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이민자23(손진길 소설)
서기 2045년 3월 15일 수요일 박인성 국장은 김요한 과장과 함께 작성한 시그마행성에 대한 안보계획을 안보센터의 간부회의에서 보고하여 긍정적인 답변을 얻은 바가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안보센터에서 확정한 계획을 우주개발청에 가서 설명하고 자료를 넘겨주는 일이다.
박인성 국장이 우주개발청장인 윤필립 박사에게 연락을 했더니 당장 3월 20일 월요일 오전 10시에 청장실에서 보자고 한다. 시간에 맞추어 자료를 가지고 박인성 국장이 윤필립 청장의 집무실에 들렀더니 깜짝 놀랄 만한 손님이 그 방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다;
상하정 박사이다. 박인성 박사의 가족이 수년 전 초미수 선배의 가족과 함께 조연우 박사의 위그형 플라잉카를 타고 동래를 방문하였을 때에 그곳에서 3일간 지내면서 그들로부터 한일구 박사와 상하정 박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초미수 선배는 한일구 박사와 친구라고 말했다. 그리고 초미수 선배의 여동생인 초혜란 박사의 남편인 조연우 박사는 개인적으로 상하정 박사가 자신의 고등학교와 대학교 동기동창이라고 말했다. 물론 대학 때의 전공은 약간 다르다고 했는데 조연우 박사가 전기공학이고 상하정 박사는 전자공학이라고 말한 것이다.
그 이후 박인성 박사가 한번 더 동래에 들렀을 때에 자신의 대학 교양과정부 친구인 조연우 박사가 일부러 동래의 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일구 박사와 상하정 박사를 박인성에게 소개해 주었다. 따지고 보면 모두가 같은 대학 출신이다. 그래서 박인성 박사는 상하정 박사와도 친교를 맺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그 상하정 박사가 일부러 우주개발청장인 윤필립 박사의 방에서 박인성 박사를 만나겠다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박인성은 의외의 인물을 그 방에서 만났기에 반갑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거, 뜻밖의 장소에서 상 박사님을 뵙게 됩니다. 하여튼 반갑습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지요?... “.
그 말을 듣자 상하정 박사가 상냥하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저야, 동래에서 연구에 몰두하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잘 지냈어요. 그런데 박 박사님은 그동안 시그마 행성을 여러 차례 방문하시느라 무척 바쁘셨던 모양입니다. 호호호… “.
박인성이 고개를 갸웃하면서 말한다; “제가 시그마 행성에 출장을 다닌 일은 우리 안보센터의 간부들이나 알고 있는 일인데 상 박사님께서는 잘도 알고 계십니다. 그거 신기한 노릇이군요, 허허허… “.
그 말을 듣자 상하정 박사가 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는 시늉을 하면서 더 ‘호호’라고 웃으면서 말한다; “박 박사님은 제가 어디서 그 소문을 들었는지 전혀 모르고 계시는 군요. 여기 계신 윤필립 청장이 하나도 빠짐없이 제게 말씀해주신 걸요. 호호호… “.
그 말에 박인성 국장이 자기도 모르게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윤 청장님께서 상 박사님께 그런 이야기를 해주고 있는 사이라고 한다면 두 분은 굉장히 가까운 사이인 모양입니다. 실례입니다마는 두 분은 촌수가 어떻게 되시는지요?... “.
그제서야 윤필립 청장이 회의용 탁자의 의자에 자리를 권하면서 박인성 국장에게 말한다; “허허, 촌수가 아주 무촌이랍니다. 제 아내인 상 박사가 평소에 박인성 박사님의 말씀을 더러 하였지요. 동래에서 조연우 박사를 통하여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알고 보니 모두가 대학교 동기라고요… “;
박인성 박사가 깜짝 놀라서 말한다; “아, 윤 청장님께서 상하정 박사님의 부군이 되시는 군요. 저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진작에 알았더라면 더 자주 찾아뵈었을 터인데 이거 미안합니다, 하하하… 그런데 두 분은 어떻게 만나서 결혼하시게 된 것입니까?... “.
상하정 박사가 커피를 마시면서 정다운 눈빛으로 남편을 바라보자 윤필립이 말하기를 시작한다; “저는 부모님을 따라 일찍 미국으로 이민 가서 그곳에서 양자물리학을 공부하고 또한 우주공학박사가 되어 나사에서 근무했습니다. 그런데 운이 좋아 그 유명한 천재과학자 프랑크 아인슈타인 박사의 조수로 일했어요. 그 분은 최초의 타임머신을 만들고 나중에는 루프운반체까지 만들게 되었지요. 그런데… “;
처음 듣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박인성 박사가 귀를 바짝 세우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서 윤필립 박사가 간략하게 말한다; “여기 람다행성을 미국이 한국과 함께 개발하면서 인천공항 근처에 루프터미널을 세우게 되었어요. 그때 제가 실무진으로 참석했어요. 그리고… “.
갑자기 윤필립 박사와 상하정 박사의 얼굴에 기쁨의 미소가 번지고 있다. 그때 상하정 박사가 익살스럽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당시 윤필립 박사가 서울의 우주과학회에 참석하여 대운을 만났지요. 미모가 뛰어난 저를 만나 즉시 사랑에 빠졌답니다… “.
당사자인 윤필립 박사는 웃고 있는데 박인성 박사는 그것이 아니다. 재미나는 이야기라 채근하는 눈빛으로 귀를 기울이고 있다. 상하정 박사가 간략하게 설명한다; “당장 저와 결혼하고 한국에 주저앉아 루프터미널과 초광속 루프운반체를 만드는 일에 기술책임자로 일했어요. 나중에는 저를 따라 이곳 강철공화국으로 함께 이민을 왔고요, 호호호… “.
어떻게 된 사랑이야기인지 알 것 같다. 따라서 박인성 박사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두분 축하 드립니다. 러브스토리가 듣기에 좋습니다. 우리 강철공화국에서는 꼭 필요한 부부 박사님을 모시게 되어 제가 다 영광입니다. 앞으로 많은 지도 편달을 바랍니다, 하하하… “.
그 말을 듣자 윤필립 청장이 말한다; “제가 집사람을 통하여 박인성 국장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보니 저하고도 동갑이시더군요. 그러니 그저 친구사이로 친하게 지내도록 합시다. 저는 루프터미널과 루프운반체를 만드는 기술만 지니고 있어요. 그 밖의 문제는 잘 모릅니다. 그러니 박 박사님께서 여러 면에서 저를 도와 주셔야 합니다. 잘 부탁합니다… “.
그 말에 박인성 박사가 웃으면서 말한다; “오늘은 시그마행성에 대한 안보계획을 우리 안보센터에서 어떻게 마련했는지 그 계획안을 말씀드리고자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그 계획의 핵심에 바로 루프터미널과 루프운반체를 설치하는 문제가 들어 있습니다. 그러니 제가 전문가 박사님을 제대로 찾아온 셈이지요, 하하하… “.
윤필립 청장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상하정 박사가 ‘호호’라고 웃으면서 말한다; “여보, 당신은 우리 공화국에서 꼭 필요한 인재군요. 당신이 없으면 여기서 지구행성이나 시그마행성으로 여행도 할 수가 없을 테니까요… 또 안보문제도 풀리지가 않을 거구요. 나는 당신이 자랑스러워요, 호호호… “.
그 말에 윤필립 청장이 손으로 슬며시 머리를 만지면서 응대한다; “그런가요. 나는 당신 말이라면 전부 진리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니 내가 엄청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기술자인가 보아요. 그래서 그런지 우리 강철공화국에서는 내게 통째로 ‘우주개발청’을 맡기고 있는가 봅니다, 하하하… “;
참으로 유쾌한 부부이다. 그리고 여유가 있다. 그만큼 상하정 박사나 윤필립 박사는 누구나 탐을 내는 대단한 과학자들이다. 그 점을 알고 있기에 박인성 박사가 크게 고개를 여러 번 끄떡이고 있다
그날 박인성 박사가 안보상 시그마행성에서 강철공화국이 차지하고 있는 동편의 대륙과 반도 그리고 큰 섬에 각각 초광속 루프터미널을 설치하고 여러 편의 루프운반체를 제작하여 운행할 계획이라고 윤청장에게 보고하면서 문서를 제출한다. 그러자 윤필립 청장이 크게 고개를 끄떡인다.
보고가 일단 끝나자 윤 청장이 자신의 의견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제 생각에는 서편의 대륙과 반도 그리고 큰 섬을 구입하여 이민자를 보내게 되는 중국과 인도 그리고 인도네시아 정부에게도 우리가 그러한 시설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하여 추가로 계약을 맺는 것이 좋겠어요. 엄청나게 이문이 남는 비지니스입니다. 우리 강철공화국의 재정에 도움이 되지요… “;
좋은 생각이다. 그래서 박인성 박사가 그 의견을 종합계획에 반영하기로 한다. 그렇게 계획안을 확정하고 그 일에 매어 달리다 보니 우주개발청의 윤필립 청장과 안보센터의 박인성 국장이 그해를 바쁘게 지내게 된다.
어느덧 서기 2045년 한해가 마지막 달에 접어 들고 있다. 그때 의외의 사건이 하나 발생하고 있다. 왜냐하면, 하루는 윤 청장이 박인성 국장을 자신의 집무실에 불러 놓고서 다음과 같이 말문을 열고 있기 때문이다; “박 박사, 놀라운 이야기를 하나 말씀드려야 하겠어요. 그것은… “.
그 말에 박 국장이 긴장한다. 곧이어 윤 청장의 설명이 들려온다; “지난 달에 우리 우주개발청에서는 우리 공화국이 개발하고 있는 큰 섬에 대하여 더 철저하게 지하자원탐사를 실시했어요. 그 이유는 엄청난 금과 은과 동 게다가 다이아몬드를 비롯한 보석류의 매장 가능성이 새로 제기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상세탐사의 결과 참으로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어요… “;
‘무슨 결과인가?’, 박인성 박사가 크게 호기심을 느끼면서 윤필립 박사의 입을 쳐다본다. 그때 상당히 흥분한 윤 청장의 말이 들려온다; “자그마치 매장량이 고다왕국의 것보다 서너 배나 많은 것으로 조사가 되었어요. 그에 따라 우리 강철공화국에서는 내부적으로 기쁨을 금하지 못하고 있어요, 하하하… “;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안보국장인 박인성의 뇌리에는 순간적으로 걱정이 밀려온다; “이거 어떻게 한다?... 그런 귀한 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다고 하면 서로 먼저 차지하고자 아비규환이 발생할 수 있다. 당장 강력한 통치기구가 필요해. 빠른 대책이 필요해!... “;
박인성 국장은 윤필립 청장에게 그 내용을 당분간 철저하게 대외비로 처리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안보센터에 돌아와서 초미수 소장에게 먼저 보고한다. 그러자 초미수 소장이 데이비드 김 부소장을 자신의 방으로 불러서 박 국장과 함께 3인이 대책회의를 개최한다.
그 자리에서 박인성 국장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시그마 섬에 대한 별도의 강력한 안보계획의 수립이 당장 필요합니다. 금광과 은광 등 지하자원의 매장량에 대해서는 특급비밀로 분류하여 기밀을 유지하면서 그곳에 군대를 보내어 군정부터 실시하여야 합니다.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습니다. 곧 골드러시 바람이 불 것이고 탐욕에 눈이 먼 광산업자들이 서로 죽고 죽이는 피비린내를 풍길 것입니다… “;
그 말을 듣자 초미수 소장과 데이비드 김 부소장이 ‘끄응’ 소리를 내면서 장고에 들어간다. 그 결과 잠시후에 데이비드 김 부소장이 발언한다; “제 생각에는 소장님께서 우주개발청장님과 함께 이 문제를 논의하고 비밀리에 원 대통령님을 만나 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통치차원의 결단이 먼저 있어야 국방부에서 우리 공화국의 군대를 그곳에 파병할 수가 있을 테니까요… “;
그 말에 초미수 소장이 결단을 내린다; “좋습니다. 역시 그렇게 처리를 신속하게 해야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부소장님과 박 국장님은 안보측면에서 조치할 내용들을 조속히 마련해주세요. 그리고 다소 시간을 가지고 시그마행성 큰 섬에 대한 군정설치문제를 검토하고 구체적인 계획안을 작성해주시고요. 부탁합니다… “.
소장실을 나오자 그때부터 연말연시 휴가도 반납하고 박인성 국장이 그 문제에 대하여 깊은 검토에 들어간다. 그 옆에서는 김요한 과장이 함께 골몰하고 있다. 두 사람이 애를 써서 만든 계획안에 따라 많은 인원들이 시그마 큰 섬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 속에 박인성 국장과 김요한 과장이 포함되어 있다.
과연 그 다음해 곧 서기 2046년에는 어떠한 일들이 발생하게 되는 것일까? 특히 새정부 구성을 위한 총선이 있는 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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