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이민자16(손진길 소설)
3일간 조연우 박사의 집에서 서로 친교한후에 박인성 박사의 가족과 초미수 박사의 가족은 상경하는 길에 고속열차편을 이용한다. 그들이 이용하고 있는 고속열차 곧 자기부상열차는 철로위를 떠서 달리고 있기에 마치 비행기와 같다;
따라서 그 속도가 무려 시속 1천km나 되기에 1시간 반에 벌써 수도인 한성에 도착하고 있다.
상경하는 열차 속에서 박인성 박사는 그동안 동래에서 나눈 대화 가운데 인상적인 것들이 많이 있어 그것들을 새삼 머리속에 떠올리고 있다. 그리고 그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기억해 두고자 한다. 그 주요 내용이 다음과 같다;
첫째로, 조연우 박사가 기적의 축전지를 개발하게 된 이야기이다. 대학교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조연우는 박사과정에서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하는 소형발전기를 만드는 실험에 착수했다.
일반적으로 발전소에서는 열에너지로 물을 증기로 만들어 그 힘으로 터빈을 반 바퀴 돌리면서 동시에 터빈을 빠져나가고 있는 증기를 빠른 속도로 냉각시킨다. 그러면 진공이 생겨 그 힘으로 터빈을 완전히 한 바퀴 돌리고 마는 것이다;
그와 같은 회전운동을 반복하게 되면 자석과 코일로 되어 있는 발전기 안에서 전기가 발생하게 된다. 그것은 단순하게 말하자면 열에너지를 증기력으로 바꾸어 터빈을 돌리고 발전기에서 전기를 생산한 것에 불과하다. 그 보다 더 나은 방법이 없을까?...
조연우는 자체적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있는 생물 가운데 특히 전기 뱀장어와 전기 가오리의 발전체계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그가 발명한 것이 꿈의 축전지이다. 그것은 간단하게 축전지라고 하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사실은 두가지의 기능을 함께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는,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발전장치를 그 안에 지니고 있다. 그것은 전기를 생산하는 생물과 같은 것이다. 또 하나는, 발전한 전기를 안전하게 저장하는 한편 그것을 사용하기 위하여 방전을 하는 경우에는 축전기 안에서 자가발전이 다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축전지의 용량이 2배로 증가한다.
일반적으로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어 축전지에 저장하여 사용하는 경우 그 재생율이 33% 정도이다. 하지만 조연우 박사가 제작한 축전지는 그 재생율이 두배인 67%나 된다. 그러니 현대인류에게 두가지의 선물을 주고 있다; 하나는, 그 축전지를 사용하여 교통수단이 움직이게 되므로 공해문제가 사라지고 있다.
또 하나는, 대규모의 발전소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건물마다 재래식 지붕과 비슷하게 디자인이 되어 있는 태양광 집적장치를 지붕에 설치하여 열에너지를 모아 그 축전지로 보내면 그것으로 연료문제가 단번에 해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 가정집에는 보통 한자리수의 축전지를 사용하고 있다. 그것으로 에너지 측면에서 충분히 현대문명생활을 영위할 수가 있다. 그러나 조연우 박사와 같이 큰 위그형 플라잉카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두자리수의 축전지를 사용하고 있다. 그것을 조연우 박사는 ‘축전지 교체’(battery swap)이라고 부르고 있다.
둘째로, 한일구 박사 및 상하정 박사와의 친교에 대한 이야기이다. 한일구 박사를 람다 행성의 강철공화국으로 끌어들인 인물이 초미수 박사이다. 두 사람은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동기 동창이며 친구사이이다.
고등학교에서 초미수가 문과이고 한일구가 이과였지만 그들은 고교 1학년때에는 같은 반이었다. 1학년에 하나밖에 없는 특별반에서 초미수와 한일구가 서로 수석이 되고자 경쟁한 사이이다;
그렇지만 2학년이 되자 이과반과 문과반으로 나누어져서 서로 경쟁하는 일이 드물게 되었다. 따라서 둘은 아주 좋은 친구가 된 것이다.
대학에 진학하여서는 같은 문리대생이었다. 다만 전공이 달랐다. 초미수는 정치외교학과이고 한일구는 물리학과였다. 당시 한일구가 친구 초미수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현대산업의 쌀이라고 하는 반도체를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한국의 과학수준을 세계최고로 끌어올리고 말겠다. 그것으로 한국백성의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될 것이야. 한번 두고 보라고… “;
그것은 젊은 날의 허풍이나 일시적인 객기가 아니었다. 한일구 박사는 반도체를 전공한 박사가 되었고 모교에서 교수가 되었다. 하지만 한시도 획기적인 반도체를 만드는 일에 게을리한 적이 없다. 그가 산학협동으로 완성한 반도체가 일종의 생체반도체이다. 그것은 당시 반도체의 용량과 속도를 두배로 증가시킨 것이다.
그것으로 충분히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고도 남을 정도이다. 하지만 그가 한국의 과학자였기에 그를 경쟁하는 강대국에서 그 상을 주지 아니했다. 그것을 보고서 쓴웃음을 짓고 있는 한일구 박사를 초미수가 내밀하게 접근하여 람다 반도의 강철공화국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한편 상하정 박사는 조연우 박사의 친구이다. 두 사람은 같은 과학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서로 일등을 다툰 사이이다. 여학생인 상하정이 얼마나 공부를 잘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남학생인 조연우에게 1등 자리를 빼앗기는 일이 많아서 그것을 속상해 했다.
그런데 명문대학교 공대로 진학하면서 조연우는 전기공학과를 선택했고 상하정은 전자공학과를 선택했다. 따라서 같은 전자공학과에서 상하정은 다른 과학고등학교 출신인 초혜련과 둘도 없는 절친이 되었다.
그런데 초혜련이 조연우와 결혼하는 것을 보고서 상하정이 자연스럽게 고교동창인 조연우를 다시 만난 것이다. 조연우 박사가 두배의 성능을 가진 획기적인 축전지를 발명하여 세계를 떠들썩하게 할 때에 상하정 박사는 획기적인 휴대용 컴퓨터를 발명하여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것이 이름하여 ‘토시컴’인 ‘토시형 컴퓨터’와 ‘흉패컴’인 ‘흉패형 컴퓨터’이다. 팔이 있는 사람은 토시컴을 사용하지만 팔이 없는 장애자는 흉패컴을 사용한다. 그 안에 개인의 모든 자료가 들어있어 일종의 신분증과 같다. 그리고 은행카드를 대신하고 있어 그것으로 결재를 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그 휴대용 컴퓨터 안에 개인의 보험과 병력도 들어있다. 따라서 토시컴이나 흉패컴을 착용하고 있으면 어디에서 쓰러지더라도 병원으로 이송되어 필요한 진료를 받을 수가 있다.
더구나 평소에는 그 휴대컴이 모든 잠긴 문을 여는 키이며 집안의 가전제품이나 다양한 탈 것에 명령을 내리는 비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다른 이름으로는 그 휴대용 컴퓨터를 ‘개인비서로봇’이라고도 부르고 있다.
그와 같은 놀라운 발명품을 만든 상하정 박사를 조연우 박사와 초혜련 박사 부부가 강철공화국으로 모시기 위하여 삼고초려를 했다. 그 토시컴과 흉패컴을 강철공화국에서 독점적으로 생산할 수만 있다면 공화국의 과학기술의 입지는 더욱 견고하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 6년전에 상하정 박사의 가정이 행성이민을 오게 되었다.
셋째로, 강철공화국의 과학연구단지가 있는 동래에 관한 이야기이다. 조연우 박사는 강철공화국의 남동부 해안도시인 동래에 전자전기 연구단지가 자리잡고 있으며 그 기술을 산업에 활용하는 공단이 이웃에 위치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강철공화국이 자랑하고 있는 한일구 박사, 상하정 박사, 그리고 조연우 박사의 가정이 모두 동래에 살고 있다고 한다;
박인성 박사는 훗날 그들을 한번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넷째로, 초미수 박사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람다 반도에 있는 강철공화국은 람다 대륙의 노아연맹 그리고 람다 섬의 고다왕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그런데 반도와 대륙이 만나고 있는 지점 중앙에 높은 산 천산이 있으며 그곳에서 발원하여 동서로 흐르고 있는 동강과 서강이 있다.
천산의 높이가 자그마치 해발 5,750미터이다. 전문적인 산악인이 아니고서는 그 높은 천산을 쉽게 넘을 수가 없다. 그런데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천산의 좌우에는 고도 3천 미터 지점에 고개길이 있다;
그것이 이름하여 동탄현과 서탄현이다. 안보상 그 두 고개는 중요하다. 일단 적의 육군의 침입을 막을 수 있는 요새지이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맥락에서 동강 하류에 있는 도시 북동주와 서강 하류에 있는 북서주도 중요하다. 그곳에서 대륙과 연결하는 철교를 확실히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우방인 노아연맹이 강철공화국을 침범할 이유는 없지만 그래도 안보적인 측면에서는 언제나 국경선을 안전하게 지켜야만 하는 것이다.
초미수 박사가 한가지를 더 설명하고 있다; “동한강의 하류에는 해안도시 동주가 있고 서한강의 하류에는 해안도시 서주가 있어요. 서주는 수도인 한성에서 가깝지요. 그리고 서주는 서쪽 평야지대의 곡식을 저장하고 가공하는 공장과 창고들이 많아요. 물론 어업도시이기도 하고요. 반면에 동주는 어업도시이면서 동시에 산업도시이지요. 그곳에 각종 경공업단지가 형성되어 있어요. 그리고… “.
잠시 숨을 돌린 초미수 박사가 이어서 설명한다; “우리 공화국의 남해안에는 동쪽 끝에 동래가 있고 그 반대편인 서쪽 끝에 서래가 있어요. 서래가 중요한 이유는 우리 공화국의 해군기지가 그곳에 있으며 그 팔이 남쪽에 있는 큰 섬 강철섬까지 뻗어 있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
초미수 박사가 다음과 같이 결론을 맺고 있다; “우리가 지금 머무르고 있는 동래는 산업연구단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군사기지이지요. 인근에 공군기지가 있어서 북침 가능성이 있는 고다왕국을 견제하고 있어요. 강력한 레이더와 미사일 부대가 숨어서 24시간 작동이 되고 있어요. 나중에 박인성 박사가 업무상 그곳을 한번 방문하게 될 거예요”. 참고가 되는 고마운 설명을 해준 것이다.
다섯째로, 배설란 박사가 자신의 선배이며 초미수 박사의 아내인 초수미 박사에게 질문한 내용이 다음과 같다; “우리 강철공화국이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많은 행성이민자를 받아들이고 있는데 공용어를 한국어와 영어만으로 한정해도 별 문제가 없어요?... “.
초수미 박사가 즉시 대답한다; “우리 공화국은 한국계 이민자가 절반 이상이지요. 게다가 중국계 화교와 필리핀 사람 그리고 인도 사람은 전부 영어를 사용하고 있어요. 단지 아세안에서 온 기타 이민자들이 있어 약간 언어의 문제가 있지만 그들도 거의가 대학 출신이고 이미 영어를 배워서 사용하고 있어요. 그리고… “.
잠시 말을 쉬더니 초수미 박사가 웃으면서 말한다; “다행스럽게도 영어나 한국어가 전부 소리글자이지요. 그 가운데 더 빨리 배워서 일상생활에 사용할 수 있는 언어가 영어보다는 한국어이예요. 따라서 기타 아세안 이민자들이 가능하면 한국어를 배워서 사용하려고 해요. 그것은 한국문화가 그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기 때문으로 보여요… “;
21세기에 들어서서 세계를 강타한 한국의 문화 곧 한류가 지금도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 고마운 일이다. 그 점을 생각하면서 조연우 박사의 집에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일행 모두가 크게 고개를 끄떡인 것이다.
이제 박인성 박사의 가족은 다시 한성 자신들의 아파트로 돌아가고 있다. 그곳에서는 서기 2042년 한해 어떤 일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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