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기의 2호2룡(손진길 소설)

7세기의 2호2룡17(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3. 1. 25. 17:23

7세기의 2217(손진길 소설)

 

4. 왜번(倭藩)에서 활약하는 책귀와 무영

 

서기 6492월에 책귀(策貴)무영(無影)은 자신들이 희망한대로 왜번(倭藩)의 무관(武官)으로 발령이 난다. 25세의 젊은 무장인 책귀와 무영은 이제 백제 사비성(泗批)에서 왜번(倭藩)이 있는 야마토(大和, やま)까지 가야한다. 참고로, 야마토는 백제의 왕자들이 자리를 잡고 처음으로 나라를 세운 곳으로 훗날 나라시’(奈良市, なら)라고 불리게 된다;

5세기말엽 백제 제24대왕인 동성왕의 차남 부여융이 나라시에서부터 정복전쟁을 시작하여 서기 500년이 되자 야마토제국을 건설한다;

 부여융501년 부왕인 동성왕이 승하하자 본국 백제로 돌아와서 실력으로 국왕이 된다. 그는 야마토제국을 건설한 그 솜씨를 발휘하여 약소국 백제를 중흥 발전시킨다. 그가 바로 무령왕이다.

무령왕이 살아 있을 때에는 왜()에 자리잡고 있는 야마토제국이 강건했다. 그러나 그가 523년에 별세하고 나자 야마토제국이 분열되고 있다. 지금은 무령왕의 직계와 방계 그리고 의자왕의 지차들이 서로 정립하여 세력다툼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므로 의자왕의 명령으로 서기 6493월 왜번으로 향하고 있는 책귀무영은 의자왕의 지차들이 다스리고 있는 야마토 곧 나라시로 가고 있다. 그곳에는 현재 의자왕의 지차 왕자들 가운데 패권을 두고 서로가 경쟁 중이다. 과연 누가 가장 뛰어난 인물일까? 책귀는 그 점이 우선적으로 궁금하다.

그런데 무영은 당장 바다 건너 왜번까지 그 먼 길을 어떻게 가는 것이 가장 좋을지 그 점을 생각하기에 바쁘다. 그가 한참을 생각하다가 길을 떠나기 전에 사비성에서 책귀에게 말한다; “책귀, 우리가 바다건너 왜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두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백마강 하구까지 가서 항구에서 왜로 들어가는 무역선을 타는 것이다. 또 하나는… “;

무영이 잠시 숨을 돌리는 사이에 책귀가 싱긋 웃으면서 먼저 말한다; “무영아, 그 다음은 육로로 순창지역까지 남하하여 그곳 나루터에서 배를 타고 일단 섬진강 하구까지 이동한 다음에 큰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가는 것이겠지. 그 중 나는 두번째 방안이 더 좋은 것 같은데… “;

그 말을 듣자 무영이 놀라서 책귀에게 말한다; “책귀야, 너는 어떻게 내가 생각한 것을 그렇게 족집게처럼 집어내고 있니? 역시 너는 모르는 것이 없구나!... “. 그 말에 책귀가 싱거운 소리를 한다; “그거야 내가 무영이 너보다 한달 먼저 태어난 형님이라서 그런 것이지. 오뉴월 땡볕에 하루 볕도 무서운데 한달 차이가 나니 그것은 당연하지, 하하하… “.

그 말에 무영이 따라 웃으면서 말한다; “그래, 책귀 네가 나보다 낫다. 하기야 무과에 문과까지 합격한 인재가 너 책귀가 아니냐? 아무튼 이번에 왜번에 가게 되면 내가 너를 형님으로 잘 모실 터이니 이 아우에게도 출세길을 열어 다오. 부탁한다, 책귀야, 하하하… “.

그렇게 사이좋게 웃으며 길을 떠나서 그런지 사비성에서 남동쪽에 있는 순창까지 걸어서 가는 길도 피곤한 줄을 모른다. 그곳 나루터에서 섬진강을 남하하는 황토배를 탄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따라 남원에서 순천방향으로 가다가 도중에 곡성, 구례를 지나 하동포구로 간다;

 그곳에서 일박하고 다음날 큰 무역선을 타고서 왜번이 있는 야마토까지 들어가는 것이다;

긴 여정이다. 특히 왜국의 큐슈시코쿠가 있는 곳을 남쪽으로 빙 돌아 혼슈 야마토까지 찾아가는 것이 고역이다. 그런데 그 먼 길을 가는 동안 우연히 책귀무영은 길동무를 사귀게 된다. 그들은 두명의 여인인데 두사람의 호위무사를 거느리고 있다;

하동포구에서 무역선을 탔을 때부터 책귀무영은 아름다운 그 두여인이 눈에 들어온다. 그것을 보고서 무영이 먼저 말한다; “책귀야, 내가 보기에 저 두 여인은 사비성 오덕 상단의 행수들 같다. 그 상단이 우리 백제에서는 유일하게 무역을 하기 위하여 왜번을 자주 왕래하고 있거든!... “.

그 말을 듣자 책귀가 곰곰 생각을 하다가 말한다; “그렇지, 무영이 네 짐작이 맞을 것이야. 내가 알기로 무영이 너의 형수님이 왕호 상단 주인의 딸이 아니냐? 그러니 상단과 무역에 대해서는 무영이 네가 나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것이야!... “.

그 말에 무영이 빙긋 웃으면서 말한다; “그래, 그 말을 듣고 보니 내가 책귀 너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분야도 있는 것이구나. 그래 이왕 이야기를 꺼낸 김에 내가 저 두 여인에게 가서 말을 한번 걸어보지. 먼 길에 무료한데 잘 되지 않았니? 하하하… “.

책귀가 알기로는 무영은 백제국왕의 근위대장인 무상의 아들이고 부대장인 무송의 동생이다. 그러므로 몸에 숨기고 있는 절기와 은신술이 실로 대단하다. 그만큼 그는 정보수집에도 탁월하다. 그러한 무영이 흥미를 느끼고 두 여인에게 접근하고자 하는 것은 나름대로 정보수집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책귀가 고개를 끄떡이면서 조용히 무영이 하는 것을 지켜본다. 잠시후에 무영이 벌써 용무를 마치고 책귀에게 돌아와서 말한다; “역시 내 짐작이 맞았어. 두 여인은 상단의 주인 오덕의 막내 딸들이야;

 이번 기회에 왜번으로 가는 상단을 따라 경험삼아 나온 거야. 무료한 김에 내가 말을 걸어주니 좋아하더라고, 하하하… “.

그 말을 듣자 책귀가 웃으면서 말한다; “무영이 너는 사람을 사귀는데 뛰어나구나. 그래, 그녀들의 이름이 무엇인데?... “. 무영이 즉시 대답한다; “오해미오나미라고 하더군. 백제 최고부자의 딸들이라 그런지 굉장히 아름다운 처녀들이야. 이거 이번 부임길이 심심하지는 아니하겠어, 하하하… “.

무영이 교섭을 잘해서 그런지 그 두여인이 자신들의 식사자리에 자주 책귀무영을 초대한다. 그 자리에는 상단조직을 책임지고 있는 대()행수 오명이 자리를 함께하고 있다. 그가 개인적으로 오해미오나미의 숙부이다;

오명은 큰 상인 답게 사람사귀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책귀무영과 같은 무장을 가까이하고자 한다. 따라서 오명이 호의적으로 자신들의 식사자리에 자꾸만 책귀와 무영을 초대하는 것이다.

한번은 오명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알고 보니 동부전선에서 의직장군의 부관으로 큰 전공을 세우신 무장들이시군요. 이거 서로 알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앞으로 우리 상단이 왜번에서 활동을 하는데 있어서 도움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그 말에 무영이 하하라고 웃으면서 대답한다; “오명 행수님, 저는 두분 조카분이 동행하신다면 무조건 환영입니다, 하하하… “. 그 말을 듣자 오명과 책귀가 웃음을 터트린다. 그런데 그 말을 듣고서 두 자매 오해미오나미는 얼굴만 붉히고 있다.

그것을 슬쩍 보고서 오명이 말한다;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제가 두 분을 뵙기 위하여 번왕부에 들릴 때에는 반드시 해미와 나미를 동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3달간 야마토에 머물 것이니 그 동안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하하하… “.

그렇게 무역선 안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는데 책귀는 은연중에 자신을 눈 여겨보고 있는 시선 하나를 발견한다. 두사람의 사내 가운데 젊은 사내이다. 두건으로 머리를 질끈 감싸고 있는데 그 얼굴이 마치 여인처럼 아름답다. 넉넉한 품의 두루마기를 입고 있는데 그 키가 다른 사내에 비하여 작은 편이다;

그 두사람은 하동 나루터를 떠날 때부터 같은 배를 타고 있었다. 그들도 분명이 왜국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어디까지 가는 것일까? 호기심을 느낀 책귀가 서서히 그 젊은이에게 접근한다. 그리고 점잖게 말을 건다; “초면에 실례하겠습니다. 저는 왜번까지 가려고 합니다. 이번이 초행길입니다. 혹시 그곳까지 가시는지요?... “.

그 키가 작고 아름다운 사내가 대답한다; “저는 그곳까지 가지를 않습니다. 큐슈 섬에 내릴 계획입니다. 저의 집이 그곳에 있거든요!... “. 그 말에 책귀가 더 묻는다; “그곳에 사신지 오래 되십니까?... “.

그 말을 듣자 그 젊은이가 생긋 웃으면서 대답한다; “부모님의 말씀에 따르면 벌써 80년이 되었다고 합니다. 저희 집안도 본래 하동 땅에 살았는데 바다 건너 큐슈로 이주를 하였지요. 언제 한번 들리시면 제가 대접하겠습니다!... “.

그 말에 책귀가 고개를 끄떡이면서 말한다; “한번 제가 방문을 하고 싶습니다. 훗날 큐슈 어디로 찾아가면 될까요? 저는 왜번으로 가고 있는 무장 책귀라고 합니다마는… “. 책귀가 자신의 신분을 밝히는 것을 보고서 그 젊은이가 하얀 치아를 드러내면서 웃다가 미소를 짓는다.

그 얼굴을 보면서 책귀가 속으로 생각한다; ‘사내가 아니라 여인이라고 한다면 참으로 미인이겠구나. 저렇게 치아가 아름다운 것을 보니!... 과연 그 신분이 무엇일까?... ‘. 그 순간 책귀의 귀에 그 젊은이의 아름다운 음성이 들려온다.

그 음성은 지금까지 꾸며서 들려주던 목소리가 아니다. 사내의 목소리가 아니라 참으로 아름다운 여인의 음성이다; “저의 집은 큐슈에 있는 호족 카라의 대저택입니다. 큐슈 섬에 오시면 그 위치를 아실 수가 있을 거예요. 그곳에 오셔서 저 카라이찌미를 찾아주세요. 꼭 한번 방문해주세요!... “.

그 여인의 음성을 책귀는 무역선이 큐슈 섬에 도착할 때까지 잊을 수가 없다. 따라서 그는 배에서 내려 나루터에서 자신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 있는 카라이찌미를 한동안 내려다 본다. 그러면서 속으로 다짐한다; ‘훗날 내가 반드시 큐슈에 들러 카라이찌미 너를 찾으마. 기다리고 있거라. 아름다운 여인이여!... ‘;

어쨌든 책귀무영3월말에 야마토에 자리잡고 있는 왜번에 무사히 도착한다;

 앞으로 두사람은 왜번에서 어떠한 일을 경험하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