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이민자17(손진길 소설)
5. 선거의 계절 강철공화국의 풍경
서기 2042년 1월 3일 금요일 저녁에 박인성 박사의 가족은 한성에 있는 집으로 돌아온다. 새해 첫날에 박인성 박사 가족은 선배인 초미수 박사의 초청으로 초한수 수상의 집에 세배를 갔다. 그곳에서 놀랍게도 멀리 동래에서 상경한 천재과학자 조연우 박사의 가족을 만났다.
박인성은 대학 1학년 때의 친구인 조연우를 만나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알고 보니 조연우는 처가에 세배를 온 것이다. 왜냐하면 그의 아내인 초혜련 박사가 초한수 수상의 딸이며 초미수 박사의 여동생이기 때문이다.
세배도 하고 점심식사도 끝나자 조연우 가족이 모두를 동래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초청한다. 따라서 박인성 박사의 가족은 초미수 박사의 가족과 함께 강철공화국의 남동쪽 끝에 자리잡고 있는 해안도시 동래에 가서 3일간 조연우 박사의 가족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상경한 것이다.
그들이 동래에 머무르고 있는 3일간 강철공화국의 수도인 한성에서는 정치인들이 장원준 대통령과 초한수 수상의 집을 방문하여 새해인사를 나누면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들 정치인의 주요관심사가 새해 8월 8일 금요일에 있게 되는 총선거이다;
4년전 서기 2038년 8월 8일에 람다 반도에서는 주민들이 총선거를 통하여 제헌국회를 구성했다. 그리고 제헌국회에서 마련한 헌법을 8월 14일에 주민투표로 확정하고 제헌의원 200명이 그대로 제1대 국회의원이 되어 국회에서 대통령과 수상을 선출했다;
그 결과 장원준 대통령과 초한수 수상이 정부를 구성하고 다음날 8월 15일 일요일에 정부수립을 선포한 것이다.
그런데 헌법에 따라 대통령과 수상을 선출한 방법이 특이하다. 대통령의 경우에는 국회에서 3분의2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하고 수상의 경우에는 과반수 의석을 얻은 다수당에서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초대대통령은 장원준 의원이 당선되었다. 그는 람다 반도에 공화국을 건설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공헌을 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일찍이 사업가로 이름을 날린 그는 정계에 뛰어 들어서도 승승장구했다. 장원준은 사업수완이 좋았을 뿐만 아니라 정치를 읽는 눈도 밝았기 때문이다;
집권여당의 원내총무를 지내고 3군데 장관자리를 지낸 후 그는 63세에 벌써 정계에서 은퇴를 했다. 그러했던 장원준이 갑자기 64세가 되는 그 다음해 곧 서기 2034년에 람다 행성으로 이민을 떠나온 것이다. 람다 반도에 최초의 투자이민자로 들어온 그는 한국정부와 협력하여 한성 지역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장원준이 한성지역 개발계획을 자신의 뒤를 이어 엄청 들어오고 있는 투자이민자들에게 설명하고 대규모 투자자금을 펀드로 조성했다. 그 다음에 한국에서 건설업체와 산업체를 끌어들였다. 장원준의 아이디어는 한국의 기업들을 아예 람다 반도로 단체이민을 오게 하고 그들에게 그가 만든 펀드로 한성지역의 개발일을 시킨 것이다.
게다가 람다 반도에서 만든 제품이 한국시장에서 인기를 얻자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스스로 앞다투어 생산기지를 람다 반도로 옮기는 붐이 불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한국정부는 이민을 가는 기업체의 요청에 따라 람다 반도에 많은 수의 과학자와 기술자를 점수이민자로 보내기에 바빴다;
장원준의 놀라운 한성지역 개발방법이 일찍 람다 반도로 투자이민을 온 다른 인물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그에 따라 람다 반도에서는 전국적으로 200개의 도시가 개발되었다. 그 가운데 장원준이 개발한 한성의 규모가 가장 컸다. 그리고 그 위치도 반도의 중앙에서 약간 서쪽으로 벗어난 지역이며 대한강이 흐르고 있는 좋은 지역이다;
한국정부에서는 서기 2038년이 되자 장원준에게 람다 반도에 자치정부를 만들 수 있도록 협조를 부탁했다. 그에 따라 장원준은 전국적으로 200개의 도시를 개발하고 있는 대표자들을 소집하여 가칭 강철공화국을 탄생시키자고 주장했다. 그가 가칭 강철공화국이라고 말한 것은 람다 반도에서 생산되는 철광석으로 만든 강철이 재질이 뛰어나 지구행성에서 가장 인기가 높았기 때문이다.
장원준이 가칭으로 말한 그 이름이 서기 2038년 8월 8일에 구성이 된 제헌국회에서 그대로 공화국의 명칭으로 인정이 된 것이다. 그리고 제헌국회에서 만든 헌법이 8월 14일에 실시된 람다 반도 전체주민 투표에서 확정이 되자 그 다음날 제헌의원들이 전부 제1대 국회의원의 신분을 얻어 강철공화국의 대통령과 수상을 선출한 것이다.
당시 헌법규정에 따라 국회의원 3분의 2이상의 지지를 얻은 장원준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제1당 신세계당의 당수인 초한수가 과반수 득표로 초대수상이 된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 있을 때부터 장원준과 초한수는 정치적인 파트너였으며 나이는 장원준이 2살 많았다.
그런데 묘하게도 장원준의 딸 장수미가 한국의 명문대학에서 동기생인 초미수와 사귀었는데 알고 보니 초미수가 바로 초한수의 아들이었다. 그러한 인연으로 사실은 장원준과 초한수는 사돈간이 되고 말았다. 그때부터 두 사람은 한국에서 정치적인 동지로 그 연대감이 더욱 깊어진 것이다;
그 인연이 모두가 람다 반도로 이민을 와서도 지속이 되고 있다. 강철공화국의 최초의 대통령으로 장원준이 당선되고 초대수상으로 초한수가 선출되었기 때문이다. 두사람이 지난 4년간 강철공화국의 발전을 위하여 노력한 결과 공화국은 비약적이고도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4년이 흘러 서기 2042년이 되자 새해벽두부터 정치인들의 화두는 8월 총선이다. 그들은 장원준 대통령의 연세가 한국나이로 72세이고 초한수 수상이 70세라는 적지 아니한 나이를 생각하여 그 뒤를 이을 수 있는 정계인물을 찾아내고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강철공화국의 역사가 일천하여 그것이 그렇게 쉽지가 않다.
정계인사들의 대체적인 생각은 장원준 대통령과 초한수 수상이 한번 더 그 직을 맡아 주기를 바라고 있다. 따라서 새해인사를 하면서 두 사람의 의향을 슬며시 떠보고 있다. 그러자 장원준 대통령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나는 일찍 물러나는 것을 좋아합니다. 한국에서도 일찍 원내총무를 지내고 63세에 벌써 장관직까지 내려놓은 사람입니다. 그러니 이제는 우리들도 새로운 인재를 발굴하여 공화국을 더욱 발전시켜야 합니다… “.
초한수 수상을 방문하여 그 의사를 떠보니 장원준 대통령의 견해와 별로 다르지가 않다. 따라서 다수당인 신세계당에서는 은밀하게 연초부터 새로운 인물을 찾기에 나서고 있다. 한국에서부터 정치적인 경륜을 지니고 이곳 람다 반도로 이민을 온 사람 중에 누가 좋을까? 그러한 인물이 지금 공화국 정계에 혹시 발을 붙이고 있지는 않을까?...
정치인들의 귀는 밝다. 여당인 신세계당에서 그러한 논의가 은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제1야당인 반도제일당에서도 눈치를 채고 있다. 그 사실을 간파한 반도제일당의 당수 안흥국이 당의 중진회의에서 다음과 같이 발언한다; “신세계당 간부들이 장원준 대통령과 초한수 수상에게 연임의사를 타진하고 있지만 그 반응이 별로 인 모양입니다. 두 사람은 중년층에서 공화국의 지도자들이 나타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저도 그런 생각입니다… “.
당수 안흥국이 그렇게 말끝을 흐리고 있는 이유가 두가지이다; 하나는, 자신의 나이도 65세나 되기에 중년이라고 보기에는 많은 셈이다. 또 하나는, 당내에 그러한 적임자가 과연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당 원내총무를 맡고 있는 소장파 의원 강영찬이 슬며시 나서고 있다.
강의원의 발언요지가 다음과 같다; “새 술은 새 부대라는 말이 있지요. 우리 강철공화국이 한국정부의 도움으로 최초의 자치정부를 구성한 4년전하고 지금은 그 사정이 다르지요. 이제는 한국정부의 도움이 없어도 우리의 힘으로 능히 새 정부를 구성하고 공화국의 발전을 계속할 수가 있어요. 그러므로… “.
강영찬 의원이 좌중을 한번 둘러보니 반응이 나쁘지가 않다. 따라서 이어서 말한다; “한국에서의 정치 경륜을 과대하게 평가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이곳 람다 반도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 젊은 지도자를 발굴하여 우리의 간판스타로 내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
그 말을 듣자 당수 안흥국이 가벼운 신음소리를 자신도 모르고 흘리면서 말한다; “과연 젊은 의원 가운데 그러한 비전과 실력을 갖춘 인물이 있을까요? 여당인 신세계당에서 중진을 내세울 것인데 우리는 소장파를 내세운다면 승산이 있을까요?... “.
안흥국 당수의 말은 여당에서 중진을 내세울 가능성이 크므로 우리 제1야당에서도 비중이 있는 당수가 차기 대통령 후보로 나서는 것이 합당하지 않겠느냐?는 의사를 슬며시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 점을 알아채고서 원내총무 강영찬 옆에 앉아 있던 부총무 한세권이 슬며시 나서고 있다.
한세권의 첫마디가 다음과 같다; “우리 당에서 먼저 젊은 세대로 물갈이를 하겠다고 나서면 여당내에서도 그에 걸맞는 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저는 봅니다. 아무리 보수정당인 신세계당이라고 하더라도 시대적인 변화를 읽지 못하면 표를 잃고 말아요. 왜냐하면… “;
나이가 40대인 한세권은 보기보다 신중한 인물이다. 잠시 말을 끊고서 좌중의 반응을 세심하게 살피면서 그 반응이 괜찮은 것을 보고서 자신의 주장에 대하여 천천히 근거를 제시한다; “지금 우리 강철공화국에는 한해 100만명의 새로운 이민자가 들어오고 있어요. 그들은 대부분 젊은 과학자와 기술자들입니다. 그들의 입맛에 맞는 정치인은 소장파가 맞지요… “.
그 말을 듣자 원내총무 강영찬은 괜히 기분이 좋다. 부총무 한세권이 자기를 지지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이번 기회에 한번 제1야당의 당수인 자신이 대통령 후보로 나서 보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안흥국은 자기도 모르게 이마를 찌푸리고 있다.
그런데 그들의 내심과는 다른 부총무 한세권의 말이 들려온다; “새 술은 새 부대라는 말은 50대 이상의 정치인들에게는 적합하지 않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젊은 층을 대변할 수 있는 소장파 30대와 40대에게 어울리는 말이지요. 사실 우리 공화국에서는 연령층으로 보아 젊은 30대와 40대의 이민자가 대다수입니다. 그러니 저는 과감하게 ‘40대 기수론’을 주장하고 싶습니다… “;
쇼킹한 발언이다. 따라서 좌중에 앉아 있는 50대 이상의 대부분의 당 중진들의 안색이 변하고 있다. 게다가 은근히 좋아하고 있던 원내총무 강영찬마저 인상이 굳어지고 있다. 그러기나 말기나 자신의 할 말을 다하고 있는 한세권이다. 과연 강철공화국의 정국이 한세권의 말과 같이 앞으로 전면적인 물갈이로 흘러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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