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기의 2호2룡5(손진길 소설)
3년 가까이 지나자 2호와 2룡은 사비성에서 가장 유명한 ‘곡나 도장’에서 졸업을 앞두고 있다. 때는 서기 644년 봄이다. 올해 그들 4사람의 나이는 하나같이 20살 약관(弱冠)이다. 이제는 빠르면 금년 아니면 내년에 출사하여 백제조정의 문관이나 무관으로서 입신을 해야 한다;
평소 무예수련 뿐만 아니라 스승인 가람 박사로부터 학문을 배우고 익히는데 있어서도 열심인 책귀의 경우에는 무과보다는 문과에 합격하여 문신으로 출세하기를 원하고 있다. 나머지 2호와 1룡은 전부 무과시험을 보려고 계획하고 있다.
특히 사비성에서 무가(武家) 집안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무씨(無氏) 가문의 막내아들인 무영은 무과에 합격하면 왕궁의 근위대에서 근무하고 싶어한다. 좌백의 경우에는 친형이 그 유명한 계백장군이다. 그러므로 무과에 합격한 후에 계백장군의 휘하에서 장교로 근무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기룡의 경우는 좀 특이하다. 그는 출신성분이 외가 쪽으로 보면, 분명히 백제국왕 의자의 5촌조카인 당질이다. 그렇지만 기룡의 외숙인 복신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가문을 드러낼 수가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그는 단지 백제의 무신이었던 유수(劉秀) 장군의 독자라고 자신을 소개할 생각이다.
조국 백제를 위하여 신라와 싸우다가 전사한 유수 장군의 아들이므로 일단 기룡이 무과에 합격만 한다면 나름대로 앞길이 열릴 것만 같다. 그와 같은 기룡의 앞날을 열어주기 위하여 사실은 외숙 복신이 백제조정과 군부에 벌써 줄을 대고 있다;
복신은 백제에서 으뜸가는 오덕상단의 호위를 책임지고 있는 무사단의 대장이며 개인적으로는 상단의 주인인 거상 오덕의 사위이다. 그러므로 재력과 무력이 대단한 복신을 서로 사귀고자 조정대신은 물론 군부의 실력자들도 호의적이다. 그들은 복신의 숨은 정체가 백제국왕 의자의 사촌동생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
그와 같이 자신들의 장래를 설계하고 있는 20살 약관의 2호2룡이 664년 4월에 실시되는 ‘곡나 도장’ 졸업예정자들의 마지막 무술시합에 임하고 있다. 오전 9시 곧 사시(巳時)에 시합을 시작하여 오시(午時)가 끝나기 전에 전부 마치도록 되어 있다;
졸업예정자 20명이 2명씩 10개조가 되어 차례로 무술을 겨루는 것이다.
약간 초조한지 사시가 되기 한식경 전에 좌백이 절친 3인에게 말을 건다; “오늘 전부 일승(一勝)할 자신들이 있는 거야?... “. 그 말을 듣자 기룡과 무영은 씨익 웃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그러나 문무를 겸하고 있는 책귀는 신중하다.
그가 잠시 생각을 하더니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 “평소 우리 4총사는 도장에서 수련이 끝나면 별도로 천등산에서 열심히 무예수련을 하였기에 별다른 변수가 없다고 하면 전부 일승을 얻을 수가 있을 거야!... “.
그 말을 듣자 무영과 기룡이 동시에 책귀에게 묻는다; “별다른 변수라고 하면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이지?... “. 그 말에 책귀가 천천히 대답한다; “우리가 곡나 도장에서 진수(晉首) 관장으로부터 배운 것은 전부 외공(外功)이야. 격투술과 무기를 들고 싸우는 검술과 창술 등이지. 그런데… “;
정작 중요한 대목을 말하기 전에 책귀가 가까이 있는 3동무와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졸업예정자들을 한번 훑어본다. 그리고 신중하게 설명한다; “내가 보기에 어떤 수련생은 다른 인연으로 내공(內功)까지 익히고 있는 것으로 보여. 그러니 그것이 변수가 되겠지!... “;
그 말을 듣자 기룡과 무영 그리고 좌백이 모두 고개를 끄떡인다. 그것을 보고서 책귀가 속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래, 내가 보기에 너희 3사람도 모두 기이한 인연으로 내공을 익히고 있어. 그러니 일승들을 거두게 되겠지. 결국 우리 2호와 2룡이 전부 명예졸업생이 오늘 되는 거야!... ‘.
책귀의 판단이 정확하다. 사시가 시작되자 한시진동안 우선 5개조가 무술경합을 한다. 일조(一組)씩 나와서 진수(晉首) 관장과 진영(晉榮) 사범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목검을 들고서 대련을 하는 것이다;
가장 먼저 좌백이 동료와 대련을 한다. 좌백은 이미 친형인 백제의 장군 계백으로부터 무승 무명의 내공과 절기를 전수받은 바가 있다. 그러므로 쉽게 상대방을 제압하고 승리를 얻는다.
두번째 조가 무영과 다른 졸업예정자이다. 두사람이 사용하고 있는 무술은 전부 곡나 도장에서 배운 것들이다. 그런데 무영의 신법이 굉장히 경쾌하다. 상대방에게 접근하고 다음순간 벗어나는 동작이 엄청나게 빠른 것이다;
그러므로 공격에 지친 상대방이 그만 무릎을 꿇고 만다.
세번째 조에 기룡이 소속되어 있다. 그가 상대방과 대련을 가지게 된다. 다행히 상대방은 책귀가 아니다. 그러므로 기룡은 안심하고서 은밀하게 외숙 복신으로부터 배운 내공을 운행하고 있다. 내공의 힘으로 기룡의 신법이 경쾌하고 목검이 마치 진검과 같이 변화하고 있다.
그렇게 기룡이 상대방과 일합을 겨룬다. 그런데 생각보다 상대방의 신법이 빠르고 그 자의 목검에도 내력이 전이되어 있다. 그것을 보고서 기룡이 속으로 생각한다; ‘내가 상대하고 있는 사택창수는 명문거족 사택의 자손이다. 당연히 내공술을 배워서 익히고 있는 것이구만!... ‘;
그 점을 감안하여 기룡이 서서히 내공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자신의 진기의 7할을 목검에 불어넣고 제2합을 겨룬다. 그러자 사택창수가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휘청거린다. 그리고 기룡의 목검과 부딪힌 창수의 목검이 그만 부러지고 만다.
그 광경을 보고서 곡나진수 관장이 급히 두사람의 시합을 중지시킨다. 그는 백제의 귀족 중의 귀족인 사택가문의 자손 창수가 별로 이름이 없는 집안 출신 기룡에게 패배한 것을 이상하게 여긴다. 그래서 속으로 중얼거린다; “기룡이 사택창수를 이기다니… 그 참, 알다가도 모르겠구만!... “.
그렇지만 가까이에서 그 시합을 지켜본 책귀는 속으로 생각한다; “기룡과 사택창수가 내공과 외공을 모두 겨룬 것이다. 기룡이 어디서 배웠는지는 몰라도 내공이 훨씬 뛰어나다. 그 결과 명문 출신 창수가 진 것이야! 과연 어디서 배운 것일까?... “.
2개조가 더 시합을 한 후에 잠시 휴식시간이 있다. 그리고 오전 11시 곧 오시(午時)가 되자 드디어 첫번째 대결에 책귀가 들어서게 된다. 상대방은 우선 보기에 거구이다. 용력이 대단하기로 소문이 난 장거산(張巨山)이다. 자신보다 왜소한 책귀를 보고서 장거산이 씨익 웃고 있다;
책귀는 장거산을 상대하여 무술경합을 하여야 하므로 체급차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지난 10년 세월 조석(朝夕)으로 익힌 가람 박사의 내공술을 처음부터 사용하고자 한다. 상대방의 거력(巨力)을 자신의 목검으로 받아내자면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다.
곡나진영 사범이 시합을 시작하라고 지시하자마자 장거산이 자신의 용력만 믿고 목검을 휘두르면서 곰같이 달려든다. 단번에 왜소한 책귀가 허공으로 나가 떨어질 것만 같다. 그러나 책귀가 침착하게 돌진하고 있는 장거산의 목검을 막아낸다.
순간적으로 장거산이 깜짝 놀라고 있다. 자신의 목검이 옆으로 튕겨지면서 책귀의 목검이 곧바로 그에게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신형을 이동하여 오른쪽으로 급히 비켜난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책귀의 강력한 목검에 뼈마디가 상했을 것이다.
그 점을 깨닫고 장거산은 속으로 식은 땀을 흘린다. 그리고 아주 신중하게 목검으로 검술을 펼친다. 그것을 보고서 책귀도 보법을 밟으면서 곡나 도장에서 배운 검술로 마주 상대를 한다. 장거산이 거력을 불어넣어 목검을 휘두르고 있지만 내력이 충만한 책귀의 목검에 부딪히게 되면 번번이 마치 달걀로 바위를 치는 것과 같다.
그 결과 30합 정도 겨루었을 때에 마침내 장거산이 헉헉거린다. 그것을 보고서 일순간 책귀가 목검을 세번 휘둘러서 장거산을 한쪽으로 밀어붙이고 동시에 목검으로 허리를 가볍게 친다. 그렇지만 책귀의 내력이 들어가 있는 목검에 맞은 장거산은 무지하게 아프다.
그래서 그는 체면을 볼 것도 없이 허리를 그 두툼한 손으로 감싸면서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만다. 순간 곡나진영 사범이 책귀의 승리를 선언한다. 그것을 보고서 일동이 모두 놀라고 있다. 곰과 승냥이와의 대결에서 덩치가 작은 승냥이가 거대한 곰을 이긴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미 다른 경로로 내공술을 익히고 있는 사람들은 속으로 짐작하고 있다. 책벌레로 보이는 책귀가 사실은 내외공을 모두 익히고 있는 무서운 고수라는 것이다. 그 점을 그와 친한 기룡, 무영, 좌백이 깨닫고서 일시에 고개를 끄떡이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만 내공을 익히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오늘 깨닫게 된 것이다.
10개조의 대련이 모두 끝나자 곡나진수 관장과 곡나진영 사범이 졸업예상자 20명 전원을 대상으로 하여 졸업식을 거행한다. 그 도장에서의 10년 공부가 모두 끝난 것이다. 졸업을 축하하고자 학부형들이 참석하고 있다. 졸업생이 대부분 백제의 귀족과 부유층의 자제이므로 학부형도 쟁쟁한 인물들이다.
특히 좌백의 경우에는 전선에서 근무하고 있는 형 계백장군을 대신하여 형수인 상애영(常愛英)이 참석하고 있다;
그녀는 사비성의 명문 귀족인 상영(常英)의 막내 여동생이다. 그러므로 그녀의 신분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먼저 인사를 하고 있다.
기룡의 경우에는 모친 귀실복녀가 참석하여 아들을 격려한다. 그날 기룡은 모두가 보고 있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넙죽 모친에게 절을 한다. 그리고 명예졸업생에게 수여한 휘장을 모친의 목에 감아 드린다. 복녀가 얼마나 기뻐하는지 모른다. 그러면서 한말씀을 하신다; “기룡아, 너의 아버지 유수 장군이 살아서 이 광경을 보았더라면 얼마나 좋아했을까!... “.
무영은 부친 무상과 친형 무송이 모두 왕궁에서 바쁘기 때문에 형수인 왕설화가 대신 참석하고 있다. 그녀는 본래 백제의 거상인 왕호의 딸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의 미모가 대단하다. 따라서 모두들 한번씩 그 모습을 더 보고 싶어한다;
이제 곡나 도장에서 10년 수련을 하고 졸업한 2호2룡은 자신들의 앞길을 어떻게 개척하게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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