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기의 2호2룡(손진길 소설)

7세기의 2호2룡1(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3. 1. 2. 16:01

7세기의 221(손진길 소설)

 

1.    사비성 서편 천등산의 4총사

 

때는 641년 여름이다. 백제의 왕성이 있는 사비성에서 멀리 동남쪽을 바라보면 넓은 들판 황산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그 반대로 서남쪽을 바라보면 크게 멀지 아니한 곳에 천등산이라고 하는 그리 높지 아니한 산이 하나 자리를 잡고 있다. 그곳은 사비성의 서편 외곽에 있는 산록이므로 귀족과 부호의 자녀들이 심신수련을 하는 장소로 유명하다;

20여년전에 그 산록에서 무예를 닦고 학문을 익히던 인물들이 대거 백제조정에 출사를 하였다. 그 가운데 지난 봄에 즉위한 의자왕을 돕는 대신과 장군들이 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성충, 흥수, 계백이다;

그리고 훗날에 명성을 얻게 되는 인물 5명이 더 있다. 그들 이름이 복신, 도침, 혜오화상, 곡나진수, 억례복유 등이다.

지금은 그들보다 나이가 훨씬 적은 아우들이나 조카들이 천등산에서 심신을 수련하고 있다. 그 가운데 유난히 우애가 좋고 열심히 무예와 학문을 수련하고 있는 4총사가 있는데 그들의 별호가 22이다. 그 별호는 우연히 얻게 된 것이다;

한번은 4명의 십대 청소년 곧 좌백, 무영, 기룡, 책귀가 천등산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무예를 수련하고 있을 때에 그 옆을 멀찍이 지나가고 있던 한 노승이 그 광경을 보고서 발을 멈추었다. 그리고 삿갓을 약간 젖힌 채 한참을 서서 조용히 지켜본다;

그 다음에 수염이 흰 노승이 그들에게 한마디를 한다; “허허, 사비성 서산의 정기가 아직도 다하지 아니하였구나. 다음 시대를 위하여 이렇게 4인물을 준비하고 있으니허허허, 젊은이들 열심히 수련하시게나! 그대 2 2들이여!... “;

그 말을 학문이 높고 귀가 밝은 책귀가 먼저 알아들었다. 그가 즉시 그 노승에게 질문한다; “노스님, 방금하신 말씀 가운데 제가 우둔하여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 두가지 있습니다. 첫째, 다음 시대라고 말씀하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둘째, ‘2 2이라는 것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인지요?... “.

그 말을 듣자 노승이 자신에게 질문하고 있는 책귀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응시한다. 그 다음에 말한다; “허허, 그대가 우룡이구나. 지혜가 남달라 장차 새로운 시대를 개척하는 재사의 길을 가겠구만. 그래 내가 조금만 알려주지. 자네 옆의 동무가 좌룡이야. 그는 병법과 무예에 뛰어나 장차 대국의 혼을 쏙 빼어놓겠구만. 그리고… “;

동무 책귀와 노승이 나누고 있는 대화가 범상한 것이 아닌지라 모두들 수련을 멈추고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노승이 이어서 말한다; “좌룡우룡 그들 뒤에 있는 두 젊은이가 바로 좌호우호이지. 그들은 충직하고 무예가 아주 뛰어난 자들이군. 장차 주군에게 충성하는 좋은 부장들이 될 것이야. 그런데… “.

그 말을 들으면서 책귀는 아직 하나의 답변이 나타나지 아니하고 있음을 알고서 세심하게 귀를 기울인다. 그때 노승의 대답이 아주 간략하게 들려온다; “안타깝게도 그대들의 전장은 이곳이 아니야! 아주 먼 곳이구만. 그러나 그곳 역시 백제인 것을!... “;

책귀는 지혜가 남다르다. 그래서 그는 그 노승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를 금방 짐작한다. 그러나 그 내용이 하늘의 비밀에 속하는 것 같아서 그는 입을 다물고 더 이상 질문하지 않는다. 그것을 보고서 노승이 책귀기룡 그리고 그 뒤에 서있는 무영좌백에게 약간 고개를 숙이면서 인사를 한다.

십대 청소년인 그들 4젊은이가 허리를 굽히면서 노승에게 인사한다. 그것을 보고서 노승이 천천히 삿갓을 똑바로 하여 쏟아지는 따가운 햇살을 가린다. 그리고 지팡이에 힘을 주고서 산길을 진행한다;

노승이 사라지자 책귀가 동무들에게 말한다; “거참, 우연히 좋은 별호를 얻었어. ‘22이라니 참으로 듣기에 좋아. 우리 그 노승의 말대로 하자! 이제부터 내가 우룡인 책귀이다. 그리고 너는 좌룡인 기룡이다… “.

책귀가 더 말하기도 전에 무영이 앞서서 말한다; “그래, 내가 우호 무영이야. 그리고 좌백이 네가 좌호인거야. 책귀야 맞지?... “. 그 말에 책귀가 고개를 끄떡인다. 그리고 4동무가 모두 만족한 표정이다. 그때부터 그들 4총사는 22이라는 별호로 여러 친구들에게  불리게 된다.

그들은 하루의 수련을 끝내면 사비성 서편에 있는 주택지구로 돌아간다. 그곳에 그들의 집이 있기 때문이다. 좌백이 집에 들어서자 노모가 아들에게 말한다; “좌백아, 네 형 계백이 오늘은 일찍 퇴청하였구나. 네가 돌아오면 할 말이 있다고 벌써부터 기다리고 있다. 먼저 형의 방에 들어가보거라!... “.

좌백은 자신보다 23살이나 많은 형 계백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하므로 얼른 형의 방에 들린다. 좌백을 보자 형 계백이 의자를 권하면서 말한다; “좌백아, 오늘 수련은 잘 끝났느냐?”. 좌백이 공손하게 대답한다; “형님, 잘 끝났습니다. 그런데 이 아우에게 하실 말씀이 무엇인지요?... “.

좌백도 무골이라 17세 청소년 치고는 키가 크고 몸집이 상당하다. 그렇지만 이미 출사를 하고 백제군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장수인 계백이 더 듬직하고 우람하다;

 40세인 계백이 볼때에는 좌백이 아우라고는 하지만 연령으로는 거의 아들뻘이다.

모친이 18살에 계백을 낳고 줄줄이 딸을 낳다가 40세가 넘어서 뜻밖에 막내아들 좌백을 낳았기에 그렇게 된 것이다. 그리고 10년전에 부친이 돌아가셨기에 집에서는 장남인 계백이 가장이 되고 있다.

계백이 자상하게 어린 동생 좌백에게 말한다; “이번에 내가 적정을 살피기 위하여 밀정이 되어 신라로 깊숙이 들어가게 된다. 극비 사항이니 좌백이 너만 알고 있어라. 그렇게 알고 내가 부재중이더라도 집안을 잘 돌보아 달라고 하는 부탁이다. 좌백아, 잘 할 수 있겠지?... “.

형의 말에 좌백이 크게 고개를 끄떡이면서 대답한다; “형님, 아무 걱정 마세요. 제 나이가 벌써 어른이 다 되어가는 17살입니다. 비밀을 엄수하고 집안단속을 잘 하겠습니다. 안심하시고 무사히 임무수행을 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형님이 자랑스럽습니다, 하하하… “.

계백은 동생 좌백의 말이 고맙다. 그래서 말한다; “그래, 이 형이 없으면 좌백이 네가 가장이 되어 집안을 잘 살피고 돌보아야 한다. 우리가 조심스럽게 왕성인 부여 성을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사실은 백제의 왕족이다.  그러니 백제의 어느 귀족가문보다 더 나라를 사랑하고 가문을 잘 보전해야 하는 거야!... “.

그 말에 좌백이 조용히 고개를 끄떡이면서 대답한다; “계백 아니 부여승 형님, 제가 어찌 우리 집안의 이력을 모르겠습니까? 지금은 왕가에서 밀려나 있지만 분명히 백제왕의 후손인걸요! 그래서 저도 형님처럼 열심히 무예를 갈고 닦고 있습니다. 반드시 우리 집안을 다시 일으켜 세울 것입니다!... “.

한편, 책귀가 집에 돌아오자 그는 가장 먼저 스승 가람의 방에 들린다. 책귀의 집은 구조가 특이하다. 안채에 방이 4개가 있고 사랑채에도 방이 4개가 있다. 그리고 행랑채에 또 방이 10개가 있다. 그와 같이 집안에 방이 18개가 있는 것을 보면 굉장한 귀족의 집안이다;

책귀의 부친인 책윤은 백제의 대신의 반열에 올라있다. 그는 아들 책귀가 어려서부터 영특한 것을 보고서 사비성에서 이름이 높은 은퇴박사 가람을 스승으로 초빙했다. 가람은 귀족 책윤의 집 사랑방을 하나 차지하고서 7년전부터 책귀의 스승이 되어 그에게 높은 수준의 학문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천등산에서 하루 종일 무예수련을 하고 온 책귀이다. 그러나 그는 피곤하지도 아니한 지 한시진이나 스승 가람으로부터 글공부를 한 다음에 저녁식사를 한다. 그것이 책귀의 일과이다. 그는 11살이 되던 해부터 시작하여 벌써 7년간이나 그렇게 생활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날 집에 귀가한 무영기룡은 남은 일과가 어떠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