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규와 아끼꼬(손진길 소설)

상규와 아끼꼬1(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2. 11. 13. 05:05

상규와 아끼꼬1(손진길 소설)

 

1. 상규가 아끼꼬를 만나다.

 

상규네 가족은 1995년에 한국에서 뉴질랜드로 이민을 떠났다. 서울에서 엔지니어링 회사에 오래 다니고 있던 부친 임호준 부장이 아내 김영숙과 상의를 하더니  갑자기 사표를 내고 뉴질랜드로 955월에 이민을 떠난 것이다;

그때 한국나이로 17살인 임상규(林尙奎)는 서울에서 좋은 남자고등학교에 1학년으로 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2살 아래 15살인 남동생 임상민은 자신들의 집 아파트 가까이에 있는 남녀공학인 중학교 2학년생이었다.

일가친척이 한사람도 없는 생소한 뉴질랜드의 대도시 오클랜드에 도착한 상규네 가족 4명은 처음 2달을  오클랜드 도심 가까이에 있는 모텔에서 지냈다;

 그때 임호준김영숙 부부는 가장 먼저 자동차를 구입하고자 했다. 따라서 무작정 모텔을 나서서 중고자동차를 팔고 있는 매장을 방문한다;

그때 우연히 그곳 매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국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 사람의 이름이 이창수인데 그는 부산에서 2년 먼저 오클랜드로 이민을 온 인물이다. 그의 도움으로 임호준 부부는 손쉽게 성능이 좋은 중고차를 하나 구입했다. 그것이 일본회사 혼다(Honda)가 만든 아코드(Accord)이다.

2차 산업이 없는 외떨어진 섬나라 그것도 인구가 적은 뉴질랜드는 오래전부터 일본에서 중고차를 수입하여 많이 팔고 있다. 그 이유가 두가지이다; 하나는 뉴질랜드와 일본이 모두 영국의 운전법규 곧 좌측통행제를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일본차는 그대로 뉴질랜드에서 사용할 수가 있다.

또 하나는, 일본의 자동차산업이 국제적인 경쟁력이 있어 신차와 중고차를 구미지역에 많이 수출하고 있다. 따라서 국민소득이 크게 높지 못한 뉴질랜드에서는 일본의 중고차를 싸게 수입하여 많이들 사용하고 있다. 상규가 부친에게서 들을 바로는 일제 자동차는 부품값도 싸다고 한다.

중고자동차 매장에서 만난 부산사나이 이창수는 오클랜드에 도착한지 얼마 되지 아니한 임호준 부부에게 두가지의 도움을 더 주고 있다; 하나가, 오클랜드의 지형에 대한 그의 지식을 말해준 것이다. 또 하나가, 자신이 다니고 있는 한인교회를 소개해준 것이다.  

임호준은 자신과 나이가 비슷한 40대 중반의 이창수의 말을 듣고 주일이 되자 그와 함께 한인교회에 출석했다. 서울에서도 교회를 다닌 임호준 부부는 착실한 집사였던 것이다. 그래서 임호준 집사는 이창수 집사와 함께 교회에 다니면서 상당히 가까워지고 있으며 그를 많이 신용하고 있다;

그렇지만 오클랜드에서 살 집을 구하는데 있어서는 임호준 부부가 이창수의 말을 그냥 참고만 하고 있다. 그들은 나름대로 신중을 기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집이란 한번 사면 오래 살아야 되는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임호준 부부는 서울에서 발급받은 국제면허증을 활용하여 시내지도를 찾아보면서 열흘 동안이나 손수 자동차를 운전하여 오클랜드의 동서남북을 두루 살피고 다닌다. 어느 지역이 가장 살기에 좋은지를 알고자 하는 것이다;

  

정찰을 한 결과 임호준 부부는 당시 한국이민자들이 많이 살고 있는 북쪽 해안가 지역을 일부러 피하고 있다. 그 이유는 그곳에는 점수제 일반이민자보다 먼저 뉴질랜드에 들어온 투자이민자들이 살고 있는 부자 동네이며 언덕이 많은 지형이기 때문이다.

임호준은 공대를 마치고 엔지니어링 회사에 들어가서 계속 근무했기 때문에 중산층이기는 하지만 월급쟁이 이기에 부자는 아니다. 따라서 그는 주택을 구입하는데 있어서 많은 돈을 쓸 수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게다가 그는 언덕이 많은 북쪽보다는 평평한 땅이 있는 남쪽이 마음에 들고 있다.

특히 오클랜드의 남부에는 국제공항이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그가 동경하고 있는 근교농업지역이 펼쳐지고 있다. 그래서 임호준 부부는 남부 오클랜드에 정착하기로 마음을 굳히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부산사나이 이창수가 좋아한다. 그가 남부 오클랜드 마누카우(Manukau) 지역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창수는 일부러 시간을 내어 임호준 부부가 집을 구하기 위하여 복덕방(real estate)에 들릴 때에 동행을 해준다. 그가 먼저 이민을 왔기에 나름대로 부동산 구입에 대하여 지식이 있다. 따라서 이창수의 도움을 받아 임호준 부부는 마누카우(manukau) 시청에서 크게 멀지 아니한 동네 파파토에토에(papatoetoe)에 살 집을 구입한다;

물론 그 사이에 임호준 부부는 뉴질랜드의 운전면허를 땄다. 이미 말한대로, 한국에서의 운전은 미국식이라 우측통행이지만 뉴질랜드는 영국제도를 따라 좌측통행이다. 운전대의 위치도 다르다. 따라서 한국의 운전면허가 있더라도 뉴질랜드에서는 필기시험을 다시 보고 도로주행시험도 거쳐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재미가 있다고 하면서 재빨리 뉴질랜드 운전면허를 따고 있는 것을 보면 임호준 부부는 운전에 재능이 있는 셈이다. 상규네 가족이 파파토에토에의 주택에 입주하여 얼마 동안 살고 있는데 일찍 한국에서 해운으로 보낸 이삿짐이 그제서야 도착하고 있다.

짐정리를 빨리 끝내고 부친 임호준이 차남 임상민을 먼저 데리고 집 가까이 있는 중학교 곧 파파토에토에 중학교’(Papatoetoe intermediate school)를 방문한다. 교장선생님을 만나서 상민이를 2학년에 입학시키고 싶다고 말한다;

임호준의 영어가 유창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교장인 제임스’(James)가 바짝 신경을 쓰면서 임호준의 말을 듣고 있다. 그 다음에 고개를 끄떡이면서 다음과 같이 또박또박 질문한다; “상민이가 서울에서 중학교 2학년에 다닌 것이 맞습니까?... “.

부친 임호준이 쉽게 말하는 제임스 교장의 말을 알아 들었다. 그래서 자신 있게 대답한다; “맞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상민이가 2학년에 입학하여 공부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

그 말을 듣고 제임스 교장이 빙그레 웃으면서 말한다; “좋습니다. 상민이의 여권을 보니 나이가 2학년 학생보다 한살이 많군요. 그러니 그렇게 하는 것이 합리적이겠군요. 내일부터 학교에 보내시지요. 제가 오늘 상민이에게 담임선생을 만나도록 조치를 해주겠습니다”.

제임스 교장이 그날 바로 상민이를 데리고 수업 중에 있는 교실을 찾아가서 담임선생 수지(Susie)를 만나도록 주선한다. 임호준이 교장실에서 20분쯤 기다리고 있자 상민이를 데리고 다시 제임스가 돌아온다. 그리고 준비물이 프린트가 되어 있는 서류까지 준다.

당장 학교에서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 교복과 교과서이다. 그것을 학교에서 싸게 구입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하고 있는데 자세히 보니 전부 중고(second hand)이다. 임호준은 그 점이 이상하여 고개를 갸웃하자 제임스 교장이 그의 얼굴을 보면서 웃는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미스터 임, 우리 중학교는 2학년을 마치면 학생들이 졸업하고 있어요. 그들이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더 이상 중학교 교복과 교과서가 필요 없지요. 그러므로 그것들을 여기 모아 놓고 저렴하게 편입하는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어요. 그것이 합리적이지요!... “;

임호준이 그날 자주 듣게 된 용어가 합리적’(reasonable)이라는 것이다. 이치에 맞다고 하면 그대로 실행하는 것이 옳다는 사상이다. 그것이 아무래도 영국인들의 실용적인 삶’(pragmatic life)을 추구하는 기본사상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임호준은 학교의 교장이나 선생이 학생들과 학부형들에게 엄청 친절하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다. 그것이 신기하여 나중에 이창수에게 말했더니 그가 먼저 크게 웃고 있다.

그 다음에 그의 대답이 다음과 같다; “임 선생, 여기 뉴질랜드에는 시민사회를 유지하는 3가지 기둥이 있다고들 자랑하고 있어요. 교사, 간호사, 그리고 경찰이 그들이지요. 봉급이 많지 않지만 시민들에게 친절하고 사회를 위하여 봉사하는 모범이 되고 있다는 칭찬이지요. 사실 그것이 그들의 프라이드입니다!... “;

더 깊이 따지고 보면 임호준의 영어가 그렇게 유창한 편이 아니지만 아들을 중학교에 쉽게 입학시킬 수 있게 된 것은 뉴질랜드가 기본적으로 이민국가이기 때문이다. 1992년부터  뉴질랜드정부가 점수제로 일반이민의 문을 활짝 열고 있다. 그에 따라 한국사람들도 많이 이민을 오고 있다.

아시안 이민자의 자녀들이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많이들 입학하고 있다. 그래서 학교의 교장 및 교감 그리고 학교교사들이 그들을 친절하게 받아들이면서 뉴질랜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영어교육과 실용적인 교육을 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 덕분에 학생들은 2년만 지나면 나름대로 영어를 유창하게 말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사고방식이 서서히 서구식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부모들은 그것이 아니다. 여전히 의식이 서구화되지도 못하고 현지언어인 영어는 능통하지가 못하다. 부모세대는 떠나온 한국의 문화와 의식에 여전히 젖어 있다. 따라서 부모세대와 자녀세대 사이에 자꾸만 간격이 발생하게 된다. 그 점을 임호준 부부는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 다음에 임호준은 장남 임상규를 데리고 가서 집에서 약간 떨어져 있는 파파토에토에 고등학교(Papatoetoe high school) 1학년에 입학시킨다;

차남을 중학교에 입학시킨 경험이 있어서 장남 상규를 더 쉽게 고등학교에 입학시키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상규는 부친이 상당히 유능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임상규가 파파토에토에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동안 한국친구가 하나 둘 늘어난다. 1995년에 한국에서 뉴질랜드 오클랜드로 이민오는 사람들 가운데 오클랜드 공항이 가까운 마누카우 지역에 정착하는 가정이 제법 되기 때문이다. 그 중에 상규와 같은 학년으로 입학하고 있는 동무가 3명이나 된다.

그 이름이 박호민, 김호성, 그리고 정기수이다. 3친구 모두 서울에서 고등학교 1학년에 다니다가 이민을 왔기에 나이가 같다. 학교에 가면 모두가 영어로 수업을 하고 있어서 상규와 3친구는 한해동안 스트레스가 심하다. 그렇지만 그들끼리는 한국말로 소통을 하고 있으니 그것이 그들의 숨통을 트이게 한다.

자연히 상규와 3친구가 어울려서 다니고 있다. 그리고 남녀공학인 파파토에토에 고등학교에는 백인이 많고 금발미녀가 많아서 그것이 젊은 그들에게는 신기하기도 하고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마디로, 그들의 이야기거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