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원 코리아14(손진길 소설)
여의도 국회에서는 정책토론회가 자주 열리고 있다. 토론회를 주최하고 있는 단체가 정당이거나 아니면 정당내에 존재하고 있는 연구회들이다. 정책토론회가 열리고 있는 장소는 의원회관의 회의실 또는 국회도서관의 회의실이다. 의사당 건물은 본회의나 상임위원회 회의장이기 때문에 그러한 정책토론회 장소로는 사용이 되지 아니한다.
2023년 2월 8일 수요일 오후에 제1야당의 원내대표인 차영우 의원이 주축이 되고 있는 ‘민주발전과 한민족 통일연구회’가 의원회관 회의실에서 ‘한민족연방을 창설하여 북한의 핵무기와 대륙간탄도탄을 관리하는 방안의 모색’이라는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 4년간 남북관계가 계속 냉냉하고 일종의 ‘냉전체제’가 한반도에서 재가동이 되고 있는 것만 같다. 아울러 핵무력을 완성하였다고 수년전에 전세계에 선포한 적이 있는 북한의 군부가 언제 한국의 대도시에 핵공격을 감행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국가적인 안보상황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국민들의 관심이 여의도로 쏠리고 있다.
그러한 분위기를 파악했는지 언론사와 방송사에서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모처럼 개최가 되고 있는 ‘한반도 통일방안과 북한의 핵무기 관리에 대한 토론회’에 대거 기자들을 내보내고 있다. 따라서 의외로 차영우 의원이 중심이 되어 개최하고 있는 그 토론회가 대성황을 이루고 있다.
국민들은 지난 2018년과 그 이듬해인 2019년에 국한하여 한민족의 통일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왜냐하면, 2020년 6월에 북한이 일방적으로 개성에 자리잡고 있던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이후부터는 아예 남북한 사이의 평화적인 통일논의는 완전히 물 건너간 것으로 여기고 관심조차 두지 아니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처럼 제1야당의 모 정책연구회에서 ‘한민족연방을 창설하여 북한의 핵무기와 대륙간탄도탄을 관리하는 방안의 모색’이라는 주제를 내걸고 색다른 토론회를 개최하고 있으니 그것이 국민들의 관심을 크게 끌고 있다. 그와 같은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되자 그 토론회의 주제 발표자들인 국회의원과 정치학교수들이 깜짝 놀라고 있다.
생각보다 많은 국회의원들이 참석하여 진지하게 주제발표와 토론회의 내용을 방청하고 있다. 그리고 일반시민들은 방송을 통하여 그 내용을 시청하고 있다. 게다가 각 언론사와 방송사들이 주요 토픽으로 그 토론회의 내용을 보도하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그때부터 언론기관들이 관련학자와 전문가들을 모시고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개설하여 토론회를 개최하기 시작한다;
일이 그렇게 진행이 되자 깜짝 놀란 교섭단체가 여당이다. 의원총회에서 그 문제가 다루어지자 얼른 원하룡 외교통일위원장이 발언을 한다; “사실은 그 문제를 우리 위원회에서 한번 다루어 보고자 간사들 사이에 논의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빠르면 이달 중에 상임위원회가 소집이 될 것입니다”.
생각보다 외교통일위원회가 일찍 열리고 있다. 제1야당에서 그 토론회를 개최한지 2주가 되는 2023년 2월 22일 수요일 오전에 통일부장관과 외교부장관을 불러 놓고 국회의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대정부질의를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그 자리에서 야당의원과 여당의원 사이에 한민족 통일방안을 바라보는 시각이 엄청 다르다는 사실이 다시금 표출이 되고 있다;
2주전에 의원회관 회의실에서 개최가 된 정책토론회에서 다룬 주제 ‘한반도연방의 구성문제’가 역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그날 남북한 사이에 연방을 만든다고 하는 발상 자체가 어떤 저의가 있는 것이라고 몰아세우고 있는 쪽이 보수진영인 여당 의원들인데 그들이 새삼스럽게 색깔론을 내세우고 있다;
보수논객으로 유명한 장경하 의원이 도도하게 발언을 시작한다; “지난 역사를 돌이켜보면, 1960년대초에 우리나라가 경제발전을 시작하여 10년만에 대성공을 거두고 드디어 북한의 경제를 앞지르게 되었지요. 그때 초조함을 감추지 못한 김일성이 갑자기 ‘고려연방제 통일방안’을 거론하기 시작했어요. 그것은… “.
잠시 말을 멈추고 주위를 한번 둘러본 다음에 장경하 의원이 자신의 주장을 편다; “겉으로는 평화적인 한민족 통일방안으로 보이지만 그 속내는 적화통일을 위한 노림수이지요. 그런데 오늘날 그와 같은 연방제 통일론을 우리 국회에서 정책토론의 주제로 거론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안보적인 위기입니다. 그러니 차제에 그 점에 대하여 통일부장관과 외교부장관은 소신발언을 한번 해보세요!... “.
주무부처의 장관인 통일부장관이 발언하지 아니할 도리가 없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신중하게 답변한다; “연방제 통일방안이 한반도 평화통일의 길이 된다고 하면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통일부에서는 장경하 의원님께서 우려하고 계시는 그와 같은 위험요소를 제거한 건전한 연방제 통일방안에 대하여 계속 검토하고 연구할 생각입니다. 그 점을 이해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통일부장관의 답변이 끝나자 얼른 장경하 의원이 위원장에게 마이크 사용을 요청하면서 의기양양하게 발언한다; “방금 통일부장관은 연방제 통일방안에 대하여 신중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어요. 그렇다면 외교부장관에게 한번 물어봅니다. 남북간에 연방이 창설될 가능성이 실제로 외교적으로 있는지 그리고 진실로 북한이 핵무기와 대륙간탄도탄을 신설되는 연방에 이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지? 모두 답변바랍니다”.
장경하 의원이 교묘하게 논리를 연결하여 질의하고 있는 것이므로 외교부장관이 답변하지 아니할 도리가 없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원론적인 답변만 하고 있다; “남북한 간의 통일문제는 우리 한민족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동북아의 안보체계를 뒤흔드는 큰 이슈이지요. 따라서 주변국과의 협의가 외교적으로 요청이 되는 사항입니다. 그리고… “;
잠시 여야 의원 쪽을 모두 살핀 다음에 조심스럽게 말한다; “설혹 연방이 창설된다고 하더라도 북한당국이 자신들의 체제안전을 담보하고 있는 핵무력을 그쪽으로 이관한다고 하는 것을 쉽지 아니할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이상입니다”.
그와 같은 장관의 답변이 있자 장경하 의원과 여당소속 의원들은 만족하는 기색이다. 그러나 야당의원들의 입장은 그것이 아니다. 따라서 정치학 교수 출신인 주찬영 의원이 발언권을 얻어서 한마디를 한다; “그렇다면 통일부장관은 언제 남북통일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요? 그리고 외교부장관은 북한의 핵위협을 어떻게 외교적으로 해소할 생각입니까? 소신껏 답변해보세요!... “.
남북통일과 주변 강대국과의 외교에 관하여 연구실적이 뛰어난 정치학자 주찬영 의원의 질의이므로 두 장관의 답변이 더욱 신중하다. 먼저 통일부장관이 대답한다; “우선적으로 북한과의 대화채널을 복구하고 그 문제를 논의하고자 합니다. 지금 실무적으로 접근하고 있으므로 좀더 지켜보아 주시기 바랍니다”.
외교부장관의 답변이 다음과 같다; “한반도 주변의 양진영이 강대강으로 맞서지 아니하고 미국이 북한과 평화적으로 핵문제를 풀어갈 수 있도록 외교적인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현재 물밑작업이 나름대로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좀더 지켜보아 주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주찬영 의원을 위시한 야당의원들이 듣기에 별로 영양가가 없는 답변이다. 따라서 진보논객 출신인 강우성 의원이 기어코 한마디를 하고 만다; “지난 4년 동안 앵무새처럼 똑같은 답변만 하고 계시는군요. 제가 보기에 통일부는 남북한 통일의지가 없는 것 같고, 외교부는 노상 물밑작업만 하다가 그만인 것 같아요. 도무지 우리 한민족끼리 제대로 만나서 성과를 내는 데에는 어떻게 그렇게 인색들 하십니까? 답답해요, 참으로 답답들 하십니다!... “.
그날 외교통일위원회의 회의장면이 국회방송채널을 통하여 전국민에게 방영이 되고 있다. 그러므로 친구인 외교통일위원장 원하룡 의원에게 ‘한반도 연방 창설문제와 북한의 핵무력 관리방안’에 대하여 국회에서 논의를 해달라고 부탁한 바가 있는 옥영준 교수가 관심을 가지고 그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역시 여야간에 시각차이가 너무 크다. 보수와 진보라는 색깔이 그렇게나 다른 모양이다. 보수는 기득권세력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으므로 큰 이익을 내다볼 수 있는 사업적인 한 건이 아니면 통일문제도 크게 매력이 없는 아이템이다. 그와 달리 진보는 현재의 남북한 대치상황이 답답한 것이다.
핵을 가진 북한의 위협 때문에 한국의 안보는 지나치게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한 의존관계가 성립되어 있기 때문에 한미관계는 그 옛날 황제국 중국에 대한 사대주의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다. 국내의 기득권세력과 보수진영은 그렇게 해서라도 현상유지를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겠지만 자꾸만 빈익빈 부익부가 되고 있는 한국의 경제구조 하에서 내일에 대한 희망이 사라져가고 있는 젊은 세대와 빈곤층은 그것이 아니다.
모 아니면 도라고 한번 큰 변화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와 같은 정치적인 상황 아래에서 다음달이 되자 옥영준 교수가 정치학계의 원로인 설유섭 박사를 먼저 만나고 그 다음에는 정치학자 여러 명과 회합의 자리를 계속 마련하고 있다.
의견조율이 어느 정도 되자 3월 18일 토요일 오후 2시에 여의도 국회도서관 회의실을 빌려서 한국정치학회가 하나의 토론회를 개최한다. 그 토론의 주제가 “한민족의 연방제와 북한의 핵관리가 과연 가능한가?”이다;
과연 어떠한 논의들이 오갈 것이며 그 토론회가 국민들에게 어떠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되는 것일까? 그리고 그러한 갑작스러운 한국의 여론변화를 주변국들은 어떠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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