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규와 아끼꼬(손진길 소설)

상규와 아끼꼬11(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2. 12. 1. 11:11

상규와 아끼꼬11(손진길 소설) 

 

한국군이 기습적으로 북진을 실시하자 미군과 유엔군도 북진하지 아니할 수가 없다. 한국군은 서쪽 루트를 타고 북진하여 가장 빠른 기간내에 북한의 수도인 평양을 점령하고자 한다.

1950101일에 한국군이 38도선을 넘어 북진을 시작하고 다음날 102일에는 미군과 유엔군이 그 뒤를 따르고 있는 것을 보고서 평양의 김일성은 위기를 느낀다. 자신이 적의 포로가 되면 전쟁이 끝날 것만 같다. 따라서 그는 1013일 북쪽의 강계를 임시수도로 결정하고 그곳으로 피신하고 만다;

그러나 정예병에게 평양을 사수하도록 엄명을 내리고 있기에 북한군의 수비가 견고하다. 그것을 보고서 한국의 대통령 이승만이 한국군에게 특명을 내리고 있다.  외국군보다 먼저 기필코 평양을 점령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1018일부터 3일간 격렬한 시가전을 치른 후 1020에 비로소 한국군이 평양시가지 전체를 손에 넣는다;

 그것을 보고서 열흘 후 1030일 한국의 이승만 대통령이 적의 수도 평양을 방문하여 차제에 남북통일을 이루자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 결과 서쪽 루트로 진공한 한국군이 먼저 압록강까지 밀고 올라간다. 그 반면 미군과 유엔군은 동쪽 루트를 타고 북진하면서 그 진격의 속도가 다소 떨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당시 미군으로서 북진중인 찰스 하야시는 그들이 두만강까지 진격하면 한국전쟁이 완전히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되는가?’, 금년 1950년말에 전쟁이 끝나고 찰스 자신은 미국의 전쟁영웅의 한사람이 되어 부모님이 계시는 샌프란시스코로 당당하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의 생각은 갑작스러운 중공군의 개입으로 물거품이 되고 만다.

1013일 눈물을 머금고 평양을 떠나온 김일성이 북한의 임시수도인 강계에서 필사적으로 전투를 치르고 있다. 압록강에서 남쪽 220리 지점이 강계인데 그곳에서 연합군에게 밀리게 되면 자신의 영토를 완전히 상실하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군의 통수권자인 김일성은 후퇴하고 있는 패잔병을 조기에 수습하여 결사항쟁에 나서고 있다. 동시에 그는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중공의 주석인 마오쩌둥에게 구원병을 적극 요청하고 있다. 연합군이 만주까지 진격하는 경우에는 중공의 안전보장도 위험하다고 그가 설득하고 있는 것이다.

그와 같이 김일성은 그 옛날 조선의 제14대 임금 선조(宣祖)처럼 결코 국토를 잃어버리고 만주로 물러나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1년전 곧 1949년 후반에 중국을 통일한 중공의 주석 마오쩌둥이 국가안보 차원에서 신속한 결정을 내린다.

그에 따라 19501019일에 벌써 26만명에 이르는 중공군이 만주에서 압록강과 두만강을 건너 북한 땅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중공군은 두만강을 건너오자마자 한국군과 전투에 돌입하고 압록강을 건너와서는 1025일경부터 한국군과 교전에 들어간다;

그렇게 중공군이 극동에서 공산주의 세력을 보전하고자 한국전쟁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 강계의 북한군사령부는 즉시 중공군과 함께 동맹군을 형성하여 다시 남으로 치고 내려온다.

미국을 위시한 유엔군과 한국군은 중공군의 무지막지한 소위 인해전술(人海戰術, 시체의 산을 쌓으면서 적을 밀어붙이는 전술)에 밀려서 현상유지를 하지 못하고 후퇴를 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195011월말에 유엔지휘본부38도선 이남으로 후퇴하고 1950126일에는 평양을 다시 북한인민군에게 내어주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 북한땅에서 신속하게 철수하고자 미군과 유엔군은 동해안으로 이동한다. 해군함정을 대대적으로 동원하여 1214일에서 24일 사이에 흥남부두에서 완전히 남한으로 철수하고 만다;

 그에 따라 195114일에 다시 한국의 수도인 서울을 적들에게 내어주고 마는 것이다.

그와 같이 비참하게 후퇴하는 대열에 찰스 하야시의 부대가 들어 있다. 찰스는 추운 겨울날씨에 시달리면서 계속 남하하고 있다. 어디에서 그 행진이 멈추게 될 것인가? 한반도의 전장에서 젊은 그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한편, 북한의 수령인 김일성은 단 한번 평양을 버리고 후퇴하여 강계를 임시수도를 삼은 지 55일만에 중공군의 도움으로 다시 평양을 탈환하게 되자 너무나 기뻐한다. 그리고 이왕이면 미군과 유엔군을 한반도에서 완전히 몰아내고 적화통일(赤化統一)을 완수하고자 지극정성으로 중공군을 격려하면서 함께 남진을 계속한다.

그러나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아니한다. 서부전선에서 거침없이 평택까지 밀고 내려갔는데 그 다음에는 연합군의 강력한 반격에 직면한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한마디로, 애초의 국경선 38도선을 다시 보전하는 것이 가장 낫다고 하는 정책적 결정이 미국정부에서 내려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정치지도자들은 한반도의 허리가 두 동강이 나서 38도선에서 남한과 북한이 군사적으로 서로 적이 되어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 주변의 강대국들의 희생을 최소화하는 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와 같이 피도 눈물도 없는 손익계산이 바로 국제정치의 진면목인 것이다.

그와 같은 냉철한 사실을 미군이 되어 있는 찰스 하야시는 다음과 같이 깨닫고 있다; “전세계적인 적대적 양진영 곧 자유자본주의진영공산주의진영은 극동에서 서로 국경선을 마주하지 아니하려고 한다. 그 이유는 국경선을 마주보면서 서로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경우에는 쌍방의 출혈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

한국전쟁에 참여한 찰스 하야시가 나름대로 얻고 있는 소중한 결론이 다음과 같다; “양진영의 리더인 미국소련은 일종의 완충지역(Buffering zone)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것이 극동에서는 한반도의 허리인 38도선이다. 그곳에서 같은 민족인 한국과 북한이 불구대천의 원수가 되어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강대국 미국소련의 안보에 긴요한 것이다!”;

일본계 미국인인 찰스 하야시는 훗날 또 하나의 생각을 더하고 있다; “한국북한은 세계적인 양진영의 대리전을 치르고 있는 불쌍한 약소국의 신세라는 사실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다. 결국 한민족은 강대국의 희생양으로서 이용만 당하고 있다. 요컨대, 어리석은 한민족 덕분에 우리의 조국 일본은 안전한 것이다”.

한편, 평택이남 지역에서 전열을 다시 가다듬은 미군유엔군 그리고 한국군이 필사적으로 남진하는 적들을 막아내고 있다. 일진일퇴를 거듭한 결과 2달후 19513월 중순에 한국의 수도인 서울을 다시 되찾는다. 그 다음에는 38도선 이북으로 적들을 밀어붙이고자 많은 희생을 치르면서 고지전(高地戰)을 계속하고 있다;

한반도의 동쪽인 태백산맥의 줄기에서는 미군의 지원을 받은 한국군이 죽기 살기로 북한군을 북쪽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미군과 유엔군이 주로 전투를 담당하고 있는 서부전선에서는 북한군의 공격이 더욱 활발하다. 따라서 끝내 38도선 이남의 개성지역을 탈환하지 못하고 있다. 참고로, 개성서울에서 북쪽으로 50km 지점이다.

그러한 전쟁상황 가운데 양진영은 휴전회담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므로 북한의 인민군이 한 뼘의 땅이라도 정전회담이 타결되기 전에 미리 확보하고자 결사적으로 미군과 유엔군을 상대로 강공을 펼치고 있다;

그 틈바구니에서 그만 찰스 하야시가 큰 부상을 입고 만다.

19519월에 강원도의 최전선 양구지역에서 전투가 치열하다. 미군 제2사단이 한국군과 함께 고지전을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 전투에 찰스 하야시가 참전하고 있다. 그런데 그만 적의 박격포탄이 날아와서 가까운 거리에서 폭발하고 만다. 그것을 피하지 못하고 찰스 하야시가 파편을 다리에 맞은 것이다;

의무병이 응급조치를 하고 군병원으로 후송한다. 그러나 수술후에 장기간 입원을 하게 된다. 신경과 근육을 많이 다쳤기에 왼쪽 다리의 기능이 온전히 회복이 될지 모르는 상태이다. 그것을 보면서 찰스 하야시가 크게 낙담한다. 20살의 젊은 나이에 한쪽 다리를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면 험한 이민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그러한 찰스 하야시를 위로하고  격려한 백인여성이 있다. 그녀가 하와이출신의 미군 간호사인 케이트 맥도웰(Kate McDowell)이다. 찰스 하야시보다 3살 연상인 케이트가 무척 친절하다. 그녀는 낙담하고 있는 찰스에게 다정하게 말하고 있다; “찰스, 다리는 수술이 잘 되었어요. 상처가 아문 다음에 열심히 재활훈련을 하세요. 반드시 나을 수가 있을 거예요!... “;

케이트의 격려에 용기를 얻는 찰스가 재활훈련을 열심히 하고 있다. 그러나 왼쪽 다리의 힘이 약하다. 그리고 온전한 걸음걸이가 아니고 쩔뚝거리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찰스가 절망에 사로잡히고 만다.

그래서 찰스가 자신의 신세를 한탄한다; “사지육신이 멀쩡해도 일본인 2세인 나는 이민사회 미국에서 생존하기에 급급하다. 이제 다리병신이 되고 말았으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 과연 찰스는 그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게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