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이민자18(손진길 소설)
강철공화국의 여당인 신세계당의 당수가 수상인 초한수이다. 그는 금년에 한국나이로 70세이므로 고희연을 해야 하는 나이이다. 그 나이에 그는 정계를 은퇴할 생각을 하고 있다. 이제 8월이 되면 서기 2042년 8월 8일 금요일에 강철공화국의 제2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을 실시할 것이다;
강철공화국의 대통령과 수상은 전부 국회에서 선출되고 있다. 따라서 총선을 한다는 것은 새로운 정부를 구성한다는 말이다. 금년 곧 2042년 8월 8일 금요일에 제2대 국회의원 200명이 선출되면 그들이 모여서 8월 11일 월요일에 새로운 국회를 개원하고 헌법에 따라 차기 대통령과 수상을 선출하게 된다.
새로 선출이 된 대통령과 수상은 현재의 대통령과 수상으로부터 정권을 인수하여 드디어 8월 15일 금요일에 제2대 대통령과 수상으로 취임하여 직무를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각 정당에서는 합법적으로 언제부터 선거운동을 개시하게 되는 것일까?
국회의원선거법에 따라 당해연도 6월 1일부터로 규정되어 있다. 그것은 선거운동기간이 2달 남짓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너무 오래 선거운동이 계속되면 국민들이 정치적인 피로감을 느낄 수가 있기에 그 정도로 설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국회의원 후보를 공천해야 하는 정당의 입장에서는 5월초부터 매우 바쁘다.
200명의 후보를 결정하기 위하여 거쳐야 하는 절차가 많기 때문이다. 우선 공천을 원하는 정치지망생과 현역의원들 사이의 경쟁이 뜨겁다. 따라서 정당의 공천위원회에서 기준을 마련하고 공천희망자들의 서류를 일일이 검토해야 한다;
그와 발맞추어 정당에서는 먼저 대통령 후보와 수상 후보를 내정해야 한다.
사실 대통령 후보와 수상 후보는 일종의 러닝메이트와 같다. 그 이유는 당내에서 새로운 당수를 뽑기 위하여 선거운동을 시작할 때에 역할분담이 먼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초대 대통령과 수상을 선출하기 위하여 제1대 총선을 실시할 때가 그러했다.
장원준과 초한수가 신세계당을 만들고 먼저 총선에 대비하여 역할분담을 한 것이다. 대통령 후보로는 장원준이 수상 후보로는 초한수가 나서기로 합의하고 그에 따라 신세계당의 당수를 초한수가 맡기로 한 것이다. 신세계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게 되면 자연히 초한수는 국회에서 수상으로 선출이 된다. 하지만 대통령 후보로 나서는 장원준의 경우에는 그것이 아니다.
국회의원 3분의 2이상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두가지의 기준 가운데 하나를 만족시켜야만 한다; 첫째, 자신이 소속하고 있는 정당이 3분의 2이상의 의석을 얻으면 된다. 둘째, 그것이 아니라고 하면 다른 정당 소속의 국회의원들이 초당적으로 자신을 대통령으로 지지해주면 된다.
초대 대통령선출에 있어서는 장원준과 초한수가 창당한 신세계당이 국회의석을 3분의 2이상 석권하게 되는 대단한 승리를 거두었다;
따라서 야당의 지지가 없이도 장원준이 초대 대통령으로 그리고 당수인 초한수가 초대 수상으로 제1대 국회에서 무난하게 선출이 된 것이다.
그렇지만 제2대 총선을 앞두고 있는 서기 2042년의 정계의 흐름은 그것이 아니다. 초대 대통령인 장원준과 초대 수상이며 신세계당의 당수인 초한수가 모두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므로 새로운 인물을 대통령 후보와 수상으로 내정하여 과연 여당인 신세계당이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을지 그것이 의문인 것이다.
한마디로, 장원준 초대 대통령만큼 강철공화국의 건국에 기여한 인물이 또 있느냐?는 것이다. 물론 한국에서부터 장원준과 정치적인 동반자로 오래 활동한 초한수 수상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도 한국나이 70세가 되자 이제는 조용하게 가족끼리 고희연을 지내고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니 그것이 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여당에서는 초한수 수상에게 차기 대통령 후보로 나서 주기를 강권하였지만 그가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아니하고 있다; “허허, 고희가 된 저 같은 사람을 대통령후보로 내세워서는 안됩니다. 국민들이 식상해 할 것입니다. 참신한 새 인물을 물색하여 총선에 임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 강철공화국을 새롭게 만드는 것입니다… “.
한국에서의 정치경력으로 따지게 되면 초한수 수상이 가장 앞선 인물이다. 그는 명문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2년 남짓 군에서 장교생활을 한 다음 곧바로 정치부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30대 후반에 벌써 국회의원으로 당선이 된 인물이다. 그와 달리 장원준 대통령은 기업인으로 성공한 다음 40대 후반에 정계로 뛰어든 인물이다.
두 사람은 정치적인 감각이 뛰어나서 한국에서 원내총무와 장관직을 모두 거치고 60대 초반에 일찍 정계를 은퇴하고 람다 반도로 투자이민을 온 선구자들이다. 그들은 한국정부와 협력하여 람다 반도에 제2의 한국을 건설하고자 노력한 인물들이다. 그 결과물이 오늘날의 강철공화국인 것이다.
이제는 두 사람이 모두 70대가 되었으므로 강철공화국의 내일을 후진에게 물려주고자 한다. 그들의 결심이 확고하다. 따라서 여당인 신세계당의 중진들이 초한수 당수를 설득하는 일을 멈추고 있다. 그 대신에 달리 대통령 후보와 수상 후보를 내정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별로 뾰쪽한 수가 없다.
따라서 하루는 원내총무를 맡고 있는 주기상이 친구인 초미수 박사를 찾아온다. 두 사람은 대학교 같은 과의 동기동창이다. 주기상은 초미수 박사의 부친이 바로 초한수 수상이므로 그 문제를 초 박사와 상의하고 싶은 것이다;
안보센터의 부소장인 초미수 박사의 집무실에서 조용히 차를 마시다가 주기상이 신중하게 말한다; “초 박사, 자네 부친을 좀 설득해주면 좋겠는데… 우리 신세계당에서는 중진들이 모여서 걱정만 하고 있어. 정권재창출을 위해서는 초한수 수상이 차기 대통령 후보로 나서주면 좋겠는데 그분이 완강하게 거절하고 계시니 말씀이야. 아들인 자네 말은 듣지 않겠어?... “.
그 말을 듣자 초미수 박사가 빙그레 웃으면서 대답한다; “허허, 자네도 참. 우리 아버지의 고집을 잘 알고 있으면서 쓸데 없는 부탁을 내게 하고 있구만. 나는 개인적으로 아버지의 생각에 찬성이야. 여당 내에 차기 정권을 창출할 수 있는 인물들이 숨어 있는데 무엇이 문제인가?... “.
그 말에 주기상이 깜짝 놀란다. 그래서 급히 물어본다; “아니, 내 눈에는 전혀 보이지가 않는데 그들이 누구인가? 안보전문가인 자네 눈에 먼저 보이고 있는 그 인물들이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좀 알려 주게나… “. 초미수 박사가 조용히 웃고 만 있다.
재차 주기상이 요청하자 그때서야 천천히 말문을 열고 있다; “기상이 자네도 이번에 한번 나서고 싶겠지만 참고서 4년만 기다리면 되겠는데 말이야. 신세계당이 정권을 재창출하자면 경제발전과 국가안보라는 2기둥을 다시 든든하게 세우고 있어야만 해. 그러니 대통령 후보는 안보전문가로, 또한 수상 후보는 이민전문가로 내정하면 되는 것이야… “.
여당의 원내총무인 주기상이 고개를 갸웃하면서 묻는다; “안보전문가가 대통령 후보가 되면 제2대 국회에서 3분의 2이상의 찬성을 얻을 수가 있을까? 그리고 이민전문가가 어떻게 경제발전을 지속시킬 수가 있는 것이지?... “.
그 말을 듣자 초미수 박사가 크게 웃으면서 대답한다; “우리 강철공화국은 노아연맹이나 고다왕국과 비교할 때 가장 작은 나라야. 안보문제가 최우선이지. 따라서 나는 안보전문가인 원시환 소장이 대통령 후보가 된다면 국민들이나 정당의 지도자들이나 모두 안심을 할 것으로 생각하네. 그리고 … “;
주기상이 경청하자 초미수 박사가 이어서 설명한다; “우리 강철공화국은 신생국이지. 그런데 놀랍게도 지난 4년간 엄청난 경제발전을 달성했어. 그렇게 할 수 있었던 큰 요인이 바로 한국과 아시아 주요국에서 과학자와 기술자를 대거 점수제 이민자로 데리고 온 것이지. 그런데 말이야… “.
잠시 숨을 쉰 다음에 초 박사가 천천히 말한다; “이제는 한국은 물론 아시아 각국에서 두뇌의 유출을 우려하고 있어. 그러니 앞으로는 지구에서 과학자와 기술자를 계속 데리고 와서 우리 공화국의 경제발전을 유지하는 문제가 가장 큰 이슈가 될 거야. 그 점을 직시할 때에 다음 정부의 수상은 이민전문가가 되는 것이 순리라고 하겠어요… “.
주기상이 천천히 고개를 끄떡이면서 마지막 질문을 한다; “그러면 초 박사, 자네 생각에는 그 일을 감당할 수 있는 이민관계 전문가가 누구인가?... “. 초미수가 주기상을 똑바로 보고서 대답한다; “지금 이민성 장관인 한상일 박사가 적임자일 것이야. 그는 어떤 사람을 이민자로 받아 들여야 우리 공화국이 계속 경제발전을 할 수 있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인물이거든… “;
초미수 박사를 만나고 온 다음 주기상 총무는 장고에 들어간다. 그 결과 그가 얻은 결론이 다음과 같다; “그렇다. 한국에서 벌써 합참 전략기획본부장을 지내고 대통령 안보특보를 역임한 안보센터의 원시환 소장이 군사전략과 안보의 최고 전문가이지. 그는 이론과 현실에 모두 밝은 인물이야. 그가 강철공화국의 대통령이 된다면 안보는 확실한 것이지. 그러니 초당적인 지지를 받을 수가 있어. 그리고… “.
그가 또 하나의 결론을 얻고 있다; “우리 강철공화국이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하자면 과학기술 분야의 인재를 계속 지구에서 받아들여야만 해. 그렇게 두뇌유입이 앞으로 10년간 지속되어야 후진을 양성하여 자체적으로 과학기술의 발전과 경제발전을 추진해 나갈 수가 있어. 그 점을 초미수 박사가 예리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이지. 그러니 이민성 장관 한상일 박사가 차기 수상이 되어 내각을 이끄는 것이 마땅한 것이야… “.
여당인 신세계당의 원내총무인 주기상은 역시 정치인이다. 그는 마음속 확신을 얻을 때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일단 모종의 결심을 하게 되자 그 추진력과 행동력이 남다른 것이다. 따라서 구정이 되기 전에 여권의 중진들을 일일이 만나 설득하고 2월말의 의원총회에서 정식으로 자신의 구상인 ‘원시환 대통령, 한상일 수상’의 안을 자세하게 설명하면서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의총이 비공개였기에 국민들에게 방송이나 영상으로 비추어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내용이 워낙 중요한 것이므로 대외비 내용이 솔솔 기자들에게 흘러 나가고 있다. 감을 잡은 기자들과 언론인들이 연일 여당에서 ‘원시환 대통령, 한상일 수상’의 구상을 깊이 있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국민들의 반응을 조심스럽게 살피고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조합이 국민들에게 먹히고 있다; “국가안보도 든든하게 챙기고 과학기술인력의 확보로 경제발전도 계속 도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우리 강철공화국의 안전과 발전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것이니 ‘원시환 대통령, 한상일 수상’이 가장 좋은 정치적 해법이야. 그게 마음에 드는구만… “.
정작 당사자인 원시환 소장과 한상일 장관이 얼떨떨한 표정이다. 기자들이 몰려가서 연일 질문공세를 벌이고 있으니 말이다. ‘도대체 누가 나를 그 자리에 추천한 것일까?’ 심히 궁금하다. 하지만 당사자인 초미수 박사와 그 견해를 적극수용한 주기상 의원이 입을 꾹 다물고 있으니 그 출처를 도무지 알지 못한다.
그렇게 서기 2042년 선거의 해가 3월로 접어들고 있다. 그렇다면 제1야당인 반도제일당에서는 어떠한 구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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