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기의 2호2룡(손진길 소설)

7세기의 2호2룡18(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3. 1. 26. 13:33

7세기의 2218(손진길 소설)

 

백제의 왜번(倭藩)이 자리를 잡고 있는 중심지가 야마토(大和, やま)이다. 서기 6493월말 책귀무영이 훗날 나라시(奈良市, なら)로 불리게 되는 그곳에 도착하자 우선 기후가 백제의 사비성과 비슷하여 기분이 좋다. 건물의 양식도 백제의 것과 흡사하므로 적응하기가 쉽다.

그러나 처음 부임하는 곳이므로 무관인 책귀무영은 우선 번왕부(藩王府)라는 편액이 붙어 있는 큰 건물안으로 들어가서 전입신고를 할 준비를 한다;

 입초를 서고 있는 병사에게 미리 방문사유를 말하였기에 대기실에서 잠시 기다리고 있는 동안에 안쪽 문을 열고서 40대중반으로 보이는 무인이 나타난다.

책귀가 그의 용모부터 살핀다. 짧게 기르고 있는 검은 수염이 강인한 인상을 더해주고 있다. 그 자가 책귀무영 앞에 서더니 먼저 자기소개부터 한다; “나는 번왕부의 군사를 총지휘하고 있는 장군 가눌치이다. 사비성에서 이곳까지 먼 길을 오느라고 수고들 했다. 누가 책귀이고 누가 무영인가?... “;

책귀무영은 자신들이 번왕부에서 모셔야 할 직속상관을 만난 것이다. 따라서 우렁차게 가눌치 장군에게 전입신고를 한다. 두사람의 신고를 진지하게 듣고 나더니 가장군이 말한다; “이제는 번왕 전하에게 신고를 해야 한다. 두사람은 내 뒤를 따라오도록!”.

가장군이 두사람을 데리고 번왕의 집무실 앞으로 가서 문을 가볍게 두드린다. 그러자 안에서 걸걸하지만 온화한 사내의 음성이 들려온다; “문이 열려 있으니 안으로 들어오세요”. 가눌치 장군이 두사람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선다.

집무실 큰 책상 앞에 25세정도의 젊은 사람이 앉아있다. 그는 가장군이 두사람의 부장을 데리고 들어왔는데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서 미소만 띠고 있을 뿐 일어서지 아니하고 있다. 책귀무영이 그 사람을 보니 머리에 작은 관을 쓰고 있다. 따라서 왜번의 번왕(藩王)인 것을 알 수 있다.

무영은 그 이름이 무엇인지 궁금해 한다. 하지만 책귀는 그가 아마도 백제의 왕자 부여용(扶餘勇)일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아니나다를까 다음 순간 가장군이 책귀와 무영에게 다음과 같이 지시하고 있다; “번왕 전하, 백제 사비성에서 방금 도착한 부장들입니다. 책귀무영입니다. 두 부장은 예를 갖추어 인사를 드리도록 하라. 번왕 부여용 전하이시다!... “;

책귀와 무영이 각자 오른팔을 비스듬히 하여 자신의 심장에 주먹이 오도록 하면서 고개를 숙여서 동시에 외친다; “삼가 번왕 전하를 뵙습니다. 사비성에서 번왕부로 발령을 받아서 왔습니다”. 그 다음에 각자의 이름을 말한다; “부장 책귀입니다”, “부장 무영입니다”.

나름대로 전입신고를 받자 번왕 부여용이 질문한다; “두 부장은 백제에서 전투경험이 어떠한가?”. 책귀가 대표로 대답한다; “저희들은 사비성 곡나 도장의 동문으로서 5년전에 무과에 동시에 합격하여 동부전선에 투입이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줄곧 신라군과 전투를 치르다가 이제서야 보직이 변경되어 이곳으로 왔습니다”.

그 말을 듣자 번왕 부여용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한다; “전투경험이 5년이나 되니 가눌치 장군을 보좌하는데 있어서 부족함이 없겠군요. 가장군, 부디 두 부장과 함께 국토확장에 더욱 힘써 주시기 바랍니다. 이만 나가들 보세요… “.

책귀는 왜번으로 발령을 받아 오기 전에 사비성에서 부친 책윤 좌평으로부터 도움말씀을 들은 바가 있다. 당시에 부친이 다음과 같이 말문을 열고 계셨다; “귀야, 네가 번왕부가 있는 야마토에 가게 되면 번왕 부여용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는 너와 동갑으로서 이제 나이가 25세인데 우리 백제국왕 의자()8번째 아들이다. 그런데… “;

정작 중요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야마토에는 부여용의 형들이 여럿 있다. 지금의 백제국왕의 5부여풍, 6부여충승, 7부여충지 등이 그들이다. 그런데 정작 문무에 모두 뛰어난 왕자는 그들 가운데 부여풍부여용이다. 하지만 국왕폐하는 형인 부여풍이 아니라 동생인 부여용으로 번왕을 삼고 있다. 그 이유는 부여풍의 쓸모가 달리 있기 때문이지!... “.

그 말을 듣자 책귀가 어리둥절해 한다. 그것을 보고서 부친 책윤 좌평이 보충설명을 한다; “지금 사비성에는 태자가 부여융인데 그는 병약하다. 따라서 국왕폐하는 2부여태3부여효를 만약을 대비하여 이곳 사비성에 머물게 하고 있다. 태자에게 변고가 생기면 즉시 그들 가운데 한사람이 태자의 자리에 앉아야 한다. 위기시에 국본(國本)의 자리를 비워 둘 수가 없기 때문이지. 그리고… “.

책윤 좌평이 잠시 숨을 돌리고 이어서 설명한다; “4부여연도 사비성에 머물게 하고 있다. 그 이유를 나는 국왕폐하의 내심을 살펴서 미리 짐작하고 있다. 그는 나중에 산동번으로 가서 나이가 많은 번왕 여몽의 자리를 대신할 것으로 나는 보고 있어. 그러므로… “;

부친 책윤 좌평은 남에게 말하지 아니하고 있는 자신의  깊은 생각을 왜번으로 떠나고자 하는 아들 책귀의 장래를 위하여 차제에 진술하고 있다; “사비성에는 유사시에 또 한 명의 왕자가 필요하다. 물론 문무가 뛰어난 왕자라야 하겠지. 나는 그 자가 바로 국왕의 5남인 부여풍으로 벌써 짐작하고 있다!… “.

책윤이 이제는 아들 책귀의 얼굴을 똑바로 보고서 자상하게 말한다; “나는 벌써 8년간이나 좌평의 벼슬에 있다. 그러니 앞으로 2년안에 나는 자리에서 물러날 생각이다. 너무 오래 그 자리에 있게 되면  국왕의 속마음을 많이 읽게 되어 폐하께서 불편하시기 때문이지. 어쨌든 귀야, 그 정도 고급 정보를 미리 알고서 왜번으로 가서 신중하게 처신하도록 해라. 이 애비는 언제나 너를 믿고 있다!...  “.

사비성을 떠나기 전에 자신에게 말씀하신 부친의 설명이 참으로 감사하다. 그렇게 책귀가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번왕의 집무실을 벗어나자 가장군이 두사람에게 말한다; “이제 내가 두사람을 부장실로 데리고 갈 거예요. 그곳에는 두사람을 도와줄 집사가 한사람 있어요. 그의 도움을 받아 이틀간 숙소에서 편히 쉬고 3일 후에 출근하여 내 방으로 오도록 하세요”.

가눌치 장군이 고맙게도 두사람을 부장실까지 데리고 간다. 방문을 열자 40세 정도로 보이는 듬직한 사내가 가장군에게 읍을 한다. 가장군이 그에게 지시한다; “집사 도미다는 들으라. 네가 모실 부장 책귀무영이다. 숙소를 알려주고 이곳에서의 생활에 대하여 제반편의를 제공하도록 하라. 나는 두 부장을 이틀 후에 만날 것이다”.

가장군이 방문을 열고 떠나자 도미다 집사가 책귀무영에게 자기소개를 한다; “저는 이곳 번왕부에서 잔뼈가 굵은 집사 도미다입니다. 21살에 번왕부 행정실에 취직하여 벌써 20년째 근무하고 있습니다. 두 부장님께서는 무엇이든지 필요한 일이 있으시면 저를 불러주세요. 성심성의껏 보필하겠습니다”;

고마운 말씀이다. 책귀무영은 계급을 떠나서 연상인 그에게 깎듯이 인사를 한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 말을 듣자 도집사가 그렇게 좋아한다. 이곳 번왕부에서는 상하질서가 무지하게 엄격한 모양이다.

도집사가 신이 나서 그날 두사람이 머물 숙소를 안내하고 그 다음에는 여러 시설까지 보여준다. 그러면서 그들의 질문에 대하여 설명도 잘해준다. 그날 책귀가 은근슬쩍 도집사에게 물어본다; “제가 듣기로는 사비성에서 이곳 번왕부에 여러 왕자님들이 파견나와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번왕 전하를 제외하고 다른 왕자님들은 어디에서 기거하고 계시는지 혹시 알고 계십니까?... “.

도집사가 별 것 아니라는 듯이 쉽게 대답한다; “그렇지요. 번왕 전하 이외에 3분의 손위 왕자님들이 왜번에 머물고 계시지요. 그들은 이곳 번왕부가 아니라 바깥에서 생활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번왕부의 일에 대해서는 일체 간섭하지 아니하고 계시지요!... “.

그 말을 듣자 무영책귀가 벌써 번왕부에 대하여 상당한 지식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하게 된다. 그래서 그는 책귀가 다음에 어떤 질문을 하는지 귀를 기울인다. 아니나다를까 그 다음 조심스럽게 책귀도미다 집사에게 질문한다; “그런데 왜의 열도에는 지금 몇 개의 왕국이 존재하고 있나요?... “.

그 말에 도집사책귀의 얼굴을 보더니 고개를 끄떡인다. 그리고 미소를 띠면서 대답한다; “참으로 좋으신 질문입니다. 제가 아는 대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큰 왕국이 다섯이지요. 쉽게 말씀드리자면, 우리 백제계의 왕국3이고 그 다음에 고구려의 왜번신라의 왜번이 각각 하나씩 있지요. 그 연유가… “;

책귀무영이 진지하게 도집사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도집사가 신이 나서 설명한다; “그 옛날 백제의 무령왕 곧 이곳 왜번의 번왕이셨던 부여융 왕자께서 백제계와 가야계의 왕국들을 전부 정복하시고 150년전에 야마토제국을 건설하셨지요. 그런데 그분이 서거하고 나자 그만 야마토제국3개의 왕국으로 분열이 되고 말았어요. 구체적으로… “;

정작 중요한 이야기가 나타난다; “무령왕의 직계가 하나의 왕국을 차지하고, 또 그 방계가 하나의 왕국을 구성하고 있지요. 그것을 보고서 지금의 백제국왕께서는 왕자들을 보내어 왜번을 다시 건설하신 것이지요. 그리고 지금 백제계 왕국의 북쪽에는 좌로부터 신라의 번국 그리고 고구려의 번국이 차례로 자리잡고 있어요!... “.

어느 정도 책귀의 질문이 끝나자 이번에는 무영도집사에게 묻는다; “우리 번왕부의 군사의 수는 어느 정도입니까? 그들의 숙소는 어디이지요?... “. 도집사의 답변이 간단한다; “번왕부는 보기보다 넓어서 5천명의 군사를 수용하고 있으며 그들을 위한 연무장과 숙소 일체를 구비하고 있지요. 그리고 바깥 야마토 지역에 또 5천명의 군사를 배치하고 있습니다. 이상입니다”.

그날은 그 정도의 이야기만 나누고 책귀무영은 그들의 숙소에서 쉬기로 한다. 두사람이 아직 미혼이기에 하나의 큰 방을 함께 사용한다. 목욕탕과 화장실이 별도로 갖추어져 있다. 그리고 간부식당도 숙소에서 별로 멀지가 아니하다.

모든 것이 편리하다. 그것을 보고서 책귀무영에게 말한다; “오늘 저녁식사 시간에는 우리가 한식경 일찍 가도록 하지. 그곳에서 여러 백부장오십부장을 만나게 되면 인사를 우리가 먼저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

무영이 대찬성이다. 그날 두사람은 일찍 간부식당으로 가서 문간에 서서 식사를 하고자 들어오는 백부장오십부장에게 일일이 인사를 한다. 그 모습을 보고서 백부장과 오십부장들이 그렇게 좋아한다. 자신들이 모셔야 할 상관인 부장 두사람이 전입을 하더니 겸손하게 먼저 인사를 건네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들은 책귀무영이 사비성에서 무과에 합격한 무장으로서 이미 5년간 백제의 동부전선에서 신라와 전투를 한 유경험자라는 소식을 듣고서 존경의 눈빛으로 두사람을 대하고 있다. 그렇게 기분이 좋게 첫날을 번왕부에서 보내고 있는 책귀무영이다.

그들은 그후 어떠한 직무를 그곳에서 수행하게 되는 것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