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이민자(손진길 소설)

행성이민자25(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2. 2. 18. 08:04

행성이민자25(손진길 소설)

 

뜻밖에 아들 성주가 어른스럽게 발언한다; “아빠, 엄마는 일가친척이 한사람도 없는 람다행성으로 이민 와서 우리 가족만이 외롭게 살아가고 있는데 또 아빠가 그 멀리 시그마행성으로 가서 일년간이나 떨어져 살겠다고 하니 일순간 충격을 받아서 그래요. 하지만 제가 집에 있으니 크게 걱정하지 마시고 국가일을 잘 보도록 하세요. 저는 찬성입니다… “;

 

그 말에 비로소 박인성 박사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어린다. 그러자 배설란 박사가 입술에 힘을 주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딱 일년입니다. 더 이상은 안돼요. 그리고 무조건 건강하게 돌아오셔야 해요. 일년간 또 군에 가신 셈을 치고 제가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무사히 돌아오시기를 기도할께요… “.

그 말을 듣자 박인성은 아내와 대학 캠퍼스에서 사귀다가 졸업 후 2년간 자신이 군장교로 복무한 기억이 갑자기 떠오른다. 그때 아내는 2년 연하였기에 그 사이에 대학을 졸업하면서 박인성 자신의 전역을 학수고대한 것이다. 전역한 후 곧바로 결혼식을 올리고 두사람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 생각이 주마등처럼 다시 스치고 지나간다.

그래서 박인성 박사의 말이 물기를 머금은 듯이 촉촉하다; “그래요, 내가 당신을 또 기다리게 만들고 있군요. 하지만 반드시 유종의 미를 거두고 돌아올 겁니다. 큰 선물을 가지고 돌아올지도 모르니까 한번 기대를 해보세요… “.

박인성 국장과 김요한 과장이 서기 2047 81일부터 그 다음해 7월말까지 만 1년간 시그마행성의 동쪽 큰 섬에 주재하고 있는 사이에 엄청난 일이 그곳에서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두 사람의 운명을 크게 바꾸어 버리고 있다.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 ;

 

시그마행성의 개발이 급 물살을 타게 된 것은 서기 204288일에 실시된 강철공화국의 제2대 총선의 결과 때문이다. 당시 우주개발회사 코코허정만 사장이 급하게 만든 우주개발당이 일약 의석 20석을 차지하고 제3당이 된 것이다.

그때 여당인 신세계당의 대통령 후보 원시환이 급히 허정만 당수를 찾아와서 우주개발당에서 자신을 지지하여 달라고 요청했다. 그 이유는 제2대 총선에서 여당이 20개의 의석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전체의석 200석 가운데 120석을 얻은 신세계당으로서는 독자적으로 원시환을 대통령으로 만들 수가 없다. 우주개발당 국회의원의 찬성표 열 넷이 절실한 것이다. 헌법상 대통령은 국회의원 3분의 2이상 찬성으로 결정이 되기 때문이다.

당시 허정만 당수는 지지표를 던지는 대신에 시그마행성의 개발을 새 정부가 국책사업으로 삼아 달라고 요청하여 그 제안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그 배경에는 박인성 박사의 정치적인 판단이 한 몫을 하고 있다.

여당의 숨은 브레인 역할을 하고 있던 초미수 박사가 후배 박인성 박사에게 조언을 구하였는데 박인성 박사가 다음과 같이 안보적인 견해를 밝힌 것이다; “강철공화국이 이웃인 고다왕국의 위협에서 벗어나는 방법이 시그마행성을 적극 개발하여 그곳에 또 하나의 강철공화국을 건설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안보적인 목적에서 시그마행성에 대한 개발이 국가적으로 반드시 필요합니다”;

 

국가안보연구센터의 소장 출신인 원시환이 대통령이 되고 러닝메이트인 한상일 당수가 수상이 되자 새 정부에서는 적극적으로 시그마행성의 개발에 나섰다. 그 결과 4년이 지나자 서기 20468월에 실시된 제3대 총선에서는 잃어버린 의석 20석 가운데 다시 10석을 되찾게 되는 승리를 얻고 있다.

그 이유는 국민들이 공화국의 발전을 위하여 더 큰 영토를 얻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수상인 한상일 당수가 이끌고 있는 여당 신세계당이 박성웅 당수가 이끌고 있는 우당인 우주개발당과 힘을 합하여 시그마행성의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런데 서기 2046년 말부터 큰 어려움이 시그마행성의 동편에 자리를 잡고 있는 강철공화국 소유의 큰 섬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 이유는 자원탐사의 결과 그곳에 금은을 비롯한 귀금속과 다이아몬드를 위시한 보석류의 매장량이 엄청나다는 사실이 거듭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황금에 눈이 멀어버린 많은 투자이민자들이 그 섬에서 좋은 광산을 서로 차지하기 위하여 혈전을 벌이고 있다;

 

 강철공화국으로서는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군대를 급파하여 군정을 실시하게 된다. 따라서 안보센터의 담당 국장 박인성 박사가 자주 시그마행성으로 출장을 가게 된다.

드디어 서기 2047년 여름이 되자 강철공화국에서는 안보관계 전문가인 박인성 국장과 김요한 과장에게 시그마행성에 일년간 상주하여 군정이 확실하게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조치하라고 명령하고 있다. 그 지시에 따라 두 사람이 강철공화국의 영토인 시그마행성 동편 큰 섬인 소위 K아일랜드에 들어가서 서기 204781일부터 근무하게 된다.

그곳에서 박인성 국장은 총독의 직책을 수행하고 김요한 과장은 총독 보좌관의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군정사령관은 강철공화국의 3성장군인 홍근우이다. 그렇지만 홍근우 사령관은 반드시 박인성 총독의 지시에 따라 군사작전을 전개할 수 있도록 대통령령으로 명문화하고 있다.

그 이유는 국회에서 선출이 된 강철공화국의 원수가 군부를 장악하고 있는 소위 문민주의전통이 K아일랜드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급하게 군정을 실시한다고 하더라도 원시환 대통령과 한상일 수상은 군부가 시그마행성에서 권력을 독점하는 것을 결코 용인할 수가 없다.

따라서 박인성 국장을 파견하여 현지총독이 되어 군부의 독재를 통제하라고 조치한 것이다. 다행히 3성 장군인 홍근우 사령관이 문민주의라는 공화국 전통을 존중하여 박인성 총독의 명령을 잘 따르고 있다;

K아일랜드에서 박인성 총독이 김요한 보좌관과 함께 홍근우 사령관을 자신의 집무실로 불러서 자주 협의한다. 왜냐하면, 그 섬에서 금광을 둘러싸고 투자이민자들 사이에 사투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6개월이 지나는 사이에 그만 람다행성에서 들어온 불법 이주자들이 금광과 다이아몬드 광산을 무력으로 점거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박인성 총독이 김요한 보좌관과 상의하여 더 많은 군대를 보내어 달라고 강철공화국의 국방부에 강력하게 요청한다.

그러나 충분한 군대가 파병이 되지를 아니하고 있다. 그 사이에 유혈사태가 계속 번지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박인성 총독이 결단을 내린다. ‘K아일랜드총독부에서 자체 군사력을 가지고 효과적으로 유혈사태를 진압하기 위하여 과감하게 징병제를 실시한 것이다;

당시 시그마행성의 강철공화국 소유의 영토 곧 동쪽에 있는 대륙과 반도 그리고 큰 섬에는 강철공화국이 지구에서 받아들인 일반이민자들이 3년전부터 대거 들어오고 있다. 그 수가 서기 2047년말 통계로 K아일랜드에서만 조사해도 3백만명이나 된다. 그 가운데 박인성 총독이 장정들을 전부 민병대로 징병한 것이다;

그 수가 자그마치 60만명이다. 민병대의 훈련은 전적으로 군부에서 맡아서 실시한다. 여러 광산에서 유혈사태가 크게 번지고 있어 훈련기간이 1달도 되지 못한다. 그렇지만 민병대가 현장에 투입이 되자 성공적으로 폭력사태를 진압하고 있다.

그 이유는 그들이 사용하고 있는 첨단무기 때문이다. 당시 시그마반도에 자리를 잡고 있는 우주개발청 산하의 병기공장에서 각종 첨단무기를 생산하고 있다. 총독부에서는 독자적으로 자금을 마련하여 그 첨단무기를 엄청나게 사들이고 있다. 그 첨단무기를 현장에서 사용해본 결과 그 성능이 대단한 것이다;

홍근우 사령관은 휘하의 정예병 3만명으로는 ‘K아일랜드를 제대로 통제할 수가 없었는데 박인성 총독이 민병대를 조직하여 강력하게 유혈현장을 진압하는 것을 보고서 혀를 내두르고 있다. 60만명의 민병대를 동원하여 일시에 광산의 질서를 확립하고 있다.

그 다음에 박인성 총독이 실시하고 있는 것은 일종의 복원정책’(demobilization policy)이다. 그것은 동원이 된 민병대를 상당수 해산하여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홍근우 사령관이 지휘하고 있는 3만명의 군대만으로는 질서유지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여 20만명의 민병대를 계속 총독 휘하의 직속군대로 보유하고 있다.

말이 그렇지 총독부가 20만명이나 되는 민병대를 고용한다고 하는 것이 결코 쉽지가 않다. 현실적으로 월급은 물론이고 최신무기와 군장비의 구입 그리고 수용시설의 구비에 이르기까지 실로 재정부담이 막대한 것이다;

따라서 박인성 총독이 또 하나의 결단을 내리고 있다. 그 내용이 다음과 같다; “우리 섬의 안보가 람다행성의 강철공화국의 지원군만으로는 유지가 되지 아니하고 있다. 따라서 본인은 총독의 권한으로 금광과 다이아몬드 광산의 절반을 총독부가 소유하고 그 개발이익으로 총독부가 용병제도를 운영하고자 한다”;

그와 같은 변화가 발생하자 강철공화국의 지도자들 사이에 큰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시그마행성의 K아일랜드에 강력한 총독부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자체군대를 20만명이나 거느리고 있으니 그것은 이미 하나의 국가와 같다. 만약 박인성 총독이 딴 마음을 먹는다고 하면 그것을 강철공화국에서는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원시환 대통령이 그 문제를 한상일 수상 및 초미수 안보센터 소장과 상의한다. 그 자리에서 초미수 소장이 다음과 같이 발언한다; “제가 시그마행성 K아일랜드에 가서 실태조사를 먼저 하겠습니다. 자세한 경과를 파악하여 보고를 드릴 터이니 그것에 기초하여 대책을 마련하시지요”.

현실적인 방안이므로 그대로 실시가 된다. 그에 따라 초미수 소장의 방문이 있게 된다. 박인성 총독이 루프터미널로 직접 나가서 극진하게 예를 갖추어 초미수 소장을 영접한다. 레드카펫을 밟고서 입국한 초미수 박사는 감회가 새롭다. 람다반도보다 훨씬 거대한 K아일랜드이다. 루프터미널의 규모를 보더라도 대단하다;

 

초미수 박사를 자신의 집무실로 맞아들인 박인성 총독이 말을 꺼낸다; “선배님, 저는 이제 3개월 있으면 강철공화국으로 돌아갑니다. 그런데 이곳의 형편이 문제입니다. 언제 다시 금광과 다이아몬드 광산에서 폭동이 발생할지 모릅니다. 일확천금을 노리고 있는 자들이 사병을 양성하여 전투를 벌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에 대한 대책을 강철공화국에서 마련해 주셔야 합니다”.

K아일랜드의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박인성 총독의 말이다. 후배의 표정을 살펴보니 강철공화국에서 우려하던 일은 그야말로 기우에 불과하다. 박인성 박사는 전혀 분리주의 생각이 없는 인물이다. 그런데 어째서 원시환 대통령과 한상일 수상은 그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일까?...

그에 따라 초미수 박사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잘 알겠어요. 내가 박인성 후배의 뜻을 알았으니 임기가 끝나는 대로 강철공화국으로 복귀하는 것으로 보고하고 그 대신에 후임자를 물색하여 보내는 방향으로 말씀을 드리겠어요. 다만 광산의 국유화조치와 용병제도의 실시가 문제인데 그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그것이 관건이군요… “.

그 말을 듣자 박인성 박사가 대답한다; “광산을 전부 민영화할 경우 광산업자들의 힘이 너무 강해져서 훗날 이곳을 국가가 통제할 수가 없게 될 것입니다. 오늘날 고다왕국이 어떻게 운영이 되고 있는지를 참고할 필요가 있어요;

 

 강력한 국가의 권력이 아니고서는 장차 질서를 유지할 수가 없어요. 그 권력은 물론 광산의 일부 국유제용병제도의 운영에서 나올 수밖에 없고요… “.

초미수 박사가 듣고 보니 현실이 그러하다. 그래서 그가 고민하면서 강철공화국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의 보고에 따라 공화국의 지도자들은 어떠한 결정을 하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