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이민자(손진길 소설)

행성이민자21(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2. 2. 13. 05:47

행성이민자21(손진길 소설)

 

6. 시그마 행성 개발에 나서는 강철공화국

 

서기 2042101일 수요일 강철공화국 국가안보연구센터의 직제가 개정된다. 주요 골자는 제1국이 지구행성에 관한 조사 뿐만 아니라 시그마 행성에 관한 조사까지 담당하는 것이다. 물론 강철공화국에 미치는 안보에 관한 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자료의 조사이다.

1국에 3명의 과장을 두고 제1과장이 지구행성에서의 국가들에 대한 전반적인 자료조사, 2과장이 강철공화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군사력과 무기체계에 관한 자료조사를 맡는다. 신설이 된 제3과장이 시그마 행성에 관한 자료조사를 맡게 된다;

 

그렇게 직제가 개정되자 임시로 부소장인 데이비드 김 박사가 제1국을 통솔하게 하고 제1국장인 박인성 박사와 제3과장인 김요한 박사가 자주 시그마 행성으로 출장을 가게 된다. 시그마 행성의 개발과정을 살피면서 장차 어떠한 군사적인 시설을 어느 곳에 갖추는 것이 좋을지를 조사하고자 하는 것이다.

람다 반도에 자리잡고 있는 강철공화국에서 같은 은하계이지만 멀리 떨어져 있는 시그마 태양계의 시그마 행성으로 가자면 반드시 동주로 가서 그곳에 있는 루프 터미널을 이용해야 한다. 왜냐하면 시그마 행성에 가고 오는 초광속 루프 운반체가 그곳에서 발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강철공화국의 수도인 한성과 같은 위도상에 있는 동쪽 끝의 대도시 동주에는 공화국의 우주개발기지가 자리를 잡고 있다. 따라서 시그마 행성을 개발하고자 하는 코코회사도 그곳에 본사를 두고 있는 것이다. 그 회사의 대표인 허정만은 이제 그 신분이 강철공화국에서 제3당으로 부상한 우주개발당의 당수이기도 하다.

지난 88일 총선에서 신생 우주개발당이 전체 의석 200석의 1할이나 되는 20개의 의석을 차지하는 이변이 발생하자 허정만 당수는 크게 놀랐다. 더구나 120석을 차지하게 된 여당 신세계당의 대통령 후보인 원시환이 자신을 찾아와서 통사정을 하고 있다.

새 국회에서 원시환이 대통령으로 당선되자면 의원 3분의 2가 찬성해야 하는데 여당이 차지한 120석으로는 여전히 14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허정만 당수는 그 좋은 기회를 이용하여 원시환을 대통령으로 지지하는 대신에 강철공화국에서 국책사업으로 시그마 행성을 개발하도록 도와 달라고 요구했다.

허정만 당수의 조건이 쾌히 받아들여지고 강철공화국의 새정부는 시그마 행성을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에 따라 두가지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하나는, 허정만 당수가 우주개발당을 함께 창당한 동지 박성웅에게 당수 자리를 물려주고서 자신은 시그마 행성의 개발사업에 올인하고 있는 것이다. 차제에 한국에 있던 코코’(KOCO) 회사를 정리하고 모든 자산을 강철공화국으로 옮기고 있다. 그리고 동주에 있는 본사의 이름을 아예 카코’(KACO)로 변경한다. 그 뜻은 이제부터 한국 우주개발회사가 아니고 강철공화국 우주개발회사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강철공화국의 행정부에 시그마 우주개발청이 생기고 국가안보연구센터 제1국에 시그마 행성과의 안보관계를 연구하는 제3과가 신설된 것이다. 3과장이 된 김요한 박사는 본래 카코에서 근무하고 있던 과학자이다;

그는 지난 4년간 강철공화국의 동주에서 시그마 행성을 오가면서 우주개발을 위한 실무작업에 종사하던 인물인데 그 이력이 특이하다. 김요한은 우주공학박사이면서 동시에 경영학 석사학위(MBA)까지 취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안보문제를 다루는 제3과장으로 특채가 된 것이다.

박인성 국장이 김요한 과장과 함께 동주에서 루프 운반체를 타고서 시그마 행성에 도착한 때가 정확하게 말하자면 서기 2042114일 화요일 오전 11시이다. 두사람은 루프운반체에서 내려 시그마 행성으로 들어가기 전에 우주복을 완벽하게 착용한다. 그 이유는 시그마 행성에는 바위와 흙만 있지 물과 공기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온도 높아서 우주복이 아니면 견딜 수가 없다;

우주개발기지 건물안으로 들어서자 비로소 우주복을 벗고 편하게 공기를 호흡할 수가 있다. 그리고 실내 에어컨 장치에 의하여 체온을 유지할 수가 있다. 그 점에 관하여 친절하게도 김요한 과장이 박인성 국장에게 설명하고 있다.

김과장이 다음과 같이 말문을 열고 있다; “이곳 시그마 행성을 개발하는데 있어서 가장 시급한 것이 지하 깊은 곳에 있는 물을 땅 위로 분출시키는 작업입니다. 워낙 막대한 자본과 시설이 필요하기에 아직 미완성입니다. 따라서 개발자들이 우주복을 입고서 그 작업에 임하고 있지요. 편히 쉴 수 있는 곳은 이곳 기지의 건물 속 뿐입니다. 참고로… ”;

 

김요한 과장은 상관인 박인성 국장이 고개를 끄떡이자 설명을 계속한다; “람다 행성의 경우에는 미국과 한국의 정부가 서로 협력하여 그 작업을 진행하였기에 비교적 신속하게 지하수를 지상으로 분출하여 대기권을 형성한 것입니다. 그 결과 지표면에 육지와 바다가 생기고 대기권이 태양빛을 약화시켜 사람과 동식물이 살기 좋은 환경을 인공적으로 조성한 것이지요… “;

 

그 말을 듣자 박인성 박사가 말한다; “그렇다면 그동안 시그마 행성을 카코회사가 독자적으로 개발에 나섰기에 자본의 부족으로 그 일을 완성하지 못한 것이겠군요. 그렇지만 이제는 강철공화국이 국책사업으로 그 사업에 투자할 것이므로 빠른 개발이 이루어지겠습니다. 그런데 그 비용이 어느 정도 필요합니까?... “.

박인성 박사는 대략 필요한 개발비용을 알고자 질문한 것이다. 그런데 김요한 박사는 역시 우주공학박사인지라 그 대답이 상당히 구체적이다; “지하수를 분출하여 대기권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두가지 작업을 병행합니다; 하나는, 단순하게 시추하는 작업입니다. 또 하나는, 대기권의 형성 정도를 보아가면서 시추작업을 조절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

 

박인성 박사가 귀를 기울이자 김요한 박사가 싱긋 웃으면서 말한다; “1단계 시추작업의 비용이 대략 1천억불 정도이고요 2단계 조절비용이 또 1천억불 정도입니다. 그러니 도합 2천억불 정도로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

그 말을 듣자 박인성 국장이 말한다; “당장 필요한 예산이 그 정도이고 그 다음에는 도시를 건설하면서 농경지와 목초지 그리고 공장을 건설하기 위하여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겠군요. 역시 개인이 아니라 정부가 나서야 하는 사업이 맞습니다… “.

김요한 과장이 고개를 끄떡이면서 추가설명을 한다; “그렇지요, 그동안 민간기업인 코코에서 전담하였기에 개발이 늦었지요. 이제는 우주개발당이 강철공화국의 의석을 1할이나 차지하게 되어 바야흐로 큰 변화가 발생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

신이 나는지 김요한 박사가 웃음기를 띄면서 말한다; “투자이민자들이 서로 자금을 대겠다고 줄을 서고 있어요. 게다가 임금 대신에 카코의 주식을 받는 조건으로 계약에 응하고 있는 과학자와 기술자들이 부지기수입니다. 그러니 생각보다 시그마 행성의 개발속도가 빨라질 것입니다… “;

 

맞는 말이다. 따라서 박인성 국장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강철공화국이 시그마 행성의 개발에 올인하게 됨에 따라 앞으로 어떠한 안보문제가 발생하게 되는지를 예의 주시하고 또한 자료조사를 해야 하겠군요. 갈수록 김과장의 업무가 많아지겠어요. 하하하… “.

그 말에 김과장이 흔쾌하게 대답한다; “불감청 고소원입니다. 저는 제가 몸이 고되더라도 그렇게 일이 빨리 진행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한국사람들이 람다행성의 강철공화국에 이어 시그마행성에 또 하나의 공화국을 건설하게 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

그 말을 듣자 박인성 국장은 김요한 과장이 애국심과 애족심이 대단한 젊은 박사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대학 후배이기도 한 김요한 과장에게 슬쩍 물어본다; “김과장은 대학에서 우주공학박사학위를 받은 다음에 어째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또 취득하게 되었나요?... “.

그 말에 김과장이 진지하게 대답한다; “우주공학박사는 우주개발을 위해서 소중한 존재이지요. 그렇지만 우주개발의 현장에서는 인사과나 경리과 직원들의 위세에 눌려서 제대로 대우를 못 받고 있어요;

 

 그 점을 좀 시정해보고자 저는 경영관계 공부를 더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과학자와 기술자를 우대하고 있는 강철공화국이 좋아서 아예 람다행성으로 이주하여 코코에서 일을 했지요… “.

다음날부터 일주일간 두사람은 현장직원의 안내로 시그마의 지형을 살핀다. 높은 산과 골짜기 그리고 평지가 알맞게 어울려져 있지만 물이 없기에 생명의 기운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그리고 이글거리는 시그마 태양의 빛을 직사광선으로 받아 지열이 엄청나다.

그런데 1년 후에 두사람이 다시 시그마 행성을 방문하게 되자 이제는 그것이 아니다. 서기 204311월의 시그마 행성에는 육지보다 바다의 면적이 더 넓고 적당한 대기권의 형성으로 인하여 동식물이 살기 좋은 곳으로 바뀌어 있다. 그것을 보고서 두사람이 말하고 있다; “, 이제는 람다 행성이나 시그마 행성이나 별로 차이가 없구나. 둘 다 살기 좋은 행성이야. 멋진 신세계이다… “;

 

박국장과 김과장이 그곳에서 수행하고 있는 임무가 있다. 그것은 안보적인 측면에서 어디에 군사기지와 산업시설을 배치하면 좋은지를 조사하는 것이다. 그리고 강철공화국이 또 하나의 공화국을 시그마 행성에 건설하자면 대륙과 반도 그리고 섬 가운데 어느 곳이 가장 적합할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따라서 박국장과 김과장은 3개월간 시그만 행성의 지형을 자세하게 직접 탐사한다. 우주선과 드론이 찍어서 전송하고 있는 사진을 참조하여 실제로 플라잉카를 타고서 현지를 방문하는 것이다. 그와 같이 사람의 눈으로 직접 보고 조사를 해야 더 정확한 자료를 얻을 수가 있다.

그 결과 박국장이 김과장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 람다 행성에 비하여 시그마 행성이 훨씬 규모가 커요. 지표면이 4배나 넓고 대체적으로 대륙이 둘, 반도가 둘, 큰 섬이 두개나 있어요. 따라서… “;

 

박인성 국장이 잠시 숨을 쉬고서 이어 말한다; “그 가운데 우리 강철공화국이 절반을 차지하고 나머지 절반을 지구행성의 여러 국가에 경매로 파는 것이 좋겠어요. 그래야 투자자금을 속히 회수할 수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군요. 그런데 김 박사 당신 생각은 어때요?... “.

그 말을 듣자 김요한 과장이 고개를 가볍게 끄떡이면서 대답한다; “신기하게도 동쪽과 서쪽의 지도가 비슷해요. 그러므로 제 생각에는 해가 먼저 뜨는 동쪽의 대륙과 반도 그리고 큰 섬을 우리 강철공화국이 차지하고 서쪽의 것들을 판매하여 투자금을 회수하면 좋겠어요. 저는 역시 동쪽이 더 마음에 드는 군요… “;

 

박국장이 흐뭇하게 웃으면서 말한다; “나도 같은 생각이야. 역시 우리는 극동에 자리를 잡은 조선의 후손인 모양이지. 하하하그러면 우리 람다 행성의 배치를 생각하면서 이곳 시그마 행성의 동부를 개척하는 안보관계지도를 만들도록 하면 되겠네. 그것을 가지고 구체적인 안보계획을 수립하면 좋겠어. 그동안 수고했어요… “;

그와 같은 결론을 얻어서 그들이 강철공화국으로 되돌아간 시점이 서기 20441월말이다. 이제 두사람의 보고를 받고서 강철공화국에서는 어떠한 정책결정을 하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