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을 만난 신구약의 인물들(손진길 작성)

62. 베다니 마리아(작성자; 손진길 목사)

손진길 2022. 3. 30. 14:56

62. 베다니 마리아

 

(1)   소녀 마리아는 베다니에 살고 있었다. 베다니는 예루살렘에서 동쪽으로 3KM쯤 떨어진 교외지역으로서 요단 강으로 가는 길목이었다. 그래서 예루살렘에 볼일이 있는 여행객들 가운데 요단 강 강변길로 들어오는 손님들은 대부분 베다니에서 일박을 하고서 이튿날 새벽 일찌기 예루살렘으로 향했다. 하루쯤 쉬어야 새벽에 감람산을 넘어 예루살렘 성내로 들어가서 하루종일 볼일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예루살렘에 당일치기로 도착하게 되면 꼼짝없이 성내에서 일박을 해야만 하는데 그 경우에는 고액의 숙박비를 치루어야하는 경제적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가난한 변방지역 사람들, 특히 요단 강 동쪽 길을 따라서 남하해오는 갈릴리 사람들이 베다니의 민박집을 자주 이용했다. 그리고 그들은 하루종일 예루살렘 성내에서 볼일을 보고서 어두워지기전에 다시 베다니로 돌아와서 머물렀다. 귀향할 때에도 일단 베다니에서 쉬었다가 아침 일찍 요단 강으로 떠나갔던 것이다. 그 가운데 갈릴리에 살고 있었던 예수님의 부모님과 이모님 가족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래서 베다니 마리아 가족들은 일찍부터 양쪽 집안 사람들을 잘 알고 있었다. 특히 마리아와 같은 또래인 요한은 개인적으로 그녀와 친했기에 그의 복음서에서 마리아의 향유 사건을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으며 또한 그녀의 오라비인 나사로의 이야기를 독점적으로 게재하고 있다(11:1-5, 12:1-11). 그리고 마리아와 그녀의 언니인 마르다가 예수님의 치유능력을 평소에 알고 있었고(11:3, 21, 32) 예수님께서도 마리아의 형제들과 친했으며 그들을 모두 사랑하셨다는 사실까지 사도 요한이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11:5, 35).

(2)   베다니 마리아는 어린 나이지만 예수님이 좋았다. 그 이유는 그녀가 부모님이 일찍 세상을 떠나버리는 경험을 가지고 있었기에 나이보다 생각이 성숙했기 때문인지 모른다. 사람은 병들고 아프다가 허무하게 이 세상을 하직하는 슬픈 존재이다. 그런데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나라에는 부활과 영생의 소망이 있었던 것이다(10:10, 28, 8:32, 51, 56, 7:33-38, 6:38, 44, 62-63, 5:24-29). 그녀는 예수님의 가르치심과 행적을 베다니에 앉아서도 훤히 들을 수가 있었다. 왜냐하면, 그녀의 동네에 머무는 갈릴리 사람들이 모두 엘리야와 같은 능력을 행하는 선지자 예수의 이야기로 화제의 꽃을 피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개인적으로 잘 알고 있고 또 관심을 두고 있는 예수님 이야기였기에 그녀는 하나도 빠짐없이 듣고 메모리했다. 그리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따로 기억해두었다가 예수님이 그녀의 집에와서 머물면서 사람들에게 가르치시는 시간에 반드시 물어 보았다(10:38-42). 이 일로 그녀는 열심히 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던 언니 마르다보다 더 귀한 일을 하고 있다고 예수님께로부터 칭찬까지 듣게 되었다.

(3)   그런데 베다니 마리아에게는 마음에 걸리는 일이 한 가지 있었다. 예수님이 꼭 이야기 끝에 자신이 하나님 아버지께 돌아가야만 사람들의 구원이 완성된다는 언급이었던 것이다(3:14-15, 6:51-58, 61-62, 7:33-38, 10:17-18). 믿는 자에게 부활과 영생을 주기 위하여 자신을 희생 제물로 삼으시고자 이 세상을 떠나신다는 그 말씀을 마리아는 심상하게 생각하지 아니했다. 부모님이 일찍 세상을 떠났을 때 그녀는 어린 나이였기에 당시 아무 것도 해드릴 수가 없었다. 그것이 철이 들면서 그녀의 가슴에 응어리로 남아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예수님이 떠나시기 전에 무엇인가 가장 소중한 것을 선물해드리고 싶었다. 그것이 그녀가 시집갈 때를 위하여 조금씩 사모으고 있었던 향유였던 것이다. 그녀는 그것이 아까운 것인 줄도 모르고 모두 예수님의 발위에 붓고서 자신의 머리털로 그 발을 씻겼다. 깨끗한 발, 거룩한 발로(3:5, 30:29-30)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서 부활과 영생을 완성시키는 자신의 대제사장이 되어달라는 그녀의 소원이 담겨있는 행위였던 것이다(4:14-16).

(4)   베다니 마리아의 신앙은 본받을만한 것이었다. 예수님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부활의 소망을 가지고 그 분을 떠나보내며 영생에 대한 진리의 말씀을 확실하게 믿고 있는 것이 그녀의 신앙이었다. 이것을 예수님은 귀하게 보셨다. 그래서 제자들에게 특별히 당부하셨다. 세상 끝까지 그리고 대대로 베다니 마리아의 이 향유부음과 미리 치루는 장례식 장면을 사람들에게 전승시키라는 것이었다(12:1-8, 26:13, 14:9). 이 때 베다니 마리아는 예수님의 장례를 자신의 손으로 미리 치루었으며 그 진리의 말씀대로 부활의 소망을 가지고 평생을 살아가기로 작심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녀는 더이상 예수님의 무덤이나 장례절차에 마음을 쓰지 아니했다. 이와는 달리 똑같은 향유부음 사건이지만 막달라 마리아의 경우는 자신의 치유가 목적이었다(7:36-50). 따라서 그녀는 막상 예수님이 허무하게 십자가상에서 돌아가셨을 때 그 분을 제대로 떠나보내드리기 위해서 무덤에까지 향유를 들고서 다시 찾아갔다. 그 곳에서 부활하신 주님을 가장 먼저 만나볼 수가 있었다. 그렇지만 이 부활의 예수님은 이미 베다니 마리아의 신앙속에 더 먼저 자리하고 계셨다. 왜냐하면, 그녀는 일찌기 오빠 나사로의 부활 사건을 통하여 예수님이 부활의 주님이신 것을 알고 있었으며 잠시 이 세상을 떠나시는 그 분에게 자신의 부활과 영생을 위탁하기 위하여 이미 향유까지 부은 바있는 당사자였기때문이었다(11:25-26, 20:28-29, 14:25, 3:20, 고전15:8, 9: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