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기의 2호2룡(손진길 소설)

7세기의 2호2룡16(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3. 1. 22. 17:01

7세기의 2216(손진길 소설)

 

좌백과 혼인한 사택홍련이 이듬해 곧 서기 652년 봄이 되자 모처럼 사비성 시집을 떠나서 친정이 있는 하동 땅에 와서 오라버니 사택창수의 집에 한달간 머물고 있다. 그러자 의령지역 기노강성에서 근무하고 있는 부장 좌백이 자주 하동에 있는 처가를 방문하고자 부지런을 떨고 있다;

그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던 기노강성의 성주인 계백장군이 아우인 부관 좌백에게 모처럼 휴가를 준다. 처가에 가서 일주일 푹 쉬고 오라는 것이다. 그 덕분에 좌백이 손위 처남 사택창수의 집에 가서 아내 사택홍련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작년 여름 그 집에서 처음 만나 서로 첫눈에 반하여 결혼한 부부이니 얼마나 사이가 좋은 지 모른다. 그것을 보고서 사택창수의 아내 해미수가 남편에게 한마디를 한다; “여보, 아가씨는 정말 남편 좌백부장을 많이 사랑하는가 보아요. 어쩌면 저렇게 마치 바퀴벌레처럼 하루 종일 둘이 붙어서 지내고 있는지 몰라요… “;

그런데 그 다음말이 더 의미가 있다; “좌백 서방님도 아내 사람이 지극해요. 여보, 당신도 보고서 더러 본받도록 해요!... “. 창수가 듣고 보니 언중유골(言中有骨, 말속에 뼈가 있음)이다.

자신이 중매한 여동생 홍련이 남편사랑을 많이 받고 잘 지낸다고 하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아내 해미수가 은근히 시누가 부럽다고 말하고 있으니 그것은 듣기가 거북하다. 한마디로, 남편 창수가 무뚝뚝하다는 것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창수가 얼른 대답한다; “여보, 나도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에 얼마나 가슴이 설렜는지 몰라요. 우리 부부사이도 문중 어르신들이 너무 다정한 것이 아닌가 하고서 때로 말씀하고 계세요. 그러니 너무 부러워할 것도 없어요, 하하하… “.

그 말에 아내 해미수가 얼른 화제를 바꾸고 있다; “그런데 여보, 남녘 아라도 칠원성에 살고 있는 내 사촌언니 해옥란이 득남을 했다고 소식을 전해 왔어요. 그 남편이 당신과 사비성 곡나 도장의 동문인 장거산이잖아요… “.

그 말을 듣자 창수가 반가워하면서 말한다; “그렇지요. 내 친구 장거산이 그 산성에서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지요. 3년전 내가 장거산의 결혼식을 보러 그 섬에 갔다가 당신을 처음 만났지요. 그들 부부가 아들을 얻었다니 축하할 일이군요!... “;

그 말을 들은 해미수가 기회는 이때다 하고서 제안을 한다; “여보, 우리 이번 기회에 아가씨 부부와 함께 그 섬을 한번 방문하도록 해요. 23일 정도 여행하면 좋겠어요. 저는 차제에 그곳에 살고 계시는 친정부모님도 한번 만나 뵙고 싶어요!... “.

그 말을 듣자 창수가 빙그레 웃으면서 말한다; “좋아요. 우리 그렇게 합시다. 내가 좌백에게 말하고 함께 여행을 하도록 합시다. 그런데 당신은 아기를 가져서 몸이 다소 무거운데 괜찮겠어요?... “. 해미수가 즉시 대답한다; “아직은 괜찮아요. 하지만 몇 달만 지나면 몸이 무거워져서 여행하지 못할 거예요!... “.

손위 처남 창수로부터 좌백은 사비성 곡나 도장에서 함께 무예수련을 한 친구 장거산의 최근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가 하동의 남녘에 있는 큰 섬 아라도의 칠원성에서 무관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장거산의 아내가 그곳 호족의 딸이라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자 좌백은 문득 8년전 그들이 곡나 도장에서 졸업을 앞두고 무예시합을 했을 때의 기억이 난다. 당시 거구의 장거산이 몸집이 작은 책귀와 일전을 벌인 것이다;

 외공만 익힌 장거산이 거력으로 목검을 휘둘렀지만 내공까지 익히고 있는 책귀에게 그만 패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 정도로 우직하고 힘이 센 장거산이 그 먼 아라도에서 호족의 딸과 결혼하고 아예 그곳 칠원산성의 무관으로 지내고 있다고 하니 반가운 생각이 든다. 따라서 좌백이 얼른 함께 여행을 하기로 대답하고 아내 홍련에게 여행준비를 시키고 있다.  

하동지역과 그 남녘에 있는 큰 섬 아라도(오늘날의 남해섬)는 그 옛날 해양민족인 가야인들이 개척한 땅이다. 그 지역을 신라가 정복하여 자신들의 영토로 삼았지만 백제의 무왕과 의자왕에 의하여 점령을 당하고 지금은 명백하게 백제의 영토가 되어 있다;

하지만 워낙 백제의 왕도인 사비성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변방지역이다. 그러므로 지방 호족의 세력이 여전히 대단하다. 특히 큰 섬인 아라도에는 남씨해씨가 그 섬을 지배하고 있다. 동쪽에는 해씨가 많이 살고 있으며 서쪽에는 남씨가 많이 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남씨가 쌓은 산성이 성산성이고 해씨가 건축한 산성이 칠원성이다;

창수부부와 좌백부부가 배를 타고 아라도로 건너가서 칠원성내로 들어서자 그곳의 무장인 장거산이 단숨에 달려온다. 그가 같은 배로 들어온 부하로부터 사택창수좌백이 친구 장거산을 만나기 위하여 그 섬을 방문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오래간만에 만난 3사람의 동문은 너무 반가워서 어쩔 줄을 모른다. 거구인 장거산은 호쾌한 인물이다. 그가 창수부부와 좌백부부를 보더니 큰소리로 말한다; “당장 성내에 있는 저희 집으로 가십시다. 집사람이 크게 기뻐할 것입니다. 오늘 저희 동문들도 술 한잔 거나하게 나누어야지요, 하하하… “;

그날 장거산의 집에서는 안방에서 해미수해옥란 그리고 사택홍련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해옥란은 득남한지 벌써 두 달이 되었기에 아기를 아랫목에 눕혀 놓고 사촌 여동생 해미수와 해미수의 시누인 사택홍련과 이야기를 나누기에 정신이 팔려 있는 것이다.  

한편 장거산이 머물고 있는 사랑방에서는 모처럼 28세 건장한 사내 3명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먼저 좌백장거산에게 묻는다; “나는 손위 처남인 창수로부터 언뜻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거산아 너는 어떻게 이곳에서 자리를 잡게 된 것이냐? 그 참 신기하다!... “.

그 말을 듣자 장거산이 하하라고 웃음을 터트리면서 대답한다; “하하하, 그렇지, 그것이 궁금하겠지사실은 말이야, 우리집은 대대로 사비성에서 무인 가문이야.  아버지가 장군이셨고 나의 형 장태산도 장군이야. 형님은 나보다 20살이나 연상인데 이곳 아라도의 성산성에서 성주로 근무하고 계셨지. 그리고… “.

장거산이 잠시 숨을 돌리고 이어서 설명한다; “4년전에 나는 장태산 성주의 부관으로 일하고 있었어. 그런데 1년이 지나자 호족인 해씨 집안에서 혼담이 들어왔어. 나는 신부감인 해옥란을 만나자 마음에 들어서 그해 결혼식을 올렸지. 사실 형님의 처가도 이곳 아라도에 있는 호족 남씨 집안이야. 그리고… “;

장거산이 결론삼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지금 내가 칠원성에서 모시고 있는 성주님은 큰 처남이신 해화평 장군이시지. 그러니 이곳 큰 섬 아라도에서는 형님과 내가 토호 세력이며 호족인 처가 집안 덕분에 좀 힘을 쓰고 있는 편이지, 하하하… “.

좌백이 듣고 보니 참으로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큰 섬 아라도의 역사는 가야국, 신라, 백제의 순서로 그 소속이 바뀌고 있다. 그러나 변방 그것도 멀리 떨어져 있는 도서지역이라 토착세력이 여전히 득세를 하고 있다. 토호인 호족이 자체산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 권리를 조정에서 상당히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당시의 아라도는 하동 포구에서 출발하는 큰 배가 바다로 빠져나가는 길목을 지켜주고 있는 주요한 요새이다. 그 지역을 토착세력인 남씨와 해씨가 지배하고 있다고 하니 그들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한 것이다.

그와 같은 사실을 좌백이 깊이 인식하면서 23일간 아라도의 이곳 저곳을 돌아본다. 참으로 어획량이 많고 평화스러운 섬이다. 그 맞은편 서쪽에는 마치 작은 반도처럼 육지에 매달려 있는 돌산 원촌지역(오늘날의 여수와 여천 그리고 광양만)이 큰 파도를 전부 막아주고 있다;

 그러니 그 남해지역이 얼마나 살기에 좋은지 모른다;

아라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사택홍련은 얼마후에 사비성 시집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2달이 지나자 배가 불러오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시어머니는 물론 손위 동서인 상애영이 얼마나 기뻐하는지 모른다. 상애영 계백장군의 아들 싸울21살의 청년이다. 그 아래로 딸 둘이 있는데 벌써 18세와 15세이다.

어린아이가 없어 적적한 그 집안에서 아기가 태어나게 되었으니 모두들 경사라고 기뻐한다. 그 소식을 들은 좌백계백도 즐거워한다. 그렇게 좋은 소식을 듣고 있는 가운데 서기 652년이 조용히 흘러가고 있다.

그렇다면, 3년전 곧 서기 6493월에 왜번으로 떠나간 책귀무영은 그곳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