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공화국(손진길 소설)

너와 나의 공화국18(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2. 6. 22. 06:45

너와 나의 공화국18(손진길 소설)

 

19908월 중순이므로 서독은 전형적인 유럽의 상쾌한 여름날씨를 보여주고 있다. 그렇게 무덥지 아니하여서 그런지 서울에서 유럽에 도착한 이민욱 차장이 유럽특파원 이상재 기자와 함께 서독과 동독의 도시를 방문하는데 있어서 기후적으로 별로 불편함이 없다.

두사람이 서독에서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이 (Bonn)에 자리를 잡고 있는 전독부이다;

 전독부가 들어 있는 정부청사로 들어서면서 이상재 특파원이 이민욱 차장에게 먼저 간단하게 설명을 한다; “이차장님, 1949년에 서독연방정부는 동독의 문제를 다루기 위하여 벌써 전독부를 설치했어요. 당시 서독과 동독은 서로 대치하고 있는 적대 국가였지요.  그런데… “.

천천히 걸으면서 이민욱이 이상재의 설명을 경청한다. 그의 말이 이어진다; “20년이 지나자 1969년에 서독에서 좌파 사민당이 집권하고 빌리 브란트 수상이 동방정책을 실시합니다. 그것은 동독을 더 이상 소련의 괴뢰정권인 적으로 대하지 아니하고 함께 살아가야할 동포국가로 대하면서 동독의 개발과 발전을 돕자는 것이지요. 그때부터 전독부의 성격이 변하고 할 일이 많아집니다”;

이민욱이 고개를 끄떡인다. 그리고 나름대로 핵심을 정확하게 짚어내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렇겠군요. 독일 땅에서 유일한 합법정부가 서독연방이라고 주장하던 할슈타인 독트린의 시대에서 이제는 함께 발전하자고 하는 동방정책의 시대가 되었으니 전독부도 동독연방을 적대시하는 것이 아니라 평화적인 통일의 대상으로 보고서 여러가지 정책을 개발해야 하겠군요… “.

특파원 이상재는 이민욱 차장이 벌써 그에 대한 자료조사를 충분히 하고서 취재에 나서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많은 설명이 필요하지 아니할 것이다. 따라서 그는 간단하게 자신의 사전설명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결론삼아 이상재 특파원이 한마디만 덧붙이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전독부가 동독에 살고 있는 동포들의 여론이 서독에게 호의적으로 변화하도록 물심양면으로 정책개발을 하여 실시했지요. 그 결과 예상외의 큰 성과를 얻고 있습니다. 작년말 8911월에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금년말에는 동서독 통일을 위한 총선거가 있을 예정이기 때문이지요”;

두사람은 정부청사에서 전독부의 고위관료를 만난다. 그자가 굉장히 두사람을 반가워한다. 그것이 정치적인 제스처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어째서 그런 것일까?’, 이민욱 차장이 그곳에서 분단국가가 겪고 있는 아픔을 공유하고 있는 서독관리의 말을 듣게 된다.

그 관리의 말이 다음과 같다; “이 세상에 두개의 분단국가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독일과 한국이지요. 이제 독일은 통일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유일하게 남게 될 한국의 분단상황에 대하여 저는 가슴이 아픕니다. 질문하시면 무엇이든지 성실하게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이민욱이 첫번째 관심사를 질문한다; “베를린 장벽의 붕괴, 동서독의 통일, 그것을 예상하셨습니까?”. 그 관리가 즉시 대답한다; “전혀 몰랐습니다. 저희 서독에는 통일문제를 연구하고 있는 전문기관이 50개가 넘지만 그렇게 예측한 연구소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니 하나의 기적이라고 보아야지요… “.

그 말을 듣자 이민욱의 날카로운 질문이 이어진다; “공산주의 종주국인 소련의 지도자 고르바초프가 소위 글라스노스트페레스트로이카라는 개방개혁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것이 붕괴직전에 있는 소련의 경제를 되살려보고자 하는 몸부림이지요. 혹시 소련의 경제적 원조를 받기 어려워진 동독연방이 파산상태에 직면하여 불가피하게 동서독의 통일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상대방이 조용히 고개를 끄떡인다. 그리고 짧게 답변한다; “그것이 분명히 큰 요인이지요. 그런데 사실은 동독의 주민들이 벌써 20년이나 서독과 인적 물적 교류를 하면서 서독의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번영을 확인하였기에 그들이 통일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입니다. 그 결과 베를린 장벽이 양국 국민들에 의하여 먼저 무너진 것이지요. 그리고… “.

중요한 대목이다. 두사람이 귀를 기울이자 재미있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작년 10월이 동독공산당정권이 성립된 지 40년이었지요. 그때 고르바초프가 동독에 와서 병석에서 일어난 호네커 수상을 만났어요;

 당시 호네커가 동독도 개방개혁정책을 실시해야 하는가?라고 물었을 때에 그가 단호하게 대답했습니다. 시대적 요구에 불응하게 되면 회초리를 맞게 된다고 말입니다. 그 대답을 듣고서 호네커는 소련에게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내심 서독과의 통일을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민욱 차장은 전독부에서 그 정도의 취재만 하고서 서베를린으로 이상재 기자와 함께 이동한다;

 그곳에서 통독문제를 연구하고 있는 기관에 들러 취재를 계속한다. 부소장이 직접 취재에 응하고 있는데 그 자는 동서독의 정치와 경제에 관하여 두루 박식하다.

그의 말 가운데 흥미로운 대목이 다음과 같다; “동독의 경제는 서독과 비교하면 한참 열위이지요. 우리가 동독에 관하여 연구를 한다고 하면서도 그 실상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지를 못했어요. 그런데 작년말에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나서야 그 진면목을 보고서 실로 경악을 금하지 못했지요. 두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로… “.

상대방이 경청하자 그가 신이 나서 말한다; “동독은 경제적 사회적 인프라에 전혀 투자를 하지 아니했어요. 1940년대에 히틀러가 닦아 놓은 도로를 제대로 보수도 하지 아니하고 그냥 사용하고 있어요;

 게다가 도시와 도시의 연결이 원활하지 못하고 폐쇄적입니다. 둘째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들의 공산주의 복지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

잠시 숨을 쉬고서 간단하게 말한다; “통독의 헌법에 동독의 사회복지를 그대로 도입하자고 주장했어요. 그것을 서독의 전독부는 반대하면서 양국사이에 복지제도를 상호비교하자고 제안했지요. 그 결과 동독 측에서는 서독의 것이 훨씬 낫다는 사실을 발견하고서 크게 놀랐지요. 그 다음부터는 일체 이의가 없습니다”.

그 다음에 이민욱은 이상재와 함께 동독 땅으로 취재차 들어간다. 독일의 관리와 학자들이 두사람과 대화를 할 때에 영어를 구사하고 있기에 별로 취재에 있어서 불편함이 없다. 두사람은 드레스덴 도시에 들어가서 동독의 연구소를 방문한다;

그곳에서 만난 동독연구원에게 이민욱 차장이 다음과 같이 먼저 질문한다; “동독이 서독에 비하여 경제적으로 크게 낙후가 되어 있어요.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 이민욱은 큰 기대를 가지고 질문한 것이 아니다. 그저 궁금하여 물어본 것이다. 그런데 동독 경제학자의 대답이 실로 중차대한 것이다.

그의 답변이 다음과 같기 때문이다; “우리 동독정부는 잘못한 것이 없어요. 그저 마르크스 공산주의 이론에 충실하게 경제를 운영하였지요. 그런데 세월이 지나자 생산성이 자꾸만 떨어지고 말았어요. 그 요인이 크게 보아 두가지입니다. 하나는, 집단적인 태업의 발생입니다. 또 하나는, 중앙에서 집행하는 계획경제의 불합리성이지요… “;

이민욱이 쉽게 설명을 해달라고 요청하자 그가 참으로 명쾌하게 대답한다; “우리 동독은 약 10만 평방 킬로미터의 작은 국토이지만 대부분이 평지이며 옥토입니다. 그러므로 분단 이전에는 동독의 농산물 생산으로 독일 전체 국민이 먹고 살았어요. 그러나 공산주의 경제체제를 운영한 결과 이제는 우리 동독 인민들이 먹고 살기에도 농산물이 부족해지고 말았어요. 그 이유가 말입니다… “.

두사람이 귀를 쫑긋하자 그가 이어서 말한다; “농장에서의 집단 태업으로 생산량이 3분의 1이나 줄어들고, 중앙계획경제의 실시로 운송과정이 길어져서 또 3분의 1이 버려지고 전체 인민에 대한 배급과정에서 나머지 3분의 1이 썩어버리고 말았지요. 그것이 공산주의 경제이론의 현실입니다. 그러니 도저히 자본주의를 이길 수가 없어요. 그대로 계속하면 인민들이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고 마는 것입니다”.

동독 땅에서 40년간 공산주의정권이 계속된 결과 국가의 생산성이 3분의 1이하로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동독은 연방을 해체하고 그 옛날 5개의 지방인 주로 되돌아가서 서독의 7개의 주와 함께 선거를 통하여 새로운 독일연방을 구성하고자 서독정부와 합의하고 있다. 그 결과 199010월에 새로운 독일연방이 탄생하고 있다;

그렇게 1990년 여름에 독일을 다녀온 이민욱 차장이 일년이 지나자 또 한차례 해외취재에 나서게 된다. 그것의 내용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