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기의 2호2룡(손진길 소설)

7세기의 2호2룡19(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3. 1. 27. 15:16

7세기의 2219(손진길 소설)

 

책귀무영은 이틀간 숙소에서 쉬는 사이에 번왕부(藩王府)의 군대조직에 관하여 자료를 점검한다. 군사의 수가 도합 1만명이다;

 그 규모는 작은 도시국가의 군대에 해당한다. 고대왕국에 있어서 통상 군사의 수에 20을 곱하면 그 나라의 인구가 얼마인지를 알게 된다.

따라서 백제의 왜번(倭藩)1만명의 군사를 보유하고 있다고 하면 번왕(藩王)이 다스리고 있는 인구가 20만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하나의 왕국이라고 부르기에는 적은 인구이다.  그저 제법 큰 규모의 하나의 도시국가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그 점을 생각하면서 책귀가 잠시 눈을 감고 깊은 생각에 빠지고 있다.

잠시 후 책귀가 눈을 뜨고서 혼자 중얼거린다; “야마토 번왕부의 가장 큰 사명은 영토를 확장하는 것이야. 150년전 무령왕이 정복한 지역을 다시 차지하는 것이 급선무이겠군. 그러자면 무령왕의 직계들이 차지하고 있는 왕국과 그 방계들이 점령하고 있는 왕국을 모두 정복해야 하는데 지금의 군사 1만명으로는 어림도 없겠군!... “;

그 점을 책귀는 시간을 두고 한번 천천히 생각해보고자 한다. 그때 옆에서 군대의 직제표를 훑어보고 있던 무영이 갑자기 책귀에게 자료를 건네 주면서 말한다; “책귀, 군사가 1만명이므로 자연히 천부장10명이야. 1천부장부터 제5천부장까지가 번왕부 내부 근무이고 제6천부장부터 제10천부장까지가 외근이야. 한번 자세히 살펴보게!... “.

무영의 말 그대로이다. 그런데 제4천부장과 제5천부장이 궐석이다. 아마 책귀 자신과 무영이 그 자리에 임명이 될 것 같다. 그렇게 짐작하면서 머리가 좋은 책귀가 습관적으로 군편성표에 기록되어 있는 천부장 8의 이름을 전부 암기하고 있다; 하다, 두라, 세오, 여상, 일석, 파루, 구지, 시강 등의 순서이다;

직제표를 보니 군대의 사령관이 가눌치 장군 한사람이다. 그 휘하에 10명의 천부장이 있고 그들이 각자 1천명의 군사를 지휘하고 있다. 그러므로 부장으로 불리고 있는 책귀무영도 그 직책은 엄밀하게 말하자면 천부장인 것이다. 그리고 천부장은 10명의 백부장을 휘하에 두고 있다;

물론 각 백부장은 오십부장 2명을 거느리고 있다. 그리고 오십부장은 5명의 십부장을 지휘하고 있다. 그런데 간부라고 하면 통상 오십부장 이상을 말하고 십부장은 줄여서 십장이라고도 불리며 언제나 병졸들과 행동을 같이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천부장과 백부장은 장수로 불리고 있으며 그 무예실력이 상당하다. 같은 장수라고 하더라도 천부장과 백부장은 큰 차이가 하나 있다. 그것은 천부장이 작전회의에 들어가서 장군의 참모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백부장은 천부장의 작전지시에 따라 병사를 지휘하는 것이 그 소임이 되고 있다.

책귀가 군부대의 편성표와 직제를 살피면서 무영에게 말한다; “이거, 우리 말고도 역시 8명의 천부장이 더 있구만. 5명은 번왕부 바깥에서 근무하고 3명은 이곳 번왕부 내에서 근무하고 있어. 그들의 이름이 여기 직제표에 명기가 되어 있으니 한번 보고서 미리 외워 두는 것이 좋겠어!... “.

잠시 숨을 쉬고서 책귀무영에게 말한다; “그런데 어째서 2명의 천부장의 자리가 비게 된 것일까? 우리가 그들의 후임으로 오게 되었는데 그동안의 경과를 좀 알아볼 필요가 있겠어. 아무래도 도미다 집사의 설명을 듣는 것이 좋겠어!... “.

역시 머리를 쓰는 일은 책귀가 빠르지만 몸을 쓰는 일은 무영이 더 빠르다. 그래서 그런지 그가 벌써 행동으로 나서면서 책귀에게 말한다; “잠깐 여기 숙소에게 기다리고 있어. 내가 금방 도미다 집사를 불러올 테니까!”.

일 다경 정도 지나자 벌써 무영도집사를 데리고 숙소에 들어온다. 그것을 보고서 책귀가 먼저 도집사에게 인사를 한다; “이거, 도집사님을 이곳으로 모셔서 미안합니다. 군편성표를 제가 보다가 궁금한 점이 있어서 급히 도집사님을 이곳으로 모셨습니다… “.

그 말을 듣자 도미다 집사가 허허라고 웃으면서 대답한다; “허허허, 책귀 부장님, 제가 수하입니다. 말씀을 편히 하셔도 됩니다. 그렇게 깍듯이 말씀하시면 제가 오히려 처신하기가 힘이 듭니다. 편하게 대해주십시오. 그리고 질문하시면 제가 아는 것을 전부 말씀 올리겠습니다!”;

그 말을 듣자 책귀가 곧바로 질문한다; “여기 직제표에 천부장 2명이 빠져 있습니다. 어째서 궐석이 된 것이지요?”. 도집사가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슬쩍 긁으면서 대답한다; “그렇지요. 2명의 천부장이 그만 유명을 달리하고 말았지요. 작년 12월에 우리의 서쪽에 있는 무령왕 직계왕국의 군대가 우리 번왕부를 졸지에 기습했습니다. 그때 그만 전투 중에 두 분이 죽임을 당하고 말았어요!... “.

그 말에 무영이 다짜고짜 질문을 한다; “아니, 그쪽의 군대가 어떻게 야마토로 쳐들어와서 그것도 번왕부를 공격한다는 것입니까? 그토록 이곳의 경비태세가 허술한 것입니까?... “. 그 말을 듣자 도집사가 고개부터 가로로 흔든다.

천천히 도집사의 설명이 나타난다; “아닙니다. 그들은 야간에 복면을 하고 은밀하게 우리 번왕부에 잠입한 것입니다. 공격의 목표가 우리 번왕 전하와 군 지휘관들인데 사전에 발각이 되어 전투가 발생하였지요. 다행히 침투조 30명을 전원 척살하였지만 이미 천부장 2명이 암살을 당하고 만 것입니다!... “.

그 말을 듣자 무영이 속으로 깜짝 놀란다. 그리고 내심 생각을 한다; ‘이곳 ()의 왕국에서도 인자술()을 사용하고 있구나. 암살기술을 익힌 자들의 소행이야. 이거 조심해야 하겠는데… ‘;

그런데 책귀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내심 다음과 같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천부장 2명이 최근에 암살을 당했다고 하면 전쟁을 벌일 충분한 명분이 된다. 차제에 군사훈련에 박차를 가하고 서쪽에 있는 직계왕국부터 정복을 하는 것이 좋겠어. 우선 백제계의 왕국들을 전부 정복하는 것이 급선무야. 그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군!... ‘.

친구인 무영과 집사인 도미다책귀가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른다. 그저 2명의 천부장이 죽고 말았기에 그 대신 본국 백제에서 유능한 장수가 2명 보충으로 오게 된 것으로 생각하고 있을 따름이다.

이틀이 지나고 3일째가 되자 드디어 책귀무영이 정식으로 출근한다. 출근하자마자 사령관실로 집합하라는 명령이 있어 두사람이 그 방으로 들어선다. 벌써 8명의 천부장이 회의실 탁자의 의자에 앉아있다. 책귀무영이 들어서자 가눌치 장군이 지시한다; “두사람도 여기 회의실 탁자의 빈의자에 앉으세요… “.

책귀무영이 착석하자 가눌치 장군이 두사람을 8명의 천부장에게 말로써 소개한다; “사비성 무과에 합격하고 동부전선에서 5년간 신라와의 전투에서 전공을 많이 세운 책귀 부장과 무영 부장이다. 궐석인 제4와 제5의 천부장 자리를 각각 맡게 될 것이다. 먼저 인사들 나누도록 하지!... “.

그 말을 듣자 책귀무영이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리고 예의 바르게 잘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많은 지도편달을 바랍니다고 인사한다. 그 말에 먼저 박수를 치면서 크게 환영을 하는 천부장이 세사람이다;

그들이 번왕부 식당에서 책귀무영이 벌써 만난 적이 있는 제1, 2, 3 천부장들이다.

책귀가 먼저 말한다; “이렇게 환영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하다, 두라, 세오 천부장님. 그리고 외근을 담당하고 계시는 여상, 일석, 파루, 구지, 시강 천부장님을 오늘 처음 뵙습니다. 앞으로 많이 도와주십시오. 감사합니다”.

그 말을 듣자 옆에 서있는 무영이 한마디를 보탠다; “이하동문(以下同文)입니다”. 그 말에 8명의 천부장들이 하하라고 웃으며 일제히 박수를 치면서 책귀무영을 환영한다. 상석에 앉아 있는 가눌치 장군이 슬쩍 책귀의 얼굴을 보면서 내심 생각한다; ‘역시 무과와 문과를 동시합격한 인재이군. 재사가 필요했는데 참 잘되었어!... ‘.

모두들 인사가 끝나자 가눌치 장군의 발령이 이어진다; “지금 번왕부 내근을 담당하고 있는 천부장 5명 가운데 2자리가 궐석이다. 그러므로 본 사령관은 제4천부장에 책귀, 5천부장에 무영을 임명한다. 그리고… “;

가장군이 잠시 숨을 돌리고 일장 훈시를 한다; “여러 천부장들도 알다시피 우리 번왕부의 급선무가 영토의 확장이다. 지금의 도시국가의 처지에서 벗어나 어엿한 왕국인 왜번의 모양을 갖추어야 한다. 번왕 전하는 물론 지금 본국의 국왕폐하께서도 그것을 원하고 계신다. 그러므로 본 사령관은 그 작전계획을 수립하기 위하여 3명의 천부장을 작전참모로 임명하고자 한다. 그 명단은… “.

모두가 숨을 죽이고 가장군의 입술을 바라본다. 가물치 장군이 호명을 하면서 동시에 임무를 부여한다; “하다 천부장, 여상 천부장, 그리고 책귀 천부장을 작전참모로 임명한다. 3사람은 이제부터 우리의 서편에 있는 직계파 왕국을 어떻게 공략하여 정복할지 그 작전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라. 한달 후에 본인에게 보고하도록, 이상!”;

책귀가 그 명령을 들으면서 속으로 생각한다; ‘내근직으로 하다까지 2, 거기에 외근직인 제6천부장 여상을 추가하고 있다. 그들은 어떠한 경력을 지니고 있는 자들인가? 그 무예의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

과연 책귀는 그들과 어떻게 어울리면서 번왕부에서 책사(策師)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