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무, 짙은 안개(손진길 소설)

농무, 짙은 안개4(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2. 8. 12. 12:57

농무, 짙은 안개4(손진길 소설)

 

200312월에 장경옥이 이웃동네에 살고 있는 조우제를 만나 함께 집청소를 하겠다고 나섰을 때에 그녀는 일단 파트타임으로 일하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그 잡(job)이 어느 정도 안정된 것인지 그리고 자신의 능력으로 제대로 청소일을 할 수 있을지 당시로서는 전혀 가늠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달을 조우제와 함께 시드니 북쪽 해안가 부촌을 찾아가서 집청소를 해보니 생각보다 벌이가 쏠쏠하다. 그리고 자신이 청소를 상당히 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서 장경옥은 이왕이면 파트타임이 아니라 풀타임으로 일하는 것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길이라고 하는 확신이 어느 정도 생기고 있다.

그러한 와중에 생각지도 아니하게 20041월에 캘리빌을 뒤덮고 있는 농무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그 일을 계기로 하여 우연히 장경옥조우제의 신상이야기를 일부 듣고서 그가 자신과 비슷한 처지라고 여겨져서 일종의 동병상련의 아픔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그날 이스트우드의 중국집에서 함께 저녁식사를 하면서 장경옥이 용기를 내어 조우제에게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 있다; “만약 제가 2년 동안 조형과 함께 집청소를 하여 제가 필요로 하고 있는 5만불을 모을 수가 있다고 한다면 저는 이제 파트타임이 아니라 아예 풀타임으로 조형과 집청소를 하고 그 돈을 빨리 장만하고 싶어요. 그것이 가능할까요?... “;

그 말을 듣자 조우제가 조금 생각을 하다가 긍정적으로 대답한다; “사실은 그동안 장상이 집청소일에 적합한지 나는 유심히 살펴보았어요. 그런데 한달만에 굉장히 빠른 속도로 일을 배우고 있더군요. 따라서 풀타임으로 함께 일해도 좋을 것으로 나는 생각하고 있어요. 다만 한가지… “.

조우제가 잠시 숨을 쉬고서 이어 말한다; “그동안 장상이 나와 파트타임으로 일했기에 나는 기타 요일에는 다른 여성분과 함께 일을 계속했지요. 그런데 사실은 그 분이 가정주부이므로 나름대로 애로사항이 있어요. 그러니 조만간 장상이 나와 함께 풀타임으로 일하게 된다면 나는 찬성입니다. 그러면 그렇게 알고 내가 그 여성분에게 다음주에 통보를 하겠습니다”.

그러한 변화가 발생하자 조우제는 2월 중순부터 주일을 제외하고 일주일에 6일간 아침마다 캘리빌로 가서 장경옥을 차에 태우고 동쪽 해안가 시드니 북쪽의 부자촌으로 달린다. 바야흐로 조우제와 장경옥이 완전한 청소파트너가 되어 일주일 내내 함께 집청소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자 조우제가 돈을 주고 사들인 홈클리닝’(home cleaning) 물건이 다소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 이유는 조우제가 장경옥과 함께 열심히 집청소를 하다가 보니 그 속도가 굉장히 빠른 것이다. 그러므로 하루에 한 건 씩 더 청소를 해도 될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장경옥이 더 많은 돈을 벌 수가 있지 않을까?’… 그러한 생각이 들자 조우제가 스스로 홍보에 나서고 있다. 그가 전단지를 만들어 청소를 쉬고 있는 일요일에 혼자서 주택가에 돌리고 있는 것이다.

서울에 있는 Y대학교를 다닌 적이 있는 조우제는 사실 크리스천이다. 그래서 그는 오클랜드에 이민을 가서도 한인교회를 다녔다. 여기 시드니에서도 조우제는  주일날 한인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2004년에 그는 비록 주변지역이지만 그래도 인너 시티’(inner city)에 속하고 있는 웨스트 라이드’(West Ryde)에 있는 한인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따라서 예배가 끝나면 집으로 곧바로 오지 아니하고 일부러 이웃동네 곧 3군데의 라이드지역에 들리고 있다. 요컨대, ‘이스트 라이드’, ‘톱 라이드’, 그리고 노스 라이드가 그 대상이다;

그는 미리 마련하여 온 전단지를 3군데 라이드’(Ryde) 지역의 말끔한 주택을 방문하여 그 우편함(Mail box)에 일일이 집어넣고 있다. ‘그것이 과연 새로운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긍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인가?... ‘, 당장 확신할 수는 없지만 조우제는 그러한 노력을 한달이나 계속한다.

그런데 한번은 조우제의 모발폰으로 연락이 온다. 자신을 이스트 라이드에 살고 있는 말카라고 이름을 밝힌 여성분이 조우제에게 자신의 집을 쉬는 날 방문하여 한번 쿼트’(Quote)를 내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면서 가급적 함께 청소하는 분과 같이 와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그것은 홈클리닝을 맡게 되는 남녀 두사람의 인상을 먼저 살펴보고자 하는 호주사람 곧 오지’(Aussie)들의 신중함이다. 따라서 조우제는 20044월 중순에 미리 장경옥에게 부탁하여 주일날 함께 이스트 라이드에 있는 말카의 집을 방문한다.

일반적으로 남의 집을 방문하게 되면 홈 클리닝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 집의 구조를 먼저 살핀다. ‘베드룸이 몇 개, ‘바스룸이 몇 개, 그리고 키친리빙룸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를 자기도 모르게 파악하고 있다. 그러면서 집청소를 할 경우 견적이 어느 정도 나올 것인지 머리속으로 계산하는 버릇이 있다;

평소에도 그러한데 그 날은 그 집의 홈클리닝견적을 내기 위하여 일부러 방문한 날이다. 그러므로 조우제가 장경옥을 데리고 마치 부부인척 하면서 그 집의 구조를 살피면서 청소하는 경우 동선이 어떻게 되는지를 유심히 살피고 있다. 그런데 그날 그 집에서 한가지 특색을 발견한다.

그것은 유대인들의 집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메주자’(Mezuzah) 곧 히브리어 성구가 들어가 있는 보관패가 그 집의 현관에서부터 각방의 문기둥에 빠짐없이 붙어 있는 것이다;

 그것을 보자 크리스천인 조우제는 친밀감을 먼저 느끼고 있다. 따라서 우선 합리적으로 가격을 산정하고 그 다음에 다소 할인하여 저렴한 견적을 그 집의 주인 말카에게 제시한다.

그 견적을 보고서 말카는 우선 격주로 한달간 청소를 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때부터 조우제와 장경옥은 돈으로 산 것이 아니라 홍보를 하여 얻은 물건이므로 성심을 다하여 청소를 한다. 그 결과 말카가 대단히 만족하면서 계속 청소를 부탁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그것이 인연이 되어서 말카는 일년동안 조우제에게 그녀가 알고 있는 부자 유대인들의 집청소를 여러 건 소개한다. 그녀의 친구들은 대부분 시드니 북쪽 해안가 부촌에 살고 있다. 그에 따라 조우제와 장경옥은 뜻밖에 시드니에  살고 있는 유대인들의 집을 많이 청소하게 된다.

그것을 보고서 한번은 장경옥이 조우제에게 우스갯소리를 한다; “조형은 착실한 크리스천인 모양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이 잘 먹고 살라는 의미에서 선민 유대인의 집을 홈클리닝으로 많이 주고 있는 것이겠지요, 호호호… “;

그 말을 듣자 조우제가 고개를 끄떡이면서 흥겹게 응수를 한다; “그것도 맞는 말씀이지만 내 생각에는 장상이 돈이 필요하므로 하나님이 빨리 그 종자돈을 마련하라고 하는 뜻에서 그렇게 선민 유대인들을 동원하신 모양입니다. 나는 그 덕택에 함께 수익을 올리고 있는 셈이지요, 하하하… “.

둘이서 일을 즐겁게 하면서도 소득이 계속 늘어나고 있으니 만으로 32세인 조우제와 29세인 장경옥이 그렇게 즐거워한다. 별탈없이 이렇게만 청소를 계속하면 2년 내에 장경옥은 5만불을 충분히 벌 수가 있을 것으로 판단이 된다. 그러면 그녀는 시드니를 떠나 그 북쪽에 있는 도시 뉴카슬로 가서 간호대학에 다시 등록하고자 한다. 그리고 장경옥은 계속 공부하여 정식 간호사가 되고 싶어 한다;

정식 간호사가 되면 충분한 보수를 받을 뿐만 아니라 호주 영주권도 얻을 수가 있다. 한마디로 그녀의 앞길이 피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희망에 부풀고 있는 장경옥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조우제는 그 모습이 보기 좋은 한편 그 마음속에서는 한가지 서글픈 생각이 들고 있다.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 조우제의 마음속에 어째서 그렇게 이상한 생각이 찾아 들고 있는 것일까? 그 정체를 채 알아채기도 전에 그해 200410월과 12월 사이에 그들은 3사람의 고객의 집에서 심히 난처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그것이 과연 어떠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