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기의 2호2룡(손진길 소설)

7세기의 2호와 2룡7(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3. 1. 11. 11:15

7세기의 2호와 27(손진길 소설)

 

서기 642년 여름에 백제의 의자왕은 신라의 대야성을 함락하고 그 서쪽 40개성을 차지했다. 그리고 이듬해 643년에는 한강유역의 요충지 당항성을 되찾았다. 그러자 신라에서는 김유신 장군을 압량군주로 임명하고 백제에게 빼앗긴 대야성부터 되찾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에 따라 644년에 대야성을 지키고자 하는 백제군과 그 성을 탈환하고자 하는 신라군 사이에 전투가 치열하다. 그러한 비상시기에 동부전선 전방에 있는 성으로 새로운 장교들이 부임하고 있다. 그 가운데 그해 여름 무과시험에 합격한 기룡과 그의 3친구가 들어 있다;

우선 백제에서 대야성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기잠성에 가장 먼저 초급장교가 발령이 나고 있는데 그가 바로 기룡이다. 그런데 백제의 동부전선인 기잠성에서는 기룡을 유기룡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 이유는 옛날 신라와의 그 지역 전투에서 전사한 유수장군의 아들이 바로 기룡이기 때문이다. 용맹했던 유수장군의 이름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장수들이 그곳에 있다.  그들은 기룡을 유기룡이라고 부르면서 자신들의 젊은 시절을 추억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기룡의 친구인 책귀644년 여름에 실시된 무과시험에 이어 가을에 실시된 문과시험에도 합격한다;

 양과에 합격한 천재 책귀의 소문이 사비성을 중심으로 백제의 지방에까지 널리 퍼지고 있다. 백제의 이름난 장군들이 그를 부관으로 삼고자 한다.

그 가운데 기잠성의 남부에 있는 요충지 기노강성의 성주인 의직장군의 요청이 가장 강력하다. 그가 백제조정에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있다; “대야성 다음으로 그 남쪽에 있는 기노강성이 중요한 요충지이다. 그러므로 책귀와 같은 인재가 이곳에서 근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요청이 받아들여져서 그런지 책귀기노강성으로 발령이 난다. 그를 자신의 부관으로 임명하면서 성주인 의직장군이 말문을 연다; “부관 책귀는 들으라. 나는 귀관에게 걸고 있는 기대가 크다. 왜냐하면… “;

책귀가 강직한 의직장군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경청한다. 성주의 말이 이어지고 있다; “그대는 문무에 밝은 인재이기 때문이지. 그대와 같은 인물이 이곳 기노강성을 잘 지켜주어야 해. 그 이유는 대야성이 서라벌로 가는 첩경이라고 한다면 우리 기노강성은 옛 가야의 땅을 지키고 있는 요새지이기 때문이지. 게다가… “.

의직장군은 전략에 밝은 인물이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지역을 계속 점령하고 있어야 우리 백제는 왜번(倭藩)으로 가는 가장 가까운 바닷길을 확보하고 있을 수가 있어. 그 점을 알고서 책귀 자네는 성주인 나를 보좌하는데 최선을 다해주기 바라네!”.

한편 역시 644년의 무과시험에 합격한 좌백무영도 발령이 난다. 우선 무영은 근무지가 탄현()고개의 동편에 있는 최전방 굴산성이다. 그리고 좌백은 그 남쪽에 있는 조천성으로 발령이 나고 있다;

당시 의자왕의 근위대장이 무영의 부친인 무상장군이고 군부에서 백제군의 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엄격한 장군이 좌백의 친형인 계백이다. 그들은 아들과 동생을 무과시험에 합격하자 곧바로 동부전선에 내보내고 있다. 그곳 전방에서 조국 백제를 지키기 위하여 열심히 근무해주기를 그들은 한마음으로 바라고 있다.

백제군이 지난 642년과 643년의 대승의 여세를 몰아 신라의 영토를 더 많이 점령하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644년의 전투에서는 별다른 성과가 없다. 그러다가 그해가 가기 전에 그만 대야성과 그 주변의 자성(子城) 7김유신장군의 군대에 의하여 점령이 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그 소식을 듣고서 의자왕이 격노한다; “군부는 들으라. 대야성을 다시 탈환하라. 그것이 내년 645년 우리 백제의 지상목표이다!”. 백제의 군부는 사력을 다하여 대야성과 그 주변의 7성을 집중적으로 공격한다. 그러나 모성(母城)대야성만은 끝내 탈환하지 못한다.

그와 같이 일진일퇴의 전투가 계속되고 있는데 기노강성의 수비상황을 매일 새벽에 점검하고 있는 부지런한 책귀의 눈에 이상한 현상이 하나 적발되고 있다. 봇짐장수 두 사람이 성의 수비병에게 뇌물을 주고 있는 것이다. 뇌물을 받고 무사히 성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마침 책귀가 변복을 하고서 내밀하게 순찰을 하고 있는 지라 그는 조심스럽게 봇짐장수의 뒤를 밟는다. 그러자 두사람이 성안에 있는 옹기점의 문을 두드리고있다. 문을 열고서 하인이 두사람의 정체를 확인하자 이내 안으로 들이고 있다. 그들의 행동이 무척 조심스러워 보인다;

어찌할 것인가? 아직 아침이 밝아오자면 시간이 걸린다. 일단 그 봇짐장수의 정체를 비밀리에 파악할 필요가 있다. 책귀는 결심이 서자 내공을 일으켜 순식간에 마치 고양이처럼 그 옹기점 건물의 담장을 넘어간다. 일체 소음을 일으키지 아니하고 깨끗하게 담을 넘는 것이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

조심스럽게 그 집의 방들을 살펴본다. 새벽 일찍 등불을 밝히고 있는 사랑방이 눈에 보인다. 책귀는 두 봇짐장수가 그 방으로 들어간 것이 틀림없다고 판단하고서 순식간에 그 지붕으로 올라선다. 그 다음에 그는 소리가 나지 아니하게 지붕의 기와를 몇 장 벗겨낸다.  

시력을 집중하자 실내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옹기점 주인으로 보이는 중년의 사내와 봇짐장수 두사람이 회의실 탁자에 앉아 있다. 서로 조용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번에는 책귀가 귀에 공력을 집중한다. 순간 세사람의 말소리가 들린다.

그 내용이 대충 다음과 같다; “이곳 기노강성을 우리 신라군이 점령하게 되면 그 남쪽의 여러 성과 좋은 항구를 전부 얻을 수가 있어요. 그리고 백제군이 동진할 수 없도록 효과적으로 봉쇄할 수가 있지요. 그 점을 아시고 장군께서는 내부에서 적기에 호응해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객주어른!... “.

그 말을 듣자 옹기점 주인으로 보이는 사내가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이미 필요한 인물을 거의 포섭하고 있어요. 그러니 안에서 우리가 봉기하면 필요한 시점에 성문 하나를 열수가 있지요. 언제 봉기하면 되는 것입니까?... “.

두 봇짐장수 가운데 연장자로 보이는 인물이 나지막한 소리로 말한다; “3일후 자정에 우리의 군사가 동문이 보이는 산속에 집결할 것입니다. 그러니 정확하게 그때 문지기를 해치우고 동문을 열어주세요. 일순간에 기노강성을 점령할 것입니다!... “.

필요한 정보를 들은 다음에 책귀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아니하고 지붕에 엎드려 있다. 그들이 방을 옮길 때까지 은신한다. 그들이 그 방을 벗어나자 그때서야 책귀가 지붕을 고쳐놓고서 그 집을 벗어난다. 그는 그 사실을 은밀하게 성주 의직장군에게 보고한다 .

두사람이 상의한 결과 비밀작전을 전개하기로 결정한다. 먼저 3일후 자정에 백제군이 척후를 보내어 신라군이 은밀하게 동문 바깥 산록에 집합하는 것을 확인한다. 의직장군책귀는 양동작전을 펴기로 한다. 먼저 의직장군이 은밀하게 백제군을 이끌고 동문에 가까운 야산에 몸을 숨긴다;

그 다음 부장 책귀가 일부군사를 이끌고 동문 안에 숨어서 봉기가 발생하는 것을 살핀다. 마침 옹기점 주인으로 보인 그 사내가 20여명의 복면인을 데리고 자정 무렵 일시에 동문을 공격한다. 그것을 보고서 책귀가 부하들을 독려하여 그들을 무찌른다;

전투가 일단락되자 책귀가 적들의 복면을 벗기고 그것을 자신들이 사용하여 동문을 열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산속에 숨어 있던 신라의 군사가 일제히 일어선다. 그들이 성문을 향하여 진격한다. 그때 양옆의 숲에서 백제의 군사들이 몰려나온다.

신라의 군사가 깜짝 놀라서 백제군과 전투를 벌인다. 그때 성문을 열었던 복면의 사내들이 이제는 복면을 벗고서 성밖으로 나온다. 부장 책귀의 지휘를 받아 그들 병사들이 신라의 군사를 공격한다. 그것을 보고서 갑자기 성루에서 백제군이 환하게 관솔불을 밝히고 있다.

사위가 밝아지자 신라군의 패색이 짙어진다. 백제군의 수가 월등하기 때문이다;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들판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신라군 천여명이 몰살을 당하고 일부만이 포로가 되고 있다. 그 전투로 말미암아 신라군은 백제군이 점령하고 있는 성들을 더 이상 공격하지 못한다.

그와 같이 대승을 거둔 의직장군을 백제의 조정이 사비성으로 불러 올린다. 그리고 그를 조천성주로 발령한다. 그때 백제의 의자왕은 전방으로 떠나가는 의직장군을 개인적으로 불러서 말한다; “의직아, 너는 이 형이 원망스럽지 않느냐? 나는 백제의 국왕이 되어 동생인 너를 계속 위험한 최전방의 성주로 보내고 있으니 말이다!... “;

그 말을 듣자 의직장군이 대답한다; “폐하께서는 개인적으로 저의 형님이시지만 공식적으로는 백제의 국왕이십니다. 부왕이신 무왕께서는 살아 생전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부디 형님을 주군으로 잘 모시고 백제를 튼튼하게 지키는 장군이 되어 달라고요. 저는 그 일에 효와 충을 다 바치고 싶습니다”.

그 말에 의자왕이 고개를 크게 끄떡이면서 말한다; “그래 최선을 다해서 우리 백제의 전방을 지켜다오. 신라군이 다시는 우리의 강토를 침범하지 못하도록 해다오. 나는 아우가 있기에 안심하고 이곳 사비성에서 좋은 정치를 펴도록 하마!... “.

의직장군은 조천성주로 부임하자마자 조정에 품신하여 기노강성에서 근무하고 있는 책귀를 다시 자신의 부관으로 불러 올린다;

 그에 따라 기노강성을 떠나 북쪽에 있는 조천성으로 이동한 책귀가 그곳에서 절친 좌백을 만나고 있다. 그들은 그곳에서 함께 어떤 활약을 하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