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무, 짙은 안개(손진길 소설)

농무, 짙은 안개25(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2. 9. 1. 09:00

농무, 짙은 안개25(손진길 소설)

 

조우제 가족 3사람은 장소영과 박규철이 경영하고 있는 시애틀 다운타운의 금은방에 들어서고 있다. 마침 장소영 부부가 금은방에서 일하고 있다가 점포안으로 들어서고 있는 3사람을 발견한다;

아무래도 보석 디자이너인 장소영 보다는 보석상인으로 자라난 박규철이 손님접대에 더 능숙하다. 따라서 그가 먼저 말을 건넨다; “어서 오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영어가 아니라 바로 한국말로 묻고 있는 것을 보니 그는 손님들이 한국사람이라는 사실을 벌써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서 조우제가 미소를 띄면서 말한다; “다이아몬드 반지를 좀 구경하고 싶습니다. 한국여성이 좋아하는 1캐럿짜리 반지가 있습니까?”. 박규철은 진지하게 대답한다; “1캐럿이면 반지로는 남부럽지가 아니한 사이즈입니다. 저희 가게에서는 적어도 3가지 종류를 보여드릴 수가 있습니다. 조그만 기다려주세요… “;

조우제는 그 가게의 주인이 아내 장경옥의 질녀인 장소영의 남편 박규철이라는 사실을 벌써 눈치채고 있다. 하지만 시치미를 뚝 떼고서 다이아반지를 사러 온 손님으로 행세하고 있다. 그는 박규철이 가지고 온 3개의 다이아반지를 아내 장경옥에게 하나씩 보여주면서 손가락에 한번 끼어 보라고 권하고 있다.

장경옥도 마다할 수가 없다. 따라서 남편이 시키는 대로 하나씩 손가락에 끼어 본다. 생각보다 1캐럿 다이아몬드가 너무 큰 것 같다;

 따라서 그녀가 남편 조우제에게 말한다; “여보, 내가 손가락이 가늘어서 그런지 이건 너무 다이아몬드가 커서 불편해요. 역시 제가 집에 가지고 있는 반(, half) 캐럿 다이아반지가 더 좋은 것 같아요. 그저 마음만 감사하게 받을 게요… “.

그 말을 듣자 손님상대를 많이 한 이력이 있는 보석상 박규철이 말한다; “사모님, 그 가격이 한화로 천만원 정도되지만 제가 할인을 많이 해드리겠습니다. 차제에 하나 장만하시지요. 나중에 며느리를 보실 때에 재가공하여 사용하셔도 됩니다… “.

그제서야 장경옥이 이실직고를 한다; “사실 저희 가족은 호주에서 왔어요. 그러니 호주의 다이아몬드 시세를 잘 알고 있답니다. 이곳에서 굳이 장만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나중에 디자인이 더 아름다운 것이 있으면 한번 생각을 해보겠어요. 어쨌든 친절에 감사해요. 그런데 이곳에는 보석 디자이너가 계십니까? 한번 만나보고 싶군요… “;

그 말을 듣자 조금 떨어진 곳에서 보석을 가공하고 있던 장소영이 관심을 가지고 서서히 접근한다. 장경옥이 그녀를 보니 막내 올케인 최준미와 판박이처럼 닮아 있다. 따라서 생긋 웃으면서 반가운 김에 먼저 말한다; “혹시 최준미 간호과장님의 따님이 아니세요? 많이 닮아 보이네요, 호호호… “.

그 말을 듣자 장소영이 깜짝 놀란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녀가 장경옥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더니 활짝 웃으면서 말한다; “그렇군요, 호호호엄마가 근일 중 호주에서 온 막내 고모가 찾아올 것이라고 전화를 하셨는데 이제 보니 장경옥 고모님이시네요. 그렇죠?... “.

그 말에 장경옥이 호호라고 웃으면서 말한다; “그래 소영아, 내가 너의 막내 고모 장경옥이 맞다, 호호호그런데 어떻게 금방 알아 보았니?... “. 장소영이 손으로 입을 가리면서 대답한다; “에이, 참 고모도 짓궂어요. 자세히 얼굴을 살펴보니 아빠하고 많이 닮아 있는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요?... “.

그제서야 장경옥이 남편 조우제와 딸 조한나장소영박규철에게 소개한다. 그들이 한차례 정답게 인사를 나눈다. 박규철 부부는 멀리 호주에서 온 친척을 만나는 기쁨이 크다. 그래서 박규철이 말한다; “오늘은 어차피 가게 문을 닫아야 할 시간이 되었으니 조금 일찍 가게를 닫고 함께 바닷가식당으로 가시지요. 제가 근사하게 대접을 하겠습니다… “.

생전 처음 만나는 사이이지만 그들은 벌써 오래전부터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이와 같다. 그만큼 한국사람은 가족사랑과 친척 간의 인정이 남다른 모양이다. 특히 이국 땅에서 오래 살다가 보면 더욱 그러한 혈육의 정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날 저녁은 박규철 내외가 조우제 가족을 안내하여 해안가에 있는 좋은 해물식당(seafood restaurant)으로 가서 근사하게 대접을 한다. 시애틀에서 유명한 더 크랩 팟’(the crab pot)요리가 나온다. 나무망치를 사용하여 배부르게 먹는다;

그래서 그런지 그날 모처럼 조한나가 한마디를 한다; “소영이 언니, 정말 맛있게 먹었어요. 나중에 제가 돈을 많이 벌면 언니에게 이렇게 맛있는 요리를 한번 대접할 게요… “.

그 말을 듣자 장소영이 호호라고 웃으면서 말한다; “한나야, 나는 우리 집안에서 사방을 둘러보아도 그동안 여동생이 없었는데 이번에 여동생이 생겨서 너무 좋다. 그러니 언제나 들러라. 내가 맛있는 요리를 사주마. 그리고 아주 훗날에 한나 네가 사주는 요리를 내가 먹도록 하지, 호호호… “.

그렇게 분위기가 좋아지자 조우제박규철에게 말한다; “박서방, 내가 호주에 오래 살고 있어서 미국에 있는 처가식구들을 이번에 처음으로 만났어요. 서로가 너무 오래 떨어져 지냈기에 가까운 사이인데 이제서야 살아온 이야기들을 듣고 있어요. 그래 어른들은 어디에서 살고 계시나요?... “.

30대 초반의 박규철50세가 되어 보이는 처가의 어른인 조우제에게 겸손하게 대답한다; “저의 아버지는 서울에 계실 때에도 금은방을 경영하셨어요. 삼촌이 미국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면서 자리를 잡았기에 저의 집안도 LA에 와서 자리를 잡았어요. 미국에서도 동일한 업종인 보석상을 하고 있는데 그 영향으로 저도 금은방을 하고 있어요. 부모님은 아직도 LA에서 보석상을 하고 계시고요… “;

그 말을 듣자 조우제가 조용히 고개를 끄떡인다. 그리고 박규철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가 알기로는, 호주에서 생산하는 오팔다이아몬드가 유명하다고 하더군;

 그리고 한국사람들이 호주나 미국을 방문하는 김에 그러한 보석류를 장만하는 경우가 있고여기 시애틀에서는 어떠한가?... “.

그 말에 박규철이 웃으면서 대답한다; “처삼촌 말씀이 맞아요. 한국방문객들이 LA나 시애틀에서 보석류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지요. 특히 여기 시애틀에 들려서는 여유롭게 구경하고 많이들 사서 귀국하시지요. 아무래도 한국은 자가사용 이외 보석류의 정식수입을 허용하지 아니하고 있기에 그러하다고 보아야지요… “;

박규철의 말을 듣고 보니 조우제는 그들 부부가 어째서 멀리 미국의 서북부에 있는 도시 시애틀에서 보석가게를 운영하고 있는지 이해가 된다. 그렇지만 자신과 같이 호주에 살고 있는 교민들은 구태여 미국에서 보석류를 구입하지 아니할 것이다. 그 가격이 미국에 비하여 주 생산지인 호주가 더 싸기 때문이다;

서로 헤어지기 전에 조우제장소영 부부에게 물어본다; “여기서 오래 가게를 운영할 계획인가요? 아니면 부모님이 계시는 LA나 뉴욕으로 옮겨갈 계획이 있는가요?... 아무래도 부모님이 연로해지시면 자녀분들을 자주 보고 싶어하실 텐데… “.

그 말을 듣자 먼저 박규철이 대답한다; “숙부님, 저는 위로 형님이 한 분 계시는데 지금 LA에서 부모님의 일을 돕고 있지요. 형님 부부가 부모님을 잘 보살피고 계시기에 저희 부부는 구태여 LA로 옮겨갈 계획이 없어요… “.

그 말 도중에 장소영이 명랑하게 말한다; “고모부, 그 대신에 저희들은 나중에 미국의 경제수도인 뉴욕에 진출하여 금은방을 한번 키워보자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역시 보석 디자인은 뉴욕이 세계 유행의 중심이니까요. 나중에 뉴욕에 세워질 저희들의 가게로 한번 놀러 오세요, 호호호… “;

장소영의 말에 힘이 있다. 그만큼 보석 디자인에 대한 자부심과 의욕이 넘치고 있는 것이다. 그 점이 조우제는 좋아 보인다. 그래서 악수를 청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의욕이 넘치는 젊은 조카분의 말에 나도 좋은 에너지를 받고 있군요. 좋아요, 반드시 그렇게 될 거예요. 그때에는 우리 뉴욕에서 다시 만나 식사를 함께 합시다. 그때에는 내가 근사하게 대접을 할께요, 하하하… “.

장경옥은 막내오빠의 딸인 장소영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그래서 힘껏 포옹을 한 다음에 헤어진다. 조한나도 새로 생긴 언니 장소영이 좋다. 그래서 두 손을 마주 잡고 팔을 서로 한참 흔든 다음에야 훗날을 기약하면서 헤어진다.

오래간만에 그날 밤 조우제의 가족은 호스텔에 돌아와서 꿀 잠을 잔다. 무엇보다 조우제는 고인이 된 친형의 아들 둘을 만나고 그 다음에는 형수 김정미를 만나서 그 정도라도 과거지사를 정리한 것이 그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내일이 밝으면 조우제는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그 옛날 대학시절 서울에서 말로만 듣던 전설적인 미국선교사 로스(Ross) 목사 부부를 한번 찾아보고자 한다. 그들을 만나게 되면 조우제는 과연 어떠한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