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규와 아끼꼬(손진길 소설)

상규와 아끼꼬5(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2. 11. 19. 00:03

상규와 아끼꼬5(손진길 소설) 

 

2. 비혼주의자(非婚主義者) 아끼꼬와 아파트너(apartner) 임상규

 

이듬해 1999년부터 임상규는 뉴질랜드에서 최고의 명문으로 손꼽히고 있는 오클랜드대학교(University of Auckland)에서 공부를 하게 된다. 그는 법학정치학을 동시에 복수전공으로 공부하고 있다. 그에 따라 3년이 아니라 1년을 더 공부하여 4년간 많은 과목을 이수해야 졸업이 된다;

상규는 두개의 전공에 대한 수업을 전부 듣기 위하여 분주하다. 오클랜드 도심 알버트 공원’(Albert park) 바로 옆에 자리잡고 있는 대학본부의 캠퍼스와 로스쿨이 있는 작은 캠퍼스를 오가면서 바쁘게 지내고 있는 것이다;

두개의 캠퍼스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서 가까이에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다. 만약 로스쿨(Law school)이 도심에서 한참 벗어나 있는 이스트 타마키’(East Tamaki) 캠퍼스에 있다고 하면 정말 그 사이를 오가면서 시간을 많이 소비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고맙게도 로스쿨은 대학본부 가까이에 자리를 잡고 있다;

 그 이유는 3년간 로스쿨에서 공부한 다음에는 그 옆에 있는 고등법원(high court)에서 연수를 받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은 모든 과목에서 탈락하지 아니하고 전부 합격을 했을 경우에 그러하다;

로스쿨로 진학하려고 하는 오클랜드대학교 1학년생의 수가 엄청 많다. 따라서 서로 경쟁하면서 학점을 전부 따고자 열심들이다. 그 때문에 임상규1학년인 1999년을 더욱 바쁘게 지내고 있다. 아침 일찍 부모님이 계시는 파파토에토에(Papatoetoe) 집을 나와서 시내 도심(downtown)으로 들어온다;

그가 일찍 서둘러서 등교를 해야 자신의 중고자가용을 주택가 골목길에 세워 둘 수가 있다. 만약 등교시간이 늦어지면 그때에는 별 수 없이 주차비를 물고서 차를 학교주차장에 세워야 한다. 그것이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는 것이다.

대학교를 다니게 되자 임상규는 정부에 두가지로 재정지원을 요청한다; 하나는, 대학생에게 주는 최소한의 생활비이다. 그것이 이름하여 학생수당’(student allowance)인데 기본적으로 수당의 성격이므로 나중에 상환할 필요가 없다;

또 하나는, 정부가 대학생에게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등록금을 금융기관에 알선하여 융자해주는 제도이다. 그것이 소위 학생 융자금’(student loan)이다. 은행을 통하여 융자를 주는 것이므로 반드시 갚아야 한다. 그런데 은행에서는 매년 물가인상률을 이자에 반영하고 또한 행정비용을 첨가하고 있으므로 무려 매년 이자가 8%나 되고 있다.

그러므로 졸업한 다음에 빨리 갚지 아니하게 되면 그 부담이 상당하다. 만약 취직을 하더라도 일정소득을 얻지 못하게 되면 그 상환이 유예가 되지만 그 동안에 매년 이자가 불어나게 되므로 유리한 것이 절대로 아니다. 따라서 학생융자금을 갚고 싶어도 전부 갚게 되는 사람의 수가 그리 많지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와 같은 애로사항이 존재하고 있으므로 뉴질랜드와 달리 호주에서는 학생융자금에 대하여 처음에 20%정도의 이자를 한꺼번에 부과한 다음에 매년 이자를 면제하고 있다. 그러므로 졸업 후 일정소득 이상을 얻게 되면 행복한 마음으로 융자금을 전부 갚게 되는 것이다.

그와 같은 차이점을 뉴질랜드에서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 동안 임상규는 알지를 못했다. 훗날 호주로 재이민을 하자 그때에 알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세월이 지나게 되면 뉴질랜드의 정책이 점점 호주의 경우를 참고하여 변화하고 있다. 그렇게 두나라는 제도적으로 더욱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그와 같은 사실에 임상규가 민감한 이유는 그가 정치학을 복수전공으로 공부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임상규가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 동안에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영국의 여왕을 국가원수에서 배제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국민투표로 확정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미국처럼 영국의 그늘을 완전히 벗어나서 독립을 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하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대영제국이라고 하는 그 옛날의 전통이 아직도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는 국가들에게 남아 있어 나름대로 서로가 이익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임상규가 대학에서 공부한 바로는 오늘날에도 그 혜택이 여러가지이다. 무엇보다 영국의 법제도와 정치제도를 도입하여 자국에 적용하기가 용이한 것이다. 그리고 컴퓨터프로그램이나 기술분야에 있어서도 영국의 도움을 쉽게 얻을 수가 있다.

게다가 명목적이지만 영국의 국왕을 토지소유자로 정하고 있으므로 원주민들이 심리적인 안정감을 얻고 있다. 그 옛날 1840년에 뉴질랜드의 원주민 마오리들은 영국의 국왕과 와이탕이 조약’(the Treaty of Waitangi)을 체결하여 공존공영의 길을 마련했다;

그것도 사실은 두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마오리들의 주장으로는 그들의 땅 아오테아로아’(Aotearoa, 희고 긴 구름의 나라)에 들어온 영국사람들을 영국국왕이 보낸 정치인과 관료들이 다스릴 수 있도록 자치권을 허용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자치권이 아니라 아예 나라의 주권(sovereign)을 영국국왕에게 완전히 양도한 것이라는 뉴질랜드정부의 주장이다.

그 점을 알기 쉽게 마오리어 번역본’(Maori version)영어 번역본’(English version)의 차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와 같은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마오리 족장들이 맺은 조약의 상대방은 어디까지나 뉴질랜드 정부가 아니라 영국의 국왕인 것이 역사적인 사실이다.

그런데 만약 영국의 크라운’(crown)이 사라진다고 하면 마오리들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상대방이 존재하지 아니하게 되고 만다. 그것은 원주민인 그들에게 있어서는 참으로 큰 손해이며 심각한 문제인 것이다.

그와 같은 미묘한 사항에 대하여 임상규가 오클랜드대학교에서 정치학과 법학을 복수전공하면서 나름대로 깊이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바쁘게 대학생활을 하면서 매주 금요일 오후가 되면 임상규는 개인적으로 어김없이 아끼꼬를 만나고 있다.

아끼꼬는 임상규가 파파토에토에 고등학교를 떠나게 되자 자신의 거처를 옮기고 있다. 도심과 마누카우 사이 중간지점에 해당하는 마운트 웰링턴’(Mt. Wellington) 지역으로 셋집을 옮기고 차제에 근무지도 아예 마누카우 폴리텍’(MIT)의 일본어학과로 옮긴 것이다;

 

그 이유가 나름대로 두가지이다; 하나는, 아끼꼬가 오클랜드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임상규를 편하게 만나기 위해서는 그 중간지점이 좋은 것이다. 또 하나는, 임상규의 동생 상민이가 파파토에토에 하이스쿨에 재학중이므로 아끼꼬가 불필요한 소문이 나는 것을 미리 예방한 것이다.  

그런데 상규아끼꼬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아끼꼬가 비혼주의자’(非婚主義者)이고 임상규가 소위 아파트너’(apartner)라는 것이다. 아끼꼬는 결혼생활을 영위하고 싶어하지 아니하고 있다. 자신은 결혼도 하지 아니하고 애기도 낳지 아니하고 혼자서 살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데 25살의 그녀가 고등학교 졸업생인 20살의 임상규를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가서 하룻밤을 함께 지냈다. 그리고 매주 금요일이면 대학생인 상규를 만나고 함께 자신의 집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있다. 그것을 아끼꼬는 결혼생활이 아니라 그냥 현실적으로 필요한 동거생활(living together)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그것을 임상규는 결코 동거(同居)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그의 거처는 어디까지나 마운트 웰링턴(Mt. Wellington)아끼꼬의 집이 아니라 엄연히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파파토에토에(Papatoetoe) 집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매주 금요일이면 아끼꼬를 만나 하룻밤을 같이 지내는 것이 그 즈음 미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아파트너’(apartner)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그것은 남녀 파트너가 서로 떨어져 살면서 필요한 경우에만 주기적으로 한집에서 지내는 것을 의미하고 있는 신종어인 것이다;

따라서 아끼꼬임상규는 오클랜드에서 자신들을 아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스스럼없이 자신들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This is my boyfriend!”, “This is my girlfriend!”. 두사람이 서구사회에 살면서 참으로 편리한 제도를 나름대로 편하게 따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장남인 임상규의 나이가 들어갈수록 부모님의 생각은 그것이 아니다. 그들은 비혼주의아파트너라고 하는 생소한 제도에 결코 익숙한 세대가 아니다. 그것은 결혼을 하고 자녀를 생산하여 기르면서 부모의 책임을 다하여야 한다는 그들의 전통적인 관념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매우 이기적인 개인주의 생각에 불과한 것이다.

그와 같은 엄청난 생각의 차이를 과연 상규아끼꼬는 훗날 어떻게 맞이하고 또한 그것을 어떤 방법으로 극복하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