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이민자31(손진길 소설)
발리회교국의 수장인 이스마엘 칼리프는 반도에 자리잡고 있는 우방 무굴제국이 어느 정도 북방대륙의 밍제국을 견제할 수 있는지를 초조하게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양국의 국경지대에 군사력의 배치가 끝난 상태에서 두나라는 서로 말로써만 엄포를 놓고 있지 실제로 전투가 이루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그 이유를 칼리프 이스마엘이 알 것만 같다; “양국은 전략핵과 전술핵을 모두 갖추고 있는 군사 강대국들이다. 따라서 전방에 벌써 이동시켜 놓고 있는 전술핵과 미사일의 양만 보더라도 상대국을 완전히 초토화시키기에 서로가 충분한 양이다. 그러니… “.
이스마엘 칼리프가 다음과 같이 진단하고 있다; “그 위험성을 서로가 잘 알고 있기에 감히 선제공격을 선뜻하지 못하고 있다. 잘못 국지적인 전투가 발생하면 공멸에 이르게 하는 전면전으로 전개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서로가 위협만을 가하는 일종의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
칼리프 이스마엘의 생각이 드디어 하나의 가정에 이르고 있다; “그렇게 양국이 국경지대에서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밍제국의 특공대가 엉뚱하게 우리 발리회교국의 동쪽 섬을 공격하면 어떻게 되는가? 무굴제국의 군대가 우리를 구원하기 위하여 곧바로 달려올 것인가? 자국의 안보가 우선이기에 그렇게 행동하지 아니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
이스마엘 칼리프가 뜻밖의 결론을 얻고 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오미크론 행성에 우리의 진짜 우방인 자카르타 회교국이 있다. 그들에게 부탁하여 원군을 얻을 수만 있다면 아예 우리나라에 주둔시켜 놓고 밍제국의 남침을 계속 견제할 수가 있다. 현재의 과학기술수준으로는 시그마 행성의 밍제국이 오미크론 행성의 자카르타 회교국을 대대적으로 공격할 수가 없으니 그것이 상책이다… “;
영특하게도 발리회교국의 수장인 이스마엘 칼리프가 행성 간의 인적 물적 교류를 위한 초광속 루프운반체의 한계를 잘 알고 있다; “행성 간의 군대이동은 크게 제약이 된다. 아직은 한번에 100명 정도 군사만 실어 나르는데 불과하다. 더구나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하더라도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는 다른 행성을 공격할 수는 없다. 따라서… “.
드디어 칼리프 이스마엘은 자신의 결심을 굳히고 있다; “오미크론 행성의 자카르타 회교국의 군대를 용병으로 삼아 북방 밍제국의 남침을 막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며 실효성이 있다;
그런데 그들의 군대 5만명 정도가 우리 회교국에 주둔한다고 가정하면 하루에 24편의 루프운반체를 운영하더라도 고작 2400명 이동에 불과하므로 20일 이상이 걸린다. 그러므로 서둘러야 한다… “.
이스마엘 칼리프는 지난 2049년의 패전과 무조건 항복에 따라 발리회교국의 군대의 수가 절반수준 곧 15만명으로 규제되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 이상으로 군인의 수를 증가하게 되면 자동적으로 부여왕국의 보복을 당하게 되어 있다. 그런 제약이 있으므로 그는 영리하게도 다른 행성의 군대를 주둔시켜 그 제약을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다.
그와 같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을 부여왕국의 박인성 국왕이 첩보를 통하여 알게 된다. 그때부터 그는 해법을 찾기 위한 장고에 들어간다. 참고로, 그의 화두가 다음과 같다; “시그마행성 안에서 발생한 분규에 오미크론 행성의 군대가 개입하게 되면 어떻게 되는가? 그것은 행성 간의 전쟁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고 말 것이다… “.
박인성 국왕의 생각이 깊어지고 있다; “지금은 루프운반체를 평화적인 인적 물적 수송에 사용하고 있지만 그것을 만약 군사적인 무기체계로 발전시킨다면 실로 큰 일이다. 루프운반체 자체를 미사일처럼 사용하여 상대국을 폭파시키는 소위 ‘하늘의 창’이 멀지 않아 탄생하고 말 것인데… 이거 어떻게 대응하면 좋은가?... “;
그의 생각이 맞다. 초광속 루프운반체의 쓰임새가 사실은 둘인 것이다; 하나는, 초광속의 세계로 들어와서 행성 간의 이동을 순식간에 가능하도록 만들고 다시 서서히 광속의 세계로 들어와서 안전하게 승객과 화물을 실어 나르는 것이다.
또 하나는, 평화적인 방법이 아니라 초광속 루프운반체를 일종의 미사일로 사용하는 경우이다. 갑자기 초광속의 세계로 들어와서 잠시 운행하다가 곧바로 허공에서 지면으로 내리 꽂히게 되면 그것은 운석과 같은 큰 재앙이다. 그러한 미래만은 피해야 한다. 따라서 박인성 국왕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가장 이상적인 해법은 행성 간의 군대의 이동을 막는 국제조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현실적으로는 별로 실효성이 없다. 왜냐하면, 지구행성의 회교권이 종교적인 열심으로 다른 행성의 회교국가를 군사적으로 지원하는 일을 막기에는 정치적인 국제조약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인성 국왕이 차선책을 사용해보고자 한다.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
한편, 오미크론 행성의 개발과정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람다행성의 고다왕국이 큰 돈을 들여서 오미크론 행성을 개발하고 보니 땅의 면적이 바다의 면적에 비하여 턱없이 작다. 고다왕국의 영토만한 육지가 두개 동서에 발생하고 있을 뿐이다;
그와 같은 사실을 벌써 알고 있었기에 강철공화국 우주개발당의 당수였던 허정만은 오미크론 행성이 아니라 시그마행성을 개발하자고 제창한 것이다. 그는 우주개발의 안목이 실로 뛰어난 인물이라고 하겠다.
둘째로, 고다왕국에서는 동쪽의 섬을 차지하고 서쪽의 섬은 지구행성의 국가에 팔아서 투자금을 회수하고자 한다. 그 요구에 응한 국가가 국토의 면적에 비하여 인구가 너무 많은 인도네시아이다;
따라서 오미크론 행성에는 오미크론 고다 테리토리와 오미크론 쟈카르타 회교국이 성립되고 있다.
셋째로, 군사력이 약한 시그마 행성의 발리회교국은 오미크론 쟈카르타 회교국에 군사적인 도움을 요청하기에 이른다. 그에 따라 두 행성 사이에 루프터미널이 설치가 되고 자캬르타 회교국의 군대가 발리회교국에 기지를 두고서 주둔하게 된다. 그 주둔군을 활용하여 발리회교국은 북방의 강국 밍제국의 강압과 침입을 막아내고자 하는 것이다.
그와 같이 일이 커져서 행성 간의 군대이동으로 전개가 되자 박인성 국왕이 김요한 수상을 은밀하게 불러서 상의한다; “우리의 애초계획은 밍제국의 힘을 빌려서 발리회교국을 혼내 주고 만약 발리회교국이 무굴제국에 도움을 요청하게 되면 밍제국과 무굴제국이 서로 국지전이라도 벌여서 그 힘이 약해지기를 원한 것인데 그대로 일이 진행되지를 아니하고 있군요… “.
그 말을 듣자 총명한 김요한 수상이 고개를 끄떡이면서 말한다; “국왕 전하, 그렇습니다. 핵강대국인 밍과 무굴은 서로 말로만 위협하는 ‘치킨게임’을 하고 있고 그 와중에 밍제국 특수부대의 침입이 있자 발리공화국은 오미크론 행성에서 원군을 받고 있습니다;
원군의 수준이 벌써 5만명에 이르고 아예 발리공화국의 동쪽 섬에 주둔하고 있으니 앞으로 큰 일입니다… “.
그 말에 박인성 국왕이 분명하게 말한다; “우리의 목표는 테러를 감행한 발리회교국에 대하여 간접적으로 외세를 이용하여 혼내고자 한 것이지 결코 우리가 그들과 전쟁을 벌이거나 직접 정복하고자 한 것이 아니지요. 따라서 애초의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한 셈입니다. 이제는 그 결과 발생한 새로운 사건의 전개에 대해서만 대응책을 강구하면 되겠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박인성 국왕보다 5살이나 연하인 김요한 수상이 미소를 지으면서 담담하게 말한다; “지금 발리공화국에 주둔하고 있는 오미크론 행성 자카르타 회교국의 지원군의 수가 5만명 정도입니다. 그것은 지난 2049년에 우리와 체결한 종전협정에 대한 중대한 위반행위입니다. 실질적으로 군사력의 상한선 15만명을 어긴 것이지요. 그 점에 대하여 먼저 지적하고 시정하도록 강력하게 요구하면 됩니다… “;
김요한 수상이 잠시 숨을 쉬는 동안에 박인성 국왕이 먼저 말한다; “현실적으로 우리가 요청하는 시정요구를 그들이 받아들이지 못할 것입니다. 밍제국이 특수부대를 동원하여 남침하고 있는 전시 상황이니 이스마엘 칼리프가 우리의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겠지요.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
그 말을 듣자 김요한 수상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밍제국의 남침에 대해서는 영토의 야욕을 부리고 있는 것이니 국제사회의 규탄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니 차제에 우리가 3국동맹에 의지하여 ‘3국간섭’을 해야 합니다. 밍제국에 대하여 즉시 남침군을 철수하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그 철군의 정도를 보아가면서 자카르타 회교국에서 온 주둔군의 수도 줄이도록 발리회교국에 요구하면 됩니다… “;
박인성 국왕이 다소 의문이 드는 구석이 있어서 고개를 갸웃하면서 말한다; “우리가 발해공화국과 신라공화국의 힘을 빌려서 삼국간섭을 한다면 과연 밍제국과 발리회교국이 시정조치를 할까요? 짐은 그것이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 군요… “.
그때서야 김요한 수상이 속내를 밝힌다; “저도 그렇게 전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차제에 부수적인 이익 두가지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발리회교국과 군사적인 협정을 체결하는 것입니다. 발리회교국이 적의 침입을 받을 경우에는 우리가 원군을 보내는 것으로 하면 됩니다. 또 하나는, 우리 부여왕국도 이제는 비핵화정책을 철폐하고 차제에 핵무장을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밍제국과 무굴제국의 잠재적인 위협도 물리칠 수가 있습니다… “;
그제서야 박인성 국왕이 크게 고개를 끄떡인다. 그리고 결론삼아 말한다; “좋습니다. 김 수상의 방책이 최선이군요. 그렇게 하도록 합시다. 차제에 3국동맹체제에서 우리의 위상을 높여야 하겠습니다. 우리의 무력수준을 높여서 능히 밍제국과 무굴제국에 맞설 수 있도록 하고요. 그리고… “.
박인성 국왕이 한번 침을 삼키고서 신중하게 말한다; “종교적인 문제를 떠나서 가장 가까운 이웃인 발리회교국에 대하여 우호정책을 펴야 하겠어요;
가능하면 군사적인 지원까지 할 수 있는 협정을 체결하고요. 그것이 좋겠어요. 그렇게 하도록 합시다!... “.
김요한 수상의 의견을 반영한 박인성 국왕의 정책의 전환이 가히 획기적이다. 그 내용을 박인성 국왕이 병상에서 다음과 같이 발표하고 있다; “국민 여러분의 염려와 기도 덕분에 짐은 오랜 잠에서 깨어나 회복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김요한 수상으로부터 현안문제에 대하여 보고를 받은 결과 국왕인 저는 다음과 같은 정책의 전환에 관하여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
잠시 숨을 쉬고서 박인성 국왕이 천천히 말한다; “첫째로, 우리의 가장 가까운 이웃인 발리회교국에 대하여 우호협력관계를 강화하고자 합니다. 종교적인 다름을 떠나서 발리회교국이 전쟁에 휩싸이지 아니하도록 도울 것입니다. 둘째로, 발리회교국을 침략하고 있는 밍제국의 군대에 대해서는 철수를 요구합니다… “.
그 다음에는 박인성 국왕이 힘을 주어 말한다; “만약 철수하지 아니할 경우에는 3국동맹에 의하여 군사력을 발동할 것입니다. 셋째로, 앞으로 핵보유강국과 맞서 당당히 우리의 안보를 확보하기 위하여 우리 부여왕국도 무력수위를 그 정도로 높일 것입니다. 그 점을 특별히 말씀드립니다. 아무쪼록 국민 여러분은 안심하시고 생업에 종사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박인성 국왕의 대국민 발표문을 듣고 국민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식물인간의 상태라고 하는 소문을 듣고서 걱정이 태산 같았는데 이제는 안심하고 있는 것이다. 전쟁에서 승리하는 구국의 영웅인 박인성 국왕이 회복하고 있으니 국가안전보장은 확실한 것이다. 그렇게 환호하는 가운데 서기 2059년이 흘러가고 어느덧 새해가 밝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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