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기의 2호2룡(손진길 소설)

7세기의 2호2룡3(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3. 1. 5. 10:23

7세기의 223(손진길 소설)

 

641년 여름 그날 무영(無影)은 동무들과 함께 천등산(天燈山)에서의 무예수련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의 집 역시 사비성 서편에 있는 귀족들의 주택지에 자리잡고 있다. 17세의 무영이 대문을 열고 행랑채를 지나 마당으로 들어서자 사랑채의 두번째 방문이 스르르 열리고 있다;

마당을 걸어오고 있는 무영을 보고서 방안에 있던 형 무송(無宋)이 천천히 말을 건다; “무영이냐? 잠시 내 방으로 들어와서 이야기를 하자꾸나!... “. 무영이 우선 대답부터 한다; “, 형님, 잘 알겠습니다. 먼저 안방에 들러 어머니께 인사를 하고나서 형님 방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무영이 첫번째 안방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방안 책상 앞에서 장부를 검토하고 있던 중년의 부인이 반갑게 말한다; “무영이구나. 그래 무예수련은 잘 끝났느냐? 하루 종일 검술연마에 시장하겠구나!... “;

그 말을 듣자 무영이 공손하게 대답한다; “어머니, 우선 형님이 저에게 말씀하실 것이 있다고 하니 먼저 그 방에 들린 다음에 저녁식사를 할까 합니다”. 그 말에 모친 사택연화(宅蓮花)가 웃으면서 말한다; “그럴 것 같으면 저녁식사를 그 방에서 형과 함께 할 수 있도록 아예 겸상으로 차려서 들이도록 내가 조치를 하겠다”.

그 말을 듣자 무영이 모친의 방을 나와서 우물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손과 발을 씻고 처마 아래 빨래줄에 걸려있는 수건으로 깨끗하게 물기를 닦는다. 그 다음 그는 두번째 사랑방으로 들어간다.

무영이 방에 들어오자 무송은 아우를 회의용 탁자 맞은편에 앉으라고 손짓을 한다.  무송은 맞은 편 의자에 앉아 있는 아우 무영을 바라보고서 잠시 뜸을 들인다. 무영은 형 무송이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하는지를 몰라서 아연 긴장을 한다.

친형제간이라고 하지만 무영은 형 무송을 대하기가 여전히 어렵다. 그 이유가 두가지이다; 하나는, 형제 간에 나이 차이가 15살이나 되기 때문이다. 무영은 올해 17살인데 형 무송은 32살인 것이다. 또 하나는, 무송은 10년전에 사비성 왕궁에서 실시한 무술시합에서 장원을 하여 벌써 근위대에서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만큼 그의 무예실력이 대단한 것이다;

그리고 형 무송은 왕궁의 근위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부친 무상(無尙)을 대신하여 집안일을 돌보고 있다. 가장인 무상이 직책상 거의 집에 들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식읍지를 관리하는 등 집안일은 그의 아내인 사택연화가 주로 처리한다. 그녀는 백제에서 제일가는 귀족 사택()가문의 여식으로서 재물관리에 능하다.

그에 따라 장남 무송이 맡고 있는 일은 정확하게 말하자면, 왕궁에서 기거하고 있는 근위대장인 부친 무상과 궁 바깥에서 집안일을 돌보고 있는 모친 사택연화 사이에 전령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사비성 내에서는 무상이 근위대의 수장이고 장남인 무송이 부장이므로 무씨(無氏)집안의 명성이 매우 높다. 무인(武人)집안의 막내아들이 17세의 무영이다. 그러므로 무인으로서 장차 무영도 그 앞길이 창창하다고 하겠다.

그날 저녁 방안에서 형 무송무영에게 말한다; “무영아, 내가 퇴청하기 전에 아버지를 만났다. 오늘은 특히 너에게 전해주라고 한가지 말씀을 하셨다. 그 내용이 이제부터 3년 동안 우리 집안에 전해지고 있는 비술 곧 인자()의 수법을 너에게 은밀하게 가르쳐주라는 것이다. 그렇게 알고… “;

무송이 아우 무영의 얼굴을 한번 보더니 단호하게 말한다; “오늘부터 저녁식사후에 매일 반()시진 나에게서 그 수법을 배우도록 해라! 생각보다 상당히 혹독한 수련이 될 것이다. 각오를 단단히 하도록 해라!... “.

분위기가 무거워지고 있는데 사랑방문이 열리고 큰 상이 들어온다. 하녀에게 상을 들게 하고 무송의 아내가 함께 방안에 들어선다. 그 모습을 보고서 무영이 얼른 일어나서 형수에게 인사를 한다. 무송의 아내 설화(雪花)가 답례삼아 싱긋 웃고 있다.

설화는 귀족가문의 여식이 아니다. 그녀는 사비성에 살고 있는 유명한 부호의 딸이다. 귀족계급 무송이 상인계급 설화와 사랑에 빠진 이야기는 사비성내에서 한때 화제가 되었다. 절에 다녀오다가 왈짜패에게 봉변을 당할 뻔한 설화와 그 여종을 무송이 빼어난 무술실력으로 단숨에 구해주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두 청춘남녀는 사랑을 키워가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국왕의 신임이 두터운 무가 귀족인 부친 무상과 귀족 중의 귀족인 모친 사택연화의 반대가 대단하다. 상인계급의 딸을 큰 며느리로 맞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 반대를 무릅쓰고 두사람이 혼례를 올릴 수 있게 된 것은 순전히 설화가 무송의 아들 무오(無吾)를 잉태하였기 때문이다.

배가 불러 있는 설화를 안방에 데리고 와서 장남 무송이 모친에게 매어 달렸다; “어머니, 저는 설화를 버릴 수가 없습니다. 그녀의 뱃속에는 저의 자식이 자라고 있습니다. 저는 평생을 설화와 함께하면서 자식이 태어나면 잘 키울 것입니다. 부디 명문귀족의 명예를 내려놓고 저희 가족 3사람을 불쌍히 여기시고 한번만 살려주세요. 다음부터는 제가 효도를 다할 것입니다!... “.

역시 자식을 이기는 부모가 없는 모양이다. 게다가 손주가 곧 태어난다고 말하지 않는가? 그래서 사택연화가 남편 무상을 설득하여 혼사가 가능하도록 했다. 그 덕분에 장손 무오가 귀족의 집안에서 태어나게 된다. 벌써 무오가 10살이다. 내년에는 사비성내에 있는 곡나도장에 등록하여 무예수련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그날 저녁식사가 끝나자 무영은 형 무송을 따라 집안에 설치되어 있는 실내도장에 들어선다. 바깥에 있는 연무장이 아니라 실내도장을 이용하고 있는 이유는 외인에게 가문의 비술을 누설하지 아니하기 위한 것이다.

높은 창으로 달빛만이 흘러 들고 있는 가운데 무송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먼저 진기를 운용한다. 그러면서 조용히 마주 앉아서 명상에 들어간 아우 무영에게 말한다; “지금 무영이 네가 알고 있는 호흡법을 조금 변형할 것이다. 인자()무술의 특징은 평소보다 호흡을 훨씬 길게 만든다는 것이다. 인자는 숨을 오래 참을 줄 알아야 한다. 그 다음에는… “.

무송무영이 귀를 기울이는 것을 보고서 중요한 설명을 이어간다; “운기를 특수하게 하여 신법을 아주 가볍게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몸의 중심을 자유자제로 이동하여 마치 고양이처럼 날렵하게 그리고 가볍게 운신하는 것을 말한다. 일체 소리를 내지 아니하면서 달리고 몸을 날리며 착지까지 시행한다. 그 모든 행동이 마치 깃털처럼 가벼워야 한다… “;

무영은 이해가 잘 되지 아니하여 고개를 갸웃한다. 그것을 보고서 무송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그와 같은 엄청난 경신술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내가 이제부터 무영이 너에게 가르쳐주고자 하는 이 호흡법과 운기법이다. 지금부터 내가 구술하는 구절을 듣고 그대로 따라서 한번 해보도록 해라!”.

그날 언제 반 시진이 흘러갔는지 모른다. 지금까지 곡나도장에서 7년간이나 무예를 배워오고 있는 무영이지만 그날 저녁 형 무송에게서 배운 것은 그 경지를 훨씬 뛰어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무영이 혼자서 생각한다; ‘곡나진수 관장도 이 수법을 전혀 모르고 있겠구나! 우리 집안의 비술이 실로 대단한 것이야… “.

한편, 좌룡으로 불리고 있는 기룡도 동무들과의 무예수련을 끝내고 그날 저녁에 집으로 돌아간다. 그의 집은 귀족들이 많이 살고 있는 주택지구에 이르기 전에 그 변경에 자리잡고 있다. 기룡이 집 마당에 들어서자 부엌에서 저녁을 짓고 있던 모친 귀실복녀(鬼室福女)가 부엌문을 열고서 나와 아들을 반갑게 맞는다;

그녀가 미소를 띠면서 기룡에게 말한다; “용아, 네 외삼촌이 오래간만에 우리집에 와서 너를 만나고 가겠다고 사랑방에서 여태 기다리고 있다. 내가 저녁상을 겸상으로 하여 사랑방에 내어 갈 것이니 용이 너는 얼른 세수하고 외삼촌에게 문안인사를 드리려무나!... “.

그 말을 듣자 기룡은 모친의 얼굴이 환한 이유를 알 것 같다. 일찍 남편을 여의고 어려운 살림을 꾸려오면서 외아들 기룡이를 홀로 키운 모친이다. 모친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을 준 사람이 바로 외삼촌 귀실복신(鬼室福信)이다;

 이웃에 살고 있는 복신은 아내와의 사이에 아들이 하나 있다. 그 이름이 귀실집사(鬼室)이다. 나이가 기룡보다 7살이나 적다. 이제 10살이다.

그날 기룡이 사랑방에서 외삼촌 귀실복신과 겸상을 한다. 그때 복신이 상만 차리고 안방으로 나가려고 하는 누나 귀실복녀에게 급히 말한다; “누님, 오늘은 제가 식사를 하면서 중요한 집안이야기를 기룡에게 하고자 합니다. 그러니 옆에 앉아 계시지요!... “.

그 말을 듣자 모친 귀실복녀복신에게 말한다; “동생, 그렇다면 내가 밥과 국을 여기로 가지고 와서 함께 식사를 하도록 하지. 이제 기룡이가 17살이니 우리 집안의 이야기를 할 때도 되었지. 동생 잘 생각했어!... “.

그날 식사를 하면서 외삼촌 복신이 다음과 같이 말문을 연다; “막상 설명을 하자고 하니 긴 이야기가 될 것만 같군. 그러니 우선 식사를 마치도록 하지. 그 다음에 내가 차근차근 우리 집안의 내력을 기룡이 너에게 전부 말해 주겠네... “.

그것이 과연 어떤 내용일까? 그날 식사를 마치자 복신기룡에게 말하는 내용이 먼저 다음과 같다; “나는 개인적으로 지금의 백제국왕 부여의자(扶餘義)의 사촌동생이다. 그리고 본래 내 이름은 부여신복(扶餘信福)이지. 그렇지만 불가피한 사정으로 말미암아 왕족인 신분을 드러내지 아니하고 은거하다시피 살아가고 있다. 그 이유는… “;

과연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그날 밤 기룡이 듣고 있는 백제왕실의 비사가 가히 충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