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이민자13(손진길 소설)
그날 회담석상에서 고노 수상은 강 대통령의 추궁에 진땀을 흘린다. 국빈방문중인 외국의 원수에게 초소형 드론으로 은밀하게 신경가스를 발사하는 행위는 전 우주적인 비난을 면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 말에 노회한 고노 수상은 테러의 배후를 신속하게 추적하고 있지만 아직 고다왕국의 소행이라는 그 어떠한 증거도 확보하지 못했다고 궁색하게 변명하고 있다. 그러나 강철민 대통령은 비록 고다왕국 구성원의 소행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 증거가 아직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것으로 테러의 책임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 이유는 테러의 발생지역이 고다왕국의 수도인 아스카이니 만큼 국빈에 대한 경호와 보안의 책임을 다해야 하는데 그것을 해태하거나 방조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 점 때문에 고노 수상은 강철민 대통령에게 심심한 유감의 뜻을 표하고 있다. 그리고 강 대통령이 내민 합의문 초안이 자신들의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재빨리 서명함으로써 마지막 회담을 끝마치고 있다.
사실 양국간에 합의하고 있는 내용은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그날 오후에 강철민 대통령과 고노 수상이 합의하여 발표한 내용 가운데 굵직한 것만 살펴보아도 다음과 같다;
첫째, 고다왕국은 통일한국이 매년 소비하는 금과 다이아몬드를 람다행성에서의 거래가로 제공한다. 그 방법은 물량을 강철공화국의 한성 루프 터미널로 옮겨주는 것이다. 대금은 통일한국이 강철은행을 통하여 즉시 지급한다. 그 방법은 고다왕국이 지구의 일본에 물건을 보내어 판매하는 경우에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더 나은 것이다. 왜냐하면, 일본에서 2배 이상 너무 많은 유통이익을 챙기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금일 테러를 자행한 자들을 발본색원하여 처벌한다. 그리고 입원중인 방문단과 기자단에 대해서는 고다왕국에서 책임지고 치료하며 정당한 보상조치를 실시한다. 그 조건은 거절할 명분이 사실 없는 것이다.
셋째, 고다왕국에서 요청한 한국군의 고다왕국 주둔에 대해서는 통일한국의 정부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검토한다. 일종의 상호방위조약의 체결을 전제로 하고 있는 고다왕국의 요청 사항이므로 통일한국으로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것이다.
그와 같은 합의문을 발표한 다음 강철민 대통령은 다음날 아침에 강철공화국에서 제공한 대통령 전용기 편으로 람다 대륙에 자리를 잡고 있는 노아연맹의 수도 카스아리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노아연맹의 그해 대통령인 찰스 버터필드의 영접을 받게 된다;
노아연맹은 람다 대륙에 존재하고 있는 12개의 민족국가가 형성하고 있는 하나의 연맹체이다. 애초에 미국정부가 드넓은 람다 대륙을 차지하고서 먼저 목초지와 농지를 개발한 다음 개발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하여 투자이민자를 모집하였는데 그때 지구의 여러 국가가 투자자로 나선 것이다.
미국정부는 투자금을 신속하게 회수하는 한편 큰 이익을 남기기 위하여 지구의 유라시아만큼 거대한 람다 대륙을 의도적으로 12조각으로 나누어 여러 국가에 하나씩 경쟁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구를 벗어나고자 하는 민족들이 자본을 모아서 하나씩 산 다음 비로소 람다 대륙으로 이민을 오게 된 것이다.
람다 대륙에 정착하게 된 민족들은 그 특징이 다음과 같다; 첫째, 목축업과 농업에 종사한 경험이 있다. 둘째, 지구에서 인구가 조밀한 지역에 살고 있던 민족들이다. 셋째, 미국정부가 책임을 지고서 람다 대륙의 안보를 지켜주겠다고 하기에 안심을 하고서 이주한 것이다.
미국정부는 그 약속을 지키고 있다. 그런데 그 방법이 자국에게도 이익이 되고 있는 방향이다. 먼저 12개 민족에게 자치정부를 구성하도록 한 다음에 그 대표자들의 모임에서 연맹정부를 만들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정부는 노아연맹의 대통령과 기본적으로 상호 호혜주의에 입각하여 그 의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노아연맹의 최고기관은 어디까지나 12개 자치정부에서 1명씩 내보낸 대표자 12명으로 구성되고 있는 연맹의회이다. 국가원수인 연맹의 대통령은 대표자 12명이 순서에 따라 1년씩 맡도록 되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연맹의 대통령이 수반이 되고 있는 연맹정부는 단지 외교권과 국방권만을 보유하고 있으며 기타 여러 자치정부가 관련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서는 연맹의회에서 다수결로 의결하도록 되어 있다.
그에 따라 미국정부의 입장에서는 단지 노아연맹의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미국이 자랑하고 있는 군사력과 국방산업을 수출하는데 있어서는 람다 대륙의 노아연맹이 아주 좋은 고객이다. 더구나 지구에서 부족한 식량을 한꺼번에 미국정부가 사들이기에는 노아연맹이 제격이다.
미국은 지구행성에서 으뜸가는 농산물수출국가이면서 동시에 세계의 곡물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식량메이저들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국가이다;
그러므로 지구에 식량을 팔자면 노아연맹 역시 미국정부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것이다.
요컨대, 노아연맹의 입장에서는 연맹정부가 람다 대륙의 국방을 책임져야 하는데 그 방법이 자국에서 생산한 곡물과 육류 그리고 유제품을 지구의 식량자원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미국정부에 신속하게 팔고 그 돈으로 최신 군사장비를 미국에서 구입하는 것이다.
그와 같이 노아연맹은 지구의 미국정부와 하나의 공동운명체처럼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노아연맹을 공식방문한 강철민 대통령 일행은 각별한 환대를 받고 있다. 통일한국이 미국의 주요한 우방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상회담도 아주 깔끔하게 우호적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점심식사를 끝내고 양국정상이 회담을 하였는데 그 결과가 오후 3시에 벌써 공동성명으로 발표가 되고 있다.
그 요지가 심히 간단하다; “양국은 상호이익을 증진하기 위하여 미국을 통하여 노아연맹이 지구에 판매하고 있는 식량을 통일한국에서 우선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동시에 노아연맹이 필요로 하고 있는 의료장비와 약품 등을 한국정부가 우선적으로 공급한다. 그리고 상호이해증진을 위하여 유학제도를 마련하여 실시한다”.
강철민 대통령 일행은 10월 18일 금요일 정오에 강철공화국의 장원준 대통령이 주최한 오찬을 마치자 그날 오후에 곧바로 한성 초광속 루프 터미널에서 지구로 향한다;
그날 오후 4시에 강 대통령 일행이 벌써 한국의 수도 서울에 도착하고 있는 것이다.
박인성 박사는 그들이 서울에 도착하여 발표하고 있는 내용 가운데 람다 반도의 강철공화국의 환대에 대하여 특히 감사한다는 언급을 듣고서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떡이고 있다. 그것으로 안보센터의 국장인 그의 책임을 상당히 벗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안보연구소의 권호영 부장이 감사의 인사를 모발폰으로 박인성 국장에게 전하고 있다. 그 내용을 박인성 박사가 초미수 부소장에게 보고한다. 초 부소장의 전언을 받은 원시환 소장도 고개를 끄떡이면서 만족을 표시하고 있다.
한편 고다왕국에서는 테러용의자를 특정하여 체포에 나섰지만 성공하지를 못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따라서 테러의 진원지가 어디인지도 밝히지 아니하고 있다. 다만 다친 사람들만 잘 치료하여 돌려보내고 만다. 그것을 보고서 박인성 박사는 고다왕국이 여전히 일본의 분리주의자들 그리고 그 옛날 정한론자들과 한통속임을 눈치채고 있다;
그렇게 그해 서기 2041년이 지나가고 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자 2주간의 장기 휴가가 실시된다. 그에 따라 박인성 박사는 가족들과 함께 오붓하게 지내는 시간이 많아진다. 모처럼 가족들과 소통하는 귀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때 박인성 박사는 아들 성주로부터 참으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게 된다. 박성주가 다음과 같이 말문을 열고 있는 것이다; “엄마 아빠, 우리 강철공화국(Republic of Steel)의 이름이 어째서 그렇게 작명이 되었는지 알고 계세요?... “. 두 사람이 고개를 갸웃한다. 금시초문이기 때문이다.
그러자 성주가 신이 나서 말한다; “그것은 람다 반도에 철광석이 많이 생산이 되어서 그렇게 정해진 거예요. 람다 섬에는 금광과 다이아몬드 광산이 많지만 이곳 람다 반도에는 철과 석탄 그리고 구리와 석유 매장량이 대단하지요. 그렇게 여러가지 광물자원이 풍성하기에 중공업이 발전하고 있어요… “;
부모님이 고개를 끄떡이는 것을 보고서 박성주가 더 중요한 이야기를 이어서 말한다; “그리고 강철공화국에는 과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인물이 있어요. 공화국에서 6년전에 최초의 특혜이민자로 불러온 한상조 박사가 그분인데요… 그가 최첨단의 반도체와 축전지를 개발한 당사자라고 해요. 그 덕분에 우리 강철공화국의 과학과 기술이 이 세상에서 최첨단을 달리고 있답니다… “;
놀라운 이야기이다. 그런데 1년 3개월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서울에서 오래 생활을 한 박인성 박사와 배설란 박사가 어째서 그러한 이야기를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한상조 박사라는 이름도 생소하다. 그것이 어떻게 된 일일까?...
한상조 박사가 그와 같은 불세출의 인물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유전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배설란 박사는 그에 대하여 이미 알고 있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완전히 베일에 가려 있는 인물이다. 그 점을 알 수가 없어서 배 박사가 고개를 갸웃하자 박인성 박사가 여러 번 눈을 감았다가 뜨고 있다. 그는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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