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원 코리아16(손진길 소설)
강철민이 주말에 시간을 내어 이모부 조운락 박사의 집을 방문한다. 마침 나윤철 박사가 친구인 조운락 박사와 바둑을 두고 있다;
한국나이로 72살인 나윤철은 사실 조운락 박사와 같은 동네 이웃집에 살고 있다.
그들이 살고 있는 대동강변의 살기 좋은 마을은 특별히 노동당에서 공화국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과학자들에게 배정하고 있는 주택단지이다. 그곳에 과거 물리학자로 이름을 떨친 73세의 조운락 박사와 정치경제학자로 명성이 높았던 1살 연하인 나윤철 박사가 살고 있는 것이다;
때로는 이웃에 살고 있는 후배 과학자들이 이미 은퇴한 선배를 찾아오고 있다. 그 가운데 조운락 박사의 후배보다는 나윤철 박사의 후배가 더 많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강철민이 모처럼 이모부 집에서 바둑을 두고 있는 나윤철 박사의 옆에 앉아서 구경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오늘은 나 박사에게 물어볼 말이 있는데 그 질문을 꺼내기 전에 평소 궁금했던 그 점을 한번 물어보고자 한다.
강철민 상좌가 군인 답게 대담하게 웃으면서 나윤철 박사에게 말문을 연다; “나 박사님, 아무래도 선배님이 우리 이모부보다 후배 과학자들에게 더 인기가 많으신 모양입니다. 평소 찾아오는 후배들의 수가 월등한 것을 보면 그런 것 같습니다, 하하하... “.
그 말을 듣자 나윤철이 눈으로는 바둑판을 내려다 보면서 말로는 강철민을 향하여 대답한다; “강상좌는 군인이기 이전에 사실은 김일성대학에서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을 모두 전공한 인재가 아닌가? 그러니 누구보다 그 이치를 잘 알고 있을 터인데, 어째서 그렇게 묻고 있는가?... “.
그 말에 강철민이 대답하지 아니할 도리가 없다; “제 좁은 소견으로는 아무래도 자연과학의 발전이 빠르고 사회과학의 발전이 더디기에 그러한 것이 아닐까요? 나선배님의 생각도 그러하신 것입니까?... “.
그제서야 나윤철 박사가 잠시 바둑판에서 눈을 떼고서 대국을 하고 있는 조운락 박사를 한번 쳐다본 다음에 그 눈길이 다정하게 강철민을 향하고 있다. 그러한 행동을 조운락 박사가 보고서 내심 웃으며 생각한다; ‘허허, 나 박사 이 친구 이제 보니 나보다 젊은 조카 강철민과 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나를 자주 찾아오고 있구만, 그것 참, 허허허…’.
역시 나이가 들면 젊은 친구가 더 좋은 모양이다. 더구나 나윤철 박사가 보기에 조운락 박사의 처조카인 강철민은 앞으로 공화국에서 더 큰 일을 할 만한 식견과 도량을 가진 젊은 인재이다. 그러니 그에게 도움이 될 만한 가르침을 주고 싶은 생각이 크다;
따라서 그는 다음과 같이 친절하게 강철민에게 말한다; “우리 공화국을 둘러싸고 있는 정치경제적 환경이 크게 달라진 점이 없지. 그러니 후배들도 답답하면 나를 자주 찾아오는 편이지… 오늘은 강후배가 내 도움이 필요하여 넌지시 다른 말을 꺼내고 있는 것만 같군. 그래, 정작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가?... “.
정곡을 찌르고 있는 나 박사의 말에 강철민이 뜨끔하면서도 마음속에 품고 있는 말을 속 시원하게 꺼낸다; “사실은 나 선배님도 아시다시피 우리 공화국이 곤경에 처해 있어요. 남한과 한민족연맹을 구성하기로 합의를 했는데 그것을 일본이 앞장서서 반대하고 있어요. 어떻게 마땅한 타개책이 없겠습니까?... “.
그 말을 듣자 나윤철 박사가 갑자기 크게 웃는다. 그 다음에 아주 편하게 대답한다; “일본은 도둑이 제발이 저려서 하는 소리이지. 그러니 한번 크게 ‘도둑이야!’ 소리치면 금방 해결이 될 것 같군. 어때요, 조형 생각에도 내 말이 맞는 것 같지요?... “.
그 말에 조운락 박사가 끄응 하면서 대답한다; “나 박사는 어떻게 한살이나 많은 내게 그렇게 어려운 동문서답을 하고 있는가? 좀 알기 쉽게 설명을 해주어야 내가 알지. 내 조카도 그럴 것이야… “. 그 다음에는 아예 웃으면서 말한다; “그러니 이왕 적선을 하는 김에 구체적으로 가르쳐주면 나도 좋겠네, 허허허… “.
그 말을 들으면서 강철민은 이상한 생각이 들고 있다. 나 박사의 엉뚱한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아무래도 이모부 조운락 박사가 알고 있는 것만 같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두사람은 강철민 자신이 어렵게 꺼내고 있는 그 이슈에 대하여 벌써 의논들을 하고 있는 사이가 아닌가?... ;
그렇다고 보면, 이모부 조운락 박사가 일부러 모르는 척 끄응하며 연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판단한 강철민이 웃으면서 말한다; “제 눈에는 두 분이 벌써 그 방법을 찾아서 공유하고 계시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 이 어리석은 후배에게도 자세하게 알려주시면 좋겠는데요!... “.
아니나 다를까 나윤철 박사가 친절하게 이야기한다; “강후배는 아무 걱정을 안 해도 됩니다. 내가 며칠 전에 주석궁에 들러 최고지도자 동지에게 그 타개책을 벌써 말해 두었어요. 그러니 다음 주에는 세상이 좀 시끄럽게 될 거예요. 그리고 일본도 ‘아 뜨거라!’ 하면서 그 철면피한 태도가 180도 달라지겠지요, 하하하… “.
그렇게 말하고 있으니 강철민이 그 자리에서 더 물어볼 수가 없다. 그저 다음 주에 국제적으로 어떠한 일이 발생하게 되는지 기다려보는 것이 상책이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 주가 되자 갑자기 공화국에서 일본정부에 강력하게 한가지 요구를 하고 나선다;
그 내용이 다음과 같다; “일본정부는 일본제국시대의 잘못에 대하여 공식적으로 사과하지 아니하고 있으며 아직 우리 공화국에 대해서는 그 손해배상을 하지 아니하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인내할 수가 없다. 따라서 우리 공화국은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구체적인 내용이 강력하다; “첫째, 과거 식민통치의 잘못을 즉시 사과하라. 둘째, 우리 북한의 산천과 인민에게 입힌 손해를 정확하게 계산하여 현시세로 배상하도록 하라. 셋째, 우리의 정당한 요구가 관철되지 아니하게 되면 우리는 무력행사를 불사할 것이다!... “;
그 정도의 말로 끝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다음날에는 동해상으로 북한의 미사일이 두발이나 발사가 되고 있다. 한발은 공해상에, 또 한발은 아예 일본의 영해 안에 떨어지고 있다;
발사의 각도를 높은 포물선으로 쏘아서 그렇지 그대로 낮은 포물선으로 쏘았더라면 그것은 일본의 대도시에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일본의 입장에서 안보적인 위협은 그것 만이 아니다. 소형 핵폭탄을 벌써 개발하여 보유하고 있는 북한이다. 그러므로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을 일본을 향하여 낮은 포물선으로 발사하게 되면 그때는 과거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악몽이 재현되고 말 것이다.
그러한 사태가 발생하게 되자 일본의 국민들이 정부가 경솔하게 한반도의 통일문제에 왈가왈부 반대하며 나선 것이 큰 실책이라는 사실을 지적하고 나선다. 그리고 일본의 식자층에서는 북한정권이 핵무기와 중장거리 미사일을 관리하고 있는 것보다는 한국이 참여하는 한민족연방에서 관리하는 것이 일본에게는 더욱 안전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정부가 즉시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역사적인 손실보상의 문제는 하루 이틀 사이에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양국의 입장을 조정하기 위하여 많은 시일이 요구되는 문제이다. 따라서 일본정부는 앞으로 한반도에 한민족연방이 성립되면 연방정부와 그 점을 상세하게 논의할 방침이다”.
북한정권이 과거사 청산의 문제와 관련하여 일본을 향하여 동해상에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으므로 그 점을 감안하여 한국정부가 이번에는 아무런 성명을 내지 아니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과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는 미국정부의 입장은 그것이 아니다. 당장 일본 열도의 남단 오키나와에 상당수의 미군을 주둔하고 있다.
그러므로 북한의 섣부른 미사일 발사에 대하여 비난부터 하고 나선다. 그것을 보고서 북한에서는 다시 두 발의 미사일을 이제는 태평양을 향하여 발사한다. 일본 열도의 상공을 높이 비행하여 태평양에 떨어지고 있는 중거리미사일이다;
만약 그것이 장거리미사일이라고 하면 그때는 어떻게 되는가?... ;
미국정부가 당장은 비난성명을 내고 있다. 하지만 그들도 내부에서는 협의가 한창이다. 어디까지나 대화로써 북한과의 문제를 풀어야만 한다는 국무성의 의견과 더 이상 관용을 하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국방성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일본정부가 돌연 한민족연방의 구성에 찬성을 하고 나선다. 그러한 일본의 태도변화가 과연 미국정부의 입장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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