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기의 2호2룡(손진길 소설)

7세기의 2호2룡15(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3. 1. 21. 03:28

7세기의 2215(손진길 소설)

 

서기 651년 여름에 가형 계백장군이 의령지방에 있는 기노강성의 성주로 부임할 때 좌백도 그 부관으로 동행한다. 백제의 왕도인 사비성에서 기노강성으로 가는 방법이 두가지이다. 하나는 육로를 따라 가는 것이고 또 하나는 뱃길을 따라 가는 것이다.

계백장군과 좌백부장은 옛날 동부전선에서 이동할 때에 주로 육로를 이용했다. 신라와의 전쟁기간이었기에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전쟁이 끝났거나 소강상태이다. 따라서 계백좌백은 섬진강 물줄기를 따라 참으로 오래간만에 주위 풍광을 즐기면서 천천히 임지로 가고 있다;

그런데 그 뱃길에서 좌백이 과거 사비성의 곡나 도장에서 10년간 함께 무예를 수련한 동문 사택창수를 만난 것이다.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좌백이 창수를 먼저 알아보고서 뱃전에서 인사를 한다; “사택창수, 정말 오래간만이다. 나 좌백이야. 그동안 잘 지냈어?... “.

물줄기가 지리산을 휘감고 있는 구례지역이다;

 유유히 흐르고 있는 강물을 내려다보고 있던 창수가 깜짝 놀라다가 이내 좌백임을 알아챈다. 그는 반가운 김에 얼른 좌백의 손을 잡으면서 말한다; “좌백이구나! 이곳에는 어쩐 일이냐?... “.

좌백이 창수의 손을 흔들면서 대답한다; “나는 기노강성으로 발령을 받아 지금 부임하는 길이다. 그런데 창수 너는 어쩐 일이냐? 어째 복장이 무관의 것이 아니다. 벌써 전역한 것이냐?... “.

그 말에 창수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일이 그렇게 되었다. 무과에 합격하고 나도 전방에서 오래 근무했지. 그런데 작년에 전역하고 아예 지방에 내려가서 자리를 잡았다. 지금은 사비성 본가에 들렀다가 다시 시골로 내려가는 길이야!... “.

처음 듣는 이야기이다. 따라서 좌백이 놀라서 묻는다; “창수야, 우리는 아직 20대가 아니냐? 그런데 벌써 무장으로서 현직을 떠나다니!… 그동안 무슨 사고라도 있었던 것이냐?... “. 그 말에 창수가 자신의 손을 휘저으며 그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 다음에 그가 목소리를 낮추어서 대답한다; “좌백아, 내가 너에게만 말해주마. 사실은 우리 가문은 서서히 왕도를 떠나려고 한다. 중앙귀족으로 살아보아야 좋을 것이 없는 시절이니 아예 시골에 터를 잡고 살려고 하는 거야. 그 일에 내가 동참하고 있는 것이지!... “;

 그 말을 듣자 좌백도 조심스럽게 주위를 둘러본다. 마침 자기들 외에는 다른 사람이 가까이에 없다. 따라서 궁금한 점을 물어본다; “창수야, 너는 사택가문의 사람이 아니냐? 귀족 중의 귀족이지. 그런데 왕도를 벗어나서 지방으로 이주를 하다니도대체 그 이유가 무엇인데?… “.

창수는 명문귀족 가문의 청년이라 별로 구김살이 없다. 특히 10대를 함께 지낸 친한 동문이기에 마음을 놓고 좌백에게 조용히 말한다; “지금의 국왕은 우리 사택가문을 멀리하고 있어… “;

사택창수가 좌백만이 들을 수 있도록 아주 목소리를 낮추어서 설명한다; “국왕은 신라 선화공주의 아들이라서 그런지 백제의 정통 왕비가문인 우리를 가까이하지 아니하고 있어. 게다가 요즘에는 우리의 좌평과 달솔 벼슬을 왕자들에게 주고 말았어. 그러니 우리가 왕도에 살고 있을 이유가 없는 거야!... “.

그 말을 듣자 좌백이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그가 자신의 심경을 이야기한다; “그래, 창수야. 피장파장이다. 국왕이 자신의 아들들만 신임하고 조정대신들을 홀대하니 너나없이 사비성을 떠나는 판이야. 그렇게 돌아가니 나도 가형을 모시고 전방으로 가고 있는 길이야!... “;

그 말에 창수가 고개를 끄떡인다. 그리고 조용히 말한다; “그렇구나. 그러면 지금 이 배에 너의 형님인 계백장군님도 타고 계시겠네!... 그러면 좌백아, 부임이 그리 급한 것이 아니라고 하면 내가 살고 있는 시골을 한번 보고 가는 것도 좋겠다. 너의 형님과 함께… “.

 그 말을 듣자 좌백이 약간 주저한다. 그것을 보고서 창수가 말한다; “도중에 내리게 되면 지리산을 뚫고 가는 길이 험하지. 그러니 섬진장 하구 하동 나루터에 내려서 말을 타고 달려서 기노강성으로 가는 것이 더 편하고 빠를 것이야. 내가 살고 있는 하동마을이 바로 나루목이기도 하거든!... “;

무슨 말인지 좌백이 충분히 알아 들었다. 그러므로 그가 배 안에 들어가서 가형 계백장군에게 같은 배에 타고 있는 무예도장의 동문인 사택창수를 만난 일과 그가 하동에 있는 자신의 집에 초대를 했다는 사실을 말한다.

그 말을 듣자 잠시 생각을 하더니 계백이 말한다; “그래, 어차피 하동나루에 내려서 말을 타고 달려가야 하니 그곳에 살고 있는 동무집에서 일박을 하고 쉬어서 가자구나. 우리를 초대해주니 고마운 일이군. 그런데 어째서 중앙귀족 명문인 사택가문의 사람이 이곳 시골에 정착하고 있지?... “.

좌백은 혼잣말로 들리는 형 계백의 말에 대꾸를 하지 않는다. 그저 고개를 끄떡이면서 말한다; “형님, 그러면 제가 그 초대에 응하겠다고 창수에게 말할께요!... “. 일이 이상하게 전개가 되어서 그들 형제는 하동마을에 있는 사택창수의 집에서 일박을 하게 된다.

그런데 그곳에 머물고 있는 일박이일(一泊二日) 동안 계백좌백 형제가 한가지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것은 사택창수만이 하동에 정착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의 가문이 아예 그 지역을 자신들의 새로운 기반으로 만들고 있다. 예를 들면, 하동을 지키고 있는 산성 다사성을 벌써 장악하고 있다. 성주와 부장들이 전부 사택가문의 사람들이다;

그러한 사실을 알게 되자 방안에서 계백장군이 아우 좌백부장에게 은근히 말한다; “사비성의 명문 귀족인 사택가문이 벌써 왕도를 버리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중앙귀족들이 대부분 사비성을 떠나고 말겠구나. 그들이 지방으로 들어가서 사병과 함께 숨어버린다고 하면 국가비상시에 누가 나라를 지킬 것인가?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

그들 형제는 마음이 무겁다. 그런데 한가지 좋은 일도 있다. 그것은 창수가 일부러 자신의 여동생을 친구 좌백에게 개인적으로 소개하여 준 것이다. 23세의 과년한 여인이다. 별로 치장도 하지 아니하고 있지만 좌백이 보기에 무척 아름다운 여인이다. 공연히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것을 보고서 사택창수가 빙그레 웃으면서 말한다; “좌백아, 너는 나와 동갑인데 어째서 아직 홀몸이냐? 나는 작년에 벌써 결혼을 했다. 마침 내 누이 홍련이 처녀이니 한번 잘 사귀어 보도록 해라. 홍련아, 내가 말하던 내 친구 좌백이야. 좋은 동무이지. 한번 이야기를 잘 나누어 보라고, 하하하… “.

그 말을 듣자 얼굴을 약간 붉히면서 그녀가 말한다; “사택홍련입니다. 오라버니가 저에게 선을 보라고 하는군요. 기노강성으로 부임을 하신다면서요?... “. 좌백이 홍련의 얼굴을 유심히 보면서 대답한다; “, 그렇습니다. 창수가 저를 초대한 이유를 알겠군요. 부임을 하더라도 더러 방문하고 싶은데 괜찮겠습니까?... “;

그 말에 홍련이 얼굴을 더욱 붉히면서 대답한다; “상당히 먼 길인데 괜찮으시겠어요? 저는 좋습니다만!… “. 그녀가 긍정적인 생각을 밝히자 좌백이 좋아한다. 그후 그는 기노강성에서 하동까지 그 먼 길을 수차례 왕복하고 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계백성주가 한번은 아우에게 말한다; “좌백아, 27살이나 된 너를 내가 전방에 데리고 와서 미안하구나. 사비성에 있었더라면 좋은 배필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인데!... 그런데 사택창수의 여동생이 마음에 드는 것이냐?... “;

좌백이 무장 답게 솔직하게 대답한다; “형님, 제 마음에는 듭니다. 당찬 구석이 있고 결단성이 있는 처녀이더군요. 역시 사택가문이 보통 집안은 아닌 모양입니다. 자신의 몫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그런 여성으로 보입니다!... “.  

그 말을 듣자 계백이 말한다; “좌백아, 네 마음에 든다고 하면 하는 찬성이다. 그것도 인연이니 한번 잘 사귀어 보려무나. 나중에 성사가 되면 사비성에 계시는 어머니께도 말씀을 드리도록 하고… “.

사람의 인연이라고 하는 것이 그렇게 알 수가 없는 것인 모양이다. 우연히 옛날 동문 사택창수를 만나고 또 그 집을 방문하여 좌백홍련을 만났으니 말이다. 그리고 먼 길을 여러 차례 오고 가다가 드디어 양가에서 상견례까지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해를 넘기지 아니하고 65112월에 좌백사택홍련과 결혼을 하고 부부가 된다. 그때부터 홍련은 사비성에 있는 계백과 좌백의 집에 들어가서 시어머니를 모시고 함께 살게 된다. 윗동서가 되는 상애영이 그렇게 잘해준다. 20살이나 연상인 상애영은 좌평 상영의 여동생인 것이다.

그러므로 계백과 좌백의 모친은 좌평의 누이와 명문가인 사택가문의 딸을 며느리로 맞이한 셈이다. 모친이 그 점을 생각하면서 다음과 같이 혼잣말을 하고 있다; “우리가 신분을 감추고 살고 있는 부여 성씨를 가진 왕족인데 그에 걸맞는 두 며느리를 얻게 되는구나. 모두 당찬 며느리들이니 내 아들들을 고생시키지는 아니하겠구만!... “.

시어머니가 두 며느리를 흡족하게 여기고 있으니 집안이 화평하다. 그렇게 계백좌백의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그런데 하루는 좌백이 이제는 손위 처남이 된 사택창수로부터 그 옛날 곡나 도장의 동문인 장거산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것이 과연 어떤 내용인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