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기의 2호2룡(손진길 소설)

7세기의 2호2룡10(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3. 1. 14. 09:58

7세기의 2210(손진길 소설)

 

조천성을 떠나 본진이 남하하여 멀리 무산성이 보이는 지점까지 도달한다. 그때 재사의 역할을 맡고 있는 제1군의 참모 책귀가 원정군사령관 의직장군에게 말한다; “사령관님, 더 이상 전진하지 마시고 이곳 숲속에서 오늘밤 기다려주십시오!... “;

의직 사령관이 귀를 기울이자 책귀가 정확하게 말한다; “한밤중에 제가 특수부대를 이끌고 잠입하여 무산성주를 제거하고 북문을 열도록 하겠습니다. 그 시간이 정확하게 자시가 끝나는 때입니다. 미리 가까운 곳에 은신하고 계시다가 성문이 열리는 것을 보시면 곧바로 기병대를 이끌고 성안으로 쳐들어오시기 바랍니다”.

보고가 끝나자 책귀무영과 함께 특수부대를 이끌고 한밤중에 무산성으로 잠입한다. 두사람을 비롯한 잠입조는 하나같이 한밤중에 흑의를 입고 검은 복면을 쓰고 있으므로 쉽게 사람들의 눈에 뜨이지가 않는다. 그 복장이 훗날 왜국에서는 닌자들의 복장이 되고 있다;

무사히 성내에 잠입하여 성안을 두루 살피고 있는 그들의 등에는 검은 천에 둘러싸인 장검이 달라붙어 있다. 책귀무영은 특수부대원을 5명씩 6개조로 나누고 있는데 먼저 각 조장에게 지시한다; “무산성내를 샅샅이 살피면서 신라군이 가장 엄중하게 경비하고 있는 전각이 어느 것인지를 파악하여 오라.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 “.

()시진이 지나자 벌써 6개조가 다시 집합한다. 3조장이 보고한다; “성 남쪽 중앙에 있는 전각에 수비병의 수가 가장 많습니다. 그곳이 성주가 거처하고 있는 곳으로 보입니다”.

보고를 듣자 책귀무영이 부대원을 둘로 나누고 있다. 1조부터 3조까지는 북문이 보이는 곳으로 가서 성안 건물 사이에 은신하라고 지시한다. 그 다음에 4조부터 6조까지의 부대원을 이끌고 책귀무영은 성주의 거처가 있는 전각으로 이동한다.   

워낙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기에 수비군이 능히 알아채지 못한다. 책귀무영과 함께 그 전각의 지붕으로 올라가서 먼저 기왓장을 벗긴다. 그리고 방안을 살핀다. 역시 성주의 방이 맞다. 호화스러운 침상에서 중년인 남자가 잠을 자고 있는데 그 옆에 젊은 여인이 함께 잠을 자고 있다. 무영이 그 모습을 보더니 살그머니 등에서 장비를 꺼낸다.

그가 솜씨 좋게 대롱을 훅 분다. 순간 검은 색깔의 바늘이 여럿 침상으로 가서 내리 꽂히고 있다. 정확하게 남녀의 미간에 꽂힌다. 그러자 두사람의 얼굴색이 검게 변하고 있다. 맹독에 의하여 절명하고 만 것이다. 책귀무영은 얼른 그 자리를 벗어난다.

숨어서 망을 보고 있는 특수부대원과 합류하자 어두운 길을 이용하여 빠르게 북문으로 접근한다. 북문 가까운 숲 속에 들어가니 1조부터 3조까지가 그곳에 은신하고 있다. 점호를 하고 보니 30명의 부대원이 맞다. 책귀무영은 그제서야 하늘을 쳐다보고서 시간을 살핀다. 자정을 약간 넘어서고 있는 시점이다.

책귀가 북문을 확보하자고 말하면서 앞장을 선다. 무영이 부대원을 이끌고 그 뒤를 따른다. 순식간에 성문을 지키고 있는 신라군사 50명과 전투가 벌어진다. 그렇지만 책귀가 이끌고 있는 특수부대원 30명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얼른 수비병 모두를 해치운다.

그 다음에 성문을 열고 있다. 그 시간이 정확하게 자시가 끝나고 있는 때이다. 부장 책귀와 약속한 시간이므로 숲속에서 기다리고 있던 의직장군의 기마대가 성안으로 물밀듯이 쳐들어온다. 불시에 백제군을 성안에서 맞이한 신라의 군사들은 손발이 어지럽다. 성주마저 불상사를 당한 직후이므로 사기를 잃어버리고 항복하고 마는 것이다;

무산성을 손에 넣자 의직장군의 원정군은 곧장 남하하여 김천지역에 있는 독산성에 도달한다. 그곳에서는 책귀의 전술에 따라 유기룡 부장이 큰 역할을 하게 된다. 그가 미리 재사 책귀가 일러 둔 계략을 따라 부하를 봇짐장수로 변장하여 대담하게 독산성에 잠입한 것이다;

기룡과 그의 부하들은 봇짐으로 가지고 간 상품을 성안에서 이틀만에 전부 팔아 치우고 주막에서 하룻밤을 더 머물고 있다. 드디어 친구 책귀와 약속한 밤이 되자 유기룡 부장이 부하들을 셋으로 나누고 그들과 함께 미리 파악해둔 독산성 내의 곡식창고 3곳에 불을 붙인다.

고의로 방화한 것이므로 삽시간에 불길이 크게 번지고 화기가 위로 치솟는다. 백제의 군사들이 한밤중에 발생한 군량미 창고의 불을 끄기에 바쁘다. 그때 유기룡이 부하들을 이끌고 독산성의 북문을 지키고 있는 신라군을 친다. 수비병을 해치운 다음에 성문을 열자 물밀듯이 의직장군의 기마대가 우루루 성안으로 쳐들어온다.

독산성은 김천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성이므로 달구벌서라벌로 가는 길목이다. 그러므로 그 성에는 신라의 정예병이 수비하고 있다. 그에 따라 그날 밤 의직 사령관이 지휘하고 있는 백제군과 독산성을 수비하고 있는 신라 김흠순 장군의 군대 사이에 큰 전투가 발생한다.

북문으로 통하여 쇄도한 백제군이 유리하지만 그래도 김흠순 장군의 신라군도 만만하지가 아니하다. 그것을 보고서 무예가 뛰어난 3총사 유기룡, 무영, 책귀가 적의 지휘관들을 찾아서 해치우기에 바쁘다. 그들의 손에 신라의 장수들이 여럿 목숨을 잃고 만다. 그 결과 새벽이 밝아오기 전에 독산성이 백제군의 수중에 떨어지고 마는 것이다;

일단 독산성을 점령하였으므로 의직 사령관은 그곳에서 전열을 가다듬는다. 왜냐하면 다음 목표가 옥문곡인데 그곳을 지키는 신라군의 석성이 상당히 견고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책귀는 그곳을 알기 쉽게 옥문관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 관문을 통과하면 쉽게 달구벌을 지나 서라벌로 진격할 수가 있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부르고 있는 것이다;

책귀가 그렇게 부르는 것은 다분히 당나라 북경으로 들어가는 관문인 산해관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책귀는 비록 북쪽의 군사강국 고구려가 대단하다고는 하지만 한번도 제대로 산해관을 점령하지 못하고 있기에 그만큼 중원을 차지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보고 있다;

중국의 산해관처럼 중요한 관문이 신라에서는 옥문관이므로 그곳을 지켜내고자 하는 신라군의 노력이 가히 필사적이다. 그 점을 잘 알고 있는 백제의 장군이 의직 사령관이고 또한 그의 참모인 부장 책귀이다. 따라서 그들은 원정군을 독산성에서 쉬게 하면서 옥문관을 지키고 있는 신라군을 해치우는 방안을 거듭 모색하고 있다.

일단 서기 6484월에 책귀유기룡을 선봉장으로 내세우고 옥문관을 공격하게 한다. 옥문관을 지키고 있는 신라군의 수가 3천명이나 되기에 성을 함락하기에 쉽지가 아니하다. 생각보다 전투가 길어지고 있는데 그만 신라의 원군이 도착하고 있다. 김유신이 7천명의 군사를 거느리고 달려와서 공성작전에 열심인 백제군의 뒤를 치고 있는 것이다;

백제군은 의직 사령관이 지휘하고 있는 5천명의 원정군인데 그 가운데 대부분은 기병이다. 그러므로 일단 보병이 많은 김유신의 신라군 7천명과 대등하게 혈전을 벌이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성안에 있던 신라의 군사들이 성문을 열고 나와서 백제군을 뒤에서 공격한다.

앞뒤에서 적을 맞이하고 있기에 백제군으로서는 용을 빼는 재주가 없다. 재사 책귀가 급하게 의직 사령관에게 말한다; “일단 본진을 뒤로 물리시고 후퇴하십시오. 그 시간을 제가 부장들과 함께 일렬로 적을 막으면서 최대한 벌어 드리겠습니다”.

잘못하면 전멸을 당할 위험이 있으므로 의직 사령관이 본진을 뒤로 물리고 후퇴를 실시한다. 그 뒤를 추격하려는 신라군을 결사적으로 저지하고 있는 부대가 바로 책귀무영 그리고 유기룡 부장이 지휘하고 있는 특수군들이다.

평소 그들 3부장이 자신들의 절기를 몇가지 특수군에게 전수하여 주었기에 그것이 신라 추격군을 막는데 있어서 참으로 유용하게 사용이 되고 있다. 그 덕분에 백제의 군사들이 독산성으로 후퇴하여 그곳에서 신라군의 북진을 철저하게 막게 된다;

압량군주인 김유신1만명의 대군을 이끌고 와서 서기 648년 여름에 대공세를 편다. 그러나 의직장군이 직접 주둔하고 있는 독산성은 견고하기만 하다. 그것을 보고서 백제의 국왕 의자의직장군을 왕도 사비성으로 불러 그의 공을 치하한다.

의자왕의 말이 다음과 같다; “의직장군의 놀라운 전공으로 우리 백제는 독산성을 이제 최전방으로 확보하고 있어요. 그곳에서는 신라의 서라벌로 가는 관문 옥문곡을 지척에서 바라보고 있어요. 그러니 신라군이 함부로 우리 백제로 쳐들어올 수가 없지요. 참으로 장한 일을 했어요, 의직장군, 하하하… “;

그해 648년말이 되자 의자왕이 인사조치를 한다. 독산성주로 윤충장군을 임명하고 무산성주로 은상장군을 임명하는 것이다. 그리고 의직장군계백장군을 사비성의 군부로 불러들인다. 그것을 보고서 책귀가 의직장군을 만난다.

책귀의 말이 다음과 같다; “성주님, 이제 저희 부장들도 새로운 임지를 찾아 떠나고자 합니다. 그렇지만 일단 사비성 군부까지는 성주님을 모시고 함께 가겠습니다. 어차피 윤충 장군님도 자신의 부장들을 데리고 이곳 독산성에 부임할 것이니까요!... “.

그 말을 듣자 의직성주가 고개를 끄떡이면서 대답한다; “그렇지, 자네들도 이제 새로운 임무를 맡아서 일해야지. 나하고 같이 사비성으로 들어가자고. 그곳에서 내가 책귀 자네의 춘부장 책윤 좌평 그리고 무영의 춘부장 무상 근위대장을 만나서 상의를 하겠네. 앞으로 자네들이 뻗어 나가는데 도움이 되는 보직을 찾아보려고 해!... 그런데… “.

그 말을 들자 먼저 책귀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성주님, 유기룡 부장에 대해서는 제가 일전에 그에게서 들은 말이 있습니다. 그는 기회가 된다면 대륙의 산동번에 가서 한번 무장으로 근무하고 싶다고 말했어요. 그것이 가능하겠습니까? 그리고 좌백 부장은 친형인 계백장군의 휘하에서 계속 부장으로 일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

그 말에 의직성주가 빙그레 웃으면서 대답한다;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군! 알겠어. 그들의 소원대로 처리를 해주겠네. 그런데 책귀 자네와 무영은 어디에서 일해보고 싶은가? 미리 말해주면 내가 사비성에서 춘부장들과 상의를 해보겠네!... “;

고마운 말씀이다. 따라서 책귀가 웃으면서 말한다; “성주님, 저와 무영이는 가능하면 이번 기회에 바다 건너 왜번에 가서 무관으로 한번 일해보고 싶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벌써 합의를 하고 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일단 의직성주가 긍정의 뜻으로 고개를 끄떡이고 있다. 과연 책귀와 그의 친구들의 희망대로 그렇게 보직이 변경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