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기의 2호2룡(손진길 소설)

7세기의 2호2룡12(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3. 1. 18. 12:23

7세기의 2212(손진길 소설)

 

서기 649 3 25세의 젊은 무관 유기룡 백제를 떠나 당나라의 동해안 등주(登州)에 도착한다. 그는 애초에 백제의 항구 당항성을 이용하여 빠르게 당나라 산동반도에 있는 등주로 들어가고자 계획했지만 그것이 생각처럼 쉽지가 아니하다. 그 이유는 당항성의 주인이 더 이상 백제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648년 진덕여왕 2년에 신라의 중신 김춘추가 비밀리에 당나라의 수도 장안(長安)으로 들어가서 태종을 만났다. 당 태종 이세민은 군사동맹을 맺고 함께 백제와 고구려를 도모하자는 김춘추의 말을 듣자 처음에는 탐탁하게 생각하지 아니했다.

그 이유는 연이어 여왕이 다스리고 있는 유약한 신라의 탁상공론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김춘추의 경륜과 혜안이 탁월하다. 그것을 보고서 당 태종이 마음을 바꾸어 비밀리에 군사동맹을 맺은 것이다;

그 자리에서 김춘추는 한가지 청을 했다; “신라의 사신이 대당(對唐)외교를 할 때에 애로사항이 없도록 백제를 견제하여 주십시오. 그들은 대당(大唐)으로 출발하는 신라의 항구  당항성을 무력으로 차지하고서는 말로만 되돌려준다고 하면서도 여전히 돌려주지 아니하고 있습니다. 폐하께서 친서만 보내도 그들은 물러갈 것입니다!”.

그 말은 백제의 국왕으로 하여금 당항성을 신라에게 되돌려주고 그 일대에서 백제군을 완전히 철수하도록 만드는 대단한 일이다. 그런데 김춘추는 그저 대당(大唐)의 황제가 백제국왕에게 친서만 한 장 보내도 그 일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과연 그럴 것인가?’, 당 태종은 한번 시험해보기로 작심했다. 그런데 놀라운 결과가 나타난다. 당 태종이 백제의 국왕에게 외압을 가하는 친서를 보내자 의자왕은 그만 굴복하고 만다.

어째서 의자왕이 그러한 무기력한 행동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 그동안 백제와 당과의 외교관계에 문외한이었던 무관 유기룡의 입장에서는 정확하게 알 도리가 없다. 그렇지만 백제의 당항성이 신라에게 넘어가자 당장 직접적인 피해를 유기룡 자신이 입은 것이 사실이다.

바닷길로 산동반도 등주(登州)로 들어오는데 있어서 너무나 힘이 들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백제의 번왕부(藩王府)에 근무하는 동안에 그 점에 대하여 한번 알아보고자 생각하고 있다;

그 사이 당항성의 주인이 바뀌고 말았기에 서기 6493월 황해를 건너 당나라의 산동반도에 있는 등주로 가고자 하는 유기룡이 고생깨나 한다. 그는 변복을 하고 은밀하게 당항성으로 이동하여 신분을 속이고 그곳에서 겨우 신라의 무역선을 얻어 타고서 등주로 들어간다. 정말 그것이 보통일이 아닌 것이다.

일단 등주에 도착한 유기룡은 우선적으로 저자거리로 들어선다;

 그리고 백제의 생산품을 팔고 있는 점포를 찾아서 들어간다. 느닷없이 주인장에게 질문한다; “초면에 실례하겠습니다. 혹시 백제 출신입니까?... “. 상인의 대답이 친절하다; “, 그렇습니다. 저는 백제에서 온 상인입니다. 그러니 백제물건을 여기서 팔고 있지요!... “.

그 말을 듣자 유기룡이 좌우를 한번 살핀 다음에 신중하게 묻는다; “저는 이곳에 있는 백제의 번왕부(藩王府)를 찾고 있습니다. 어디로 가면 될까요? 알려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그 말에 주인장이 조심스럽게 유기룡의 행색을 살핀다. 그 다음 빙그레 웃으면서 대답한다; “공무로 오신 분이시군요. 제가 이곳에서 장사를 오래하다 보니 나름대로 사람을 보는 눈이 좀 생겨 있습니다. 잘 찾아오셨습니다. 제가 직접 안내를 해드리겠습니다!... “.

주인장이 너무나 친절하다. 그가 갑자기 점포 안쪽에 큰소리로 말한다; “여보, 내가 귀한 손님과 함께 어디 다녀올 데가 있어요. 그러니 나와서 나대신 한 시진만 가게를 좀 보아주세요. 부탁해요!... “.

그 말을 듣고 점포에 딸려 있는 안채에서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부인이 나타난다. 그녀가 웃으면서 얼른 말한다; “여보, 내가 점포를 볼 터이니 걱정하지 말고 편히 다녀오세요, 호호호한 시진이 아니라 두 시진이 걸려도 괜찮아요!... “.

금슬이 좋은 중년의 부부인가 보다!’, 그렇게 생각하고서 유기룡이 주인장을 따라간다. 한식경 정도 걸어서 큰 건물 앞에 도달한다. 그곳에는 번왕부’(藩王府)라고 쓴 큰 편액이 하나 대문 위에 걸려 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 앞에 백제라고 하는 글이 없다. 그것이 이상하여 유기룡이 고개를 갸웃한다

그 모습을 유심히 보더니 그 상인이 말한다; “8년전 백제의 무왕이 서거하였을 때에 당 태종이 개인적으로 상복을 입었다고 해요;

 그 정도로 우리 백제와 신흥제국 당나라와는 관계가 긴밀하고 우호적이었지요. 그런데 작년부터 이상해요… “.

유기룡이 유심히 듣고 있다. 그것을 보더니 그 상인이 설명을 계속한다; “당 태종이 갑자가 신라와 친해지면서 우리 백제를 멀리하고 있어요. 그 영향으로 여기 편액에서도 백제라는 말을 이제는 생략하고 있군요!... “.

참으로 중요한 정보이다. 그 말을 듣자 유기룡이 그때서야 그 상인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본다. 어디선가 분명히 만난 적이 있고 안면이 있는 사람이다. 유기룡이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잘 기억이 나지 아니하자 다짜고짜 물어본다; “혹시 우리가 구면인가요? 제가 분명히 어디서 뵌 분인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미안합니다!... “.

그 말을 듣자 그때서야 그 상인이 너털웃음을 터트리면서 말한다; “그렇지요. 5년전까지만 해도 어쩌다가 마주친 사이이지요. 나는 그때 사비성 곡나 도장에서 곡나진수 관장님의 수하로 일했어요. 나는 집사 주천웅입니다. 그때 관장님의 문하생 가운데 기룡 당신은 무예가 출중했지요, 하하하… “;

그 말을 듣자 유기룡이 깜짝 놀라면서 급히 읍을 한다; “이거, 제가 큰 실례를 범했습니다. 주천웅 집사님이신 줄 제가 미처 모르고 있었군요. 그런데 그 사이에 용모가 크게 달라지신 것도 같습니다. 여기 산동번(山東藩)에는 어쩐 일이십니까?... “.

그 말에 주천웅이 허허라고 웃으면서 말한다; “기룡 젊은이도 많이 변했군요. 하기야 무과에 합격하고 모두들 동부전선에서 전쟁을 치루었으니까요! 저는 진수 관장님을 모시고 2년 전에 이곳 번왕부로 왔습니다. 관장님은 도장을 제씨에게 물려주고 관직을 받아 이곳에서 근무하고 계시지요. 저는 그분의 일을 돕고 있습니다!... “.

그 말을 듣자 그때서야 유기룡이 말한다; “평범하게 상인일을 하고 계신 것이 아니라 사실은 시중의 정보를 은밀하게 수집하고 계셨군요. 주집사님이 그런 일을 맡고 계신 것을 보니 관장님께서는 여기서 중요한 직책을 수행하고 계시겠군요!... “;

그 말에 주천웅이 하하라고 웃으면서 말한다; “하하하, 그렇지요사실은 제가 요 며칠간 유기룡 부장이 무사히 등주에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은솔 벼슬을 받으신 곡나진수 관장님이 여기 번왕부에서는 군사를 지휘하는 장군이시거든요. 곡나장군께서는 유기룡 부장이 빨리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계신답니다, 하하하… “.

그 말이 사실이다. 안으로 들어가자 연무장이 있고 좌우에 방들이 있다. 번왕부를 수비하는 군사들이 머무는 공간이다. 그곳에 있는 가장 큰 방으로 주천웅유기룡을 안내한다. 방문을 열자 집무실에서 천천히 일어서는 인물이 있다. 분명히 곡나진수 관장님이시다;

사부를 그곳에서 만난 유기룡이 너무 반가워서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큰절부터 올린다. 그 모습을 조용히 서서 내려다보다가 곡나진수 장군이 유기룡에게 다가와서 그를 일으켜 세우면서 와락 껴안는다.

그리고 기쁘게 웃으면서 말한다; “하하하기룡아, 정말 잘 왔다. 나는 5년전 졸업한 너희 제자들이 보고 싶었다. 그 가운데 기룡이 너는 무예가 출중했지. 그 좋은 무예를 이제는 이곳에서 조국을 위하여 사용하게 되겠구나! 좋은 일이지, 하하하… “.

유기룡이 사부의 품에서 벗어나면서 말한다; “정말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사부께서 이곳에서 일하고 계시는 줄을 전혀 몰랐어요. 이제 여기서 제가 장군님을 모시게 되었으니 성심성의껏 보좌하겠습니다. 정말 좋습니다!... “.

그날 곡나진수 장군이 앞장을 서서 제자 기룡을 데리고 안채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번왕(藩王) 여몽(餘夢)을 만난다. 그 자리에서 곡나장군이 유기룡을 소개한다; “번왕 전하, 사비성에서 온 부장 유기룡입니다. 그는 지난 5년간 동부전선에서 신라와의 전쟁에 참전했습니다. 이제는 우리 번왕부를 위하여 일할 것입니다!... “.

유기룡이 보기에 번왕 여몽은 듬직하면서도 눈이 날카롭다. 아마도 문무를 겸비하고 있는 인물로 보인다. 번왕이 유기룡의 신고를 받으면서 말한다; “이제 유부장이 왔으니 곡나장군이 천군만마를 얻으신 셈이군요. 아무쪼록 우리 번왕부의 군사를 잘 조련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

 

그때 번왕 집무실의 방문이 열린다. 그리고 중년의 사내가 들어온다. 그를 보자 곡나 장군이 기룡에게 말한다; “유 부장, 이분은 대사(大使)이신 달솔 여자신(餘自信) 어른이시다. 인사를 드리도록 해라”.

그 말을 듣자 유기룡이 얼른 신고를 한다; “부장 유기룡이 대사이신 달솔 어르신을 뵙습니다. 앞으로 잘 지도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 말에 여자신이 웃으면서 말한다; “직속 상관이신 곡나 장군께서 계시는데 내가 무어 지도편달을 하겠어요. 다만 우리 조국 백제의 번영을 위하여 이곳 번왕부에서 힘껏 일해보도록 하십시다!”.

중년의 나이이지만 기개가 있는 말씀이시다. 그 말을 듣자 유기룡이 얼른 달솔 여자신의 풍채와 얼굴모습을 다시 본다. 분명히 무예를 크게 닦고 있는 인물이다. 겉으로는 문신인 달솔이지만 여자신은 문무를 겸하고 있는 인물로 보이는 것이다;

참으로 뛰어난 인물들이 근무하고 있는 산동번의 번왕부이다. 그곳에서 무장인 유기룡은 어떠한 활약을 하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