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을 만난 신구약의 인물들(손진길 작성)

39. 산헤립 왕 (앗수르)(작성자; 손진길 목사)

손진길 2022. 3. 18. 20:51

39. 산헤립 왕 (앗수르)

 

(1)BC 733년 아람 제국, BC 722년 북조 이스라엘 왕국을 멸망시킨 선대 왕들의 업적을 이어 받아 마지막 남은 제사장 나라 유다 왕국 까지 멸망시키고자 BC 701년경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한 앗수르 제국의 군주가 바로 산헤립 왕이다(왕하18:13, 36:1). 개전초 부터 파죽지세로 진공한 산헤립 왕은 승승장구하여 예루살렘 서남쪽 45km지점에 위치한 라기스 성까지 함락시켰다. 일단 그 곳에 주둔한 후 군사를 보내어 예루살렘 성에서 버티고 있는 히스기야 왕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이에 견디지 못한 히스기야 왕은 우선 왕궁과 성전의 금과 은을 모두 바치면서 산헤립 왕에게 용서와 화친을 구했다(왕하18:14-15). 산헤립 왕은 실리를 챙긴 후 잠시 물러나는 척 하다가 곧 랍사게 장군에게 대군을 주어 아예 예루살렘 성을 완전 점령하도록 조치했다(왕하18:17). 이로 미루어 보아 산헤립 왕은 철저한 정복자요 지배자였지 약소국의 존립을 인정해주는 너그러운 왕중왕이 아니었다. 오직 강력한 앗수르 군대의 힘만을 믿고서 천하패권을 휘두르고 있는 산헤립 왕과 이에 맞서서 이제는 무력으로 예루살렘 성을 지켜낼 수 밖에 없게된 히스기야 왕의 이야기가 역사서 및 이사야서의 주요 내용이 되고 있다.

 

(2) 무엇으로 예루살렘 성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유다 왕국의 자체 군사력, 애굽의 지원군, 앗수르 후방의 반란, 여호와 하나님의 힘, 이 네 가지 가운데 과연 어느 것일까? 그 어느 것도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정복 왕 산헤립은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그 것은 철저하게 경험적이며 현실적인 군주인 산헤립 왕의 정치 군사적 판단이었다. 그 내용이 고스란이 담겨있는 것이 이른 바 랍사게 장군의 최후통첩인데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왕하18:19-35).

첫 째로, 바로의 애굽과 주변 열국 모두가 이미 앗수르 군대의 말발굽아래 제압되어 있다.

둘 째로, 자력방어능력이 없는 히스기야 왕이 백성들에게 하나님이 건져 주실 것이라고 선동하고 있으나 이는 혹세무민이다(왕하18:23-24, 29-31).

셋 째로, 지금까지 앗수르의 말발굽아래에서 자기 백성을 구원한 신이 없었으며 여호와 하나님 역시 마찬가지이다. 오히려 하나님이 유다 왕국을 산헤립 왕에게 바쳤기에 앗수르 군대가 여기까지 올 수 있게된 것이다(왕하18:25, 33-35).

 

(3) 그런데 예루살렘 성의 마지막 전투는 산헤립 왕의 현실 감각과 상상력의 한계를 훨씬 벗어난 것이었다. 왜냐 하면, 마지막 전투를 앞둔 전날 밤 한밤중에 보이지 아니하는 하나님의 군대가 나타나서 앗수르 군사 18 5천명을 모두 송장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왕하19:35, 37:36). 산헤립 왕은 너무 놀라서 라기스 성으로 피신했다가 전의를 완전히 상실한 채 수도 니느웨로 돌아가고 말았다(왕하19:36).

 어떻게 이와 같은 비 상식적인 그리고 초 자연적인 사건이 역사 가운데 버젓이 나타날 수 있었을까? 그 원인은 산헤립 왕이 써서 보낸 교만하기 이를 데 없는 최후통첩의 내용과 이를 하나님의 전에 눈물로 고하면서 이와 같은 사태를 초래한 자신과 백성들의 잘못을 베옷을 입고 진심으로 뉘우친 히스기야 왕과 그의 신복들 그리고 영적 회복 운동에 앞장선 선지자 이사야의 활동 등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왕하19:1-7, 14-33). 하나님의 말씀은 내가 나와 나의 종 다윗을 위하여 이 성을 보호하며 구원하리라(왕하19:34, 37:35) 는 이사야 선지자의 예언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나님은 회개하고 하나님께 부르짖는 다윗의 기도를 들어 주셨듯이(삼하1:11-12, 12:16-17, 22:28-51) 히스기야 왕이 절대절명의 순간에 부르짖는 그 기도를 들어 주셨던 것이다. 이와 같은 하나님을 알지 못했던 산헤립 왕은 이 때부터 인생의 내리막길을 만나게 된다.

 

(4) 힘에 의한 지배, 정복자의 길만을 숨가쁘게 달려왔던 산헤립 왕의 최후는 어떻게 되었을까?

 산헤립 왕 때의 앗수르는 마치 훗 날 바벨론 왕 느부갓네살의 꿈에 나타난 철의 나라와 같아서 인간의 힘으로서는 도저히 멸망당할 수 없는 강건한 제국이며 절대 패권국이었다(2:40, 7:23). 그러나 하나님의 군대가 마치 뜨인 돌과 같이(2:34) 산헤립의 힘의 원천인 강군 18 5천명을 하룻밤 사이에 전멸시켜 버리자 산헤립 왕은 졸지에 도망치기에 바쁜 인생의 패전지장이 되고 말았다. 산헤립 왕의 몰락을 지켜본 그의 두 아들이 궁중모반을 일으키고 부왕을 살해했으며 그들도 역시 다른 형제에 의하여 멀리 내쫓기고 말았다. 최후의 승자가 된 에살핫돈 왕자가 산헤립의 뒤를 이어 앗수르의 왕이 되었다(BC681년경, 왕하19:35-37).

 그 후 정복왕 산헤립의 전철을 따랐던 그의 후계자들은 신흥 바벨론의 군사력에 밀려서 BC 612년 수도 니느웨 까지 빼앗기게 된다. 그러므로 산헤립 왕은 영원한 힘의 통치, 절대 강자인 패권국의 오만함은 하나님의 역사섭리에서 인정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보여준 산 증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