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레미야 강해 제222강(렘40:7-12)
작성자; 손진길 목사(오픈 바이블 스터디 인도자)
작성일; 주후 2018년 12월 30일(주일)
황제의 명령으로 유다의 총독이 된 그다랴가 미스바에 총독부를 설치하자 전란을 피하여 이웃나라에 피신해 있던 유력한 가문의 사람들과 기타 유대인들이 그에게 물려 들고 있는데 그들은 어떠한 자들인가?(렘40:7-12)
선지자 예레미야는 여호와의 뜻에 따라 미스바에 있는 유다 총독 그다랴를 찾아가 그와 함께 가나안 땅에 남겨진 유다의 빈민(貧民)들과 유목민들을 돌보고 여호와신앙을 바로 세우는 일에 매진하고 있습니다(렘40:6).
시간이 지나 미스바의 총독부가 어느 정도 제 기능을 수행하며 자리를 잡게 되자 예루살렘에 주둔하고 있던 갈대아 군대의 현지 사령부도 철수를 하게 됩니다. 그러자 전란 중에 가나안 일대의 이웃민족에게 피신하여 지내고 있던 예루살렘과 유다 성읍의 유력가문의 자손들이 그들의 수하를 데리고 미스바로 모여 들게 됩니다.
신바벨론제국의 갈대아 군대가 다윗왕조 유다 왕국만을 멸망시킨 것이 아니라 반(反) 바벨론 동맹에 참여하고 있던 가나안 주변의 작은 왕국들을 모조리 쳐부수고 있습니다. 따라서 에돔과 모압 그리고 암몬의 땅에 피신한 유다의 유력가문의 자손들이 아라비아 광야로 들어가서 생존하기에 급급합니다.
그들은 예루살렘 북쪽 12km지점인 미스바에 유다 지방을 다스리는 총독부가 생겼으며 느부갓네살 황제가 임명한 총독이 예루살렘의 명망가(名望家)인 아히감의 아들 그다랴라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평소 그다랴와 안면이 있는 예루살렘 유력가문의 자제들이 광야생활을 접고 수하들을 이끌고 미스바로 찾아 들고 있습니다.
그들은 신바벨론의 황제 느부갓네살이 유다의 주전파(主戰派) 신하들의 후손인 자신들에 대하여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신임총독 그다랴에게 어떠한 밀명을 내리고 있는지 그것이 궁금합니다. 그런데 그다랴 총독은 그러한 정치적인 계산을 하지 아니하고 허심탄회하게 순수한 마음으로 예루살렘의 유력가문의 후손들인 그들을 환영하고 있습니다(렘40:9-12).
언뜻 보면, 동족을 사랑하는 그다랴 총독의 순수한 마음이 돋보이고 있는 장면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정치적인 색깔과 생각이 모두 다른 주전파의 후손들에게 너무나 쉽게 면죄부를 준 것이며 그들에게 엄청난 군사적인 활동의 자유를 주고 만 것입니다. 그 결과 그들은 가나안 땅에 살면서 자신들의 사병을 키우고 있습니다.
그것이 훗날 끔찍한 비극을 초래하고 맙니다(렘41:1-4). 그와 같은 비극이 발생하기 전의 상황을 선지자 예레미야가 본문에서부터 담담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특히 본문에서는 미스바에 몰려들고 있는 무리들에 대하여 그 특징과 면모를 다음과 같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1) 첫째로, 미스바에 총독부를 세우고 있는 아히감의 아들 그다랴는 인품이 어질고 포용력이 있는 인물입니다. 그는 갈대아 군대가 바벨론으로 끌어가지 아니하고 가나안 땅에 남겨둔 빈민들과 노약자들을 잘 돌보고자 합니다(렘40:7). 그들에게 미스바 주변에서 포도농사와 밭농사를 하도록 맡기고 있습니다(렘39:10). 그리고 가나안 땅에 유목민으로 떠돌고 있는 레갑 사람 요나답의 후손들에 대해서는 예루살렘과 드고아 사이의 포도원과 밭 그리고 목축지역을 맡기고 있습니다(느3:14, 렘35:19). 그렇게 그다랴 총독은 유대인과 이방인 빈민들에게 살 길을 모색해주고 있는 참으로 포용력이 있고 어진 지도자입니다.
(2) 둘째로, 유다 왕국의 왕족들과 주전파의 자손들이 가병(家兵)들을 이끌고 전란을 피하여 주변의 왕국으로 망명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갈대아 군대가 가나안 주변의 왕국마저 멸망을 시키자 그들은 아라비아의 광야와 들로 들어가서 마적 떼와 같이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자들이 인자한 아히감의 아들 그다랴가 신바벨론 황제에 의하여 유다의 총독으로 세움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미스바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그들은 그다랴 총독의 휘하에 들어가고자 찾아오는 것이 아닙니다. 그다랴를 이용하여 정치적인 면죄부를 받고 가나안 땅에서 자신들의 세력권을 형성하고자 하는 속셈입니다.
(3) 셋째로, 그러한 목적으로 미스바로 몰려들고 있는 인물 가운데 대표적인 자들이 다음과 같습니다(렘40:8);
1) 첫째, 왕족인 엘리사마의 손자이며 느다냐의 아들인 이스마엘이 암몬 족속과 함께 행동을 하다가 자신의 가병들을 이끌고 그다랴 총독을 찾아오고 있습니다(렘41:1, 10, 36:12). 훗날 유다의 왕족인 이스마엘은 친(親) 바벨론 주화파(主和派)인 그다랴 총독이 마음에 들지 아니하여 그를 암살하고 암몬 땅으로 피신하고 맙니다(렘41:1-3, 15).
2) 둘째, 애굽으로 망명하였던 가레아의 아들들 곧 요하난과 요나단이 동료들을 이끌고 미스바로 그다랴 총독을 찾아 오고 있습니다(렘40:8, 41:17).
3) 셋째, 단후멧의 아들 스라야는 유다의 야전군을 이끌던 장군입니다. 그는 끝까지 갈대아 군대에 항복하지 아니하고 저항을 계속하다가 막상 온건한 그다랴가 유다의 총독이 되자 그에게 항복을 합니다(렘40:8). 그리고 많은 땅을 얻고 가나안에서 자신의 세력권을 형성하고자 합니다. 그렇지만 그다랴 총독이 이스마엘의 반란으로 살해를 당하자 그는 불안을 느끼고 가레아의 아들 요하난을 따라 애굽으로 함께 피난하게 됩니다(렘43:5-7).
4) 넷째, 느도바 사람들은 베들레헴 동남쪽 10리 지점에 살고 있는데 그들은 친족인 베들레헴 출신 다윗 왕을 도와서 이스라엘제국을 형성하는데 기여합니다(삼하23:29). 그러므로 다윗왕조가 망하게 되었을 때에 느도바 출신인 에배의 아들들이 고향사람들을 데리고 갈대아 군대에게 끝까지 항전을 합니다. 나중에 그들은 그다랴 총독을 찾아와서 항복을 하고 고향 땅에서 살게 됩니다(렘40:8). 따라서 훗날 바벨론 포로에서 돌아온 느도바 사람들과 레위인들이 느도바에 모여 함께 살게 되는 것입니다(스2:22, 느12:28, 대상9:16).
5) 다섯째, 마아가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아브라함의 동생인 나홀의 후손입니다(창22:24). 그들은 한때 시리아에서 작은 왕국을 형성하였으나 망국의 백성이 되자 아람의 용병으로 활동하기도 합니다(삼하10:6, 대상19:6). 용맹한 마아가 사람들을 이끌고 여사냐는 갈대아 군대와 계속 전투를 했으나 나중에는 그다랴 총독을 찾아와서 항복을 하고 가나안 땅에 정착을 하고자 합니다(렘40:8). 그러나 총독 그다랴가 이스마엘에 의하여 살해를 당하고 나자 가레아의 아들 요하난과 행동을 같이하여 애굽으로 피난을 가게 됩니다(렘42:1, 43:2)
이상과 같은 사실들을 염두에 두고서 이제부터 본문의 말씀을 한 구절씩 살펴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말씀의 묵상을 통하여 그 깊은 의미와 메시지를 다음과 같이 파악해봅니다;
첫째로, “들에 있는 모든 지휘관과 그 부하들이 바벨론의 왕이 아히감의 아들 그다랴에게 그 땅을 맡기고 남녀와 유아와 바벨론으로 잡혀가지 아니한 빈민을 그에게 위임하였다 함을 듣고, 그들 곧 느다냐의 아들 이스마엘과 가레아의 두 아들 요하난과 요나단과 단후멧의 아들 스라야와 느도바 사람 에배의 아들들과 마아가 사람의 아들 여사냐와 그들의 사람들이 미스바로 가서 그다랴에게 이르니”(렘40:7-8); 다음과 같이 세 부분으로 나누어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1) “들에 있는 모든 지휘관과 그 부하들이 바벨론의 왕이 아히감의 아들 그다랴에게 그 땅을 맡기고 남녀와 유아와 바벨론으로 잡혀가지 아니한 빈민을 그에게 위임하였다 함을 듣고”(렘40:7);
1) 병사들은 전쟁이 나면 자신들의 성을 사수하면서 필요한 경우 성문을 열고 나가서 들판에서 적과 전투를 합니다. 그런데 유다의 병사들은 자신들의 성과 성읍들이 신바벨론의 갈대아 군대에 의하여 모조리 점령이 되고 맙니다. 그 결과 게릴라 부대가 되어 산과 들을 타고 다니면서 적병을 괴롭히고 있습니다(렘40:7a). 그러한 빨치산과 같은 전투의 모습은 유다 왕국과 그 주변의 여러 왕국들이 갈대아 군대에 의하여 전부 멸망을 당하고 나자 그들의 잔존세력들에 의하여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그 잔당들을 모두 소탕하지 아니하고 신바벨론의 갈대아 군대가 대담하게 현지에 총독부만을 남기고 본국으로 철수를 하고 맙니다.
2) 유다 왕국의 경우에는 갈대아 군대의 사령관 느부사라단이 미스바에 총독부를 세우고 있는 아히감의 아들 그다랴 총독을 도와주다가 유다의 잔존세력들의 저항이 크게 줄어 들자 본국으로 철수를 합니다. 그러자 여러 지역에서부터 갈대아 군대에게 저항을 하고 있던 세력들이 그다랴 총독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습니다(렘40:7c). 그다랴가 군사력을 양성하여 자신들을 토벌하려고 할지를 가늠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그다랴는 그러한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그는 온건한 사람이므로 오로지 자신에게 맡겨진 빈민들과 노약자들을 잘 돌보면서 그들이 가나안 땅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포도원과 밭 그리고 목축지역을 분배하기에 바쁩니다(렘40:7b).
(2) “그들 곧 느다냐의 아들 이스마엘과 가레아의 두 아들 요하난과 요나단과 단후멧의 아들 스라야와”(렘40:8a); 갈대아 군대를 괴롭히고 있던 망국의 유대인들은 그 세력이 크게 보아 3줄기입니다;
1) 첫째, 예루살렘의 왕족들과 주전파 신하들이 자신들의 가문을 보전하기 위하여 자식들에게 가병을 주고 주변의 여러 왕국으로 피신을 시킵니다. 그러나 그 자손들이 피신하고 있는 모압과 암몬 그리고 에돔의 왕국들도 안전하지가 않습니다. 갈대아 군대에 의하여 역시 멸망을 당하고 말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그들은 아라비아 광야로 들어가서 저항운동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성군 요시야의 동생 집안의 자손들이 들어 있습니다. 그 중의 한줄기가 바로 왕족인 엘리사마의 손자이며 느다냐의 아들인 이스마엘입니다(렘40:8aa). 그는 친분이 있는 예루살렘의 유력한 가문의 자손인 그다랴 총독을 찾아서 미스바로 오게 됩니다.
2) 둘째, 주전파 신하들 가운데 특히 애굽제국으로 자신들의 자손들을 미리 피신시킨 자들이 있습니다. 본문에 나타나고 있는 가레아가 그러한 사람입니다. 그의 아들들이 애굽에서 지내다가 조국이 갈대아 군대에 의하여 멸망을 당한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그들은 그후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갈대아 군대가 가나안 땅에서 철수를 하고 온건한 인물 그두랴가 총독이 되어 빈민들과 노약자들 그리고 유목민들에게 가나안 땅을 분배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고토로 돌아가고 싶어서 가레아의 아들들인 요하난과 요나단이 가병들을 이끌고 미스바의 총독부로 찾아오고 있는 것입니다(렘40:8ab).
3) 셋째, 고대 유대인 달력으로 주전 586년 4월에 다윗왕조의 수도이며 천혜의 요새지인 예루살렘성이 신바벨론의 갈대아군대에 의하여 함락이 됨으로써 유다 왕국이 멸망을 맞이하고 맙니다. 지방에서는 남서쪽의 두 요새지 라기스와 아세가도 더 이상 저항을 하지 못하고 무너지고 맙니다. 그러자 성을 빠져나온 유다의 일부 병사들이 산과 들판을 떠돌면서 적들을 계속 괴롭히고 있습니다. 갈대아 군대의 사령관 느부사라단이 큰 세력들을 소탕하고 본국으로 철수를 하고 맙니다. 그때까지 저항을 하고 있던 유다의 지휘관 스라야가 이제는 미스바의 그다랴 총독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습니다. 총독 그다랴가 군사적으로 유다의 잔존 병사들을 소탕하려고 하지를 않습니다. 그러자 단후멧의 아들 스라야는 부하들을 이끌고 총독 그다랴에게 와서 항복을 하고 가나안 땅 일부를 분배 받아 자신들의 아성으로 만들고 있습니다(렘40:8ac).
(3) “느도바 사람 에배의 아들들과 마아가 사람의 아들 여사냐와 그들의 사람들이 미스바로 가서 그다랴에게 이르니”(렘40:8b);
1) 고대 유대사회에서 사람의 신분을 말할 때에는 두가지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①하나는, 누구나 알만한 유명한 집안이면 그 집안의 족장의 이름을 먼저 말하고 그의 아들 또는 손자 누구라고 지칭합니다. 그러한 경우가 위에서 살펴본 3가지 경우입니다. 그들은 모두 예루살렘의 유력한 가문의 출신들입니다. ②또 하나는, 그 출신지역이 유명할 경우에는 고향의 이름을 먼저 말하고 그 다음에 당사자의 이름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한 경우가 본문에 다음과 같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2) 첫째, 느도바의 위치는 베들레헴 인근입니다. 남동쪽으로 10리 정도 떨어져 있는 느도바는 베들레헴에 살고 있는 이새의 집안과는 친족입니다. 그러므로 느도바 출신들이 다윗대왕의 지지세력이 됩니다. 그 가운데에는 전쟁에서 공을 세운 유명한 장군들이 있습니다(삼하23:29). 주전 586년에 신바벨론 갈대아 군대에 의하여 다윗왕조가 멸망을 하게 되자 느도바의 사람들이 의병(義兵)으로 일어납니다. 그 의병장이 에배의 아들들입니다. 막상 갈대아 군대가 철수를 하고 나자 그들이 미스바로 그다랴 총독을 찾아온 것입니다(렘40:8ba). 그들은 그다랴에게 항복을 하고 땅을 배분 받아 자신들의 기업을 고향 느도바에서 다시 이루고자 합니다.
3) 둘째, 마아가는 본래 아브라함의 동생인 나홀의 서자입니다(창22:24). 그의 자손이 아람 땅 하란 나홀 성의 인근에서 번성을 하여 한때는 마아가 족속을 다스리는 왕도 있습니다(창24:10, 삼하10:6). 그러나 호전적인 그들은 아람왕국이 망할 때에 함께 싸우다가 앗수르에 의하여 멸망을 당하게 됩니다(왕하16:9). 그때부터는 용병생활을 하였는데 주로 암몬 왕국에서 용맹한 그들을 고용합니다(대상19:6). 암몬 왕국 역시 갈대아 군대에 의하여 멸망을 당하자 여사냐가 이끄는 마아가 용병들은 아라비아 광야로 들어갑니다. 그때 유대인 왕족 출신인 이스마엘과 친분을 쌓은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이스마엘이 사병을 이끌고 미스바로 그다랴 총독에게 가나안 땅을 얻으려고 갈 때에 여사냐도 그의 부하들을 이끌고 함께 동행한 것으로 보입니다(렘40:8bb).
둘째로, “사반의 손자 아히감의 아들 그다랴가 그들과 그들의 사람들에게 맹세하여 이르되, 너희는 갈대아 사람을 섬기기를 두려워하지 말고, 이 땅에 살면서 바벨론의 왕을 섬기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유익하리라. 보라 나는 미스바에 살면서 우리에게로 오는 갈대아 사람을 섬기리니, 너희는 포도주와 여름과일과 기름을 모아 그릇에 저장하고, 너희가 얻은 성읍들에 살라 하니라”(렘40:9-10); 다음과 같이 두 부분으로 나누어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1) “사반의 손자 아히감의 아들 그다랴가 그들과 그들의 사람들에게 맹세하여 이르되, 너희는 갈대아 사람을 섬기기를 두려워하지 말고, 이 땅에 살면서 바벨론의 왕을 섬기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유익하리라”(렘40:9);
1) 이스라엘 12지파 가운데 유다 지파가 가장 포용력이 큽니다. 그래서 그런지 느부갓네살 황제에 의하여 유다 총독으로 임명이 된 유다 지파의 인물 그다랴가 매우 포용력이 큽니다(렘40:9a). 그는 신바벨론의 갈대아 군대에게 저항을 하던 유대인 잔존세력들이 그에게 투항을 하자 모두 받아 들입니다. 그들에게 사면(赦免)의 혜택을 주면서 느부갓네살 황제를 충심으로 함께 섬기자고 제안을 합니다(렘40:9b). 그리하면 가나안 땅을 기업으로 나누어 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있습니다(렘40:9c).
2) 그것은 두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①하나는, 군사적으로 갈대아 군대를 빌려서 그들을 토벌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②또 하나는, 그들이 황제에게 반역을 하지만 않는다면, 자신들의 사병을 이끌고 고향으로 돌아가서 기업을 일구어도 좋다는 것입니다. 자신에게 투항하는 동족들에게 참으로 너그러운 그다랴 총독입니다. 그만큼 그는 주화파이며 온건한 인물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훗날 엄청난 화근이 되고 맙니다(렘41:1-4).
(2) “보라 나는 미스바에 살면서 우리에게로 오는 갈대아 사람을 섬기리니, 너희는 포도주와 여름과일과 기름을 모아 그릇에 저장하고, 너희가 얻은 성읍들에 살라 하니라”(렘40:10);
1) 그다랴 총독이 동족들을 너무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치적인 역량이 부족합니다. 그는 예루살렘의 권문세가인 사반의 후손이지만 문약(文弱)한 것으로 보입니다. 신바벨론 황제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문약하면서 온건한 인물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역심(逆心)을 품지 않고 가나안의 빈 땅을 빈민들에게 나누어 주고 농사와 목축을 하게 하여 그 소득을 황제에게 매년 조공으로 착실하게 바칠 것이기 때문입니다.
2) 그러나 그동안 갈대아 군대와 전투를 하다가 부하들을 이끌고 총독부를 찾아온 소위 산전수전(山戰水戰)을 다 겪은 유대인 지휘관들에 대해서는 그러한 온건한 성품의 그다랴 총독은 적임자가 아닙니다. 그렇게 유화적으로 처리를 하면 큰일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예상대로, 총독 그다랴는 본문에서 아주 위험한 조치를 취하고 맙니다;
3) 첫째, 그다랴 자신은 미스바에서 총독부의 일만 보겠다는 것입니다. 매년 소출을 거두어 바벨론으로 조공을 보내는 일만 담당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감찰을 하기 위하여 미스바 총독부를 찾아오는 황제의 고관들을 자신이 잘 대접하여 보내겠다는 것입니다(렘40:10a).
4) 둘째, 여러 투항하신 지휘관들은 이제 군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염려를 하지 말고 가나안 땅에서 분배를 받은 자신들의 기업으로 부하들과 함께 돌아가서 경작과 경제적인 활동에만 신경을 쓰시면 된다는 것입니다(렘40:10b).
5) 요컨대, 그와 같은 그다랴 총독의 정책은 장차 지방에서 발호(跋扈)하게 되는 군벌(軍閥)들에 대하여 무방비한 것입니다. 참으로 군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우매한 그다랴 총독의 발언입니다.
셋째로, “모압과 암몬 자손 중과 에돔과 모든 지방에 있는 유다 사람도 바벨론의 왕이 유다에 사람을 남겨둔 것과 사반의 손자 아히감의 아들 그다랴를 그들을 위하여 세웠다 함을 듣고, 그 모든 유다 사람이 쫓겨났던 각처에서 돌아와 유다 땅 미스바에 사는 그다랴에게 이르러, 포도주와 여름과일을 심히 많이 모으니라”(렘40:11-12); 역시 다음과 같이 두 부분으로 나누어서 살펴봅니다;
(1) “모압과 암몬 자손 중과 에돔과 모든 지방에 있는 유다 사람도 바벨론의 왕이 유다에 사람을 남겨둔 것과 사반의 손자 아히감의 아들 그다랴를 그들을 위하여 세웠다 함을 듣고”(렘40:11);
1) 애굽제국의 바로가 가나안 일대의 왕국의 왕들에게 반(反) 바벨론 동맹을 결성하자고 제안한 것이 시드기야 왕 4년으로 보입니다(렘27:3, 28:1-4). 그 다음해 곧 시드기야 5년에 애굽의 바로가 에돔, 모압, 암몬, 두로 , 시돈 그리고 유다 왕국까지 참여하는 동맹의 수장이 되자 신바벨론제국의 느부갓네살 황제는 그들을 쳐부수기 위하여 원정에 나서게 됩니다. 먼저 요단강 동쪽과 남쪽의 여러 왕국들을 쳐부순 것으로 보입니다(렘40:11a).
2) 그 다음에 가나안 북쪽에 있는 두로와 시돈을 쳐부수고 남하하여 시드기야 왕 9년 곧 주전 588년에 유다 왕국을 침범합니다. 지방의 성읍을 먼저 점령하고 마지막으로 예루살렘성을 공격하고 있을 때에 애굽의 바로가 구원에 나섭니다. 그때 잠시 느부갓네살의 갈대아 군대가 유다 왕국 바깥으로 물러나게 됩니다(렘37:5, 11). 그러나 그 다음해 말에 재차 침범하여 마침내 태양력으로 주전 586년 7월에 예루살렘성과 유다 왕국을 완전히 멸망시키고 맙니다(렘39:2-8). 애굽의 바로는 국내사정으로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고 마는 것입니다(렘37:7-8).
3) 주전 605년에 신바벨론제국의 느부갓네살 황제는 즉위하자 마자 시리아에서 애굽의 군대를 쳐부수고 남하를 하여 유다 왕국의 항복을 받습니다. 그때 유다 왕 여호야김은 애굽의 바로를 버리고 느부갓네살 황제를 섬기기로 맹세를 합니다(단1:1-6). 그가 황제를 배신하자 느부갓네살은 주전 597년에 유다 왕국을 재침합니다. 일찍 죽은 여호야김 대신에 그의 아들인 여호야긴 왕이 항복을 하고 바벨론으로 끌려갑니다(왕하24:12, 15). 그때 황제는 유다 왕국이 다시는 반란을 시도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유다 왕국의 재화와 쓸만한 인력을 전부 빼앗아 갑니다(왕하24:13-16).
4) 그에 따라 시드기야 왕의 유다 왕국은 피폐할 대로 피폐한 허울 뿐인 왕국에 불과합니다(왕하24:17). 자연히 유다 왕국의 부자들과 유력한 자들이 많이 이웃나라로 망명을 하고 맙니다. 그러나 주전 592년경부터 그들이 망명한 가나안 주변의 왕국들 곧 모압과 암몬 그리고 에돔의 왕국이 갈대아 군대에 의하여 먼저 망하고 그 다음에 주전 586년에는 유다 왕국마저 신바벨론에 의하여 멸망을 당하고 맙니다(왕하25:1-7). 기댈 언덕이 없는 유대인들은 이제 유다 총독 그다랴의 눈치만 살피고 있습니다.
5) 다행스럽게도 그다랴 총독은 이웃나라에 망명했거나 피신한 동족들을 차별하지 아니하고 모두 받아 들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모압과 암몬 자손 중과 에돔과 모든 지방에 있는 유다 사람도 바벨론의 왕이 유다에 사람을 남겨둔 것과 사반의 손자 아히감의 아들 그다랴를 그들을 위하여 세웠다 함을 듣고”(렘40:11) 그들이 무더기로 미스바의 총독부로 찾아오고 있는 것입니다. 이웃나라와 이방민족의 눈치를 보고 사는 것보다는 역시 고향 땅으로 돌아가서 사는 것이 더 좋기 때문입니다.
(2) “그 모든 유다 사람이 쫓겨났던 각처에서 돌아와 유다 땅 미스바에 사는 그다랴에게 이르러, 포도주와 여름과일을 심히 많이 모으니라”(렘40:12); 유다 총독인 그다랴가 참으로 동족을 사랑하고 포용력이 큽니다. 그는 고토로 돌아오는 유대인들의 과거의 행적을 불문에 붙이고 있습니다(렘40:12a). 그들을 따뜻하게 영접하고 고향으로 돌려보내서 다시 기업을 얻게 합니다. 그리고 포도농사와 밭 농사를 짓도록 합니다. 여러 해 묵혀 둔 토지라 포도주와 여름과일의 수확이 풍성합니다(렘40:12b). 고향으로 돌아온 유대인들이 좋은 총독 그다랴 덕분에 참으로 태평성대를 누리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고대사회에서는 일반적으로 하나의 왕국이 외세에 의하여 멸망을 당하게 되면 그 망한 나라의 왕족과 귀족들이 중심이 되어 남은 백성들과 함께 외세를 몰아내고 자신들의 왕국을 재건하고자 하는 운동이 활발하게 발생합니다.
그런데 신바벨론의 갈대아 군대가 멸망을 시킨 가나안 일대의 왕국에서는 그러한 저항운동이 강력하게 발생하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갈대아 군대가 워낙 강하여 애굽의 바로가 중심이 된 반(反) 바벨론 동맹을 완벽하게 와해시키고 그 동맹에 가입한 왕국들을 한꺼번에 섬멸하여 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일찍이 우방국으로 몸을 피한 유다 왕국의 왕족들과 귀족들 그리고 끝까지 가나안 땅에서 항거를 계속하고 있던 장수들이 별로 성공적이지를 못합니다. 그들이 피신할 곳은 애굽제국이거나 아니면 아라비아 광야 뿐입니다. 그것보다는 갈대아 군대가 물러간 가나안 땅의 고향을 다시 기업으로 얻고 그곳에 정착을 할 수 있으면 그것이 훨씬 좋습니다.
마침 미스바에 총독부를 설치한 그다랴 총독이 과거를 묻지 아니하고 동족들이 되돌아 오는 것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무력항쟁을 버리고 신바벨론의 황제를 섬기겠다고 맹세만 하면 가나안 땅을 나누어 주고 있습니다. 참으로 좋은 기회입니다. 그러므로 많은 망국의 백성들과 미리 피신한 자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그와 같은 시대상황을 염두에 두시고 본문의 내용을 다시 검토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아무쪼록 당시의 상황에 대한 많은 깨달음을 얻어 하나님의 말씀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시고 신앙생활에 잘 적용하시기를 바랍니다. 살롬!
(신바벨론제국의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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