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이민자20(손진길 소설)
서기 2042년 6월 1일 일요일부터 공식적으로 선거운동이 시작되고 있다. 그런데 국회의원 후보 등록상황을 살펴보면 전국 200개의 지역구에 전부 후보를 낸 정당이 2개이다.
여당인 신세계당과 제1야당인 반도제일당이다. 그 밖에 일부 지역에서 후보를 내고 있는 정당들이 많이 있는데 그 가운데 전국적으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정당이 하나 있다. 그 이름이 우주개발당이다.
4년전 곧 서기 2038년 8월 8일에 시행이 된 최초의 총선에서 장원준과 초한수가 손을 잡고 만든 신세계당이 전체 200석 가운데 140석을 차지하는 대승을 거두었다. 그리고 제1야당이 된 반도제일당이 60석을 차지했다. 그 밖에 작은 지역정당이 상당수 있었지만 전국적으로 득표율이 3%이상이 되지 못하여 전부 사라지고 말았다.
그런데 4년이 지나 제2대 총선을 치루기 위하여 각 정당의 후보자를 서기 2042년 5월 15일 목요일까지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등록을 받았는데 그 결과 역시 지역정당들의 후보자들이 많이 등록을 했다;
그런데 거대 양당을 제외하고 전국적으로 상당수의 후보자를 공천하여 선관위에 등록하고 있는 정당이 하나 나타났는데 그것이 이름하여 우주개발당이다. 우주개발당의 중앙당 주소지가 강철공화국 허리부분의 동쪽 끝에 자리를 잡고 있는 동주이다.
그런데 당대표의 이름이 허정만이다. 허정만은 일찍이 한국에서 우주개발업체인 ‘코코’(KOCO)를 설립하여 경영했던 인물이다. 그가 한국정부의 의뢰를 받아 람다행성의 개발에 참여하여 큰돈을 벌었다. 이제는 람다 반도의 동주에 근거지를 두고서 행성 시그마에 대한 탐사와 개발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강철공화국의 장원준 대통령과 초한수 수상이 지난 4년간 허정만의 주장을 적극 수용하지를 못했다. 그 이유는 우선 람다 반도에 자리를 잡고 있는 강철공화국의 안보를 든든하게 하는 한편 계속 지구행성에서 과학자와 기술자를 점수제 이민자로 받아들여 람다 반도를 개발하는데 바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허정만의 관심분야가 아니다. 그는 람다 행성을 벗어나서 은하계의 다른 태양계에 존재하고 있는 행성 가운데 특히 시그마 행성을 개발하는 그 일이 우선이다. 허정만이 오미크론 행성보다 시그마 행성을 선호하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한마디로, 허정만의 코코 회사가 탐사한 바에 의하면 오미크론 행성보다는 시그마 행성이 더 사람이 살 만한 대기권을 만드는데 있어서 기술적으로 쉽고 더욱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허정만은 자신이 경영하고 있는 ‘코코’의 재력만으로는 시그마 행성의 개발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장원준 대통령과 초한수 수상에게 강철공화국 정부가 자신과 함께 그 일을 공동으로 추진하자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대답은 언제나 똑 같다.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그들이 4년 더 연임한다면 허정만은 제2기 정부에 대하여 설득을 계속하려고 했다. 그러나 두사람이 함께 은퇴를 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니 허정만에게 남은 방법은 그가 정당을 만들어 강철공화국이 시그마 행성의 개발에 적극 나서도록 만드는 것이 최선이다.
그는 적극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행동하는 사업가이기에 당장 ‘우주개발당’을 창당하고 자신의 사업체가 있는 동주에 중앙당의 주소를 둔 것이다. 그리고 이번 총선에서 기필코 제3당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전략을 세웠다;
그 전략이 바로 전국적으로 국회의원 후보를 공천하고 선관위에 등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의 우주개발당에서는 동주 지역을 중심으로 하여 무려 120군데에서 후보자를 냈다. 그들 가운데 대부분은 양당에서 후보자 공천경쟁을 했으나 탈락한 인물들이다.
허정만은 후보자 등록 상황을 두고 보면 제3당의 대표이다. 그러므로 만약 자신이 창당한 우주개발당이 다수정당이 된다고 하면 수상이라도 될 수가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 3분의 2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 대통령이 될 수는 없다.
그에 따라 총선이지만 사실은 대선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이번 선거운동에서는 여당에서 내정한 대통령 후보 원시환과 수상 후보 한상일이 전국을 순회하면서 여당 후보들의 선거운동을 돕고 있다. 마찬가지로 제1야당에서는 대통령 후보 안흥국과 수상 후보 한세권이 전국을 돌면서 다른 국회의원 후보들의 선거운동을 돕기에 분주하다;
6월 1일 일요일부터 8월 6일 수요일까지 계속되고 있는 선거운동의 양상을 누구보다도 열심히 박인성 박사가 지켜보고 있다. 그 이유는 그가 안보센터의 제1국장이면서 개인적으로는 강철공화국의 정치판에 관심이 크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치학박사인 그의 전공분야 중의 하나가 정당과 선거 분야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주전공은 안보와 국제관계이다.
박인성 박사가 점검하고 있는 것은 다음 3가지이다;
첫째, 선거전을 치르고 있는 정당체계가 어떠한 것인가? 그것은 민주적인 정당체계인지 아니면 비민주적인 정당체계인지를 따지는 것이다. 민주적인 정당체계가 되자면 무엇보다도 전국정당, 정책대결, 그리고 국민투표에 따라 평화적으로 정권교체가 가능한 정당들이어야 한다.
둘째, 선거운동이 선진적인 모습인지 아니면 후진적인 모습인지를 살피고 있다. 선진적인 정책대결은 나라발전에 플러스로서 작용하지만 후진적인 모습은 정책경쟁의 모습이 사라지고 그 대신에 서로 헐뜯으며 네거티브 공격을 일삼는 것이다. 따라서 선거 후에 국가적으로 그 후유증이 심각한 것이다.
셋째, 전국적인 정당인지 아니면 일부 지역에 국한되고 있는 정당인지를 살핀다. 그 점은 정당으로 살아남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 3% 득표의 문턱을 여러 소수정당들이 과연 넘어설 수 있을 것인지에 관심을 가지고 선거운동을 살펴보는 것이다.
박인성 박사가 그러한 전문가의 식견을 가지고 두 달 남짓 진행된 선거운동을 살펴본 결과 강철공화국은 역시 양당 사이의 경쟁구조가 두드러지고 있다. 여당인 신세계당과 제1야당인 반도제일당 가운데 어느 정당이 과반수의 의석을 차지하느냐?는 것이 주요관심사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허정만 사장이 급조한 우주개발당이 의외로 선전하고 있다. 그 이유가 두가지라고 박인성 박사가 생각한다;
하나는, 강철공화국에 투자이민자로 들어온 100만명 가운데 더 큰 이익을 노리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제 안정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강철공화국보다는 다른 행성을 개발하여 더 큰 모험적인 이익을 얻으려고 한다. 그러므로 우주개발당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또 하나는, 점수제 이민자로 들어온 사람들 가운데 청운의 꿈을 간직하고 있는 젊은 세대들이 많이 있다. 그들은 강철공화국에 안주하는 것보다는 시그마 행성 개발에 한번 참여하고 싶은 것이다. 그곳을 개발하여 새로운 공화국을 만들고 자신의 더 큰 꿈을 그곳에서 실현하고 싶다. 그러므로 우주개발당에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와 같이 분석하고 있는데 박인성 박사가 8월 8일 실시된 총선의 결과를 보니 역시 그러하다. 여당인 신세계당이 20개의 의석을 잃어버리고 있는데 그것을 제3당인 우주개발당이 모조리 차지하고 만 것이다. 그리고 제1야당인 반도제일당은 본전치기를 하고 있다. 기존 60개의 의석을 유지하는데 그치고 있는 것이다.
총선의 결과가 그와 같이 나타나자 신세계당의 대통령 후보인 원시환이 바쁘다. 우주개발당의 당수인 허정만을 찾아가서 자신을 지지하여 달라고 읍소하기에 여념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사업경력이 대단한 허정만 당수를 설득하는 것이 쉽지가 아니하다.
그리고 허정만 당수가 내걸고 있는 엄청난 조건이 하나 있다. 그것은 원시환이 대통령이 되도록 협조를 해주면 그 반대급부를 달라고 하는 것이다. 더구나 문서로 작성하여 사인을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원시환이 난색을 표하면서도 어쩔 도리가 없어서 한상일 수상 후보와 상의한다.
한상일은 자신을 당수로 밀어준 원내총무 주기상과 상의를 하게 된다. 그런데 뜻밖에도 주기상이 쾌히 그것에 대하여 찬성을 하고 있다. 어째서 그러한 것일까? 그것은 주기상이 친구인 초미수 안보센터의 소장과 상의하여 그러한 결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주기상의 의뢰를 받은 초미수가 은밀하게 후배인 박인성 박사에게 그 문제에 대하여 의논하면서 박 박사의 견해를 듣고자 한다. 그러자 박 박사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는 것이다;
먼저 박 박사는 허정만 당수가 요구하고 있는 문서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파악하고 있다; “허정만 당수는 이번에 원시환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데 추가로 필요한 14표를 지원한다. 그 대신에 원시환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재임 4년 동안 시그마 행성의 개발에 필요한 모든 국가적인 지원을 한다. 구체적으로, 국책사업의 하나로 삼고 적극 재정적 인적 지원을 해야 한다. 만약 약속을 어길 경우에는 본 협약서를 공개하고 하야를 요구할 것이다”.
그 가운데 주 내용이 시그마 행성의 개발을 강철공화국의 국책사업의 하나로 삼고 적극적으로 국가가 지원하는 것이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그 사안은 우주개발당에서 요구하지 아니한다고 하더라도 강철공화국이 이제는 적극적으로 추진하여야 하는 것이다;
강철공화국이 지속적인 국가발전을 위해서는 우주개발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람다 행성에서는 영토확장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따라서 우주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것이 사실은 강철공화국의 안보문제와 직결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주개발당과 손을 잡는 것은 국가적으로 전혀 문제가 될 소지가 없다는 논리이다.
그 말을 듣자 초미수 소장이 ‘허허’라고 웃는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그렇군. 이제 우리 강철공화국이 시그마 우주개발에 나서야 할 시점이 맞아. 언제까지나 람다 섬의 고다왕국과의 안보문제에 매달려 있을 수는 없지. 우리가 시그마 행성을 먼저 차지하게 되면 고다왕국은 우리를 넘볼 수가 없게 될 테니까 말야, 하하하… “.
그 말을 듣자 박인성 박사가 역시 웃으면서 응답한다; “제가 하고 싶은 말씀을 선배님이 벌써 아시고 그렇게 시원하게 말씀하고 계시는 군요. 그렇습니다. 우리 강철공화국이 장차 힘들게 람다 섬을 합병하는 것보다는 시그마 행성을 개발하여 그곳에 제2의 강철공화국을 건설하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그렇게 정리를 하시지요, 하하하… “.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하여 앞으로 4년 동안 안보센터를 운영하는 새로운 목표가 정해지고 있다. 그것을 다음과 같이 나중에 내부적으로 규정하게 되는 것이다; “시그마 행성을 개발하고 그곳에 제2의 강철공화국을 세워 군사적인 위협에 공동대응을 하고자 한다. 그것이 강철공화국의 안보를 가장 확실하게 지켜 나가는 방법이다”;
원시환은 한상일 당수가 시원하게 찬성하고 있으므로 허정만이 내밀고 있는 협약서에 사인한다. 그 결과 8월 14일 목요일 제2대 국회가 개원하고 곧바로 실시한 투표에서 무난하게 제2대 대통령으로 당선이 된다. 무려 70퍼센트 곧 140표의 찬성으로 넉넉하게 제2대 강철공화국의 대통령으로 선출이 된 것이다.
한상일 수상 후보는 여당의 의석이 60퍼센트나 되기에 과반수 득표는 벌써 넘고 있다. 따라서 신세계당의 당수이면서 동시에 강철공화국의 제2대 수상이 된다. 그 결과 서기 2042년 8월 15일 금요일에 제2기 강철공화국이 출범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가안보센터의 제1국장인 박인성 박사는 앞으로 4년 동안 어떤 일을 수행하게 되는 것일까?...
'행성이민자(손진길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행성이민자22(손진길 소설) (0) | 2022.02.14 |
---|---|
행성이민자21(손진길 소설) (0) | 2022.02.13 |
행성이민자19(손진길 소설) (0) | 2022.02.11 |
행성이민자18(손진길 소설) (0) | 2022.02.10 |
행성이민자17(손진길 소설) (0) | 2022.0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