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을 만난 신구약의 인물들(손진길 작성)

5. 야곱의 하나님 발견(작성자; 손진길 목사)

손진길 2022. 2. 28. 10:27

5. 야곱의 하나님 발견

 

(1)   야곱은 억울했다. 에서가 형이라고는 하나 자신과 함께 태중에 있었을 뿐아니라 생명으로 조성된 시기가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에 나오는 시각에 아주 약간의 차이가 있었을 뿐인데 그 몇 분 아니 몇 초의 차이 때문에 모든 대접이 달라져 버린 것이다. 장자라고 하여 에서는 태어날 때 부터 족장의 모든 부와 권세를 물려 받도록 예정되어 있었다. 가부장 사회의 전통과 율법에 의하여 움직일 수 없는 철칙으로 그 신분이 보장된 것이다. 반면에 자신에게는 아무 것도 없었다. 단지 에서의 종이 되는 운명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태어날 때 부터 혹시 불이익이 있을지 몰라서 에서의 발목을 잡고 함께 태중에서 빠져 나왔는데 역시나 예상대로 이 세상 아니 이 사회는 불공평했던 것이다.

(2)   이 운명의 덫을 벗어 나고자 야곱은 77세가 될 때까지(야곱은 130세 때 애굽총리가 되어 풍년 7년과 2년 째 흉년을 맞이하고 있는 39세의 아들 요셉을 상봉함. 그러므로 야곱은 91세 때 요셉을 낳은 셈인데 이 때는 그의 머슴살이 14년이 끝나가고 있었음. 결국 야곱은 77세 때 고향집을 떠난 것임. 30:22-25, 41:46,53,54, 45:11, 47:9) 결혼도 하지 아니한 채 이삭의 장막을 떠나지 아니하고서 하나님께 매어 달렸다. 다행스럽게도 어머니 리브가의 격려의 말씀이 있었다. 지금은 아니지만 훗 날 에서가 너를 섬기게 될 것이다(25:23). 하나님의 예언의 말씀이다. 인간 사회에서는 태어난 순서대로 모든 것을 먼저 주어 버리지만 하나님은 하나님 경외라는 다른 기준에 의하여 상급을 베푸신다(15:1, 22:15-18). 먼저 된 자가 나중 되고 나중 된 자가 먼저 되며 섬기는 자가 섬김을 받게 되는 것이다. 임신 당시에 어머니가 받았다는 예언의 말씀 한 조각을 붙들고서 야곱은 77세 중 늙은이가 될 때까지 리브가의 장막을 떠나지 아니한 채 하나님께만 매어달린 것이다.

(3)   과연 야곱의 팔자가 고침을 받았던가? 팔자가 더욱 사나와진 것 뿐이다. 인간적인 술수를 엄청 동원한 결과였다(17:1). 팥죽 한 그릇을 배고픈 형에게 그냥 주지 아니하고 장자권을 양보한다는 맹세를 받아낸 후에 제공했다. 결정적인 실수는 모자가 공모하여 눈 어두운 이삭을 속인 것이다. 그만 별미에 눈이 멀어서 인간 이삭은 실수를 범했지만 눈 밝으신 하나님은 속지 아니하셨다. 하나님의 판정은 모자간 별리였다. 그리고 야곱보다 더욱 두뇌 회전이 빠른 외삼촌 라반의 손에 야곱의 인생을 맡긴 것이다. 라반은 야곱이 좋아하는 라헬과 짝지어 준다는 미끼로 그를 7년간 머슴으로 부려먹었다. 뿐만 아니라 첫 날 밤에 신부를 그 언니인 레아와 바꿔치기까지 했다. 야곱은 울며겨자먹기로 7일 후 라헬과 다시 신방을 치룬 후 7년을 더 무료 봉사로 머슴살이 해야만 했다. 무려 14년 동안의 훈련 과정을 통하여 야곱은 자신의 꾀와 능력으로서는 자신의 팔자를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하나님께 다시 매어 달렸다. 집을 떠나올 때 벧엘 땅에서 꿈속이지만 하나님이 하늘 문을 여시고 자신을 축복해 주셨으며 하늘로 올라가는 사다리를 보여 주시지 아니하셨던가?(28:12-22) 자신은 하나님께 그 곳에 제단을 쌓겠다고 맹세하지 아니했던가? 야곱이 인생 역정 가운데 붙들 수 있는 지푸라기는 그 것밖에 없었다.

(4)   그 것은 썩은 지푸라기가 아니라 능력의 밧줄이었다. 탯줄보다도 더 튼튼한 하나님의 축복의 통로였던 것이다. 하나님의 지혜로 라반의 꾀는 번번히 자승자박이 되고 야곱은 거부가 되게 되었다. 라반의 두 딸마져 불공정을 일삼는 친정 아버지 대신에 야곱을 따라 야반도주하게 되었다. 위기가 두 차례 더 있었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라반도 물러가고 형 에서도 물러갔다. 너무나 행복해진 야곱은 그만 방심하게 되었다. 하나님께 맹세한 그대로 가나안 땅에 금의환향했으면 바로 벧엘로 찾아가서 하나님께 제단을 쌓은 후 헤브론으로 부모님을 찾아 갔어야만 했는데 그만 물 좋은 숙곳과 문물이 풍성한 세겜 성에서 여러 해를 지내버린 것이다. 기껏 야곱의 인생이 불쌍해서 하나님의 능력으로 새 팔자인 이스라엘로 만들어 주었더니 하는 짓이 세상안주였던 것이다. 하나님은 세겜 성에서 채찍을 휘두르셨다(34:25-30). 그래서 다시 야곱은 벧엘로 찾아와서 하나님의 얼굴을 만난 것이다(35:7, 엘벧엘의 하나님). 앞으로 남은 생애를 반드시 하나님의 얼굴을 보면서 살아갈 것이라고 야곱은 그 곳에서 결심했다. 그러자 이 결심 위에서 야곱의 팔자는 완전히 이스라엘의 삶으로 바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