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이민자 29(손진길 소설)
8. 부여왕국의 이웃에는 어떠한 국가들이 탄생하고 있는가?
이듬해 곧 서기 2054년 가을에 초아영이 정치학박사학위를 받고서 시그마행성으로 이민을 오고 있다. 그녀는 박성주와 결혼하고서 부여왕국에서 살고 싶어하는 것이다. 박성주와 초아영이 궁궐에서 박인성 국왕 부부에게 그러한 뜻을 전하자 국왕 내외가 크게 기뻐한다.
그에 따라 서기 2054년 8월에 강철공화국의 제5대 대통령으로 다시 당선이 된 초미수 대통령 내외가 10월에 부여왕국을 공식방문한다. 박인성 국왕과 정상회담을 가진 후에 왕자 박성주와 영애 초아영의 결혼식에 참석한다;
그에 따라 초미수 대통령은 고다왕국의 아베 국왕과 사돈이 되면서 동시에 부여왕국의 박인성 국왕과도 사돈관계가 되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부여왕국의 국민들이 재미나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제는 서로 사돈이 되었으니 쉽게 우주전쟁을 하지는 아니할 것이겠군요. 그것 참 잘된 일입니다. 마치 신의 한수와 같은 해법이군요. 아무렴 전쟁 대신에 평화스러운 결혼동맹이 훨씬 바람직한 것이지요. 그렇고 말고요… “.
그것으로 과연 우주전쟁은 끝이 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아니다. 인간의 탐욕이 살아서 숨쉬고 있는 한 불법적인 전쟁은 발발하게 되는 것이다. 그 점을 알아보기 위하여 시그마행성에서 발생하고 있는 여러 국가의 형성에 대하여 이제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장 먼저 국가체제를 갖춘 것이 시그마행성 서편에 있는 큰 섬이다. 그 섬을 사들여 개발한 주체가 바로 지구행성의 인도네시아인데 그곳에 자치정부 발리회교국을 서기 2047년에 벌써 세운 것이다. 회교국이므로 이스마엘 칼리프가 다스리게 된다. 그들은 일찍 군대를 양성하고 군비를 확충하여 건국 다음해에 K아일랜드를 침공한 적이 있다.
그러나 박인성 총독이 다시 부임하여 그 전쟁에서 신의 한수를 사용함에 따라 발리회교국은 처참한 패배를 맛보고 있다. 그에 따라 군대의 규모가 절반으로 줄어들고 엄청난 전쟁배상금을 물게 되고 만다. 그 충격으로 10년 동안 각종 귀금속과 보석의 생산량이 많은 부여왕국을 감히 다시는 도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시그마행성에서는 부여왕국을 위협하는 새로운 국가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서기 2049년 7월에 시그마행성의 동편 큰 섬에서 부여왕국이 성립되었는데 이듬해가 되자 서편의 대륙과 반도에서 두려운 제국이 2개나 발생하고 있다.
그 하나가 서편 대륙에서 탄생하고 있는 ‘밍(明)제국’이다. 그 발음이 한국어로 ‘명제국’이므로 그렇게 불렀더니 시그마행성에 그 제국을 탄생시킨 지구행성의 중국측에서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발음에 따라 ‘밍제국’으로 불러 달라는 것이다.
국호가 밍제국이므로 황제가 즉위하여야 된다. 하지만 밍제국에는 황제가 없다. 그 대신에 집단지도체제를 갖추고 있으며 그 대표가 총통에 취임하여 국가원수가 되고 있다. 초대 총통이 ‘시 샤오뚱’인데 그는 야심이 큰 인물이다;
시 샤오뚱은 밍제국의 발전을 위하여 경제는 자본주의 방식을 따르고 정치는 공산주의 방식을 따르고 있다. 그리고 제국의 팽창을 은밀하게 도모하고 있다. 따라서 제국의 군대를 계속 확충하고 있으며 중국에서 최신무기를 도입하기에 여념이 없다.
밍제국의 영토는 서편 대륙을 전부 차지하고 있으므로 한반도의 200배나 되는 엄청난 규모이다. 그 넓은 땅에서 생산이 되고 있는 1차산업의 생산량이 대단하다. 그것을 지구행성에 판매하여 얻은 수익으로 군대를 계속 키우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여왕국의 박인성 국왕은 밍제국이 가장 큰 안보적인 위협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또 하나의 걱정거리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서편 반도에서 발생한 ‘무굴제국’이다. 그 반도의 소유주였던 지구행성의 인도정부가 의도적으로 만든 제국이다;
무굴제국의 원수는 스스로 황제임을 칭하고 있는 ‘무함 술리’이다. 그의 출신성분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다만 그는 힌두교도였으며 사두였다. 무함 술리는 자신의 조상이 그 옛날 인도에서의 최상위 계급이었던 브라만이라고 스스로 주장하고 있을 뿐이다;
인도정부가 많은 이민자를 시그마행성의 자신들의 반도로 보내어 제2의 인도를 그곳에 세우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이민자 무함 술리가 그곳 반도에서 자신이 교주가 되어 개창한 ‘술리만교’를 적극적으로 퍼뜨린 것이다.
술리만교의 가르침이 참으로 묘하다. 다음과 같은 세가지 교리를 가지고 있다;
첫째, 우주는 위대한 브라만의 정신이 에너지가 되어 만들어진 물리적인 세계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보이는 우주를 움직이는 위대한 힘은 보이지 아니하고 있는 신비한 브라만의 정신세계에서 발현이 되는 것이다.
둘째, 우주를 움직이는 브라만의 정신을 사람이 깨닫기만 하면 그 에너지를 사용하여 우주의 삼라만상을 지배할 수가 있다. 그러한 위대한 깨달음을 얻은 사람이 이 세상을 구원하는 진정한 브라만의 선지자인 것이다;
셋째, 오늘날 유일하게 그 브라만의 정신을 터득하고 있는 자가 바로 나 위대한 술리만교의 교주인 ‘무함 술리’이다. 그러므로 나는 이 세상을 계몽하기 위하여 스스로 황제가 되어 이 반도에 ‘무굴제국’을 건설하고 이제부터 온 우주를 다스리는 시대를 열고자 한다.
그와 같은 교리를 천명하고 있는 무함 술리를 시그마행성의 서편 반도에서 인도인 출신 이민자들이 적극 환영하고 아예 그를 황제로 섬기면서 기꺼이 ‘무굴제국’을 형성한다;
그때가 서기 2050년말이다. 그와 같은 변화를 바라보면서 모국인 지구행성의 인도정부도 곤혹스러워 한다. 죽을 쑤어 개에게 준 모양새가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같은 시그마행성에서 무굴제국의 성립을 바라보고 있는 박인성 국왕은 안보적인 걱정이 태산이다. 밍제국만 해도 골치가 아픈데 그 남쪽 반도에서는 더 기가 막힌 무굴제국이 탄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상에서는 꼭 나쁜 일만이 겹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좋지 아니한 일이 몰려올 때에는 다른 한편에서는 좋은 일도 뒤따라 오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서기 2051년과 2052년에 강철공화국이 개발한 시그마행성 동편 대륙과 반도에서 경사가 발생하고 있다. 그것이 ‘발해공화국’과 ‘신라공화국’의 탄생이다.
발해공화국이 성립된 곳은 강철공화국이 소유하고 있는 동편 대륙이다. 그 크기가 거의 밍제국 만한 것이다. 그곳에 자치정부를 세우고자 2051년 가을에 주민투표를 시행하였는데 대순제라고 하는 인물이 만든 ‘현대 발해당’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어 제1당이 되고 있다. 그에 따라 국호가 ‘발해공화국’이다.
대순제는 그 옛날 서기 7세기말에 만주에서 발해를 건국한 대조영의 후손이라고 스스로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 정확한 족보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그가 주장하고 있는 사상 곧 “해동성국 발해를 오늘날 되살려야 한다. 그것이 한민족이 나아갈 개척의 방향이다”라는 외침이 그 대륙을 개척하고 있는 주민들의 마음에 용기를 불어넣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에 따라 대순제가 대통령이 되어 그 넓은 대륙을 다스리는 발해공화국을 건설하고 있다. 그는 그 넓고도 넓은 대륙에 1차산업을 크게 일으키고 있다. 양식이 부족한 지구행성에 수출할 수 있는 곡물과 유제품의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순제는 좋은 품종을 만들기 위하여 유전공학을 크게 발전시키고 있다.
한편 신라공화국이 성립되고 있는 곳은 부여왕국의 바로 북쪽에 있는 반도이다. 그 크기는 대륙보다 한참 작고 큰 섬보다도 작지만 그래도 한반도와 비교하면 20배나 된다. 그 이유는 시그마행성 자체가 지구행성보다 서너 배나 크기 때문이다.
그 북쪽인 대륙에 발해공화국이 성립되는 것을 바라보고서 남쪽 반도의 주민들은 그 옛날 통일신라시대를 생각하면서 자신들은 ‘신라공화국’을 건국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한 여론몰이를 한 인물이 바로 김문한이다. 그는 통일신라의 시조가 되고 있는 김춘추의 후손이라고 스스로 주장하고 있다;
김문한이 ‘21세기 신라당’을 발족시키면서 주장한 내용이 다음과 같다; “그 역사가 짧은 발해보다 거의 천년 동안 존속한 신라가 더 위대하다. 발해와 신라가 서로 공존하면서 평화스럽게 함께 살아온 것이 우리 한민족의 역사가 아닌가? 그러므로 우리는 이 아름다운 반도에 새로운 신라공화국을 만들고자 한다. 그것이 한민족의 번영과 발전을 도모하는 옳은 방향인 것이다”;
그와 같은 역사인식을 김문한이 주장하면서 여론몰이를 하자 그만 서기 2052년 여름에 시행이 된 주민투표에서 ‘21세기 신라당’이 다수당이 된다. 따라서 김문한이 대통령이 되면서 ‘신라공화국’이 성립된 것이다.
대륙의 발해공화국과 반도의 신라공화국은 큰 섬에 있는 부여왕국에 대하여 굉장히 우호적이다. 그 뿌리가 같은 것이다. 람다행성의 강철공화국이 모국이며 그 조국은 지구행성의 통일한국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인성 국왕이 발해공화국의 대순제 대통령을 만나고 뒤를 이어 신라공화국의 김문한 대통령을 차례로 만나서 3국동맹을 맺자고 제안한다. 그들이 ‘블감천 고소원’이라고 말하면서 크게 환영한다;
그와 같이 3국동맹이 체결되자 일단 서편에 있는 밍제국과 무굴제국에서 함부로 동편 땅을 넘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제국의 존재는 언제나 팽창을 목표로 하고 있기에 두려운 것이다. 그에 따라 장차 어떠한 미래가 시그마행성에서 나타나게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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