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이민자(손진길 소설)

행성이민자24(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2. 2. 17. 12:59

행성이민자24(손진길 소설)

 

서기 2046 2월부터 박인성 국장은 김요한 과장과 함께 동주로 가서 루프운반체를 타고 시그마행성의 큰 섬으로 자주 출장을 간다. 그곳에서 업무상 우주개발청장인 윤필립 박사를 현장에서 때때로 만나게 된다. 3사람이 많이 친해지자 한번은 윤 박사가 그곳에 있는 자신의 사택으로 두 사람을 초청한다;

그 자리에서 젊은 김요한 박사가 나사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우주기술자 윤필립 박사에게 다음과 같이 질문한다; “박사님, 저는 같은 우주과학자로서 평소 박사님을 존경하고 있습니다. 초광속 루프터미널을 인천에 건설하시고 루프운반체를 한국에서 제조하실 때부터 팬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그 원리를 정확하게 모르고 있어요. 차제에 좀 가르쳐 주십시오. 부탁 드립니다… “.

젊은 김 박사의 총명한 눈을 바라보면서 윤필립 청장이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관심이 있으시면 제가 진두지휘하여 이곳 큰 섬에 루프터미널을 만들고 또한 제조공장에서 루프운반체를 만드는 모습을 참관하시면 됩니다. 저도 차제에 제자 한사람을 키우고 싶군요, 하하하… “;

 

그 말을 듣자 김요한이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 윤 청장에게 크게 고개를 숙여 사의를 표한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그 귀한 기술을 가르쳐 주신다고 하시니 영광입니다. 우리 강철공화국의 발전을 위하여 보람 있게 사용하겠습니다… “.

정치학박사인 박인성 박사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면서 다소 멍한 표정이다. 과학기술 가운데 양자역학이나 우주공학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바가 없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보기에 마음에 걸렸는지 친절하게도 윤필립 청장이 아주 기초적인 주요 원리만 알아 듣기 쉽게 설명해준다. 윤 박사의 설명내용이 대충 다음과 같다;

첫째로, 루프운반체를 가속하여 초광속으로 만들어 우주로 발사하는 것이 루프터미널의 기능인데 그것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전자나 중성자와 같은 극소입자는 초광속으로 가속하는 것이 쉽지만 수백명을 태우고 비행하는 물체를 그렇게 가속하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닌 것이다. 무엇보다 초광속으로 가속되는 도중에 일반물질은 그 압력을 이기지 못하여 전부 변형이 되고 마침내 파괴가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루프운반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특수합금을 사용하고 있다.

둘째로, 루프운반체 안에 사람과 물건이 타고 있으면 초광속의 회전력을 절대로 견딜 수가 없다. 그러므로 우주여행을 하기도 전에 그만 생물체는 죽고 물건은 전부 파괴가 되고 만다. 그것을 면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방법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팽이처럼 돌아가고 있는 운반체와 그 속의 기구를 이중으로 분리하는 기술이다.

아무리 빠른 속도 초광속으로 겉의 운반체가 회전하더라도 그 속에 분리가 되어 있는 비행체는 평온해야 한다. 그것을 위하여 이미 개발되어 있는 기술 곧 초전도 고속열차의 원리가 원용이 되고 있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서 공중에 부양하는 기술이 바로 그것이다.  초광속으로 회전하는 운반체 안에서 그 안의 비행체는 초전도 부양으로 말미암아 분리가 되어 전혀 흔들리지 아니하는 평온한 상태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로, 그러나 루프운반체 안에 있는 비행체가 항상 이중으로 분리가 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루프터미널에서 가속이 되어 마하를 통과하는 정도의 속도에서는 아직 분리가 되어 있지 아니하다. 마하2를 넘어서게 되면 그때부터 초전도 현상에 의하여 분리가 되도록 되어 있다.

그 장치는 루프운반체가 초광속에서 다시 광속의 세계로 진입할 때에도 역으로 마찬가지이다. 마하2로 루프운반체의 속도가 감속되면 비로소 초전도 현상이 멈추고 그 안의 비행체가 루프운반체와 결합을 이루게 된다;

 

 그 다음에 완전히 루프터미널에 진입하게 되면 천천히 안과 밖 2개의 문이 개방된다. 그리고 승객들이 비행체와 루프운반체를 차례로 벗어나서 비로소 루프터미널 입국장으로 이동이 가능해진다.

이상과 같이 윤필립 박사가 아주 쉽게 그 원리를 박인성 박사와 김요한 박사에게 설명을 해준다. 그 말을 듣고 김요한 박사는 연신 고개를 끄떡이고 있는데 박인성 박사는 그와 반대이다. 어떻게 그러한 일이 가능한지 아직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역시 자신은 이과생이 아니라 문과생인 모양이다.

그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다가 윤필립 청장이 딱 한마디만 한다;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에 대해서는 나중에 집에 가셔서 부인 배설란 박사께 물어보세요. 유전공학 박사이시니 그 정도 원리는 아주 쉽게 다시 설명하여 주실 것입니다. 하하하… “.

윤 청장이 그렇게 놀리듯이 웃으며 말하니 박인성 박사가 괜히 머슥하다. 그래서 자기 머리를 긁다가 다음 순간 웃으면서 응대한다; “이거 참 듣고 보니 청장님도 짓궂은 구석이 있으시군요. 집에 가서 집사람에게 더 배우고 오라는 뜻으로 들리고 있으니 말씀입니다. 하하하어쩔 수가 없지요. 분부대로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하하… “.

그 말을 듣자 윤필립 박사가 소탈하게 웃고 그 옆에서 김요한 박사도 고개를 돌려가면서 빙그레 웃고 있다. 그렇게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이에 시그마행성에 있는 강철공화국의 영토에서는 개발의 속도가 크게 붙고 있다.

그 이유는 윤필립 청장이 진두지휘하여 루프터미널을 동편의 대륙과 반도 그리고 큰 섬에 각각 신속하게 설치하고 루프운반체도 여러 개를 제작하여 시험운전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 장치를 이용하여 당장 필요한 건설자재와 장비를 강철공화국에서 대규모로 실어 나르고 있다.

그렇게 서기 2046년을 바쁘게 보내고 있는데 그해 8월에 강철공화국에서는 총선이 실시가 된다. 그 결과 원시환 대통령과 한상일 수상이 연임에 성공한다. 그 이유는 국민들이 시그마 행성의 개발을 적극 추진한 현 정부의 정책에 후한 점수를 주었기 때문이다.

주요정당이 차지한 의석을 보면, 여당인 신세계당이 선전하여 10석을 보태어 도합 130석이다. 그리고 제1야당인 반도제일당10석을 상실하여 50석이 되고 있다. 3당인 우주개발당20석의 의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원시환 대통령은 우주개발당과 관계가 좋아서 국회의원 3분의 2이상의 찬성을 얻어 중임에 성공한다;

 

 한상일 수상의 경우에는 진작에 여당의 의석이 과반수를 넘고 있어 신세계당의 당수이면서 동시에 내각을 이끄는 수상이 된 것이다.

서기 204611월 하순이 되자 박인성 박사의 가족은 람다행성으로 이민을 온지 벌써 만 6년이 되었음을 문득 깨닫고 있다. 나이 40세에 청운의 꿈을 안고 행성이민을 왔는데 이제 1달 남짓 지나면 47세가 된다. 2살 연하인 아내 배설란 박사는 45세가 될 것이다. 그리고 아들 박성주는 19세가 된다.

성주는 서기 20401112살의 나이에 행성이민을 와서 지능이 높아 무려 2학년이나 월반하여 중학교 2학년이 되었다. 서기 2043년에는 고등학교 1학년이 되고 2046년 봄에는 벌써 국립 강철대학교에 입학하여 복수전공으로 물리학과 우주공학을 공부하고 있다.    

서기 2047년이 되자 대학 2학년인 박성주에게 기쁜 소식이 들려온다. 그것은 동갑내기이면서 좋은 친구사이인 초미수 박사의 딸 초아영이 같은 대학교로 진학을 하였기 때문이다. 그녀의 전공이 부친을 닮아서 그런지 정치외교학이다;

그해 봄부터 박성주는 문리대 물리학과 수업을 받을 때에는 같은 캠퍼스에 있는 정치외교학과에 들러 초아영을 만나 함께 점심식사를 하러 다니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문리대에서는 박성주와 초아영을 캠퍼스 커플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렇지만 수업이 우주공학을 공부하기 위하여 공대 캠퍼스에서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를 못하고 있다. 제법 떨어져 있기에 일부러 초아영을 만나러 갈 수가 없는 것이다. 그것을 보고서 공대 2년 선배인 초아영의 둘째 오빠 초이남이 은근히 박성주를 놀리고 있다.

한편 초아영의 큰 오빠인 초일남은 대학원에서 언어학 석사과정을 마친 다음에 지구행성으로 가서 미국의 명문대학에서 언어학 박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그런데 같은 박사과정 동기인 여학생을 사귀고 있다. 그녀가 자신의 이름이 하나꼬라고 말하고 있기에 초일남이 친근하게 하나꼬짱이라고 부르고 있다.

하나꼬는 자신이 6살에 일찍 초등학교에 들어갔기에 그 덕분에 초일남보다 한살이 적어서 참으로 기분이 좋다고 말하고 있다. 사귈 수록 굉장히 긍정적이고 밝은 여성이다. 그녀와 함께 있으면 초일남은 마치 집에 있는 것처럼 마음이 편하다;

그래서 초일남이 하나꼬짱에게 마음이 더욱 크게 끌리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정확한 집안배경에 대해서는 하나꼬의 언급이 전혀 없기에 초일남이 아무 것도 모르고 있는 상태이다. 만약 그 정체를 알게 된다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렇게 자녀들이 성장하여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부모들은 강철공화국에서 요직을 맡아 엄청 바쁘다. 국가안보연구센터의 소장인 초미수 박사가 바쁜 것은 물론이고 그 한쪽 팔이 되고 있는 제1국장인 박인성 박사가 시그마행성의 안보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느라고 역시 바쁜 것이다;

그리고 초수미 박사는 교육부의 국장으로서 바쁘고 배설란 박사는 보건식품부의 과장이 되어 그 일에 바쁘다. 그렇게 서기 2047년을 바쁘게 지내고 있는데 그해 여름이 되자 시그마행성에 장기출장을 다녀온 박인성 박사가 아내 배설란 박사와 아들 박성주에게 중요한 이야기를 한다;

박인성 박사의 첫마디가 다음과 같다; “아무래도 내가 시그마 큰 섬에 가서 일년간 상주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우리 강철공화국에서 지구행성의 통일한국 정부와 협의하여 많은 투자이민자를 시그마 큰 섬에 정착시키고 있는데 그것이 보통일이 아니라서 그래요. 왜냐하면… “.

배설란 박사와 박성주는 가장이 일년간 집을 떠나 멀리 시그마행성에서 주재해야 한다는 말에 긴장하고 있다. 그들에게 박 박사의 설명이 들려온다; “이제서야 밝히고 있지만 그 섬에는 금은을 비롯한 귀금속 그리고 다이아몬드를 위시한 보석류의 광물 매장량이 람다행성의 고다왕국의 매장량보다 서너 배나 많아요. 그러니 그곳의 투자이민자들이 눈에 불을 켜고 있어요… “.

깜짝 놀라고 있는 아내와 아들을 한번 본 다음에 박 박사가 설명을 계속한다; “서로 보화를 많이 차지하고자 죽고 죽이는 사고가 속출하고 있어요. 따라서 사회안정과 질서유지를 위하여 강력한 군정이 요구되고 있지요. 그에 따라 안보전문가인 내가 그곳에 장기 주재하지 아니하면 안되는 상황입니다. 그렇게 이해를 해주세요… “.

남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내 배설란 박사가 말한다; “여보, 강철공화국에는 안보전문가가 당신만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어째서 당신이 그 먼 행성에 가서 일년간이나 장기주재를 해야 하나요? 그건 너무해요… “;

 

그 말을 듣자 박인성이 조용하게 아내에게 말한다; “여보, 그 말도 맞아요. 하지만 나는 정치학자이면서 동시에 안보관계 전문가입니다. 그러므로 무질서한 세상에 처음으로 질서를 만들고 국가를 건설하는 일에 매우 매력을 느끼고 있지요. 그런데… “.

말을 잠시 끊고서 박인성이 아내 배설란의 표정을 살핀다. 조금 기세가 누그러진 것도 같다. 따라서 설명을 계속한다; “그러한 사례를 만날 수 있는 경우가 참으로 흔하지 않아요. 그래서 이번에 일년간 그곳에 가서 자세히 관찰하면서 내 나름대로 많은 공부를 하고 싶어요. 그렇게 이해를 해주면 나는 무척 좋겠어요… “.

과연 박인성 박사는 아내 배설란 박사를 설득하고 시그마행성으로 장기 출장을 떠날 수가 있을 것인가? 그리고 그곳에서는 어떠한 모험을 하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