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이민자15(손진길 소설)
박인성 박사가 일전에 아들 성주의 이야기를 듣고서 한상조 박사라는 인물은 한일구 박사, 상하정 박사, 그리고 조연우 박사의 합성이름일 것이라고 추정을 했는데 그 이유는 놀라운 꿈의 축전지를 발명한 옛날 친구 조연우 박사에 대하여 그가 개인적으로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친구 조연우를 한국을 떠나 우연히 강철공화국에서 다시 만난 것이다. 얼마나 서로 반가워하는지 모른다. 지구도 아니고 람다 행성에서 다시 만난 것이니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함께 남쪽의 휴양도시 동래로 가는 길에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런데 조연우 박사가 사용하고 있는 플라잉카가 규모가 크고 최첨단이다. 마치 버스나 중형비행기와 같아서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탈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물위에 뛰어들더니 다음 순간 수면위에서 가속하여 마하의 속도로 빠르게 날고 있다. 그 특징이 소위 최신형의 위그선인 것이다;
강철공화국의 주민들이 교통수단으로 그러한 위그선 겸용 플라잉카를 선호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그들이 큰 강이 많고 3면이 바다인 람다 반도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차제에 람다 반도의 지리를 간단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람다 반도의 중부지역 약간 서편에 자리잡고 있는 공화국의 수도 한성에는 마치 한국의 서울처럼 큰 강이 하나 있는데 그 이름이 대(大)한강이다. 서울의 한강보다 강폭이 무려 3배나 넓고 수심이 깊으며 람다 반도의 허리를 관통하고 있기에 이름을 그렇게 ‘the great Han river’라고 지은 것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강철공화국을 동과 서로 양분하고 있는 강철산맥이 북에서 남으로 곧장 뻗어 내리고 있기에 그 수원지는 람다반도의 중앙에 자리를 잡고 있는 오대산이다. 그러므로 대한강은 중앙의 산맥 때문에 허리가 끊어져 있으며 엄밀하게 말하자면 동쪽의 동한강과 서쪽의 서한강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조금 상세하게 말하자면, 오대산에서 한성 방향 서편으로 흘러내려 결국 서해로 흘러 들어가고 있는 강의 이름이 서한강이고 그 반대로 오대산에서 발원하여 동쪽으로 흘러가서 끝내 동해로 들어가고 있는 강이 동한강인 것이다. 그 둘을 편의상 대(大)한강으로 부르고 있는 것이다.
둘째로, 오대산에서 발원하여 북서쪽으로 비스듬히 흘러내리고 있는 강이 있는데 그 이름이 북한강이다. 반대로 남동쪽으로 흘러가고 있는 강의 이름이 남한강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람다 대륙과 반도를 구별하고 있는 것이 동강과 서강인데 그 수원지가 중심에 있는 높은 산 천산이다. 그것은 마치 한국의 백두산과 같은데 그 높이는 2배이상이다.
셋째로, 북쪽 국경의 천산에서부터 남으로 뻗어 내리고 있는 강철산맥은 허리부분에 오대산이 있고 발치에 지리산이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강철산맥에서 동서로 흘러내리고 있는 강들이 대한강을 빼고서도 많이 있다.
허리부분의 대한강을 제외하고 남은 강들을 참으로 알기 쉽게 명명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북에서부터 남으로 그 순서가 동일강과 서일강, 동이강과 서이강, 동삼강과 서삼강, 동사강과 서사강, 동오강과 서오강, 동육강과 서육강, 동칠강과 서칠강, 그리고 동팔강과 서팔강으로 각각 부르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대한강에서 보자면 북쪽에 4쌍의 강, 남쪽에 4쌍의 강이 각각 존재하고 있다.
넷째로, 아열대 기후를 지니고 있는 람다 반도이지만 열대성 기후를 가진 큰 섬이 남쪽에 하나 있다. 그것이 람다 반도에서 남쪽으로 200km 떨어져 있는 강철섬이다. 그 면적이 한국의 제주도와 비교하면 무려 50배에 육박하는 큰 섬이다. 그곳에서 열대과일을 많이 생산하여 반도의 주민들에게 좋은 값으로 팔고 있다;
다섯째로, 서기 2042년 1월 현재 강철공화국의 인구는 1,200만명 정도이다. 하지만 국토 곧 람다 반도의 면적은 지구행성 한반도의 10배인 약 220만 평방 킬로미터이다. 따라서 그 길이가 북에서 남으로 약 2,400km이고 동에서 서로 약 850km나 된다. 반도의 중앙을 북에서 남으로 강철산맥이 똑바로 뻗어 내리고 있기에 그 동편에는 주로 공업단지를 배치하고 그 서편에는 넓은 평야에 농경지를 배치하고 있다;
강철공화국의 입장에서는 람다 대륙에 있는 노아연맹에서 식량을 수입하면 더 저렴하겠지만 그래도 식량안보의 측면에서 서편 평야에서 식량생산을 많이 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람다 반도의 인구가 행성이민자를 계속 받아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므로 식량생산을 강철공화국에서 적극 장려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조연우 박사는 자신의 가족 3명, 초미수 박사의 가족 5명, 그리고 박인성 박사의 가족 3명 등 도합 11명이 전부 탑승하자 자신의 대형 플라잉카를 운전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수도 한성의 수상관저 주차장에서 천천히 큰 도로로 나왔기에 그저 대형 플라잉카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인근에 있는 대한강으로 들어서자 그것이 아니다. 그곳에서 날개를 활짝 펴고 물위를 날기 시작한다. 수상 200미터의 높은 허공을 날고 있는데 그 속도가 대단하다. 순식간에 가속하여 시속 1,200km로 날고 있으니 초음속 비행체인 것이다.
게다가 그 연료가 전부 축전지이다. 거대한 비행체에 연료를 축전지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두가지 사실을 말하고 있다; 하나는, 조연우 박사가 개발한 축전지의 성능이 최첨단이기 때문이다. 기존 축전지의 성능보다 2배나 뛰어난 것이기에 능히 비행체에 연료로 사용이 가능한 것이다.
참고로, 강철공화국에서는 최첨단 축전지 생산기지를 수도 한성이 아니라 동남부의 해안도시 동래에 두고 있다;
그곳에 생산공장과 연구소가 자리잡고 있는데 연구소의 책임자가 바로 조연우 박사이다;
또 하나는, 조연우의 ‘플라잉카’(flying car)가 지상 1km이상 높은 상공을 날고 있는 비행기가 아니라 주로 수면 위 100미터와 200미터 사이의 허공을 날고 있는 위그선으로 사용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위그선의 경우 비행기에 비하여 연료소모가 3분의 1정도이다.
그 이유는 위그선이 수면위에 형성되고 있는 강한 공기의 부력을 십분 활용하여 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위그선에 축전지를 연료로 사용하게 되자 엔진을 없앨 수 있게 되어 자체 무게가 굉장히 가벼워지고 있다. 그 결과 빠른 속도로 수면 위를 비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강철공화국은 아름다운 반도인데 특히 국토를 종횡으로 달리고 있는 큰 강들이 발달하고 있어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수도인 한성을 가로지르고 있는 것이 이미 살펴본 대한강이다.
그리고 국토의 중앙에 자리를 잡고 있는 큰 산 오대산에서 남북으로 흘러가고 있는 큰 강의 이름이 앞에서 설명한 북한강과 남한강이다. 그런데 북한강은 북서쪽으로 흐르고 남한강은 남동쪽으로 흘러 각각 서해와 동해로 들어가고 있다.
그와 같은 지형적인 특징을 이용하여 지방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강과 바다 위를 손쉽게 날 수 있는 위그형 플라잉카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그것이 수면 위를 날게 되면 굉장히 경제적이다.
이미 설명한 바와 같이 물위에 형성되는 수면 부력의 도움으로 연료소비가 보통 플라잉카에 비해 3배나 절약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철공화국에서는 국민들에게 장거리 교통수단으로 위그형 플라잉카를 많이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조연우 박사는 자신의 위그형 플라잉카를 운전하여 대한강의 중심부로 가더니 그 다음에는 약간 남하하여 오대산을 건너 남한강으로 접어든다. 거기서부터 남한강의 수면위를 전속력으로 날기 시작한다.
물위 200미터 상공을 날고 있는데 승객들이 유리창으로 바깥을 보니 그 경치가 가히 절경이다;
박인성 박사의 가족이 탄성을 지르자 초미수 박사의 가족과 조연우 박사의 가족은 그것을 보고서 그저 빙그레 웃고 있다.
그러다가 선배인 초미수 박사가 종래 한마디 한다; “이거 박 박사 가족은 오늘 처음으로 대한강과 남한강 상공을 날아보고 있는 모양이군. 그동안 내가 너무 무심했어. 앞으로는 우리 가족과 함께 국토 순례를 한번 해보자고… 우리 강철공화국은 참으로 볼거리가 많고 아름다운 금수강산이야. 이웃나라들이 탐낼 만 하지… “.
그 말을 듣자 운전중인 조연우 박사가 말한다; “람다 반도야 말로 창조주가 만든 걸작이지요. 저는 그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아예 이 대형 위그선을 구입하여 주말마다 국토 순례를 하고 있지요. 50명까지 탑승이 가능하니 저희 가족과 함께 여행을 하시면 됩니다… “;
참으로 고마운 이야기이다. 그래서 배설란 박사가 고등학교와 대학교 모두 2년 선배인 초혜란 박사에게 말한다; “혜란 언니, 저희 가족이 그렇게 해도 되어요? 저는 너무 좋은데… “. 그 말에 초혜란 박사가 ‘깔깔’ 웃으면서 대답한다; “우리 조 박사는 진국이야. 헛소리를 하는 법이 없지. 그러니 언제라도 말씀만 하시라고. 우리가 위그선을 대령할 테니까… “.
그 말을 듣자 이번에는 초수미 박사가 얼른 손아래 시누인 초혜란 박사에게 말한다; “시누 그 말이 사실이지. 우리 가족도 거기에 꼽사리를 좀 끼자고. 이거 교통비를 엄청 절약할 수 있게 되었는데… “. 그 말에 초혜란 박사가 ‘호호’라고 웃으면서 대답한다; “언니는 천상 외교관에 정치인 집안의 딸인가 봐요.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아니하시니 제가 알아서 잘 모셔야지요. 호호호… “;
기내의 어른들은 그 말을 듣자 ‘하하 호호’라고 상쾌하게 웃고 있다. 그런데 박성주를 비롯한 아이들은 그것이 아니다. 자기들끼리 아래에 펼쳐져 있는 풍경을 내려다보면서 무엇이 좋은 지 서로 재미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특히 호기심이 많은 박성주가 신이 나서 또래인 초아령과 2살 아래인 조하은에게 질문을 많이 하고 있다.
금년에 14살이 된 같은 나이의 초아령은 은근히 박성주를 좋아하고 있다. 게다가 같은 중학교를 다니면서 그동안 많이 친해진 사이이다. 그래서 박성주와 이야기하기를 그렇게 좋아하고 있다;
그런데 2살이 적은 조하은도 처음 만난 박성주가 마음에 든다. 외동으로 자란 그녀이기에 2살 위의 오빠가 생기니 그것이 참으로 좋은 것이다. 그래서 박성주와 초아령 사이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끼어들고 있다.
그 모습을 안보는 척하면서 사실은 초혜란 박사가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한다; “하은이가 그동안 언니 아령이 하고 만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제는 오빠 성주가 함께 있으니 너무 좋아하고 있구나. 앞으로 이런 가족여행 기회를 자주 만들어야 하겠다. 외롭지도 않고 정서생활에 좋은 것이야… “.
이야기를 나누면서 오다가 보니 한시간 남짓 만에 벌써 1,200킬로 미터를 날아서 위그선이 동남쪽에 있는 항구도시 동래에 도착하고 있다. 일단 바닷가에 도착하자 위그선이 완벽한 배가 되어 천천히 큰 저택의 보트 정박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배에서 내리자 초혜란 박사가 앞장서서 일행을 집안으로 안내한다;
초미수 박사의 가족은 동생의 집이라 자주 방문했지만 박인성 박사의 가족은 처음이다. 그래서 박인성 박사가 말한다; “이거 친구집을 방문하면서 내가 빈손이야. 조 박사 다음에 내가 무엇을 사다 줄까?... “. 조연우 박사가 빙그레 웃으면서 대답한다; “여기 람다 반도에서는 동무가 별로 없어. 그러니 인성이 네가 가장 좋은 선물이지. 하하하… “.
그 말을 듣자 모두를 따라서 웃고 있다. 그런데 초미수 박사가 속으로 생각한다; “천재 중의 천재인 조연우 박사가 그동안 많이 외로웠던 모양이구나. 죽어라 연구에 매달리고 있지만 인간적으로는 옛날 친구가 그리운 것이야. 그래서 내게 대학 1학년 때의 친구인 박인성 박사를 아무쪼록 특혜이민자로 불러 달라고 그렇게 부탁한 것이구만. 그것 참… “.
그들 3가족은 동래 바닷가 대저택인 조연우 박사의 집에서 무려 3일간을 함께 지내게 된다. 조연우 박사 뿐만 아니라 그 아내인 초혜란도 오래간만에 만난 오빠 가족과 후배 배설란 박사의 가족을 그렇게 좋아하고 있다. 그러니 이야기가 꽃을 피우고 있다.
그렇게 3일간 좋은 시간을 보내면서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된다. 조연우 박사 부부가 강철공화국의 과학과 기술에 대하여 주로 이야기를 한다. 거기에 유전공학을 연구하고 있는 배설란 박사가 말을 보태고 있다.
박인성 박사는 선배인 초미수 박사와 함께 강철공화국의 안보문제를 주로 이야기하고 있다. 더구나 초수미 박사가 람다 행성에서의 언어문제에 대하여 많이 이야기를 한다. 그렇게 유익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좋은 휴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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