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무, 짙은 안개12(손진길 소설)
조우제가 ‘라우스힐’(Rouse Hill) 소유지를 구매자(buyer)에게 명도하기로 한 일자가 이듬해 2007년 1월말이다. 그러므로 그는 미리 이사할 집을 구하고 있다. 조우제가 선택한 지역은 큰길 건너편 북서쪽에 자리잡고 있는 ‘스코필드’(Schofield)이다.
그는 계약을 하기 전에 아내 장경옥을 데리고 스코필드로 가서 자신이 미리 점을 찍어 둔 그곳의 땅과 집을 보여준다. 현재 살고 있는 지역에서 별로 멀지 아니한 지역인데 그 땅의 모양이 자신들이 살고 있는 라우스힐의 소유지와 흡사하다. 그 땅을 장경옥이 딸 한나를 남편 조우제가 안고 있는 사이에 찬찬히 둘러본다;
그 다음에 그녀는 주택을 살펴보고자 한다. 사전에 조우제가 복덕방에 부탁하여 그 집주인에게 미리 연락을 해 두어서 그런지 오지(Aussie)사람인 주인내외가 친절하게도 조우제 내외에게 하우스 실내를 살펴보도록 허락하고 있다.
장경옥이 차제에 꼼꼼하게 그 집의 구조와 쓸모를 점검하고 있다. 그 모습을 한나를 안고 있는 조우제가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역시 남자가 집을 보는 것과 여자가 보는 것은 안목이 다른 모양이다.
조우제는 그 프라퍼티(property)가 장차 돈이 될 수가 있는지에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다고 한다면 장경옥은 그와 달리 가족들이 안전하게 그리고 편리하게 그 집에서 살 수가 있는지를 먼저 보고 있다;
자세히 살펴본 다음에 장경옥이 조우제에게 말한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집과 흡사하네요. 크게 불편한 점이 없어요. 저는 찬성입니다”. 그 말을 듣자 조우제가 고개를 끄떡인다. 그리고 모발폰(mobilephone)으로 복덕방에 연락하여 구입할 의사가 있음을 밝히고 있다.
조우제는 가격을 흥정하면서 통 크게 현찰로 사겠다고 말하면서 두가지를 요구하고 있다; 하나는, 값을 깎아 달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명도일을 앞당기자고 하는 것이다. 당시 라우스힐 지역에는 개발 붐이 불고 있지만 길 건너 스코필드 지역은 그렇지가 아니하다. 따라서 집주인은 구매자가 나타났을 때에 얼른 팔고자 한다.
조우제는 장차 스코필드 지역에도 개발 붐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서 미리 사두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라우스힐의 자신의 소유지와 비슷한 규모의 땅과 집을 구한 것이다. 아내 장경옥이 현지시찰을 하고서 찬성하고 있기에 그가 그날 매매계약서에 사인을 한다.
그 다음날부터 조우제는 한달 동안 부지런히 자신이 관심을 두고 있는 두 지역을 방문하여 그곳의 매물을 철저하게 살피고 있다;
그 결과 그가 계약하고 있는 매물이 3건이다. 가장 먼저 조우제가 구입한 것이 2건의 상가건물이다. 하나는 ‘스트라스필드’(Strathfield)에 있는 것이고, 또 하나는 스트라스필드의 서쪽에 있는 ‘리드콤’(Lidcombe) 전철역 앞에 있는 것이다;
그 다음에 조우제가 리드콤 지역을 자주 방문한 후에 그곳에 있는 넓은 땅을 가진 인접한 주택을 2채 사고 있다. 그가 어째서 그 땅을 사고 있는 것일까? 조우제가 라우스힐의 땅과 집을 판 돈을 그와 같이 전부 재투자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 아내 장경옥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렇지만 2년이 지나 2009년초가 되자 장경옥이 깜짝 놀라고 있다. 리드콤의 그 2필지를 팔아서 남편 조우제가 5백만불의 이익을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제서야 장경옥이 조우제에게 물어본다; “우제, 당신은 어떻게 그 땅값이 크게 오르리라는 것을 알고서 미리 구입을 했어요? 그 노하우가 도대체 무엇이지요?... “.
그 말을 듣자 조우제가 싱긋 웃으면서 대답한다; “내가 파악한 것은 한가지 사실 뿐입니다. 인근 스트라스필드의 주택 값에 비하여 당시 리드콤의 주택 값이 너무나 저렴했기 때문이지요”.
장경옥은 완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 모습을 보고서 조우제가 부연설명을 한다; “시드니 다운타운에서 전철로 15분 거리에 있는 스트라스필드는 이미 개발이 끝난 상태이지요. 그러니 더 많은 주택을 짓는다고 하면 다음 개발 붐은 리드콤일 수 밖에 없다고 보아야지요… “;
말을 듣고 보면 참 쉽다. 그러나 문제는 자신의 판단에 확신을 가지고 과감하게 투자하고서 초지일관 인내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그러한 사실에 입각하여 평가를 하자면 조우제는 단순 무식한 측면이 있다. 그가 아내 장경옥을 일편단심으로 사랑하는 것과 부동산 투자를 해놓고 인내하는 것은 닮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2007년 1월말에 라우스힐에서 스코필드로 이사를 한 다음에 하루는 조우제가 아내 장경옥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하고 있다; “경옥, 당신이 그동안 수고를 많이 했기에 내가 보너스를 주었어요. 당신 구좌를 한번 확인해보세요. 당신이 홈클리닝을 하여 번 돈 4만불에 내가 추가로 4만불을 더 입금했어요. 나중에 그 돈을 가지고 뉴카슬로 가서 간호대학을 완전히 졸업하도록 하세요”;
그 말을 듣자 장경옥이 깜짝 놀란다. 그러면서도 확인할 사항이 있어서 물어본다; “고마운 말씀이네요. 그런데 나는 언제 뉴카슬로 공부하러 가면 되는데요?... “. 그 말에 조우제가 고개를 끄떡이면서 신중하게 대답을 하고자 한다.
조우제가 정확하게 말한다; “당장은 한나가 어려서 그렇게 할 수가 없어요. 하지만 일년이 더 지나 2008년 2월이 되면 한나가 2돌이 되지요. 그러면 탁아소에 맡기고 내가 한나를 돌볼 것이니 당신은 뉴카슬로 가서 공부를 하세요. 정식간호사가 되고자 하는 경옥 당신의 꿈을 이루기를 내가 바라고 있어요… “;
참으로 고마운 말이다. 하지만 장경옥이 머뭇거리면서 조우제에게 말한다; “나는 우제 당신과 결혼하고 딸 한나를 낳았기에 호주정부로부터 영주권은 물론 시민권까지 전부 받을 수가 있어요. 그런데 당신과 딸을 두고 뉴카슬로 가서 다시 공부하는 것은 이제 필요가 없지 않겠어요?... “.
그 말을 듣자 조우제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면서 말한다; “경옥 당신도 알다시피 나는 서울 명문대학에서 의대공부를 하다가 중도에 그만두고 남반구로 이민을 떠나온 사람입니다. 가정형편이 갑자기 그렇게 되어 불가피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가혹한 시련이었지요. 그러니 경옥 당신만이라도 나는 그 꿈을 이루기를 바래요… “;
그러자 장경옥이 걱정스럽게 말한다; “내가 없으면 당장 내년 3월부터 한나와 당신은 어떻게 식사를 하고 생활할 거예요? 나는 안심이 되지 않아요. 두사람을 그렇게 버려 두고 내가 어떻게 마음 편히 간호대학을 다닐 수가 있겠어요?... “.
그 말을 듣자 조우제가 허허라고 웃으면서 대답한다; “우리가 완전히 헤어지는 것도 아닌데 무슨 걱정이 그렇게 많아요? 주말마다 내가 뉴카슬로 당신을 만나러 가면 되지요. 2시간 남짓 모터웨이(motorway)를 달리면 되는데 무엇이 멀다고 그래요. 나중에 내가 좋은 차를 한대 사줄 테니까 비는 날이 있으면 당신이 이곳으로 와도 되지요, 하하하… “;
그 말에 장경옥이 생긋 웃으면서 말한다; “참으로 고마우신 말씀이네요. 그런데 일년이나 남아 있는 일을 미리 이렇게 내게 말하는 이유가 무엇이예요?... “. 조우제가 빙긋 웃으면서 대답한다;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고 말하고 있지요. 막상 일년후에 내가 이 말을 꺼내면 당신은 동의하지 않겠지요. 그렇지만 일년간 생각을 굳히게 되면 그렇게 결행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
남편 조우제의 말 그대로 장경옥은 2007년 한해동안 딸 한나를 키우면서 자신이 뉴카슬로 가서 공부하는 문제를 여러 번 생각한다. 그 결과 그녀는 남편의 말이 옳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젊은 날에 그러한 준비를 하지 아니하고 편하게 살아버리게 되면 나이가 들어서 후회를 할지 모른다.
그 점을 깊이 생각하고서 조우제는 아내 장경옥에게 기회를 주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게 마음을 굳혀가면서 장경옥은 남편 조우제가 보통사람이 아니라고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는 결코 재산이나 불리자고 하는 사람이 아니다. 친형 내외가 가져가버린 부모님의 유산을 되찾고자 하는 사람도 아니다.
그와 같은 악몽을 떨쳐버리고 새로운 인생의 가치 있는 길을 모색할 사람으로 보이는 것이다. 과연 장경옥이 생각하고 있는 그러한 길을 조우제가 모색하고 있는 것일까?;
젊은 날의 시련과 인생의 짙은 안개를 그는 과연 어떻게 극복하고 하나씩 헤쳐 나가게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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