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원 코리아(손진길 소설)

그들의 원 코리아13(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2. 9. 19. 13:44

그들의 원 코리아13(손진길 소설)

 

 4. 한민족연방을 구성하려는 서울과 평양의 움직임

 

K대학교 정치학교수인 옥영준 박사는 후배 한국영 목사와 북한에서 왔다고 하는 강철민이 돌아간 다음 며칠동안 혼자서 깊은 생각에 빠진다. 그리고 나서 여의도 원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두 친구에게 전화를 낸다. 함께 만나서 긴히 상의할 내용이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마침 구정연휴가 임박한 시점이라 당장은 만날 수가 없다는 답변이다. 따라서 연휴가 끝난 125일 수요일 저녁시간에 만나고자 약속을 한다. 장소는 식사도 하면서 은밀하게 이야기를 나누기에 편리한 강북의 한적한 J음식점으로 정한다. 그들은 모두 K대학교 동문이므로 그 음식점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가장 먼저 도착하여 두 친구를 기다리고 있는 인물이 역시 그 모임을 제안한 옥영준 교수이다. 오래된 친구처럼 막역한 사이인 주인장 최사장에게 옥교수가 인사를 하면서 말한다; “최사장님, 오늘은 제가 원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두 친구와 긴히 이야기를 좀 나누고 싶어서 저녁식사를 예약했습니다. 안쪽에 있는 별실을 사용하면 좋겠는데요… “;

그 말을 듣자 J음식점 사장인 최문한이 허허라고 웃으면서 말한다; “옥교수님, 우리가 알고 지낸 세월이 벌써 30년이나 됩니다. 교수님 친구라고 하면 저의 친구도 되지요. 그러니 염려하지 마시고 별실에서 식사도 하시고 편하게 말씀도 나누세요. 말이 새나가지는 않을 것이니까요, 허허허… “.

옥영준이 별실에서 차를 마시면서 한참을 기다리고 있으니 두 친구가 한꺼번에 나타난다. 그들의 이름이 차영우원하룡인데 모두 여의도의 3선의원들이다. 그렇지만 소속정당이 다르다. 차영우가 제1야당 소속이고 원하룡이 여당소속이다. K대학교 동기동창이지만 그렇게 정치적인 입장이 다른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친한 사이이다. 그것이 역시 여의도의 정치세계인 모양이다. 그날 모임에서도 두사람은 화기애애하다. 언제 그들이 여의도 회의장에서 서로 목소리를 높이면서 정쟁을 했는지 전혀 모를 정도이다.

저녁식사를 하면서 그날은 옥교수가 차의원과 원의원에게 술을 권한다. 그 음식점이 지하철역에서 상당히 가깝기 때문에 사전에 옥영준이 두 친구에게 언질을 주었다; “오늘은 내가 긴히 할 이야기가 있어. 술도 한잔해야 하니 아예 차를 집에 두고 지하철을 타고 오도록 해. 나도 그렇게 할 테니까!... “.

대학때부터 친구이고 학계나 정치계에서 하는 일도 비슷하다. 옥영준은 모교에서 정치학교수로 이름을 날리고 있고 차영우원하룡은 국회에서 여야간에 중진의원이다. 벌써 차영우는 제1야당의 원내총무이고 원하룡은 여당의원으로서 외교통일위원장을 맡고 있다.    

일단 저녁식사가 끝나자 이제는 반주가 아니라 확실하게 술자리가 벌어진다. 오늘은 주최자인 옥영준이 두 친구에게 술을 권하면서 말문을 연다; “영우와 하룡이, 오늘은 내가 너희들에게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불렀다. 나는 금년부터 한반도의 통일을 위한 색다른 운동을 전개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나에게 가장 현실적인 통일방안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지!... “;

그 말을 듣자 차영우원하룡이 이상한 생각이 들고 있다. 평소 헛소리를 하지 않는 인물이 그들의 절친인 옥영준 교수이다. 그가 어째서 아직 술도 취하지 아니했는데 그러한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일까? 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아니하고 옥교수의 얼굴만 쳐다보고 있다.

그때 옥영준 교수가 설명을 시작한다; “지금 남북한 사이의 가장 큰 현안문제는 북한이 핵무기와 대륙간탄도탄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고 남한은 그것 빼고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지. 그러므로 나는 그 두가지를 확보하고 관리할 수 있는 강력한 정치조직을 하나 만들 구상을 하고 있어. 이름하여 한민족연방이지. 원내 중진인 두 사람 생각은 어때? 그 보다 더 좋은 구상이 당내에 있는 거야?... “;

그 말을 듣자 제1야당의 원내총무인 차영우가 먼저 대답한다; “우리 당의 통일정책은 진작부터 남한과 북한을 자치공화국으로 만들고 그 위에 연방을 구성하여 외교와 국방을 담당하게 하는 것을 주장하고 있지. 그러니 찬성이야. 하지만 문제는 여당의 입장이 우리와 다르다는 것이지!... “.

그 말을 듣고 있던 외교위원장인 여당의원 원하룡이 말한다; “그 옛날 김대중 대통령이 북한의 연방제 구성에 동조하여 고려연방제를 주장한 적이 있어. 우리 보수진영에서는 그러한 연방제는 북한이 남한을 적화통일하기 위한 위장전략이라고 보고서 처음부터 반대하고 있어요. 그러니 그 문제는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는 것이 좋아요!... “;

그 말을 듣자 옥영준 교수가 진지하게 친구 원하룡 의원에게 묻는다; “그렇다면, 지금의 여당에서는 어떠한 통일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무슨 다른 더 좋은 복안이 있는거야?... “. 그 말에 원하룡이 우선 허허라고 웃기부터 한다.

그 다음에 웃음기를 거두면서 대답한다; “영준이, 자네가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지 않는가? 우리당은 언제나 멸공 흡수통일이지. 가중되는 국제적인 경제제재로 북한이 완전히 경제파탄에 직면하여 그 옛날 소련처럼 내부에서 붕괴가 되는 것이지. 그렇게 되면 우리 한국미국과 함께 북한에 들어가서 그들을 접수하고 경제개발을 단행하는 것이 아닌가? 그것이 가장 확실하고도 깨끗한 통일방안인 것이야!... “;

그 말을 듣자 차영우 의원이 한마디를 한다; “여보게 하룡이, 그것이 말처럼 그렇게 싶지가 않지. 북한의 세습체제는 비록 고난의 행군을 계속하더라도 내부적으로 똘똘 뭉쳐서 외세의 압력에 완강하게 버티는 데에는 마치 그 옛날 몽골의 침략에 저항하던 고려말기 무신시대처럼 이골이 나 있어. 그것도 핵무기와 미사일을 지니고서 말이야! 더구나… “.

차영우원하룡의 얼굴을 잠시 쳐다보고서 말을 계속한다; “최악의 경우 북한이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을 몇 발 우리나라 대도시에 쏜다고 하면 종심(縱深, depth)이 짧은 우리는 효과적으로 그것을 떨어뜨릴 수가 없지 않는가? 우리나라 주요도시가 북한의 핵폭격을 당한 다음에 미국의 힘을 빌려서 보복 핵공격에 나선다고 하면 그것은 사후 약방문이 아닌가?... “. 

그 말을 듣자 원하룡이 끄응 신음소리를 내면서 말한다; “그렇게 되면 북한도 처참하게 초토화가 되고 말지. 그러니 그러한 절망적인 선택을 할  리가 없지 않겠는가? 그 점은 핵폭탄 수천발을 대륙간탄도탄과 함께 보유하고 있던 소련이 전혀 그것을 사용하지 아니하고 역사 가운데 조용히 사라진 것으로 벌써 증명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

그 말에 옥영준 교수가 끼어들어서 말한다; “그것은 그 옛날 소련의 지도자와 현재 북한의 지도자가 지성적으로 같은 레벨에 있다고 가정할 때에 통하는 이야기이지나는 구 소련에 비해서 북한의 지도자가 훨씬 크레이지(crazy)하다고 보고 있어. 3년전 개성의 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한 만행에서도 그것을 잘 알 수가 있지. 게다가… “;

두 친구가 옥교수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그것을 보고서 옥영준 박사가 설명을 계속한다; “구 소련에서 미국에 대륙간탄도탄을 쏘는 경우에는 미국의 그물망과 같이 조밀한 방어미사일체계가 상당히 작용할 수가 있었어요. 하지만 북한에서 한국의 대도시에 미사일을 쏘는 경우에는 그것을 떨어뜨릴 시간이 너무 짧아서 현실적으로 막을 수가 없어요. 그러니 북한의 핵무기는 마땅히 우리가 다른 방법으로 관리를 해야 하지요!... “.

그 말을 듣자 차영우 의원이 고개를 끄떡인다. 그러나 원하룡 의원은 고개를 가로 저으면서 말한다; “그 다른 방법이라고 하는 것이 연방제를 구성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나는 그것이 실효성이 없다고 보고 있어요. 그 이유가 두가지나 있으니까요.. “.

원하룡 의원이 정작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이제서야 언급하고 있다; “하나는, 연방을 구성한다고 하더라도 북한은 자신들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연방체가 아니면 결코 핵무기와 장거리미사일을 맡기지 아니할 것이니까요. 또 하나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강대국들이 하나같이 한반도의 평화적인 통일을 원하지 아니하고 있으니까요!... “.

그 말을 듣자 옥영준 교수가 차분하게 말한다; “그것이 팩트인 것은 사실이지요. 그렇지만 그 가설이 틀리는 경우가 있어요. 첫째, 남북한 사이에 정치적인 중립성을 보유하는 한민족연방을 구성하자고 사전에 정상간에 확실하게 합의를 하는 경우이지요. 둘째, 주변 강대국들이 손을 쓸 수가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한민족이 단결하게 되는 경우이지요!... “.

그 말에 제1야당 원내총무 차영우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친구인 옥영준 교수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묻는다; “영준이, 냉철한 정치학자인 자네가 그렇게 말하는 데에는 지금까지 말하지 아니한 그 무엇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도대체 그것이 무엇이야?... “. 

그제서야 외교위원장 원하룡도 낌새가 이상한 생각이 들고 있다. 그래서 친구인 옥영준 교수의 얼굴을 새삼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옥영준이 천천히 입을 뗀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한국의 정책결정자들이나 북한의 정책결정자들이 사익을 버리고 대의를 따르도록 만들 수 있는 하나의 방법론이야. 그리고 주변의 강대국들이 한민족을 분열시킬 수 없도록 만들 수 있는 또 하나의 구체적인 방법론이지. 지금 그것을 말할 수는 없어. 왜냐하면… “.

옥영준이 잠시 숨을 쉬고서 이어 말한다; “나는 그러한 마지막 방법을 사용하기 전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통일방안이 강구될 수도 있다고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밝히고 싶지가 않아요. 그러니 영우와 하룡이 자네 두사람은 남북한 사이에 한반도연방을 구성하고 거기에 핵무기와 대륙간탄도탄을 모두 맡기는 방안을 여의도에서 정책과제로 한번 논의를 해주면 좋겠는데!... 그것이 언제쯤 가능하겠어?... “.  

두친구가 보기에는 옥영준 교수의 절실한 심정이 그의 얼굴에 뚜렷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두사람은 긍정적으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잘 알겠네. 일단은 그보다 더 좋은 방안이 없으니 우리가 국회에서 이제부터 논의를 시작해보겠네그 다음의 과정은 한번 순리적인 흐름에 맡겨보자고!... “.

그렇게 잠정적인 결론을 내리고 술잔을 기울이다가 그날의 모임을 파하고 지하철로 3사람이 집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여의도에서 여야간에 한민족 통일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가 되는 시점이 20232월부터이다;

 차영우원하룡 두 친구가 상당히 열심히 노력을 했는가 보다. 그것이 과연 어떻게 흘러가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