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공화국(손진길 소설)

너와 나의 공화국19(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2. 6. 23. 06:58

너와 나의 공화국19(손진길 소설)

 

1991년에 들어서자 방사성폐기물 처리에 관한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그 이유는 정부부처에서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후보지를 몇 군데 선정하여 검토하고 있는데 그 자료가 일부 언론에 공개되자 해당 지역에서 여론이 들끓고 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30년전 5.16군사혁명으로 1961년에 폐지된 지방자치제도가 같은 해인 1991년에 부활이 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19913월에 시의원, 군의원, 구의원 등 기초단체의원을 선출하고 같은 해 6월에는 도의원과 직할시의원 등 광역단체의원을 선출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므로 각 지방에서는 자치단체 의원선거를 앞두고 자기 고향에는 방사성폐기물 처리장과 같은 위험시설을 유치하지 아니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것이 이름하여 NIMBY현상’(not in my backyard)이다;

조금 풀이를 해보자면, 남의 뒷마당에는 괜찮지만 자신의 뒷마당에는 그러한 위험시설이나 혐오시설을 두어서는 결코 안된다고 하는 지역이기주의의 발로인 것이다.

 그러한 반대여론이 강하게 나타나자 정부에서는 언론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외국의 사례를 취재하여 보도함으로써 합리적인 처리방안을 찾는데 도움을 달라고 하는 것이다. 물론 정부 해당부처에서는 벌써 그에 대한 자료를 충분히 수집하여 지니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발표하는 것과 언론에서 보도하는 것은 그 영향력이 다른 것이다.

그 때문에 19917월에 정치부의 이민욱 차장이 그 방면의 전문가인 과학부의 김만수 기자와 함께 구미지역과 일본을 방문한다. 두사람이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이 프랑스와 영국에 있는 원자력발전시설과 방사성폐기물을 저장하고 있는 시설이다.

프랑스의 경우에는 바닷가가 아니라 큰 강가에 원자력발전소가 자리를 잡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김만수 기자가 탄성을 지르고 있다; “얼마나 강의 수량이 풍부하면 원자력발전소에서 필요로 하고 있는 그 엄청난 냉각수를 공급하고 있는 것인가?... “;

이민욱 차장이 어리둥절해 하는 것을 보고서 그가 알기 쉽게 설명을 한다; “60만 킬로 와트의 전력을 생산하는 보통의 원자력발전소라고 하더라도 그 높은 열을 효과적으로 냉각하기 위해서는 갈수기 한강의 수량 정도가 하루에 들어가고 나와야 하지요. 그런데 발전소가 여러 개 배치가 되어 있으면 강의 수량으로는 어림도 없어요. 따라서 일반적으로 해수를 이용하고 있지요. , 원자력발전단지가 바닷가에 위치하고 있어요. 그런데… “.

이민욱 차장이 벌써 무슨 말인지 알아채고 있다. 따라서 김기자가 잠시 숨을 돌리는 사이에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여기 프랑스에서는 여러 원자력발전소가 한꺼번에 강가에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을 보니 그것이 특이하여 김기자가 탄복한 것이군요. 이제 이해가 됩니다. 그렇군요… “.

김만수 기자는 역시 이민욱 차장이 엘리트라는 생각이 들고 있다. 그는 정치부기자로 잔뼈가 굵은 사람이지만 그 이해력이 상당한 것이다. ‘그가 이번의 취재를 끝내게 되면 정치부기자로서 어떠한 견해를 피력할 것인가?’ 그 점이 벌써 궁금해진다.

프랑스에서 본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의 시설과 나중에 영국의 바닷가를 방문하여 본 것이 별로 차이가 없다. 지하 깊은 곳 암반층에 굴을 파서 저장고를 마련하고 콘크리트 처리를 한 방사성폐기물을 그곳에 쌓아 두고 있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잉글랜드 북서부 작은 해안도시 셀라필드에 원자력 발전소가 몰려 있다. 그런데 그곳을 방문하여 이민욱 차장과 김만수 기자는 뜻밖에 영국이 핵폐기물 재처리시설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에 관하여 자세한 설명을 듣게 된다;

두사람이 상세하게 취재한 결과 엄밀하게 말하자면, 방사성폐기물핵폐기물은 그 개념이 다르다. 핵연료봉은 일단 연료로서 사용이 끝나면 핵폐기물이 된다. 그런데 그것을 재처리하여 일부 선진국은 플루토늄239라고 하는 귀중한 핵물질을 얻고 있다. 그것으로 우라늄 235보다 훨씬 강력한 핵연료를 생산할 수가 있는 것이다;

기타 원자력발전소 운전 중에 발전소내에서 사용된 것으로서 피폭이 된 옷가지나 재료 등이 있다. 그것이 이름하여 방사성폐기물이다. 그것은 그저 위험한 쓰레기에 불과하다. 방사능을 계속 배출하고 있는데 그 반감기가 참으로 길다. 그러므로 가장 안전한 저장고에 넣어서 반영구적으로 격리를 해야 하는 것이다.

이민욱 차장과 김만기 기자는 프랑스나 영국 그리고 미국 등 선진국이 지니고 있는 그 재처리시설이 참으로 부럽다. 그것만 있으면 한국도 핵폐기물을 재처리하여 플루토늄239를 얻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불가능하다. 그 이유는 한국이 핵폐기물을 자체적으로 재처리하여 핵폭탄의 원료가 될 수 있는 플루토늄239를 생산하는 것을 미국이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원자력발전소에서 폐기가 된 핵연료봉은 전부 미국이나 미국이 지정하고 있는 국가의 재처리시설로 보내진다.

한국내에는 하나도 남기지 아니하도록 미국이 국제원자력기구를 통하여 완벽하게 점검하고있다. 게다가 한국은 재처리공장을 지을 수가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만약 한국정부가 그에 불응하게 되면 어떻게 되는가?’…

이민욱은 그만 아찔한 생각이 든다. 한순간 머리가 멍해지는 것만 같다. 그것은 한국의 비핵화라고 하는 미국의 정책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것이 된다. 요컨대, 미국의 핵우산을 거부하고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하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러한 사태를 한국정부가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이민욱은 김만수와 함께 미국의 동남부에 있는 핵발전소와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을 둘러보고 나중에는 귀국하는 길에 일본에 들린다. 일본 본섬인 혼슈북부에 가서 미자와 공군기지에서 크게 멀지 아니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있는 핵발전소 단지를 방문한다;

 

그곳에서 이민욱 차장은 일본이 핵폐기물 재처리시설을 벌써 독자적으로 갖추어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있다. ‘미국이 어째서 일본에게는 그러한 재처리시설을 가지도록 허용한 것일까? 그리고 일본은 엄청난 양의 플루토늄239를 생산하고 있으면서 어째서 그것을 가지고 핵폭탄을 생산하지 아니하고 있는 것인가?’.

이민욱은 내심 미국정부가 한국정부와 일본정부를 상대함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유사시 일본을 핵강국으로 만들어 러시아와 중공을 견제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그 정도의 지위를 부여하고 싶어하지 아니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한국이 핵무장을 하거나 군사 강대국이 되는 것을 미국과 일본은 절대로 원하지 아니하고 있다. ‘어째서 그런 것일까?’... 이민욱 차장은 귀국한 다음에 방사성폐기물 처리에 관한 이슈에 대하여 많은 기사를 작성하면서 속으로는 그 문제를 계속 생각하고 있다.

긴 탐색의 결과 그는 노태우 정권이 미국의 의도를 간파하고서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문제를 국내에서 이슈화하여 그에 대한 대답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환언하면, 한국정부는 여전히 비핵화를 정책의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을 미국에게 은근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와 같은 한국정부의 태도는 북한의 김일성 정권이 핵무장을 비밀리에 추진하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반응인 것이다. 북한은 자체 핵무장을 서두르고 있지만 한국은 끝까지 미국의 핵우산을 의존하여 국방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그렇게 천명하고 있는 것이리라... ;

그렇지만 훗날 막상 북한정권이 핵무장에 성공하게 되면 그때는 어떻게 되는가?’… 그때는 핵무기를 가진 북한이 미국의 핵무기 만을 의지하고 있는 한국을 고양이가 쥐를 다루듯이 그렇게 대하지 아니할까?...

그와 같은 우려가 들지만 이민욱은 그것은 아주 나중의 문제라고 생각하면서 밤 늦게까지 기사를 작성하다가 그만 잠이 든다. 1991년의 한국은 그렇게 작은 소동으로 지나가고 있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