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무, 짙은 안개13(손진길 소설)
3. 새로운 도약을 위한 시간들
조우제는 2007년 1월에 4년간 자신이 소유했던 라우스힐(Rouse Hill) 프라퍼티(property)를 팔았다. 바로 이웃 골프장에 신도시를 건설하고 있으므로 그의 소유지가 시세가 엄청 올라있어 조우제는 뜻밖에도 천만불 이상의 큰돈을 얻게 된다.
우선 그는 돈의 일부를 가지고 큰길 맞은편 스코필드(Schofield)에 땅과 집을 사서 이사를 한다. 그리고 2월에는 나머지 돈을 가지고 스트라스필드(Strathfield)에 있는 상가건물과 리드콤(Lidcombe)에 있는 상가건물 및 부지가 큰 주택 2채를 구입한다;
그 결과 오피스클리닝(office cleaning)을 직업으로 하고 있는 조우제가 자신이 소유하게 된 상가건물 2채를 이제는 청소용역업체에 맡겨야 하는 건물주의 입장이 되고 있다. 자신의 소유건물을 조우제는 자신이 만든 청소용역업체에 원청을 맡기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느 업체에 용역을 주는 것이 좋을까?
그동안 조우제가 시드니에서 오래 오피스클리닝을 하면서 여러 명의 슈퍼바이저(supervisor)를 키워냈는데 그 중에는 이제 독립하여 하청일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 가운데 가정을 가지고 있는 한사람을 조우제가 선택하고 있다.
그렇게 선택이 된 성실한 젊은 친구가 한국영이다. 그러므로 조우제가 한국영이 설립한 청소업체에 자신의 건물청소를 맡기고 있는 것이다. 한국영은 조우제보다 2살 연하인데 그는 일찍 호주로 유학을 온 친구이다. 그런데 도중에 전공을 바꾸어 시드니에서 신학을 공부하였다.
한국영은 신학교에서 동급생인 한국인 학생 장미란을 만나서 사귀고 나중에는 결혼을 했다. 지금은 부부가 한인교회에서 함께 전도사 생활을 하고 있는데 생활비가 부족하여 남는 시간에 그들은 열심히 오피스청소를 하고 있다;
한국영 전도사 부부는 성실할 뿐만 아니라 삶의 자세가 진실하다. 그것을 보고서 조우제가 그들 부부를 신임하여 자신의 상가건물을 청소하도록 용역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더구나 평소에도 한국영은 조우제를 형님처럼 따르고 있으며 특히 그의 아내인 장미란은 조우제의 아내인 장경옥을 일가라고 좋아하면서 평소에 언니라고 부르고 있다.
한국영은 조우제가 자신보다 해외이민생활이 훨씬 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조우제가 일찍 청소업에 진출하여 큰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따라서 2007년이 되자 조우제가 상가건물을 2채나 사고 그 청소를 한국영의 청소용역회사에 맡기고 있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한국영이 아내 장미란에게 하루는 말한다; “우제 형님은 심지가 대단한 사람이야. 해외에서 이민생활을 하면서 10년이상 청소하고 열심히 저축하여 벌써 상가건물을 2채나 사고 있으니 말이예요. 우리도 열심히 일하면 이곳 호주에서 그렇게 작은 부자는 될 수가 있을 것이요… “.
그 말을 듣자 장미란이 말한다; “그것도 좋지만 나는 경옥 언니와 남편 조우제 씨가 그동안 너무 돈을 벌기 위하여 악착같이 일만 한 것 같아서 그것이 안스러워요. 아직 젊은 나이인데 더 보람이 있는 일을 찾아서 하거나 아니면 그 준비를 하기 위하여 공부하는 기회를 가지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되어요”;
듣고 보니 장미란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따라서 한국영이 한번은 조우제를 만나는 기회에 그러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 이야기를 신중하게 생각했는지 이듬해 2008년 3월이 되자 조우제의 아내인 장경옥이 북쪽 뉴카슬(New Castle)에 있는 대학교에 가서 다시 3년제 간호학사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 소식을 듣고서 한국영이 조우제에 대하여 다시 생각하고 있다; ‘우제 형은 돈만 버는 것이 목적이 아니구나. 더 보람 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알고서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결단력을 가진 인물이구나. 그렇다면 신학에도 관심이 있을지 모르겠다!... ‘.
그러한 생각을 하게 되자 한국영은 조우제를 만나게 되면 일부러 시드니에 있는 한인교회의 이야기와 한국유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신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그에게 하고는 한다. 그런데 그의 이야기를 조우제가 유심히 듣고 있다. 왜냐하면 조우제도 시드니에 있는 한인교회 몇 군데에 출석한 경험이 벌써 있기 때문이다.
조우제는 2008년 3월부터 2010년말까지 3년간 아내 장경옥이 뉴카슬대학교에서 간호학사 과정을 공부하고 있기에 혼자서 딸 한나를 돌보느라고 무척 바쁘다. 그리고 밤시간에는 오피스클리닝 일도 감독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그렇게 바쁘게 지내면서도 조우제는 한편으로 좀더 보람이 있는 일을 찾아서 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을 자주 하고 있다.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 하지만 당장은 주 5일만 일하고 주말인 토요일에는 아침 일찍 딸 한나를 차에 태우고 뉴카슬로 간다. 아내 장경옥을 만나고 싶기 때문이다;
시드니에서 뉴카슬로 가는 ‘모터웨이(motorway) 넘버1’인 소위 ‘M1’은 경관이 좋다. 산과 바다가 있고 일부구간에서는 산을 깎아서 고속도로를 만들었기에 운전하기에 별로 지루하지가 않다. 특히 조우제는 시드니에서 장거리 운전을 하면서 집청소도 한 적이 있으므로 운전에는 이력이 나 있다.
뉴카슬은 바다를 끼고 있는 아름다운 도시인데 외곽지대에 멋진 캠퍼스를 가진 뉴카슬대학교가 있어 교육도시로 명성이 높다. 뉴카슬대학교는 호주에서 10위권 안에 들어가는 좋은 대학교이다. 인구 30만명 정도의 뉴카슬은 그 옛날 공업도시로서의 면모는 거의 사라지고 있지만 교육도시와 항만도시로서의 기능은 여전하다;
다만 장경옥이 다시 뉴카슬대학교에 등록하여 간호학사과정을 시작하고 있는 2008년에는 그 전해부터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Subprime mortgage crisis)로 말미암아 호주의 뉴카슬 도심에서도 경제금융위기가 밀어닥치고 있다;
문을 닫는 상가가 많고 남쪽에 생긴 대규모 쇼핑센타 때문에 시민들의 발길이 더욱 줄어들고 있다. 그렇지만 뉴카슬대학교가 의료와 간호분야 그리고 건축학에서는 명성이 있으므로 한국에서 온 유학생들이 상당수 있다;
주중에 수업이 없는 날이 있으면 때로 장경옥이 직접 운전하여 가족을 만나고자 시드니까지 온다. 조우제는 2005년말에 장경옥에게 자동차를 한대 사주고자 했다. 임신한 장경옥이 배가 너무 불러서 더 이상 홈클리닝을 하지 못하고 집에서 지내야 했기 때문이다.
그때 장경옥이 고른 차종이 한국에서 생산한 현대 소나타이다. 그것도 자동차수입업체가 호주기업에 비즈니스용으로 대여하였다가 3년후에 싸게 처분하고 있는 중고자동차이다. 그 가운데 성능이 괜찮은 것으로 골라서 샀다. 그 차를 손수 운전하여 장경옥이 때로 시드니 북서부 스코필드에 있는 집을 방문하는 것이다.
그렇게 3년을 지내면서 장경옥이 마침내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정식간호사 자격 ‘알엔’(RN)을 취득하고 있다. 그녀는 한국에서 오래 간호보조원으로 일했기에 그 경력이 인정되어 시드니 외곽에 있는 병원에 정식간호사로 취업을 한 것이다. 그것이 2011년이다;
2011년에 딸 한나가 벌써 한국나이로 6살이다.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데 내년에는 초등학교(primary school)에 입학을 하게 된다. 그것을 보고서 조우제가 장경옥에게 말한다; “경옥, 한나가 내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가야 하니 이제는 여기 스코필드를 떠나 도심에서 가까운 지역으로 이사를 하도록 해요. 내가 이때를 대비하여 2009년에 벌써 에핑(Epping) 지역에 투자를 해 두었어요“;
그 말을 듣자 장경옥이 물어본다; “그렇다면 그것은 당시 리드콤의 땅을 팔고 그 돈으로 에핑에 투자를 한 건물과 주택을 말하고 있는 것이군요. 그 가운데 우리 가족이 지낼 만한 집이 있는가요?... “. 조우제가 기분 좋게 대답한다; “물론 있지요. 썩 좋은 집이 있어요. 그리고… “;
장경옥이 귀를 기울이는 것을 보고서 조우제가 천천히 말한다; “에핑 근처 데니스톤(Denistone)에는 종합병원도 있어요. 당신도 차제에 근무지를 그쪽으로 옮기면 좋겠어요… “.
그렇게 에핑으로 이사를 하고 2011년에 조우제는 무엇을 하려고 하는 것일까?;
아내 장경옥이 에핑 가까운 데니스톤 종합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게 되었으므로 조우제는 운신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따라서 한국나이로 40세인 조우제는 그가 하고 싶은 일을 이제 시작하려고 한다.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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