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이민자(손진길 소설)

행성이민자14(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2. 2. 5. 08:28

행성이민자14(손진길 소설)

 

4. 람다 반도 강철공화국의 선진 문명

 

박인성 박사가 조용히 눈을 뜨고서 아내 배설란 박사와 아들 박성주에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시작한다; “현재 우리 강철공화국이 자랑하고 있는 우주적인 발명품이 세가지 있지요; 첫째가, 가장 빠르고 저장용량이 어마어마한 생체형 반도체이지요. 둘째가, IT의 첨단을 달리고 있는 소위 토시형 컴퓨터 겸 모발폰이고요. 셋째가, 저장용량이 엄청난 축전지이지요. 그런데… “.

잠시 숨을 쉬고서 박인성 박사가 이어서 말한다; “생체형 반도체를 개발한 한국사람이 한일구 박사이지요. 그리고 토시형 다용도 컴퓨터를 개발한 인물이 상하정 박사이고요. 마지막으로 보통 축전지의 용량을 두배로 늘린 기적의 축전지를 개발한 사람이 조연우 박사이지요. 3사람이 사실은 6년전에 한국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어요. 그 이름을 이제서야 여기서 다시 듣게 되는 군요. 그것 참… “;

 

그 말을 듣자 배설란 박사가 ‘아’하면서 말한다; “그렇군요, 3사람의 성을 모두 합하면 신기하게도 한상조 박사가 맞군요. 그러니까 한상조 박사라는 인물은 그 3박사의 합성을 말하고 있는 일종의 ‘joint title’이군요. 그 이름으로 우주적인 특허를 신청해 놓으면 3사람이 전부 사인을 해야 비로소 권리변동이 가능해지겠군요. 그것 참 좋은 아이디어이네요… “;

조용히 부모님의 추리를 옆에서 듣고 있던 박성주가 신이 나서 말한다; “이제야 알겠어요. 3명의 과학자가 오늘날 강철공화국의 과학기술을 전 우주적인 첨단으로 발전시킨 공로자들이군요. 그러니 그저 편하게 한상조 박사라고 한꺼번에 3사람을 한사람처럼 부르는 것이 더 낫겠어요. 저도 장차 그러한 인물이 되고 싶어요… “;

 

아들 박성주의 눈이 반짝이고 있다. 그 순간 부모인 박인성과 배설란은 하나뿐인 아들 성주가 장차 그러한 뛰어난 과학자가 되어 강철공화국의 앞날을 더욱 밝혀 주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그러한 좋은 이야기가 있고 나자 박인성 박사는 자기 가족이 살고 있는 강철공화국에 대하여 좀더 깊이 있게 살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따라서 그가 서기 2041년 연말에 남들처럼 여행을 떠나지 아니하고 집에서 인터넷으로 여러가지 자료를 검색하고 있다.

그가 먼저 찾아보고자 하는 것이 강철공화국과 통일한국 사이를 오가고 있는 초광속 루프운반체의 수송물량이다. 분명히 루프운반체는 24시간 지구의 한국에서 람다 행성의 강철공화국으로 이민자를 실어 나르기에 바쁘다;

그런데 이민자가 이민국가로 입국할 때에는 반드시 루프운반체를 편도티켓으로 이용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이민국가에 정착하여 살겠다는 의사표시를 일단 왕복티켓을 사용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민자가 이민국가에 완전히 정착한 것으로 보이면 그때서야 조국으로 왕복여행이 가능하도록 여행비자를 발급하고 있다. 그렇지만 람다행성 강철공화국으로 이민 온 사람들이 지구행성의 고향으로 여행하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가 못하다. 그 이유가 두가지이다;

하나는, 행성이민이라고 하는 것이 삶의 터전을 완전히 옮기는 것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람다 행성으로 이주한 사람들은 실제로 지구 행성에서의 삶을 완전히 정리한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

또 하나는, 행성 사이를 오가는 초광속 루프운반체를 이용한다는 것이 엄청난 고가이기 때문이다. 람다 행성에서는 정책적으로 사람들이 루프운반체를 이용하는 경우 1인당 5천불의 요금을 내도록 정하고 있다. 사실 그 요금은 굉장히 비싼 것이다. 왜 그와 같이 높은 요금을 매기고 있는 것일까?... ;

 

박인성 박사가 그 점을 파악해본 결과가 다음과 같다;

첫째, 초광속 루프운반체가 아니면 1시간 이내에 행성여행을 하는 것이 도저히 불가능하다. 따라서 그 운반체의 개발자에게 주는 로열티가 1인당 1천불이나 된다;

 

둘째, 한번 루프운반체를 초광속으로 가속시키고 정밀하게 초광속의 세계에서 운반체를 조종하여 나중에 광속의 세계로 다시 진입시키는데 있어서 에너지 소비 및 기술적인 경비가 많이 들고 있다. 그것이 대체로 1인당 1천불 정도이다.

셋째, 기타 루프운반체의 감가상각과 세금 그리고 승무원의 임금 등 회사운영비가 존재하는데 그것이 모두 합하여 1인당 5백불 정도이다;

 

 결국 실제경비보다 승객에게 2배의 바가지 요금을 물리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람다행성에서 생산한 물품을 지구행성으로 더 많이 저렴하게 수출하기 위하여 요청되고 있는 불가피한 조치이다. 아주 쉽게 말하자면, 물품 수출의 요금을 전부 승객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행성 간의 무역이라고 하는 것이 정상적인 요금을 부과하게 되면 거의 성사되기 어렵다. 그 많은 운반비용을 물고서 어떻게 다른 행성에 수출하여 그곳에서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어려운 이야기이다.

따라서 그 요금을 정책적으로 아주 싸게 매기고 있다. 그런데 초광속 루프운반체 운행회사가 자국의 수출품에 대하여 그렇게 싸게 요금을 받아도 되는 이유가 또 하나 있다. 그것이 무엇일까?...

사실 그들은 수많은 이민자를 편도티켓으로 지구에서 람다로 실어 나르고 있기에 강철공화국에서 지구의 한국으로 갈 때에는 별로 승객이 없다. 따라서 승객 대신에 많은 수출물량을 저렴한 요금으로 한국에 실어 나르고 있는 것이다.

어차피 루프운반체는 람다행성의 한성에서 지구행성의 서울로 되돌아가서 이민자를 다시 데리고 와야 한다. 요컨대, 승객이 없더라도 무조건 운반체는 운행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텅텅 비어서 그냥 가는 것보다는 수출 물량이라도 싸게 실어 나르는 편이 낫다. 그것이 람다 행성에서 지구 행성으로 수출품이 싸게 운반되고 있는 또 하나의 요인인 것이다.

거기까지 강철공화국의 정책을 파악한 박인성 박사가 차제에 한가지 생각을 더하고 있다; “그 방법을 사용하게 되면 반대로 한국에서 강철공화국으로 수입하는 물품에 대해서는 엄청난 운반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

 

 박인성 박사가 미소를 띄면서 혼자서 고개를 끄떡인다; “람다행성으로 들어오는 루프운반체에는 언제나 이민자로 만원이기에 별도로 화물을 실을 여유가 없다. 그러므로 강철공화국은 지구행성에서의 수입을 억제하게 되는 효과를 자연히 누리고 있는 것이다. 그것 참 좋은 정책이구만… “.

박인성 박사의 생각이 한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 “사실 지구인이 엄청난 비용을 들여서  다른 행성을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으로 개발한 이유가 그것이다. 지구에 넘쳐나고 있는 인구를 다른 행성으로 보내는 한편 그곳의 자원을 개발하여 지구에서 사용하고자 하는 것이지;

 

 그러니 행성개발 목적에 맞는 정책을 람다행성에서 시행하고 있는 셈이야… “.

박인성 박사가 연말 휴가를 맞이하여 오붓하게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나름대로 강철공화국에 대한 자료조사를 계속하고 있는데 갑자기 이웃에 살고 있는 선배 초미수 박사로부터 연락이 온다; “새해가 되면 우리들은 어른에게 세배를 드리고 나서 간단하게 여행을 떠나고 있어요. 금년에는 박 박사 가족이 우리와 함께 여행하면 좋겠는데박 박사 생각은 어때요?... “.

그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아들 박성주가 단번에 좋다고 야단이다. 그 모습을 보더니 아내 배 박사가 고개를 끄떡인다. 따라서 박인성 박사가 즉시 대답한다; “가족들이 모두 찬성입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선배님… “.

그에 따라 뜻밖에 박인성 가족이 초미수 선배의 가족과 함께 강철공화국의 수상관저로 가서 초한수 수상 부부에게 세배를 드리게 된다. 새해 들어 69세가 된 초한수 수상은 여전히 정정하다. 하기야 평균수명 100세를 넘기고 있는 시대이므로 그러하다. 그 옆에는 프랑스계 미국인 출신의 부인 레아 여사가 자상하게 웃으며 항상 남편을 내조하고 있다;

그날 함께 초 수상 내외에게 세배를 드린 가족이 더 있다. 멀리 람다 반도 남부에서 상경한 초미수 박사의 여동생 가족이다. 그 여동생이 초혜란 박사인데 오빠인 초미수 박사보다 5살 연하이다. 동갑인 남편이 함께 와서 장인 장모에게 세배를 드리고 있는데 그 이름이 조연우 박사이다. 그들 부부 사이에 딸이 하나 있는데 그 나이가 박성주보다 2살이 적은 조하은이다.

그날 세배를 끝내고 함께 점심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박인성 박사 가족이 깜짝 놀라고 있다. 초미수 선배가 다음과 같이 여동생 가족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 여동생 초혜란은 전자공학박사이고 그 남편 조연우는 전기공학박사이지. 벌써 6년이 지났지만 일찍 한국에서 이곳으로 이민을 왔어요. 당시 조박사가 발명한 축전지가 최첨단이어서 너무 세상이 시끄러웠거든. 그래서 조용히 이곳으로 이민을 온 것이야… “;

 

박인성 박사가 그 말을 듣자 얼른 조연우 박사에게 말한다; “이거 교양과정부 기독학생회에서 만난 조연우를 여기서 다시 만나게 되는 군요. 나는 당시 문리대 정치외교학과 1학년이었던 박인성입니다. 제가 기억하기로 그때 조박사는 공대 전기공학과 1학년이었지요. 1년간 기독학생회에서 함께 임원으로 일했는데 기억을 하세요?... “.

그 말에 조연우 박사가 웃으면서 대답한다; “함께 1년간이나 동아리 활동을 같이 했는데 어떻게 내가 모르겠어요. 잘 알고 있지요, 박인성 박사님. 사실 오늘 처가에 오면서 박인성 박사를 만나고 싶어서 내가 미리 큰 처남 초미수 박사에게 청을 했답니다. 같이 데리고 세배를 오라고요, 하하하… “.

그 말을 듣자 박인성이 조연우와 악수를 하다가 드디어 포옹을 한다. 조연우도 너무나 반가워서 박인성 박사를 힘껏 포옹하고 있다. 그 모습을 보더니 모두들 박수를 치고 있다. 그때 초한수 수상이 하하라고 웃으면서 말한다; “한국의 인재는 우리 강철공화국이 모두 끌어 모으고 있는 것 같아요. 내가 아들과 사위를 통해서 진작에 박인성 박사에 대해서도 그 학력과 경력을 모두 듣고 있었거든요, 하하하… “.

그 말에 박인성 박사가 자신의 머리를 긁적이고 있다. 그때 배설란 박사가 반갑게 초혜란 박사에게 인사를 한다; “언니, 제가 과학고등학교 2년 후배인 배설란이예요. 대학 때는 서로 전공이 달라서 인사를 못 드렸네요… “. 초혜란이 즉시 대답한다; “유전공학을 전공한 배설란 박사를 왜 모르겠어요. 과학고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보인 뛰어난 후배였지요, 배 박사는… “.

그 말에 얼굴을 살짝 붉히면서 배설란이 말한다; “그것은 언니 이야기 같아요. 남학생들을 제치고 전교수석을 하였기에 당시 학교가 떠들썩하지 않았어요? 그 성적을 가지고 전자공학을 공부하겠다고 공대로 진학을 했고요... 저는 나중에 문리대 생물학과로 진학했어요. 그리고 문리대 캠퍼스에서 정치외교학 전공인 2년 선배 지금의 남편을 만났답니다… “.

그 말을 듣자 초혜란이 기분 좋게 웃으면서 말한다; “나는 아예 공대 캠퍼스에서 같은 학년이었던 조 박사를 남편으로 만났지요. 그러고 보니 우리 모두 캠퍼스 커플들이었군요. 호호호… “;

 

그날 그렇게 분위기가 무르익자 초미수 박사가 기어코 한마디를 한다; “우리 이렇게 만났으니 차제에 조박사가 살고 있는 남쪽 휴양도시 동래로 가서 겨울바다 구경을 하는 것이 어때요? 그곳 경치가 참으로 좋답니다… “.

모두들 찬성이다. 그들 3가족이 우연히 함께 겨울여행을 하게 된다. 초한수 수상 부부는 새해에 인사를 올 사람들이 많아서 동행하지를 못하고 있다. 그곳에서 박인성 박사 가족은 무엇을 보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