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갈렙 장군35(작성자; 손진길)
이스라엘 상비군이 진을 치고 있는 곳은 당시 ‘모압평지’라고도 불리고 있는 싯딤지역이다. 그곳은 아르논강 이북지역이다. 그러므로 오랫동안 아모리 시혼왕국이 차지하고 있던 곳이다. 이제는 그 땅의 주인이 바뀌었다. 모세가 영도하는 이스라엘의 군대가 아모리 시혼왕국을 멸망시키고 그 지역을 점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옛날의 지명인 ‘모압평지’라고 부르고 있다. 그와 같이 정치적 군사적인 변화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의 인식과 의식은 그렇게 빨리 변화하지 아니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역사를 연구할 때에는 제도적인 변화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의식과 문화의 변화를 함께 살피는 안목이 필요하다.
모세는 그러한 차이를 실감하고 있다. 그는 80세에 호렙산에서 여호와 하나님을 만났다. 그때 그곳에서 여호와의 종으로 세움을 받았으며 신위적인 능력을 행할 수 있는 여호와의 지팡이까지 얻었다.
모세의 출현으로 애굽에 10가지 재앙이 내리고 마침내 출애굽의 역사가 발생한다. 그리고 며칠후에 이스라엘 백성들을 추격하던 애굽의 군대가 홍해에 수장되는 놀라운 사건이 발생한다. 그때 모세는 애굽에서의 10재앙과 홍해사건을 경험한 이스라엘 자손들이 여호와를 섬기는 신정국가 이스라엘의 온전한 신앙인들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모세의 착각이다. 왜냐하면, 애굽에서 430년간 지낸 이스라엘 자손들의 우상문화를 제거하고 창조주 여호와만을 섬기는 신앙인을 양성하는데 있어서 무려 광야생활 40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40년의 혹독한 훈련기간을 거쳤지만 아직도 완전한 여호와의 종으로 살아가는 이스라엘 백성을 만들어내지를 못하고 있다.
그 점을 120세의 모세는 싯딤에서 절감하고 있다. 이스라엘 군대의 지도자들과 청년들이 미디안의 재녀들과 모압 처녀들의 꾀임에 빠져서 브올산에 함께 올라가 성적으로 타락하고 바알 우상을 섬기고 말았으니 할 말이 없다. 그 결과 전염병이 발생하여 2만 4천명의 아까운 목숨이 희생되고 만 것이다.
모세는 자신의 능력의 한계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한가지 사실을 더 깨닫고 있다. 그래서 그가 중얼거리는 말이 다음과 같다; “이 민족은 약속의 땅 가나안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여호와의 종으로 제대로 살아가지를 못하고 다시 우상문화와 성적인 타락에 빠지고 말겠구나!… “.
그러한 맥락에서 모세가 신명기에서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스라엘 자손들이 매일 여호와께서 주시는 만나를 얻어먹고 사는 광야에서도 그러하니 젖과 꿀이 흐르는 비옥한 가나안 땅에 들어가면 세상의 풍요에 취하여 완전히 타락하고 말 것이다. 그러니 이스라엘 자손들은 매년 광야생활을 되돌아보면서 여호와신앙에서 이탈하지 아니하도록 부단히 노력해야만 할 것이다”.
결국, 모세가 얻고 있는 결론이 다음과 같다; “나는 동족을 이끌고 약속의 땅 가나안에만 들어가면 만사가 형통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다. 인간이란 이 세상에서는 결코 완전한 여호와의 종으로 살아갈 수가 없다. 그러므로 나는 그렇게 살아갈 수 있는 메시아를 만나서 그의 도움을 받고 싶다. 그리고 함께 진정 여호와께서 원하시는 자녀의 모습으로 한번 살아보았으면 소원이 없겠다”.
모세가 그러한 소원을 가지고 이 세상에서의 삶을 마쳤다고 하는 사실을 먼 훗날 히브리서의 저자가 다음과 같이 증거하고 있다; “그리스도를 위하여 받는 수모를 애굽의 모든 보화보다 더 큰 재물로 여겼으니, 이는 상주심을 바라봄이라”(히11:26), “그들이 이제는 더 나은 본향을 사모하니, 곧 하늘에 있는 것이라. 이러므로 하나님이 그들의 하나님이라 일컬음 받으심을 부끄러워하지 아니하시고 그들을 위하여 한 성을 예비하셨느니라”(히11:16).
그와 같은 깨달음을 얻고 있는 말년의 모세에게 여호와의 음성이 들려오고 있다; “이번 브올산 사건은 미디안의 북방 5부족국가의 왕들이 거짓선지자 발람의 꾀를 쫓아 벌린 사건이다. 그러므로 이스라엘의 기마병 1만 2천명을 보내어 그들을 징벌하도록 하라”(민31:1-5).
최고지도자 모세가 전하고 있는 여호와의 말씀에 따라 갈렙과 여호수아가 원정군을 편성한다. 12개 지파의 정예병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 12개 군단에서 각각 1천명의 기병들을 뽑아서 정벌군을 구성한다. 전투경험이 풍부한 전방사령관 갈렙과 친위부대장 가람 장군이 지휘를 맡는다.
그런데 이번 원정에 있어서는 두가지 애로사항이 있다; 첫째, 싯딤에서 아라비아 북서쪽에 있는 미디안의 북방까지 들어가는데 그 거리가 상당하다. 200km가 넘는 거리를 말로 달려가서 전투를 해야 하는 것이다. 둘째, 미디안의 5개 부족국가라고 하면 그 군사가 25만명은 족히 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이스라엘의 기병 1만 2천으로 그들을 격파해야 한다. 그것이 물리적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러한 애로사항을 모세가 벌써 알고 있다. 그래서 모세가 여호와의 명령에 따라 가장 강력한 부대를 원정군에게 붙여준다. 그에 대한 민수기의 설명이 다음과 같다; “모세가 각 지파에 1,000명씩 싸움에 보내되, 제사장 엘르아살의 아들 비느하스에게 성소의 기구와 신호나팔을 들려서 그들과 함께 전쟁에 보내매… “(민31:6).
제사장 비느하스가 가지고 간 성소의 기구와 나팔은 마치 호렙산에서 모세가 든 양팔과 같다. 그 때문에 39년전에 미디안 르비딤 광야에서 이스라엘의 오합지졸의 군대가 광야의 무법자인 아말렉의 마적단을 물리친 역사가 다시 그 땅에서 재현이 된다(출17:8-16, 민31:6-8).
갈렙과 가람 장군이 기마대를 지휘하여 미디안의 5부족국가를 차례로 격파하는데 뜻밖에 적병들이 힘을 쓰지를 못한다. 갈렙과 가람은 전장에서 오래 살아온 무장들이지만 그러한 이상한 전쟁은 본적이 없다. 그래서 갈렙이 속으로 깨닫는다; “여호와의 역사섭리가 참으로 두려운 것이구나. 20배나 되는 적들을 능히 물리치게 만드시는 것이 여호와의 신위적인 능력이구나… “.
갈렙의 기마대가 4개의 부족국가를 정벌했지만 아직 수르 왕과 발람 선지자를 잡지를 못한다. 그래서 마지막 5번째 부족국가를 쳤을 때에 비로소 그들을 잡게 된다. 그리고 곧바로 그 자리에서 참하고 만다(민31:8). 그 두사람이 브올사건의 배후 음모자이기 때문에 도저히 용서함이 있을 수가 없다.
이스라엘의 기마대는 대승을 거두고 승리에 취하여 엄청난 양의 전리품과 더불어 포로로 잡은 부녀자 및 아이들을 끌고서 싯딤으로 개선한다. 그런데 뜻밖에 진 바깥에서 그들을 맞이하던 모세가 군 지휘관들에게 호통을 친다; “포로로 끌고 온 사내아이들과 처녀가 아닌 부녀자들을 즉시 참하라. 그들은 복수를 하고자 할 것이다”.
미디안 여인들의 미인계로 말미암아 이스라엘 병사들이 형편없이 타락한 사건을 알고 있는 모세가 그렇게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리고 모세는 차제에 모든 전리품에 대하여 율법에 따라 반드시 청결의 과정을 거치도록 하라고 지시한다. 더구나 원정군들도 일정기간 진영 바깥에서 청결의 과정을 거치도록 율법을 선포하고 만다.
갈렙은 모세가 엄격하게 이방인들의 우상문화에 대처하는 것을 보고서 자신의 여호와신앙을 재점검한다. 그리고 앞으로 더욱 철저하게 우상문화와 세속적인 타락에 대처할 것이라고 결심한다.
그런데 우상문화와 성적인 타락보다 더 두려운 사건이 이어서 발생한다. 그것이 바로 르우벤지파 및 갓지파의 장로들이 모세를 찾아와서 청원한 건이다. 그들이 다음과 같이 모세에게 주장한다; “우리 르우벤지파와 갓지파는 다른 지파보다 더 많은 가축을 사육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초지가 풍성한 아모리 땅을 우리에게 먼저 배정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 말을 듣자 모세가 진노하면서 대답한다; “그대들은 지금 이스라엘 자손들이 약속의 땅 가나안을 정복하는 것을 그만두게 만들고 있구나!... 어느 지파든지 이미 얻은 요단강 동편의 아모리족속의 땅을 먼저 차지하고 싶은 생각이 없겠느냐?... “.
모세가 잠시 숨을 돌리고서 이어서 말한다; “아모리의 땅을 먼저 얻고 위험한 가나안에서의 전쟁을 피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너희들은 그런 줄 번연히 알면서도 자파의 이기적인 생각으로 그만 국론분열의 내분을 일으키고자 하는구나!... “.
모세의 질책에 르우벤 및 갓 지파의 장로들은 할말이 없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자신들의 조건을 완화하여 다시 말한다; “저희들은 요단강을 건너가서 함께 가나안족속과 싸우지 아니하겠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타 10지파와 동일하게 전력을 다하여 가나안정복에 나서겠습니다. 그 대신에 우리들의 가족들은 여기에 남겨 두고 예비군들로 하여금 그 지경을 지키고자 합니다. 그렇게 양해를 해주십시오”.
그 말을 듣자 모세가 말한다; “나는 그대들의 청원을 정식안건으로 하여 12지파 장로회의에 붙일 것이다. 그 회의석상에서 그대들이 기타 10지파의 장로들을 설득하라. 그리고 그들이 제시하는 조건을 전부 받아들인다고 하면 나는 그때서야 그대들의 청원을 수락할 것이다”.
회막 앞에서 열린 장로회의에서 그 청원이 상정되자 기타 10지파의 장로들이 하나같이 노발대발한다. 심지어 다음과 같이 말하는 장로들도 있다; “우리 지파도 아모리 땅을 먼저 얻고 싶소. 그러면 요단강을 건너가서 오랜 세월 목숨을 걸어 놓고 가나안사람들과 전쟁을 칠 일도 없을 것이 아니요?... “.
그들 앞에서 르우벤과 갓 지파의 장로들이 무릎을 꿇는다. 그리고 눈물로 다음과 같이 사정한다; “이미 최고지도자 모세로부터 그러한 꾸지람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희들이 사죄를 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지파의 백성들이 다음과 같은 조건으로 아모리의 땅을 얻고 싶다고 말합니다; 첫째… “.
대표로 설명하던 르우벤지파의 수석장로가 잠시 숨을 쉬고 이어서 설명한다; “첫째는, 저희들의 예비군만 이곳에서 백성들을 보호하고 땅을 지킬 것입니다. 둘째, 상비군에 편성이 되어 있는 저희들의 정예병들은 한사람도 빠짐없이 가나안의 정복전쟁에 참여할 것입니다”.
정작 중요한 대목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셋째, 가나안정복이 완전히 끝이 나면 그때가서야 아무런 전리품도 받지를 아니하고 그대로 이곳으로 되돌아올 것입니다. 그러니 부디 이 점을 고려하셔서 저희들의 청원을 수락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 설명을 들은 기타 지파의 장로들이 이제는 수긍이 가는 표정이다. 그렇지만 일부 장로들이 주장한다; “그대들의 말을 우리가 완전히 믿을 수 있도록 해주시오. 그러면 수락을 하겠소”. 그 말을 듣자 두 지파의 장로들이 대답한다; “여호와의 이름으로 최고지도자 모세 앞에서 저희들이 맹세를 하겠습니다”.
그것은 이스라엘 사회에서 가장 무서운 맹세이다. 그 서약을 어기게 되면 죽음을 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보고서 나머지 장로들이 고개를 끄떡인다. 따라서 모세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르우벤과 갓 지파에게 아모리 두 왕국의 땅을 먼저 배분한다. 그 대신에 상비군에 소속이 된 그대들의 장정들은 가나안전쟁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여호와의 이름으로 서약하는가?”.
두 지파의 장로들이 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여호와의 이름으로 맹세합니다. 서약을 어기는 경우에는 저희 지파들이 전멸을 당한다고 하더라도 불평이 없을 것입니다”. 그 말이 끝나는 것을 기다려서 모세가 말한다; “르우벤지파는 시혼왕국의 영토를 차지하고, 갓지파는 바산왕국의 땅을 가지도록 하세요”.
이왕 말이 나온 김에 모세가 또 한가지를 말한다; “그리고 바산왕국의 북쪽에서 부흥운동을 하고 있는 아모리의 잔당과 군벌들에 대해서는 므낫세의 마길 자손들이 전담하여 토벌하겠다고 자원하고 있으므로 그 땅을 그들에게 주고자 합니다. 이의가 없으시지요?”.
그 말에 대해서는 전원이 찬성한다. 그날 갈렙과 여호수아가 장로회의를 참관하고 있다. 그 회의의 결과를 보면서 갈렙이 생각한다; “최고지도자이며 나의 사부이신 모세가 계시기에 내분의 조짐이 이렇게 수습이 되고 있구나... 이제 한달 안으로 여호와의 예언에 따라 모세가 이 세상을 떠나고 나면 그후에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
갈렙이 우려하고 있는 그 일에 대하여 여호와의 생각은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모세는 어떻게 자신의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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