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을 만난 신구약의 인물들(손진길 작성)

68. 원로 글로바(작성자; 손진길 목사)

손진길 2022. 4. 4. 14:32

68. 원로 글로바

 

(1)   글로바는 목수 요셉의 친동생으로 추정된다. 그 이유는 다음 세 가지이다. 첫째로, 부활하신 예수님이 사도들보다 먼저 찾아간 남자 제자가 당시 엠마오로 가고 있었던 원로 글로바였다(24:18). 가장 가까운 친척이며 어른인 숙부였기에 예수가 예를 갖춘 것으로 보인다. 둘째로, 예수의 이종 동생으로 알려지고 있는 사도 요한이 자신의 어머니를 예수님의 이모로 등재시키면서 같은 귀절에 글로바의 아내 마리아의 이름을 나열하고 있기 때문이다(19:25). 예수님의 처형 장소에 가까이 다가갔던 자는 어머니 마리아와 가장 가까운 친지들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이모 다음으로 숙모격이 되는 글로바의 아내가 실명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로, 초대교회 예루살렘 총회장을 지낸 예수의 친동생 야고보가 물러날 때 사촌 동생인 시므온에게 그 직을 넘겨주게 된다. 그 시므온의 아버지가 바로 원로 글로바일 가능성이 큰 것이다.

(2)   글로바가 만약 목수 요셉의 친동생이라면 제2성전시대 다윗 왕가의 몰락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은 예루살렘에서 북서쪽으로 11KM나 떨어진 엠마오 촌락 또는 변방 갈릴리 산골 마을 나사렛 등지에 숨어서 살아가고 있었다. 족보도 다윗 왕과 솔로몬의 직계가 아니라 다윗 왕의 서자인 나단의 자손들이라고 고쳐서 사용하고 있었다(1:6-16, 3:23-32). 그렇지만 끝내 그 신분을 숨기지 못하고 그들의 중시조는 바벨론 포로 기간중 다윗 왕가의 정통성을 지킨 스알디엘과 스룹바벨이라고 말하고 있었다(3:27, 31). 이와 같이 예루살렘을 떠나서 숨어지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제2성전시대 초창기를 제외하면 백성들의 지도 세력이 계속 대제사장 가문이었기 때문이다(12:10-26). 초창기 다윗 왕가의 스룹바벨과 대제사장 가문의 예수아가 환상적인 콤비가 되어 예루살렘 성전을 재건한 것까지는 좋았지만(왕하25:18-21, 대상3:17-18, 6:14-15, 3:2, 8, 27-30) 그 후의 역사는 두 사람의 지도자를 원하지 아니했던 것이다. 특히 BC 2세기에는 제사장 마카비 가문에서 독립 전쟁을 수행하고 그들이 하스모니아 왕조를 예루살렘에 세웠다. 따라서 다윗 왕가의 후손들은 메시아 예언만을 가슴속에 간직한 채(11:1, 2:2-6) 훗날을 기약하면서 예루살렘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3)   예루살렘 가까이 살고 있었던 다윗 가문의 직계 혈손인 글로바는 예루살렘의 동태를 살피면서 메시아가 그들의 가문에서 탄생하기를 학수고대한 인물로 보인다. 그런데 어느 날 형 요셉의 집안에서 메시아가 탄생했다는 은밀한 소식을 전해들었다. 그 때부터 글로바의 관심은 예수 그리스도의 성장에 집중되고 있었다. 더구나 예수가 열두 살 되었을 때 글로바는 조카 예수가 예루살렘 성전에 들러서 삼 일간이나 성전 랍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보게되었다. 솔로몬 왕에 비견되는 출중한 지혜였다(2:46-47). 그 자리에서 예수가 예루살렘 성전에 계시는 하나님을 내 아버지라고 은유적으로 표현하였을 때 그의 부모 뿐만 아니라 글로바의 가슴도 뛰었다(2:49-52). 그래서 나이 설흔에 예수가 공생애를 시작하자(3:23) 일찍 죽은 형 요셉을 대신하여 글로바가 아내 마리아 그리고 아들 시므온을 대동하고서 예수 일행에 합류했다. 그 자신부터 예수의 나이많은 제자가 된 것이다. 그의 관심은 온통 메시아 예수를 통하여 다윗 왕가의 영광을 되살리는 것이었다.

(4)   그런데 글로바의 기대는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예수가 허무하게 골고다 십자가에서 처형당하고 만 것이다. 그는 절망에 사로잡혀서 부인만 예루살렘에 남기고 고향 엠마오로 아들과 함께 걸어간 것으로 보인다(16:12-13, 24:13-18). 그 때에 예수님이 그들 부자에게 나타나셔서 부활의 기쁜 소식을 전한 것이다(24:19-36). 이제 글로바는 다윗 제국을 재건하고 자신의 다윗 가문을 다시 일으키고자하는 생각을 접었다. 그 대신에 그는 다시 더 위대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온 세상 만민에게 그리스도의 부활 소식을 전하고 하나님이 직접 통치하시는 영원히 망하지 아니하는 나라를 건설하고자 한 것이었다. 이 대업이 이제는 글로바를 비롯한 다윗 왕가의 후손들에게 맡겨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