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 사바 사바하(손진길 소설)

사바 사바 사바하19(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2. 4. 3. 17:54

사바 사바 사바하19(손진길 소설)

 

경주 노동 골목길에서 1950년대에 함께 뛰어놀던 네 꼬마가 환갑이 되어 고향방문을 하고 있다. 그때가 서기 2010년 가을이다. 그들을 초청한 사람은 서울에서 로펌을 경영하고 있는 우창윤 변호사이다.

5년전에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제17대 국회의원이 된 정종수의 사무실에서 한번 만난 적이 있는 그들 4총사가 여의도를 다시 방문하지 아니하고 경주로 곧장 내려온 이유는 정종수가 재선에 실패하였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이라고 하는 것이 대표적인 동냥 벼슬이므로 일단 낙선이 되고 나면 4년 동안 만회할 도리가 없는 것이다.

마치 낚시꾼이 물때가 다시 찾아올 때를 기다리는 것처럼 오래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정종수의 경우에는 그 물때를 도저히 발견할 수가 없다. 그 이유는 워낙 막강한 군부의 실력자들이 차례로 전역하여 그 자리를 연이어 꿰차고 있기 때문이다.

문민정부가 계속 들어서고 있지만 경주의 시민들은 높은 별자리 출신에 대한 지지도가 여전히 높다. 검사와 변호사를 지낸 법조인 출신인 정종수는 그것이 영 못마땅하다. 경주와 월성사람들은 어째서 군부의 실력자를 그렇게 좋아하고 있는가?...

거듭되는 재선의 실패에 빠져 있는데 절친 우창윤이 고향 경주로 죽마고우 3사람을 초대하고 있다. 정종수는 4총사가 만나기로 약속되어 있는 장소 곧 경주제일교회 건물이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가까운 위치이므로 약속한 날 일찍 그곳으로 들어선다.

언제 도착했는지 승복을 걸치고 있는 김법승이 그 자리에서 우창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교회건물 앞에서 담소하고 있는 스님의 모습이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신기하다. 3사람이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5분도 되지 아니하여 호주에 살고 있는 송원길이 교회 정문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2010년이 되자 우창윤과 정종수는 한국나이로 환갑이다. 김법승과 송원길은 한해 아래이다. 하지만 그날 4총사는 아주 경주에서 환갑잔치를 겸한 고향방문을 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4사람이 가장 먼저 방문하고 있는 곳은 그들이 어린시절 뛰놀던 그 골목길이다. 주택들은 일부가 교회부지로 들어가 버렸지만 그래도 대부분이 남아 있다. 골목길은 옛날의 모습을 많이 유지하고 있는 편인데 전체적으로 동네가 상당히 낡아 보인다.

그 길을 들어서 보니 이제는 비좁기 그지없다. 자가용이 지나가지도 못할 좁은 골목길이다. 철없던 꼬마시절에는 그 골목이 얼마나 넓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따라서 그 길을 천천히 걸어보면서 4총사는 헛웃음만 짓고 있다;

어린시절 그 지역에 살고 있던 주민들은 모두가 떠나고 난 동네이다. 이제는 토박이가 아니라 타향살이를 하는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다. 주인은 떠나고 객들이 차지하고 있는 골목길이라 4사람은 빨리 돌아보고 그곳을 벗어난다.

골목길을 벗어나자 김법승이 제안한다; “오늘은 점심식사를 참으로 오래간만에 시장통에서 사 먹는 것으로 합시다. 옛날 음식들을 파는 곳도 있을 겁니다. 이 가을에 무엇이 먹고 싶으신가요?... “. 송원길이 얼른 대답한다; “법승아, 돼지국밥 파는 식당이 아직 남아있을까?... “.

그 말을 듣자 김법승보다 빠르게 정종수가 말한다; “내가 더 잘 알지. 시장 안쪽에 오래된 노포가 있어. 진국으로 돼지국밥을 팔고 있지. 나를 따라들 오세요… “. 신나게 앞장을 선다. 3사람이 뒤따라가보니 진짜 그 옛날 시장통에서 맡아보던 그 냄새가 구수하게 풍기고 있다;

 

세월은 변했지만 사람은 그 옛날 꼬마시절의 음식냄새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는가 보다. 그것은 어린시절 배워서 익힌 한국말이 뇌리속에 그대로 간직되어 있는 것과 같은 원리일 것이다. 따라서 4총사가 너나없이 넓지도 아니한 음식점 안으로 들어선다.

늙수그레한 할머니가 4사람의 손님이 동시에 들어서고 있는 것을 자세히 보더니 한말씀을 하신다; “어서들 오세요. 그런데 스님께서도 돼지국밥을 드실 것입니까?... “. 그 말을 듣자 3사람이 그제서야 아차한다.

그 모습을 보고서 김법승이 얼른 말한다; “허허, 저는 어릴 적에 이 시장에서 돼지국밥을 많이 사 먹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스님의 신분이라 맛볼 수가 없지요. 그 대신에 제 친구들에게 옛날 그 돼지국밥의 맛을 즐기게 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게는 다른 메뉴를 주세요. 해장국밥이라도 좋습니다… “;

그 가게를 소개한 정종수가 미안한지 머리를 긁적이면서 말한다; “법승 스님, 이거 내가 실수를 했어요. 여기 멀지 아니한 곳에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당도 있는데 지금이라도 자리를 옮길까요?... “.

그 말을 듣자 김법승이 껄껄 웃으면서 말한다; “종수 형, 별말씀을 다하십니다. 여기서 구수한 돼지국밥 냄새를 맡으면서 해장국밥이나 한 그릇 먹으면 되지요. 신경 쓰지 마세요… “.

그날 4총사는 점심식사를 끝내고 오후 한나절을 경주고적지를 한바퀴 돌아다니는데 사용한다. 그리고 저녁이 되자 정종수가 자신의 집으로 가자고 일행을 끌고 간다. 어느 사이에 정종수의 아내인 이세경 여사가 저녁식사를 풍성하게 준비해 두고 있다. 그럴 줄 알았다면서 우창윤이 자신의 자가용 트렁크에서 미리 준비한 선물을 꺼내어 전해준다.

그날 밤 일행은 정종수 변호사의 집에서 만찬을 즐기고 나서 오래 이야기를 나눈다. 벌써 50년이나 지난 이야기를 하고들 있다. 환갑의 나이가 되었지만 그 옛날 함께 뛰놀던 어린시절의 생각이 새록새록 솟아나는 것은 어쩐 일일까?...

다음날 정종수 부부도 서울로 올라가는 일행과 합류한다;

 서울에 살고 계시는 노경의 부모님을 찾아 뵙겠다고 한다. 그렇지만 4총사와 헤어지는 것이 못내 서운한지 하루 종일 서울나들이에 함께한 다음에야 종로구에 있는 부모님 댁을 찾아가고 있다.

그날 저녁과 밤시간을 김법승과 송원길은 우창윤 변호사의 집에서 지낸다. 우창윤 변호사의 아내는 기요한 사장의 딸인 기한나이다. 그녀가 참으로 오래간만에 들린 남편의 죽마고우 김법승과 송원길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그 모습을 보고서 송원길이 인사를 한다; “연락도 없이 방문하였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환대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부군과는 어릴 적 골목 친구들입니다... “. 그 말을 듣자 기한나가 손으로 입을 가리며 호호라고 웃으면서 말한다; “어서들 오세요. 언제나 환영입니다. 남편으로부터 두 분의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었어요… “.

저녁식사 대접을 받은 다음에 다과를 들면서 송원길이 우창윤에게 슬쩍 물어본다; “아 참, 창윤이 형, 장인어른께서는 잘 계시는지요?... “. 우창윤이 조용하게 대답한다; “몇 년 전에 돌아가셨어. 90세에 별세하셨으니 장수하신 셈이지. 그리고 장모님도 1년 더 사시다가 돌아가셨지… “.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김법승이 화제를 바꾸고 있다; “그런데, 원길아, 너는 사바 사바 사바하에 관하여 더 연구한 것이 없니?... “. 송원길이 대답한다; “내가 10년전에 호주로 이민을 떠나기 전에 법륜사로 법승이 너를 방문하여 과학적인 측면에서 그것을 어떻게 볼 수 있는지를 그때 말한 기억이 나는구나. 그런데… “.

스님인 김법승 뿐만 아니라 우창윤 변호사도 관심이 있는지 귀를 기울인다. 그것을 보고서 송원길이 간략하게 설명한다; “수리 수리 마하수리가 어떤 비행체가 음속을 통과하여 초음속 비행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면 사바 사바 사바하는 영적인 초광속의 세계로 날아갈 수 있는 영혼의 힘을 말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

그 말을 듣자 김법승이 말한다; “내가 생각하기로는 어지러운 세상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사람의 마음이 불법에 의지하여 고요함을 회복하는 경지를 말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그것이 바로 득도의 경지를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사바하를 나는 그렇게 쉽게 풀이하고 싶어… “;

그 말에 송원길이 자신의 의견을 덧붙인다; “그래 그 말도 일리가 있어. 그런데 불교에서는 사바세계를 중생이 살고 있는 번뇌의 속세를 말하기도 하더군. 그렇다면, 사바하의 세계는 속세의 번뇌를 벗어버리는 해탈의 세계를 말하고 있겠지. 그렇지만 그 득도나 해탈의 경지가 그렇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가 되겠지… “;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우창윤이 한마디 한다; “그거 듣고 보니, 우리가 어릴 적 그냥 주문처럼 중얼거리던 수리 수리 마하수리, 사바 사바 사바하가 보통 평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구만. 나도 관심이 생기는군… “.

그리고 진심으로 김법승과 송원길에게 부탁한다; “나같이 돈을 추구하고 있는 속물은 감히 상상도 할 수가 없는 높은 경지의 세계를 희구하고 있는 진언이구만. 훗날 더 깊은 뜻이 밝혀지면 내게도 가르쳐 주시게나. 부탁하이… “;

 

나이 60이 되더니 엄청나게 성공한 변호사 우창윤도 불경이나 성경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것은 좋은 현상이다. 따라서 송원길이 김법승에게 말한다; “법승아, 나는 내일 호주로 되돌아가지만 너는 창윤이 형 집이나 사무실에서 멀지 아니한 곳에 살고 있으니 더러 방문을 해주시게나. 이제 창윤이 형도 깊은 깨달음을 얻을 때가 된 것 같아… “.

그 말을 듣자 김법승이 송원길에게 말한다; “원길아, 그것은 걱정하지 말아라. 내가 자주 창윤이 형을 찾아보도록 할 테니까. 그런데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핸드폰 카톡을 이용하면 얼마든지 무료로 통화를 할 수가 있다. 그러니 너도 시간이 나는 대로 내게나 창윤이 형에게 안부를 전해다오. 부탁한다… “.

송원길은 다음날 비행기를 타고 시드니에 도착하였지만 김법승의 말과 우창윤의 부탁이 새롭다. 그래서 그는 그때부터 성경말씀을 연구하는 일에 더욱 매진한다;

 그 결과가 10권의 성경공부 교재와 12권의 강해집을 발간하거나 아예 그의 블로그에 싣게 된 것이다.

수년 전 곧 2010년 가을에 송원길이 고향 방문을 하였을 때에 그는 벌써 목사 안수를 받은 다음이었다. 하지만 그는 죽마고우들에게 그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아니했다. 스님인 김법승이 괴리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하여서 이다.

그렇지만 한국에 살고 있는 그 죽마고우들이 호주에 살고 있는 송원길의 근황이 궁금하여 인터넷으로 그 이름을 찾아보았더니 그가 벌써 목사가 되어 있으며 많은 저술을 하여 블로그에 수록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21세기 오늘날에는 서로 관심만 있다면 사이버 공간에서 얼마든지 근황을 살필 수가 있는 것이다. 그 옛날 선지자 다니엘이 예언하고 있는 그대로 오늘날은 모두들 바쁘게 움직이며 동시에 서로의 소식이 빠른 속도로 전세계에 퍼지고 있는 말세인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