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이민자33(손진길 소설)
한편 지구행성의 국가들이 베타행성과 델타행성에 인류들이 거주할 수 있도록 인공적으로 자연환경을 조성하였다. 그 결과 주민들의 자치정부가 차례로 건설되었는데 그 이름이 다음과 같다;
첫째, 베타행성을 개발한 주체는 미국과 일본이다. 그곳에 두개의 대륙이 생겨났기에 미국이 동편대륙을 차지하고 일본이 서편대륙을 차지하였다. 그 결과 동편대륙에는 뉴욕 합중국이 탄생하고 서편대륙에는 나라왕국이 생겨났다.
둘째, 델타행성을 개발한 국가는 중국과 아랍연맹의 이라크과 이란이다. 그들이 자연환경을 인공적으로 조성하고 보니 세개의 대륙이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동쪽에서 서쪽으로 각각 중국, 이라크, 이란이 차지하고 경쟁적으로 많은 이민자를 보내어 차례로 자치정부를 수립했다. 그 신생국가의 이름을 3국이 합의하여 참으로 부르기 쉽게 정하고 있다. 따라서 그 이름이 상하이 델타국, 바그다드 델타국, 그리고 테헤란 델타국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3개 신생국의 이민자 성향을 살펴보면 상하이 델타국의 경우에는 주민의 대부분을 인구가 많은 중국에서 온전히 자국민을 보낸 것이다. 그와 달리 바그다드 델타국과 테헤란 델타국은 그것이 아니다.
물론 이라크와 이란이 자국민을 우선적으로 이주시키고 있다. 하지만 기타 회교국가의 요청에 따라 회교권 아랍진영 내에서 투자 및 일반 이민자를 대대적으로 모집하여 그들의 행성에 자국민과 함께 보낸 것이다;
어쨌든 시그마 유엔에서 파견한 5개의 조사팀이 각각 람다행성, 오미크론 행성, 그리고 지구행성, 베타행성, 델타행성에 도착하여 철저한 조사에 착수하고 있다. 각 행성의 여러 국가들이 적극 협조하고 있으며 특히 지구행성에서는 국제연합에서 도움을 크게 주고 있다.
조사 결과 우선 테헤란 델타국의 초광속 루프운반체 2기가 지난 8월 3일 정오와 오후 1시경 괴한들에 의하여 각각 납치를 당하였는데 지금까지 그 종적이 묘연하다고 하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본래의 목적지는 지구행성의 이란으로 가는 것인데 그곳에 도착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한다;
그 사실을 알고 조사팀이 정밀한 조사에 들어간다. 그 결과 일주일이 지나자 8월 22일경 사건의 발생에 관한 전모가 어느 정도 파악되고 있다. 납치극을 벌인 괴한들이 시리아에서 바그다드 델타국으로 일찍 이민 온 자들인데 그들이 이웃나라 테헤란 델타국으로 들어가서 그와 같은 루프운반체 납치극을 벌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정체가 무엇일까? 철저하게 조사한 결과 하나의 이름이 나타나고 있다. 그 이름이 놀랍게도 ‘이슬람제국’을 의미하고 있는 ‘IE’인데 그들은 극단적인 국제적 회교권 행동주의자로서 온통 비밀에 싸여 있는 테러집단이다;
그들의 일부 조직원들이 바그다드 델타국으로 일찍 이민 가서 활동하였는데 이번에 거사하기로 음모를 꾸민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더구나 그들은 납치대상을 평소 종파문제로 사이가 나쁜 테헤란 델타국의 초광속 루프운반체로 삼고 있다.
생각해보면, 그것은 일석이조이다; 첫째, 테러범 자신들의 진면목을 숨길 수가 있다. 둘째, 초광속 루프운반체가 거사에 사용된 것이 드러난다고 하더라도 그 소유주인 테헤란 델타국이 곤혹을 치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IE’의 반대편 종파의 입장을 곤란하게 만들면서 자신들은 정체를 숨기고 쏙 빠지고자 한 것이다;
그와 같은 회교권 종파 간의 이해관계가 걸려있어서 그런지 조사과정에 있어서 테헤란 델타국이 적극 협조하고 있다. 따라서 신속하게 2주만에 조사활동이 마무리가 되고 있다.
그에 따라 시그마 유엔사무총장인 양석준이 벌써 서기 2060년 8월 29일 토요일 정오에 다음과 같이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지난 8월 3일 무굴제국과 발해공화국을 공격한 루프운반체는 테헤란 델타국의 것입니다. 그러나… “.
사무총장 양석준이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발표문을 읽고 있다; “2개의 루프운반체를 탈취하여 무기로 사용한 자살특공대 괴한들의 정체는 바그다드 델타국에서 암약하고 있던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입니다. 그 배후는 소위 ‘IE’ 라고 불리고 있는 ‘이슬람제국’입니다... “;
잠시 숨을 쉬고서 양석준이 다음과 같이 힘주어 말하고 있다; “그 ‘IE’ 소속 극단주의자들이 금번의 루프운반체 납치 및 자살테러를 결행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시그마 유엔기구에서는 향후 지구행성의 유엔과 협력하여 ‘IE’를 온 우주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만들고 말 것입니다. 추후 그 결과를 다시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
시그마 유엔의 양석준 사무총장이 인도주의 입장에서 깔끔하게 발표문을 마무리하고 있다;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이번의 참사로 고통받고 있는 분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치료 중에 계시는 희생자 여러분의 빠른 쾌유를 기도합니다. 이상으로 오늘의 발표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와 같은 조사결과를 유엔사무국으로부터 박인성 국왕은 일찍 전달받았다. 하지만 그는 시그마 유엔사무총장 양석준의 발표중계를 다시금 찬찬히 듣고 있다. 그 다음에 박인성 국왕은 혼자서 깊은 생각에 빠지고 있다.
얼마후에 박인성 국왕이 마치 혼잣말처럼 중얼거리고 있다; “이번에 우리가 지구행성 국제연합 UN의 도움을 받아 ‘IE’의 본거지를 박살낸다고 하더라도 이미 여러 행성에서 암약하고 있는 그들 조직원들을 전부 색출하여 발본색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
혼잣말을 하면서 박인성 국왕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언제라도 같은 참극이 재발될 수가 있다. 그것이 실로 걱정거리이다. 이제 국가의 안보문제는 전 우주적인 테러를 새로운 대상으로 하여 다루지 아니하면 안되겠구나. 인간의 심성이 악하기에 멀리 떨어진 행성조차 결코 안전하지가 아니한 것이야… “;
사색의 끝에 박인성 국왕이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평생동안 안보전문가로 살아왔지만 결국 그는 다음과 같은 하나의 사실을 재삼 깨닫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악한 심성을 바로잡지 못하면 우주 어느 행성에 멀리 이민을 가서 살고 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비극에 노출되고 만다. 그러므로… “;
박인성 국왕의 결론이 다음과 같다; “한마디로, 가장 근본적인 안전보장은 인간의 심성을 선하게 거듭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어느 정도 가능할 것인가?... 은하계를 거의 정복하고 있다고 큰 소리를 치고 있는 21세기 인류에게 있어서도 그것은 여전히 극복되지 못하고 있는 과제일 뿐이다… ”.
박인성 박사는 그의 나이 40세에 지구행성에서 람다행성으로 이민을 떠나왔다. 그리고 그는 48세에 시그마행성 K아일랜드의 총독으로 파견이 되었다. 그 다음해에는 K아일랜드에 부여왕국을 세우고 국왕으로 즉위했다. 그리고 국왕으로서 벌써 11년의 세월이 흘러 어느덧 그의 나이가 60세이다;
그렇지만 박인성 국왕의 전문분야는 언제나 국가안보이다. 그는 부여왕국의 경제를 발전시키고 안보를 튼튼하게 하는데 크게 공헌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환갑을 지나면서 테러리스트들의 만행을 목격하고 보니 새삼 한가지 회의가 들고 있다. 그것은 한마디로 인간의 본성에 대한 신뢰가 자꾸만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구행성의 조국을 떠나 람다행성의 강철공화국에 이민을 와서 살아도 항상 이웃나라 고다왕국의 시대착오적인 정한론자 무리로부터 위협을 받았다. 그 다음에는 시그마행성의 부여왕국에서 국왕으로 일하고 있지만 이웃나라 발리회교국의 도전이 늘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제는 그가 크게 우려하고 있던 ‘하늘의 창’이 델타 행성에 살고 있는 극단주의 회교 행동주의자들에 의하여 테러의 수단으로 나타나고 말았다. 그러므로 은하계 끝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시그마행성의 부여왕국의 궁궐에서 박인성 국왕이 느끼고 있는 절망감이 대단하다.
따라서 박인성 국왕이 나지막하게 독백을 하고 있다; “인간의 악한 심성에 대한 우려가 온 우주에서 사라지는 때가 과연 언제일까? 현재의 하늘과 땅이 사라지고 정녕 창조주 하나님에 의하여 새 하늘과 새 땅이 창조되어야 굳건한 안전보장이 이루어지는 것일까? 모두의 생명을 돌보고 살리고자 하는 새로운 인간이 창조되지 아니하면 이 문제는 풀리지 아니하겠구나!... “;
박인성 국왕의 한숨소리만이 더욱 커지고 있다. 그렇지만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그와 같은 내면의 문제를 뒤로 한 채 청운의 꿈을 품고 행성이민자로 먼 길을 계속 떠나고 있다;
그들은 또 어느 별에서 자신의 안보를 추구하며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고자 하는 것일까?... (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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