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규와 아끼꼬(손진길 소설)

상규와 아끼꼬12(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2. 12. 2. 02:05

상규와 아끼꼬12(손진길 소설)

 

하루는 찰스 하야시가 병원 막사 후미진 곳에서 혼자 눈물을 흘리며 신세 한탄을 하다가 그만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리고 만다. 그 광경을 멀리서 지켜본 여인이 바로 케이트 맥도웰이다. 그녀가 무슨 생각인지 서서히 찰스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그녀가 따끔하게 한마디를 한다; “찰스, 이곳에서는 다리가 하나 절단이 되어 전역하고 있는 직업군인들도 많아요. 그런데 찰스는 걸음걸이가 불편할 뿐 멀쩡한 다리를 가지고 있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절망에 빠져 있으면 그것은 사내가 아니지요… “.

그 말을 듣자 찰스 하야시가 조용하게 항변한다; “케이트, 나는 일본인 이민2세입니다. 동양인인 나는 이민국가 미국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기가 정말 힘이 듭니다. 이제 한쪽 다리마저 불편하게 되었으니 육체노동을 할 수가 없어요. 그러니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앞길이 막막합니다… “.

그 말에 케이트찰스를 응시한다. 그리고 담대하게 말한다; 상이용사는 미국정부가 생계를 보호합니다. 그리고 찰스가 동양인이기에 살아가기 힘들다고 하면 내가 도울게요. 백인과 결혼하면 찰스는 더 이상 동양인이라고 자신을 비하할 필요가 없겠지요. 그렇지 않아요?... “;

그 말을 듣자 찰스가 순간 놀라서 자신의 귀를 의심한다. 그리고 한참동안 케이트의 맑은 눈을 쳐다본다. 그 다음에 더듬거리며 묻는다; “케이트, 그것이 무슨 말입니까? 혹시 나를 놀라게 해주려고 일부러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닙니까? 멀쩡한 간호사인 백인여성 케이트가 어째서 저와 같은 사람에게 그러한 제안을 하시는 겁니까?... .

그 말에 케이트가 밝은 미소를 짓는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찰스 20살이지만 나는 23살입니다. 그러니 사리분별에 있어서 내가 낫지요. 찰스는 이제 부상자이니 전역을 해야 합니다. 그러면 미국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예를 들면… “.

찰스가 숨소리도 죽이면서 경청을 한다. 그것을 보고서 케이트가 다음과 같이 결론을 맺고 있다; 찰스가 원하면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job)을 가지면 됩니다. 나도 이제는 전역을 하고 찰스와 함께 그렇게 살아가고 싶군요. 나는 찰스가 맘에 들어요! 그러니 나와 함께 결혼해서 미국 본토로 들어가도록 합시다. 나는 뉴욕이 좋아요!... “;

찰스 하야시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러나 케이트 맥도웰은 진심이었다. 훗날 찰스가 자신의 아내가 된 케이트에게 물어본다; 어째서 그러한 대담한 제안을 내게 했어요? 나는 당신같이 참한 백인여성이 어째서 나에게 결혼을 하자고 말했는지 지금도 꿈만 같아요. 그 이유가 도대체 무엇입니까?... “;

미국 본토의 서부 샌프란시스코에 이어 동부의 대도시 뉴욕에서 자리를 잡고 살아가면서 케이트찰스에게 웃으며 답변한 내용이 다음과 같다; 나는 하와이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동양인 그것도 일본사람과 한국사람을 많이 보았어요. 그들은 백인보다 어떤 면에서는 더욱 생활력이 강하고 개척정신이 왕성했어요. 나는 그 점을 찰스 당신에게서 진작에 알아챈 사람이지요, 호호호… .

찰스 하야시가 한국을 떠난 시점이 이듬해 19522월초이다. 그는 미군병원에서 재활훈련을 오래 받은 결과 왼쪽 다리가 조금 절룩거리지만 그래도 자신의 다리로 걸음을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이 되었다. 그동안 4달 동안 군병원에서 자신을 지극한 정성으로 보살펴준 여인이 바로 미군간호사인 케이트 맥도웰이다.

케이트는 찰스가 전역을 하는 것을 보고서 자신도 미군간호사의 일을 그만 둔다. 그리고 찰스와 함께 한국을 떠나 우선 함께 하와이에 들린다. 그곳 호놀룰루에 살고 있는 부모형제에게 찰스 하야시를 소개하기 위한 것이다;

처음에 케이트가 찰스에게 결혼을 하자고 제안했을 때에 찰스가 깜짝 놀란 것이 사실이다.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러나 그녀와 함께 군병원에서 오래 지내다 보니 그녀의 말이 진심임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동양인과 서양인이라는 차이를 뛰어넘어 찰스 자신을 진심으로 믿고 함께 인생을 살아가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찰스는 케이트를 천사(angel)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녀를 수호천사로 생각하고서 찰스는 과감하게 전역을 하고 이제 그녀가 원하고 있는 하와이 친정집을 방문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백인인 그녀의 부모형제를 동양인인 자신이 혼자서 만난다고 하는 것이 또 하나의 모험이다. 그래서 상당히 긴장을 한다.

그러나 그것이 기우이다. 왜냐하면 케이트의 부모와 형제는 백인이지만 동양인에 대한 차별의식이 도무지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장인이 되는 윌리엄 맥도웰(William McDowell)이 선교에 열심이 있는 목사이다;

  

그리고 윌리엄 목사가 담임하고 있는 호놀룰루 현지교회에서는 백인은 물론 일본인, 한국인, 그리고 하와이 원주민들이 사이좋게 예배를 드리고 있다. 특히 윌리엄 목사는 정기적으로 다른 하와이의 섬들을 방문하고 원주민들에게 복음을 전파하고 있다;

   

찰스 하야시가 하와이에 머물고 있는 동안에 윌리엄 맥도웰과 그의 아내 샐리 맥도웰(Sally McDowell)은 고명딸 케이트를 위해서 간단하게 결혼식을 준비한다. 딸이 찰스와 결혼하여 미국 본토로 들어가기를 원하고 있기에 교회에서 간소한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다;

윌리엄과 샐리는 슬하에 21녀가 있는데 두 아들이 모두 결혼하고서 호놀룰루에 함께 살고 있다. 그러므로 그들 부부가 노년에 외롭지가 아니하다. 그러한 처지이기에 윌리엄과 샐리는 웃으며 고명딸 케이트를 미국 본토로 떠나 보내고 있다.

헤어질 때에 케이트에게 당부하고 있다; “이제 여기서는 결혼식을 올리고 케이트 네가 하나님 앞에서 찰스 하야시의 아내가 되었다. 그러니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하면 나머지 수속을 밟도록 하여라. 그리고 시부모님을 잘 모시도록 하여라. 주님의 축복을 기도한다!... “.

찰스 하야시는 장인과 장모가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그들이 교회를 담임하면서 동양인은 물론 원주민까지 주님의 이름으로 섬기는 인생을 살아가고 있기에 그 슬하에서 자라난 케이트가 아무런 편견이 없이 일본계인 찰스 자신을 남편감으로 삼은 것이다.

그러므로 호놀룰루를 떠나오면서 찰스가 속으로 다짐하고 있다; “하나님이 나에게 좋은 백인들을 처가식구로 주신 것이다. 이제부터 나도 그들처럼 세상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면서 살아가야 하겠구나. 우선 내 이름부터 바꾸어야 하겠다. 성씨를 아예 그들을 따라 맥도웰(McDowell)로 하고서 그들처럼 살아가야 하겠다!... “;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하자 부친 하야시 하야토(林勇人)와 모친 다께다 유끼꼬(竹田雪子)가 한국전쟁에서 무사히 살아서 돌아온 장남 찰스 하야시를 반긴다. 그리고 그 옆에 함께 서있는 백인여성 케이트 맥도웰도 환영한다. 벌써 찰스가 두사람의 관계를 한국에서 그리고 하와이에서 미리 편지로 알려드렸기 때문이다;

부모님과 동생 제임스 하야시가 찰스와 케이트를 보고서 사실은 2번 놀라고 있다. 하나는, 찰스가 왼쪽 다리를 약간 절고 있는 상이용사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하와이에서 찰스가 백인여성인 케이트와 벌써 결혼식을 가졌다는 것이다.

그렇게 놀라고 있는 시집식구들에게 케이트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찰스가 약간 다리를 절고는 있지만 일상생활에 있어서 그리 불편하지는 아니할 거예요. 제가 그 옆에서 도울 것입니다. 그리고 하와이에서 간단하게 결혼식을 올렸지만 여기 샌프란시스코 시청에서 다시 혼인서약을 할 것입니다. 그러니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

케이트가 생각보다 똑똑하고 선량한 백인여성이다. 따라서 찰스의 부모님과 동생은 안심을 한다. 그때부터 장남 찰스가 케이트와 정식 부부가 되어 부모님을 모시고 샌프란시스코에서 함께 살게 된다. 그리고 신부 케이트의 조언에 따라 찰스는 인근에 있는 스탠포드 대학에 입학하여 역사학을 전공하게 된다;

  

미국정부가 전역한 군인에게 주고 있는 특혜이기에 찰스가 열심히 공부한다. 졸업을 한 다음에는 그가 샌프란시스코의 하이스쿨에서 미국의 역사와 세계사를 가르치는 교사가 된다. 그리고 아내 케이트는 샌프란시스코의 종합병원에서 정식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그렇게 지내는 동안에 동생 제임스 하야시(James Hayashi)가 주립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나서 은행에 취직한다.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일본인 교회에서 만난 아름다운 일본여성 미나미노 노리꼬(南野典子)와 결혼한다;

그것을 보고서 케이트가 남편 찰스에게 제안한다; “찰스, 이제는 제임스가 노리꼬와 결혼하여 부모님과 행복하게 지내고 있어요. 그러니 우리는 안심하고 뉴욕으로 가도록 해요. 나는 대도시 뉴욕에서 한번 살아보고 싶어요!... “.

찰스는 그녀가 처음으로 자신에게 청혼을 했을 때부터 미국 본토로 가서 가장 큰 도시 뉴욕에서 자리를 잡고 싶다고 소원을 말한 것을 기억하고 있다. 따라서 샌프란시스코를 떠나 뉴욕으로 갈 준비를 한다.

준비가 모두 끝나자 찰스가 부모님께 말씀을 드리고 그 다음에 동생 제임스에게 말한다; “제임스, 제수씨가 일본 여성이니 부모님을 잘 모실 것이다. 우리 부부는 동부의 대도시 뉴욕으로 가고 싶다. 자리를 잡게 되면 한번 초청을 하마. 부모님을 잘 부탁한다!... “;

이제 아끼꼬의 조부모가 미국의 대도시 뉴욕으로 가서 자리를 잡고자 한다. 그들은 그곳에서 과연 어떻게 살아가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