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 사바 사바하(손진길 소설)

사바 사바 사바하16(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2. 4. 2. 03:24

사바 사바 사바하16(손진길 소설)

 

서기 199911월 중순 주말에 송원길이 강남 양재동 자택을 나와 차편으로 종로구에 있는 법륜사로 간다. 그곳에 있는 김법승을 오래간만에 방문하고자 하는 것이다. 미리 전화를 하고서 약속시간을 정하여 가는 길이라 김법승이 스님 방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다;

동갑인 두사람은 벌써 한국나이로 48세이다. 아직 50세가 아니기에 무엇인가 새 일을 행할 수 있는 마지막 연령대라고 말할 수가 있다. 일부러 찾아온 송원길을 승방에서 김법승이 반갑게 맞이하면서 미리 준비해 놓은 차부터 대접한다;

차를 마시면서 은연중 김법승이 눈으로 묻고 있는 것만 같다; “원길아, 오래간만에 절까지 나를 찾아오다니 무슨 용무이신가?... “. 친구의 그 모습을 보고서 송원길이 먼저 말문을 연다; “오래간만에 죽마고우인 법승이 너를 만나고 싶더라. 그래서 그냥 들린 거야… “.

그제서야 김법승이 허허라고 웃으면서 말한다; “국회에서 마냥 공무에 바쁜 원길이 네가 일부러 나를 한가로이 찾아오다니 뜻밖이야. 분명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은데?… 그래, 무슨 용무야?... “. 송원길이 빙그레 웃으면서 대답한다; “우리 법승 스님이 요새 득도를 하셨는가 보다. 그래, 한번 알아 맞추어 보시게나, 하하하… “.

그 말을 듣자 김법승이 진지하게 말한다; “이제는 민주투사인 양 김씨, 김영삼 씨가 벌써 대통령을 지냈고 이어서 김대중 씨가 대통령이 되어 한창 자신의 민주화 꿈을 펼치고 있으니 국정에 관한 염려는 아닐 것이고그러니 원길이 자네는 무슨 개인적인 깊은 고민이 있는 것이 아닐까?... “;

그 말에 송원길이 지긋이 눈을 감았다가 뜨면서 대답한다; “고민은 무슨 고민벌써 나는 마음의 결단을 내렸어. 다가오는 21세기는 더 이상 주위환경에 질질 끌려 다니지 말고 한번 내 나름대로 살아보려고 말이야… “.

김법승이 꼬마때부터 오래 만나온 절친 송원길의 얼굴을 보면서 말한다; “역시 가장 어려운 공부가 사람의 마음속을 읽는 거라고 하더니, 그 말이 맞아. 입법고시에 통과하여 승승장구하던 내 친구 원길이가 무슨 다른 꿈을 꾸고 있는 줄이야그것 참… “.

송원길이 귀를 귀울이자 김법승이 이어서 말한다; “그냥 그 자리에 앉아 있으면 차관자리는 따 놓은 당상처럼 내 눈에 보이는데어째서 원길이 자네는 차려 놓은 그 밥상을 받지 아니하려고 하는가?… 그것 참, 나는 알다가도 모르겠어… “.

그 말에 송원길이 빙그레 웃으면서 말한다; “내 친구 법승이가 이제는 도통을 했구만. 내가 복채를 내지 아니하고 공짜로 앞일을 듣고 있으니 말이야. 그래, 나는 그 차려 놓은 밥상을 마다하고 이제는 이곳을 떠나 멀리 훨훨 날아가려고 해. 그래서 죽마고우인 법승이 자네의 얼굴이나 한번 더 보려고 찾아온 것이야… “.

김법승이 고개를 천천히 끄떡이면서 진중하게 말한다; “우리 꼬마 4총사 가운데 대학생 때 사법고시에 마냥 매어 달린 창윤이 형과 종수 형은 아니고돌이켜보자면, 우리 두사람이 학생운동에 관심이 많았지… “;

지나간 젊은 시절을 추억하는지 김법승의 눈이 잠시 그리움에 잠긴다. 그리고 조용히 말한다; “그 결과 원길이 자네는 조용히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하여 현장으로 내려갔고 나는 군에 일찍 끌려갔다가 나중에 복학하여 공부를 계속했고 말이야… “.

그 다음에 송원길이 다른 이에게 차마 말하지 못한 내용을 김법승이 어떻게 알고서 말한다; “그리고 원길이 자네는 유신시대가 끝나고 제5공화국이 되어 연좌제가 풀릴 때에 비로소 고시를 하게 된 것이 아닌가!... 그러니 자네와 나는 죽마고우이지만 또한 나라를 생각하던 동지일세. 그런데 이제는 자네가 혼자서 떠나려고 하는 구만그래, 어디로 가려고 하는가?... “.

송원길이 조용히 대답한다; “그래, 나는 공직자로서 그만큼 일했으니 이제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본래의 나를 한번 찾아보려고 해. 한국에 있으면 내가 걸어온 그 길 끝에 그리고 내가 새로이 전공한 정치학공부 그대로 종수형처럼 동냥 벼슬을 얻겠다고 미친듯이 나설 것만 같아서 말이야나는 그러한 끝보다는 전혀 다른 인생을 한번 살아보고 싶어… “;

그 말에 김법승이 중얼거리듯이 말한다; “원길이 자네는 나하고 운명이 달라. 결코 머리를 깎고 스님이 되지는 아니하겠구만그러니 그 길은 또다른 사바 사바 사바하의 세계가 되겠구만.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가지 아니한 그 길이 말이야… “.

그 말을 듣자 송원길이 절친 김법승에게 말한다; “법승아, 너는 우리가 골목길에서 철없이 뛰놀던 그 시절에 도인 한 분이 중얼거리던 말씀을 기억하고 있니? 경주 남산의 옥이 다한 것이 아니고 이 골목에서 여전히 빛을 비추고 있다고 말이야!… “;

그러자 김법승은 그 시절이 그리운 듯이 말한다; “그래, 그때 우리가 함께 들었지.  그래서 우리가 철없이 사바 사바 사바하라고 응수했더니 그 도인이 천수경법화경을 들먹이면서 껄껄 웃고 지나갔지그래서 나는 불경을 연구하면서 아직도 그 도인의 말의 뜻을 음미하고 있어. 그런데 원길아, 그것이 왜?... “;

송원길이 김법승을 보면서 말한다; “그렇지, 법승이 자네가 불경을 깊이 연구하고 있는 것이 그 때문인 것으로 보였어. 그런데 사실은 나는 그 뜻을 조금 달리 음미하고 있어. 내가 대학에서 항공학을 공부하였기에 먼저 과학적으로 풀이를 해보고 있어. 그리고 다른 하나는 영적인 측면인데 그것을 나는 나중에 한번 탐구해보려고 해… “.

그 말을 듣자 김법승이 궁금한지 묻는다; “과학적인 측면이란 것이 무엇이지? 내가 한번 들어볼 수가 있을까?... “. 송원길이 조용히 차를 마시면서 말한다; “그것은 크게 어렵지가 않아. 불경에 기록되어 있는 본래의 뜻을 참고하여 과학적으로 살피면 되지. 수리 수리 마하수리라고 하는 것은 일상사에서 말하자면, 하늘을 나는 수리나 비행체가 되겠지. 그러니 말이야… “;

김법승이 고개를 갸웃하면서 경청한다. 그것을 보고서 송원길이 이어서 말한다; “하늘을 나는 경우에 마하라고 하는 것은 다른 뜻을 지니게 되지. 그것은 음속을 뛰어넘는 초음속의 세계를 벌써 말하고 있는 거야. 그 말이 그 다음에 나타나는 다른 차원으로 우리를 인도하게 되지. 그것이 나는 사바 사바 사바하로 보인다는 거야… “;

그 말을 듣자 김법승이 더욱 귀를 기울인다. 송원길의 설명이 이어진다; “생명체인 수리나 인간이 만든 비행체보다는 더 빠른 것이 정신적인 세계인 사바라고 보면 그것이 새로운 하늘로 우리를 인도하게 될 거야. 그것을 나는 사바 사바 사바하의 숨은 의미라고 해석하고 싶어… “.

그 말에 김법승이 돌연 합장을 하면서 말한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죄업을 씻고 중생을 구제하여 극락왕생하라는 뜻만 있는 줄 알았더니 그것이 과학적으로도 새로운 차원의 문을 여는 진언이 되고 있는 줄은 정녕 몰랐었네, 허허참으로 오래 살고 볼일이야. 그렇다면 원길이 자네는 사바하 그 이상적인 세계가 무엇이라고 짐작하고 있는데?... “.

그 말을 듣자 송원길이 진지하게 말한다; “항공학의 지식을 빌리자면 그것은 초음속보다 더 빠른 초광속의 세계를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더 이상의 개념에 대해서는 이제부터 내가 공직을 벗고 시간이 많을 테니까 한번 천천히 연구를 해보고자 하네… “;

김법승이 역시 합장을 하고서 말한다; “자네가 공직을 벗고 어디로 가는지는 몰라도 아마 그 초광속의 세계를 한번 탐구하는 길이 될 것만 같네. 그것이 불도의 길이 되든지 아니면 다른 경전의 연구가 되든지 간에 한번 끝까지 탐구를 해주게. 그리고 그 결과를 훗날 내게도 알려주고 말일세그래 어디로 가려고 하는가?... “.

송원길이 간략하게 말한다; “우선 말할 수 있는 것은 한국을 떠난다고 하는 거야. 만약 공직자로 계속 산다면, 이곳에서 내가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앞으로 10년 남짓인데 나는 그 귀한 시간을 외국에서 공부하면서 내가 탐구하고 싶은 것을 계속 연구하고 싶어. 그것이 과학적인 것이든지 아니면 무슨 경전을 연구하는 것이든지 말이야. 아무튼 정신적인 영역이 되겠지… “;

그날 두사람은 그 정도만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진다. 절친 송원길이 돌아가고 나자 김법승은 갑자기 허한 느낌이 든다. 평생 서로 만나 이야기를 나눌 줄 알았던 죽마고우가 멀리 떠난다고 하니 이제서야 어째서 금방 다시 보고 싶은 것일까?...

그래서 김법승이 꼬마시절 4총사 두사람에게 얼른 연락을 취한다. 20세기 1999년이 지나가기 전에 서울에서 한번 만나자고 제안을 한다. 그 날자는 경주에서 변호사생활을 하고 있는 정종수가 서울에 계신 부모님을 뵙고자 상경하는 기간으로 정한다.

그 결과 199912월 중순 서울 강남에서 4총사가 다시 만나게 된다. 그날은 21세기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이하는 기간이라 음식점들이 한창 붐비고 있다. 하지만 미리 예약을 하였기에 그들은 조용한 별실을 차지하게 된다.

그날 김법승이 먼저 말문을 연다; “오늘은 여러가지로 의미가 있는 모임입니다. 먼저 우리 죽마고우 골목길 4총사가 새로운 밀레니엄을 함께 맞이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21세기에는 변호사 두분께서 소원성취하시기를 바랍니다. 돈을 많이 버시든지 여의도로 입성을 하시든지 말입니다. 그리고… “.

김법승이 좌중을 한번 둘러본 다음에 말한다; “공직자인 내 친구는 공직을 그만두고 이제는 새로운 세기에 새로운 인생을 한번 설계하겠다고 하는군요. , 나중에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로 하고 우선 건배부터 합시다건배!“;

승복을 벗고 오늘은 캐주얼 차림인 김법승이 신명 나게 건배의 잔을 높이 든다. 4개의 잔이 서로 부딪힌 후에 모두들 단숨에 마시고 빈 잔을 내려놓는다. 그 다음에 정종수가 의미심장하게 송원길을 보면서 말한다; “원길아. 너도 혹시 나처럼 여의도에 입성하고 싶은 것이냐?... “.

그 말을 듣자 송원길이 빙그레 웃으면서 말한다; “종수 형, 나는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근무한지 벌써 20년이 다 되어 가는데 다시 여의도에 입성할 필요가 없지요. 하하하나는 의원배지를 다는 일이 아니고 해외로 나가서 한번 살아보고자 하는 것입니다… “.

그날 모두들 궁금하여 송원길의 입을 쳐다본다. 그러자 송원길이 딱 한마디만 한다; “나중에 한국을 떠나게 될 때에 알려드릴 게요. 5대주 6대양 가운데 어디가 될지 말입니다. 그 정도만 아시고 오늘은 마음껏 마시고 다른 이야기나 나누도록 합시다. , 건배!… “.

그날 모임에서 송원길이 어디로 떠나는지 아무도 확실하게 듣지 못한다. 그런데 21세기가 시작되어 한달이 지나가기 전에 죽마고우 3사람에게 송원길의 전화가 온다. 그는 시드니에 자리를 잡고 살고자 벌써 그곳에 도착하였다는 것이다;

역시 오래 공직자로 살아온 송원길 그 다운 연락이다. 모든 조치를 끝낸 다음에서야 친구들에게 연락을 취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제 21세기는 그들 4총사에게 어떠한 의미로 다가오게 되는 것일까? 그리고 사바 사바 사바하의 또다른 의미를 송원길은 어떻게 찾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