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기의 2호2룡(손진길 소설)

7세기의 2호2룡8(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3. 1. 12. 11:45

7세기의 228(손진길 소설)

 

탄현()고개의 동편에는 굴산성이 있고 그 남쪽에는 조천성이 있다. 육로로 신라에서 백제의 왕도인 사비성으로 곧장 들어가자면 지리적으로 금산지역의 험준한 천태산을 넘는 것이 가장 빠르다;

그런데 편하게 험산준령을 넘어서자면 오래된 고개길을 하나 이용하여야 하는데 그 이름이 탄현()이다. 일명 숯고개로 불리고 있는 탄현은 옛날부터 숯장수들이 사용하고 있는 고개길이다. 그들이 깊은 산속에서 양질의 숯을 구워서 그 고개를 넘어가서 큰 성읍에 팔고 있는 것이다;

백제의 입장에서는 탄현고개만 잘 방어하면 신라군이 쳐들어오는 것을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가 있다. 따라서 탄현의 동편에 있는 굴산성과 그 남쪽의 조천성은 탄현으로 접근하는 신라군의 진로를 미리 막는 중요한 산성들이다;

그 점을 익히 알고 있는 백제조정에서는 전략에 밝은 지장(智將) 의직장군을 서기 645년 가을에 조천성주로 발령한 것이다. 의직장군은 지난 여름 기노강성의 성주로 재임하고 있을 때에 신라의 공격군을 천여명이나 도륙하고 많은 포로를 잡는 큰 공을 세운바가 있다.

그와 같은 놀라운 전공은 부관 책귀의 지혜에 힘입은 바가 크다. 그러므로 의직장군은 조천성주로 부임하자 가장 먼저 백제의 군부에 건의하여 기노강성의 부장 책귀를 조천성으로 불러들인다;

기노강성의 위치는 오늘날로 따지면 경남 의령지역이다. 그곳에서부터 책귀는 오늘날 충북 금산 남부에 자리잡고 있는 조천성으로 근무지가 변경된 것이다. 책귀가 조천성에 들어와서 전입신고를 하자 의직장군이 크게 기뻐하면서 곧바로 자신의 부관으로 임명한다.

그리고 의직성주의 당부의 말이 다음과 같다; “나는 국왕의 특별지시를 실행하기 위하여 재사인 책귀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요. 그대는 성주인 나를 보좌하면서 이제부터 신라군의 산성을 공략하고 서라벌로 가는 길을 개척하는 구체적인 방도를 마련해야 합니다. 내년 2월까지 그 계획을 세워서 내게 보고를 해주세요!”.

성주 의직장군이 과분한 기대를 가지고 책귀에게 지시하고 있다. 책귀는 우선 2달동안 열심히 관련지역을 탐사한다. 백제군이 이미 점령하고 있는 지역은 지형을 살피기가 쉽다.

그러나 신라군이 차지하고 있는 지역에 대해서는 은밀하게 지형을 탐색해야 하므로 그 일이 상당히 어렵다. 특히 신라군이 각 산성에 얼마나 주둔하고 있는지도 파악해야 하므로 보통일이 아니다.  

책귀가 적진영의 탐색에 고전하고 있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던 절친 좌백이 제안한다; “책귀, 그대가 아무리 문무에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혼자서 적진영을 샅샅이 탐색하기는 어렵지요. 그러니 이제부터 내가 돕도록 하겠어요. 우리 함께 성주에게 가서 말씀을 드리고 의직장군의 허락을 받도록 합시다!... “.

고마운 제안이다. 두사람이 의직성주에게 제안을 했더니 쾌히 승낙한다. 사실 성주로서는 책귀에게 맡긴 그 일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책귀좌백은 6461월 한달동안 조천성에서부터 시작하여 신라의 달구벌 입구까지 이르는 길을 샅샅이 탐색한다.

그 결과 책귀좌백이 상의하여 신라군 진영 공격계획을 다음과 같이 수립하여 의직성주에게 보고한다;

(1)  첫째로, 금년 646년 봄부터 시작하여 인근 신라의 산성들을 점령할 수 있는 군사와 군비를 마련해야 한다. 일단 원정군이 편성되고 소정의 훈련이 끝나면 2개조로 나누어 신라의 산성을 공격한다;

1)   1은 남쪽의 무산성을 공격하여 점령한 후에 동남진하여 신라의 독산성(오늘날의 김천)을 공격한다. 독산성을 차지하게 되면 그 다음에는 신라의 달구벌로 진출할 수 있는 옥문관(오늘날의 성주)을 공격하는 것이다.

2)   2은 신라의 인근산성들이 백제의 원정군 제1진을 배후에서 공격할 수가 있으므로 그 가능성을 사전에 제거한다. 곧 동쪽 영동지역에 있는 신라의 산성 감물성동잠성을 공격한다.

(2)  둘째로, 신라군이 완강하게 저항할 경우에는 일단 독산성까지 공격한 다음에 작전상 후퇴하여 전열을 가다듬는다. 그 다음에 원정군을 둘로 나누어 일시에 동쪽과 남쪽을 공격한다.

1)   1은 신라의 상주지역에 있는 요거성과 그 주변의 성들을 공격하여 점령한다.

2)   2진은 배후를 공격당할 염려가 없으므로 곧장 남진하여 신라의 옥문관으로 향한다. 그곳만 차지하게 되면 달구벌서라벌이 눈에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3)  요컨대, 신라의 옥문관의 값어치는 우리가 잃어버린 대야성만큼이나 큰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백제가 신라의 옥문관만 차지하고 있으면 신라는 왕도인 서라벌의 방어에 급급하게 된다. 앞으로 신라는 결코 백제의 사비성을 공략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와 같은 전쟁계획안을 받아본 의직성주가 만족을 표시한다. 그는 지체하지 아니하고 그 계획안을 가지고 사비성을 방문한다. 그가 가장 먼저 백제의 의자왕을 알현하고 그 계획안을 보고한다.

끝까지 들어본 의자왕은 신중하게 조건부로 승낙의사를 밝힌다; “의직 아우는 조정대신과 회의하여 이것을 조정의 합의안으로 만드세요. 그래야 일이 틀어지더라도 혼자서 책임질 필요가 없을 거예요. 그것이 안전해요!. 의직장군, 수고 많이 했어요... “;

고마운 말씀이다. 의직성주가 좌평 책윤을 만나서 조정회의에 그 계획안을 상정해달라고 요청한다. 그러자 책윤이 빙그레 웃으면서 손아래 의직장군에게 말한다; “의직성주, 그대가 내 아들 책귀를 부관으로 부려보니 어떻게 쓸모가 있어요?... “.

그 말을 듣자 그때서야 의직장군이 깜짝 놀라서 좌평 책윤에게 묻는다; “아니 나의 부관 책귀가 좌평의 자제입니까? 어째서 아무도 내게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아니했지요? 그 참 너무들 하십니다!... “.

그 말에 좌평 책윤이 껄껄 웃으면서 말한다; “허허, 내 아들 책귀는 문과와 무과에 동시 합격한 후에 집을 떠나면서 내게 말했지요. 자신은 오로지 실력으로 입신을 할 것이니 좌평 책윤의 아들로 불리지 아니하도록 비밀을 지켜 달라고 말입니다, 하하하따라서 나는 지금까지 부자관계임을 일부러 밝히지 아니하고 있어요. 하지만… “;

좌평 책윤 웃음을 그치고 진중하게 말한다; “장군은 국왕 의자왕의 아우이고 내가 믿고 있는 지장입니다. 그리고 내 아들 책귀의 상관이시지요. 그러니 책귀가 의직성주님으로부터 배울 것이 많을 것입니다. 부디 앞으로 잘 보살펴 주세요. 제가 이렇게 부탁을 드립니다… “.

역시 피는 물보다 진하다. 경륜이 뛰어난 백제의 대신 책윤이 아들 책귀의 장래를 위하여 의직장군에게 부탁하는 자세가 진지하다. 그것을 보고서 의직장군이 읍을 하면서 대답한다; “책귀는 뛰어난 인물입니다. 제가 오히려 배울 구석이 있어요. 그러니 아무 염려하지 마세요. 그리고… “.

의직장군은 자신이 들고 온 전쟁계획안을 좌평 책윤에게 보이면서 요청한다; “이 계획안은 우리 성의 부장인 책귀좌백이 여러 달 고심하여 마련한 계획안입니다. 이것을 조정회의에 부쳐서 합의안으로 만들어주세요. 그러면 제가 그대로 실행하겠습니다”;

백제조정의 6좌평과 군부의 달솔들이 모두 모여 그 전쟁계획안을 검토한다. 그들은 회의를 통하여 그 안을 승인한다. 그 결과 의직장군조천성으로 돌아가서 전쟁준비를 시작한다.

가장 먼저 조천성으로 군사들이 몰려들고 있다. 백제의 군부에서 차출하여 보내주고 있는 군사들이다. 그 다음에는 군비와 군량미가 들어오고 있다. 의직장군은 원정군을 편성하여 훈련을 시키기에 여념이 없다.

그 준비에만 1년 이상이 걸리고 있다. 따라서 막상 3천명씩 두개의 진영으로 나누어 원정에 나선 시점이 이듬해 곧 647년 여름이다. 책귀는 성주인 의직장군을 수행하여 제1진으로 원정에 나선다. 그들은 계획대로 남쪽의 무산성을 점령한 후에 동남진하여 김천에 있는 독산성을 공격한다. 3천명의 군사로 큰 승리를 얻고 있는 것이다;

그 사이에 계백장군이 제23천명의 군사를 지휘하여 계획안대로 동쪽에 있는 신라의 감물성동잠성을 공격한다. 계백장군을 보좌하고 있는 부관이 바로 그의 아우인 좌백이다.

두 성을 함락하고 계백의 백제군이 축배를 들고 있을 때에 갑자기 5천명의 신라군이 원군으로 나타나고 있다. 계백장군은 자신들이 점령한 감물성동잠성을 수비하면서 신라의 공격을 잘 막아내고 있다;

신라의 명장 김유신은 벌써 작년에 조천성의 의직장군이 원정에 나서려고 대군을 조련하고 있다는 첩보를 얻었다. 과연 신라의 어느 곳을 백제군이 공략할 것인가? 김유신 장군은 그 계획이 수면위에 드러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백제군이 좋은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1진이 남하를 하고 있다. 2진이 동쪽에 있는 신라의 성들을 공격하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김유신 장군은 아우 김흠순 장군에게 군사 5천을 주고 급히 북쪽의 감물성동잠성을 구원하라고 명령한다.

그리고 김유신 장군은 몸소 1만명의 군사를 지휘하여 압량주를 떠나 그 서북쪽에 있는 독산성으로 향한다. 현지에서 의직장군이 지휘하고 있는 백제군 3천명과 김유신 장군이 지휘하고 있는 1만명의 신라군이 전투에 들어간다;

과연 그 전쟁의 결과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리고 책귀는 과연 살아남게 되는가? 그의 친구들은 동부전선에서 어떠한 전투를 치르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