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기의 2호2룡(손진길 소설)

7세기의 2호2룡4(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3. 1. 6. 09:26

7세기의 224(손진길 소설)

 

저녁상을 완전히 물리자 사랑방에서 기실복신은 친 누나 기실복녀가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누님의 아들 기룡에게 조상들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백제의 국왕인 우리 선조 가운데 뛰어난 업적을 이룩하신 세분의 대왕이 계신다. 세분은 대를 이어 바다 건너 중원대륙과 큰 섬 왜에 거대한 식민지를 개척하셨지. 우리 자손들은 알기 쉽게 현조 무성위라고 부르고 있다. 구체적으로… “;

처음 듣는 이야기인지라 기룡이 침을 꿀꺽 삼키고 있다. 그 모습을 흥미롭게 살피면서 천천히 복신이 설명을 계속한다; “먼저, 140년 전에 무령왕(武寧)이 해외식민지를 개척하기 시작하셨지;

 그 아들 성왕(聖王)100년전에 왕도를 내지 웅진에서 해안 가까이 사비로 옮기고 해외식민지 개척에 더욱  박차를 가하셨지;

 그 뒤를 이어 위덕왕(威德王)이 그 일을 마무리하셨다. 그 결과… “;

복신은 설명을 하면서도 감격스러운 모양이다. 따라서 심호흡을 하고서 큰소리로 말한다; “끈질긴 노력 100년 동안에 중원대륙에서는 산동번(山東藩), 큰 섬에서는 왜번(倭藩)이 성립되었어. 그 규모는 금수강산에 있는 우리 해돋이 본국 일본(日本) 백제국(百濟國)보다 더 크다고 할 수가 있지… “;

자신의 목소리가 필요이상으로 크다고 생각했는지 복신이 조금 목소리를 낯추어서 설명한다; “해외식민지를 다스리는 번왕(藩王)으로서는 대왕의 지차 아들 가운데 똑똑한 왕자가 임명을 받았고 그들이 대를 이어 식민지를 잘 다스려오고 있지. 그런데… “.

갑자기 복신의 눈에서 눈물이 어리고 있다. 그가 흐느끼듯이 말한다; “증조부이신 위덕대왕께서 그만 천수를 누리지 못하시고 늘그막에 왕자의 난을 당하셨다. 그 이유는 태자가 병사하고 나자 새로운 태자를 세우는 과정에서 분란이 발생한 것이야. 욕심이 많은 왕자 부여계가 반란을 일으키고 왕위를 찬탈하여 스스로 왕이 되었지. 그가 혜왕(惠王)이야… “;

복신이 숨을 한번 쉬고서 이어 설명한다; “그러나 반년만에 이복동생 부여선에게 암살을 당하고 말았어. 그런데 부여선이 왕이 되었지만 훗날 법왕(法王)으로 불리는 그 역시 1년만에 죽임을 당하고 말았지. 그 이유는 혜왕법왕이 애초에 공모하여 부친인 위덕대왕을 암살한 정황이 드러나고 말았기 때문이야… “.

설명을 듣고 있는 기룡은 그 다음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기 이를 데가 없다.  천천히 외삼촌 복신의 설명이 들려온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위덕대왕의 또다른 아들 부여진이(辰爾)가 군사를 일으켜 법왕을 쳐죽이고 말았지. 그런데… “;

복신은 중요한 대목인지 잠시 뜸을 들인 다음에야 설명을 계속한다; “부여진이는 형제를 살해한 자신은 스스로 왕이 될 수가 없다고 천명하면서 백제국의 왕좌를 똑똑한 자신의 아들에게 곧바로 내주고 말았어. 그에 따라 새로 등극한 뛰어난 왕이 바로 무왕(武王)이지. 그 분이 지금의 백제국왕 의자(義慈)의 부친이시지. 그렇지만… “;

 그 대목에서 다시금 복신의 목이 잠기고 있다. 그가 또다른 비사를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나 복신의 조부가 되시는 왕자 부여진이는 장차 발생할지도 모르는 왕자의 난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하여 자신의 다른 아들들에게는 전부 사비성을 떠나라고 명령했어. 그 때문에… “;

복신이 이제는 진정이 되었는지 차분하게 말을 이어간다; “부여신복의 부친인 왕자 부여산()은 왕도를 떠나면서 아예 왕족을 의미하고 있는 성씨 부여()를 사용하지 아니하고 귀실(鬼室)이라는 이상한 성을 스스로 만들어 사용했어. 그것은… “.

그 대목이 중요한지 복신이 잠시 숨을 쉬고서 천천히 설명한다; “나중에 아버지께서 내게 말씀하셨어. 그와 같이 왕족이나 귀족이 아닌 성씨를 꾸며서 사용한 의도는 할아버지 부여진이의 뜻을 온전히 따르겠다고 하는 것이라고그만큼 효심이 깊은 왕자가 사실은 나의 부친이야. 그 뜻을 받들어 나는 귀실복신으로, 누님은 귀실복녀로 그 본래의 신분을 숨긴 채 세간에 알려지고 있어… “;

거기까지 말한 다음에 복신 그 다음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제부터는 나 복신기룡이 너의 모친인 나의 누님 복녀의 이야기를 해주마. 그렇게 완벽하게 왕족임을 숨기고 살다가 우리 남매는 부친상을 당한 후에야 기회를 보아 사비성으로 다시 들어와서 살게 되었어. 그러다가… “;

이제부터가 기룡의 출생과 직접 관련되고 있는 이야기인지라 복신이 조카의 눈을 응시하면서 말한다; “누님은 사비성에서 청년장군 유수(劉秀)를 만나 혼인하고 행복하게 살면서 아들 기룡(奇龍)이 너를 낳아서 키우게 되었지. 한편 나는 사비성의 거상인 오덕(吳德)의 딸과 혼인을 했어. 그런데… “.

그 이야기를 듣자 갑자기 기룡의 모친 복녀가 고개를 한쪽으로 돌리고 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복신이 빨리 말한다; “매형인 유수 장군이 그만 신라와의 전투에서 전사하고 말았어. 그래서 누님은 기룡이 너를 혼자서 키워온 것이야. 그리고… “;

그 말에 기룡이 고개를 돌리고 있는 모친 복녀의 모습을 살핀다. 아마도 눈물을 몰래 흘리고 계시는 것 같다. 기룡의 가슴도 먹먹하다. 그 점을 눈치챈 복신이 얼른 화제를 돌린다; “나는 장인 오덕의 상단에서 계속 일하고 있어. 내가 맡은 일은 주로 상단의 호위무사들을 지휘하는 일이지… “.

평소 기룡이 외삼촌의 직업에 관하여 짐작하고는 있지만 정작 정확한 이야기를 이제서야 복신 삼촌으로부터 직접 듣게 된다; “오덕 상단은 사비성에서 가장 규모가 크지. 왜냐하면, 그 상권이 백제는 물론 산동번과 왜번에까지 이르고 있기 때문이야. 참고로… “;

복신이 차제에 조카인 기룡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한다; “두번째로 규모가 큰 상단이 왕호(王虎) 상단인데 그들은 백제와 산동번을 시장으로 삼고 있을 뿐 왜번과는 거래를 하지 아니하고 있어. 그런데 거상 왕호의 딸 왕설화(王雪花)무가(武家)의 장자인 무송(無宋)과 혼인하여 지금 백제국왕 의자의 근위대장인 무상(無尙)의 며느리가 되어 있어… “.

그 말을 듣자 기룡은 자신의 동무 무영의 친형 이름이 무송인 것을 생각한다. 그렇다면 무영의 형수가 바로 왕설화인 것이다. 그쯤 짐작하고 있는데 외숙 복신의 이야기가 계속된다; “나의 장인 오덕이 자신의 상단을 백제제일로 키울 수 있게 된 이유는 그가 상술에만 뛰어날 뿐 아니라 무예에도 탁월했기 때문이지. 더구나… “.

복신이 정작 조카 기룡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이제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장인이 고맙게도 자신의 진전을 사위인 내게도 물려주었어. 그러므로 내게는 무예 사부이시지, 허허허그런데 그 무술이 참으로 신기해! 그래서 내가 기룡이 너에게 이제부터 전수를 해주고자 해... “. 그 말을 듣자 기룡의 눈이 반짝일 뿐만 아니라 모친 복녀의 눈이 더욱 반짝인다.

아니나 다를까 복녀가 먼저 친동생 복신에게 부탁한다; “동생, 내가 부탁한다. 부디 우리 기룡에게 너의 그 엄청난 무술을 모두 가르쳐 다오. 앞으로 난세를 살아가자면 기룡에게 그것이 꼭 필요해. 이 누나가 진심으로 부탁한다!... “.

그 말을 듣자 복신이 호쾌하게 웃으면서 대답한다; “하하하, 누님도 연세가 드셨는지 걱정이 많습니다. 제가 저의 무예를 제 아들과 조카인 기룡에게 전부 물려주지 누구에게 전해주겠습니까? 그런 걱정일랑 하지를 마세요, 하하하… “.

그 말에 얼른 복녀가 아들 기룡에게 분부한다; “기룡아, 너의 외숙은 사실 백제의 왕자이다. 그러므로 어릴 때부터 부친으로부터 왕궁의 비술을 배운 무인이다. 게다가 장인으로부터 또 절세의 무공을 배웠으니 우리 백제에서는 그만한 무도인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줄 알고 기룡이 너는 앞으로 외숙을 사부로 모시고 잘 배우도록  해라!... “.

그날부터 기룡은 열흘에 한번씩 외숙 복신으로부터 상승의 무공을 배우고 익히게 된다. 그러나 그는 동무들에게 일체 뛰어난 경지의 무예를 배우고 있다는 속내를 드러내지 아니하고 있다. 따라서 먼 훗날 그의 동무들이 엄청난 경지의 기룡의 무예를 접하고서 아연실색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천등산의 4총사 곧 청소년 이호이룡(二虎二龍)이 살아가게 되는 서기 641년 여름부터 백제에서는 과연 어떠한 일들이 발생하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