이 없다. 도대체 오늘 가르 집안의 인물을 만난 자가 누구이냐? 가르쳐주면 고맙겠다!... “.

그 말을 듣자 유기룡이 가볍게 웃으면서 대답한다; “허허허, 너라고 하면 그 대답을 해주겠느냐? 알아내지 못했으면 그만이다. 그런데 너와 너의 상관 자칭 관수 장군은 소속이 서라벌 어디이냐? 내가 나중에 한번 알아보아야 하겠다!... “.

그 말에 장군 관수라고 자신의 정체를 먼저 밝힌 신비인이 갑자기 자신의 복면을 벗는다. 30대의 얼굴이 나타난다. 잘 생긴 인물이다. 그가 말한다; “, 똑똑하게 보아라. 내가 화랑출신의 장군 관수이다!... “;

상당히 정정당당한 인물이다. 유기룡이 귀를 기울인다. 관수 장군이 이어서 말한다; “서라벌의 군부 정보처에 오면 쉽게 나를 찾을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유기룡이라고 말하는 너는 도대체 어디 소속이냐? 나는 나보다 내공이 더 뛰어난 백제의 인물을 만난 적이 없다!... “.

관수 장군의 도발에 유기룡이 그냥 물러설 수가 없다. 따라서 담담한 음성으로 대답한다; “지금은 산동번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지난날 신라와의 국경지대에서 전투에 참여한 적이 많다. 나도 전투를 하면서 나보다 강한 신라의 장수를 만난 적이 없다. 그러니 오늘 이 자리에서 한번 자웅을 가려보겠느냐?... “;

그 말을 듣자 관수 장군이 말한다; “이미 너의 검을 막으면서 내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는데 구태여 그렇게 할 필요는 없다. 내가 깨끗하게 하수임을 인정하마. 그런데 다음번에 만날 때에는 적이 아니라 친구로 만났으면 좋겠다. 혹시 서라벌에 오는 기회가 있으면 나 관수 장군을 찾아주면 좋겠다!... “.

유기룡이 듣고 보니 그 자가 염탐을 하기 위하여 은밀하게 대사 여자신의 저택을 맴돌았지만 비겁하게 암살을 할 생각은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기분 좋게 말한다; “사람을 상하게 하지 아니한 것이니 내가 그냥 보내주마. 나중에 만날 때는 서로 적이 되지 아니했으면 좋겠구나. 관수 장군 서라벌로 잘 돌아 가시게나!... “.

참으로 묘한 인연으로 만나서 기이하게 헤어진다. 그 일을 유기룡은 마음속에만 담아두고 다른 사람에게는 일체 말하지 아니하고 있다. 자신의 정체를 관수 장군이라고 당당하게 밝힌 그 신라의 장수에 대한 인상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사건을 통하여 유기룡이 한가지 사실을 깨닫고 있다.

그것은 신라가 백방으로 백제의 움직임을 염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손길이 이곳 당제국의 수도인 장안에까지 뻗어 있다. 어째서 그들은 이렇게 첩보활동에 혈안인 것인가? 그 점을 깊이 생각하면서 유기룡이 숙소로 돌아가고 있다.

다음날 아침식사를 마치자 유기룡이 집사 주천웅에게 슬쩍 물어본다; “주집사님, 우리가 이곳 장안을 방문하고 있다는 사실을 신라의 대사관에서는 알고 있을까요?... “. 뜻밖에도 주집사가 다음과 같이 말문을 열고 있다; “아마도 알고 있을 것입니다!... “;

 유기룡이 깜짝 놀라서 귀를 기울인다. 그의 설명이 다음과 같다; “아무리 우리가 신혼여행을 오는 일행으로 꾸미고 있어도 그들의 눈과 귀를 완전히 속이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그 정도로 신라의 대사관은 이곳 장안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해요. 저는 그 이야기를 진작에 여자신 대감으로부터 듣고 있습니다!... “.

그들의 옆에서 대화를 엿듣고 있던 대사 여자신이 빙그레 웃으면서 말한다; “허허, 우리 백제보다는 신라의 첩보망이 더 촘촘해요. 그들은 경비를 아끼지 아니하고 당과의 외교관계를 강화하는 한편 우리 백제의 외교활동을 철저하게 감시하고 있어요. 그 일을 위하여 최근에는 특수부대까지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는 파악하고 있지요!... “.

이왕 이야기가 나온 김에 유기룡이 질문한다; “대사님, 그렇다면 신라조정의 의도는 무엇일까요?... “. 그 말에 여자신 대감이 대답한다; “신라조정과 군부에서는 소장파인 진골 김춘추(金春秋)김유신(金庾信) 장군이 실세입니다. 그들의 목표는 벌써부터 삼한일통이지요. 그러니 대국인 당과 손을 잡고 우리를 치려고 합니다. 따라서 나는… “;

유기룡주천웅이 경청하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여자신이 말한다; “이곳 장안을 방문하고 있는 우리 백제의 지도자들에게 그 점을 강조하고 있지요. 하지만 이번의 부여연 왕자님을 제외하면 누구도 그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것이 나는 안타까워요!... “.

그 말을 듣자 유기룡주천웅이 깊은 생각에 빠진다; ‘국제정세가 그렇게 흘러가고 있는데 사비성의 조정과 군부에서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스님 도침이 말한 그대로 국왕과 귀족들 사이에 골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56세의 국왕 부여의자의 독선과 오판이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

그렇지만 당장에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그저 왕자 부여연을 무사히 산동반도 등주에 있는 번왕부로 모시고 가는 것이다. 그와 같은 무거운 마음을 안고서 번왕부로 그들은 돌아가고 있다. 그 다음해 서기 651년에는 유기룡에게 어떠한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