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이민자7(손진길 소설)
박인성 박사가 지난 보름간 안보연구센터에서 국장 일을 보면서 느낀 점이 있어서 부소장이며 선배인 초미수 박사에게 질문한다; “선배님, 그런데 우리 직장의 간판은 분명히 안보연구센터인데 하는 일은 두가지이더군요. 하나는, 본연의 안보연구 기능이고 또 하나는, 안보실무 기능이고요. 어째서 안보연구소가 안보관계 행정부처의 일을 병행하고 있는 것이지요?... “;
그 말을 듣자 초미수 박사가 고개를 가볍게 끄떡이면서 대답한다; “예리한 질문입니다. 근무한지 2주 남짓 만에 그 점을 파악하시다니 직관력이 대단하세요. 애초에 우리는 겉으로는 국가안보연구기관으로 꾸미고 실제로는 현존하는 명백한 안보위협에 대하여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안보집행기관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요. 그래서 우리들은 내부적으로는 안보연구센터가 아니라 그냥 안보센터라고 부르고 있지요… “.
박인성 박사가 곰곰 생각해보니 그것이 일거양득이다. 안보상의 위협요인을 분석하는 것이 하나라고 한다면 즉시 대응방안을 실행하는 것이 또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 둘을 동시에 실행한다고 하면 안보문제의 빠른 해결에 훨씬 도움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고개를 끄떡이고 있다.
그때 배설란 박사가 초수미 박사에게 질문한다; “그런데 선배님, 람다 섬에는 어떻게 하여 고다왕국이 건설이 되었어요? 저는 고다왕실에 대하여 궁금해요… “. 초수미 박사가 얼른 대답한다; “그건 나보다는 그 방면의 전문가인 내 남편이 더 잘 설명을 해줄 수가 있어요. 여보, 부탁해요… “.
그 말을 듣자 초미수 박사가 웃으면서 말한다; “역시 그 아버지에 그 딸이군. 정치적인 감각은 당신이 나보다 훨씬 높아요. 그러면 제가 설명을 드리지요. 먼저 열대에 자리를 잡고 있는 람다 섬의 값어치는 그곳에 무진장 매장되어 있는 황금과 금강석이라고 말씀드릴 수가 있어요. 따라서 일본정부가 막대한 돈을 지불하고 그 섬을 사들였지요. 그 다음에는… “.
박인성 박사 부부가 경청을 한다. 그 사이 초수미 박사는 얼른 주방에 가서 마실 것을 가지고 온다. 그들의 귀에 초미수 박사의 설명이 들려온다; “일본정부는 람다 섬의 엄청난 지하자원에 대하여 자국내에서 조용하게 광고하고 은밀하게 자본가들을 투자이민자로 끌어들였지요. 일본의 기업들이 앞장서서 람다 섬의 황금과 금강석을 개발하기 시작했는데 떼돈을 벌었어요. 일본정부는 람다 섬을 산 돈을 진작에 회수하게 되었고요. 그런데 큰 문제가 그 다음에 발생을 했어요… “.
‘무슨 문제일까?’ 모두가 궁금하여 초미수 박사의 입만 쳐다보자 설명이 뒤따른다; “탐욕스러운 투자자들이 서로 좋은 금광과 다이아몬드 광산을 차지하기 위하여 암투를 벌인 것이지요;
깊이 파서 들어가면 투자비가 많이 들어가니까 서로가 얕은 광산을 차지하고자 혈안이 된 것이지요. 그렇게 질서가 없어지고 폭력과 암살이 성행하게 되니까 일본정부가 은밀하게 관여한 것입니다. 그 방법이 강력한 군정을 실시하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
초미수 박사가 잠시 숨을 쉬고서 이어 말한다; “일본정부가 직접 군대를 파견하여 군정을 실시하는 것은 국제적으로 문제가 있지요. 따라서 기술적으로 람다 섬에 왕실을 먼저 만들고 그 아래에 강력한 군대를 보유하도록 하여 질서를 잡아간 것입니다. 그렇게 급조가 된 국왕이 바로 ‘아베 다카모리’인데 그는 그 옛날 19세기에 명치유신을 일으킨 무장의 후손이지요… “;
그 말을 듣자 일본정치와 역사에 밝은 박인성 박사가 속으로 생각한다; “그것 참 신기한 일이다. 어떻게 19세기 일본에서 가장 먼저 정한론을 주장했던 사이고 다카모리의 후손이 람다 섬에서 고다왕국을 건설한 것일까? 일부러 그러한 왕실을 만든 일본정부의 저의는 무엇인가?... “;
박 박사의 귀에 선배 초 박사의 설명이 계속 들려온다; “겉으로는 아베 국왕이 고다왕국을 다스리고 있는 것 같지만 내부적으로는 그것이 아닙니다. 일본정부에서 파견한 고노 수상이 정예 일본군을 이끌고 와서 람다 섬을 강력하게 지배하고 있지요;
그러므로 고다왕국은 겉으로는 왕정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일본정부의 군정인 셈이지요. 그런데… “.
초미수 박사가 빙그레 웃으면서 말한다; “국왕 아베 다카모리의 고다 왕실이나 고노 수상이 이끌고 있는 행정부가 모두 일본정부의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는 확실한 근거가 하나 있어요. 그것은 국가원수인 아베 국왕과 수상인 고노가 그렇게 사이가 좋고 손발이 척척 맞아 들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다분히 일본정부의 개입의 결과이지요… “.
그 말을 듣자 박인성 박사가 정치 외교적인 문제를 질문한다; “선배님, 그렇다면 20세기초에 일본제국주의자들이 조선을 침략하여 합병하고 다스린 것처럼 여기서는 일본정부가 고다왕국을 앞세워서 한국정부가 지원하고 있는 강철공화국을 노리고 있겠군요. 지난 수년간 발생하고 있는 안보문제의 근저에 그와 같은 일본 정한론자들의 책략이 숨어 있다고 보는 것이 옳지 않겠어요?... “;
그 말에 초미수 박사가 긍정의 뜻으로 고개를 끄떡이고 있다. 그러면서 한마디 한다; “이거 제 이야기가 길었습니다. 이제는 부인들이 말씀하십시오. 저희들이 겸허하게 듣겠습니다. 하하하… “.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던 배설란 박사가 이때다 싶어서 얼른 질문을 한다; “그러면 아베 국왕의 가족들은 어떻게 되나요? 왕실 내에서 승계 순위는 어떻게 결정이 되어 있나요? 그들 왕족들과 투자이민자들 사이의 관계는 어떠한가요?... “.
그 말을 듣자 선배인 초수미 박사가 먼저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배 박사는 생물학 박사인데 어떻게 질문의 내용을 보니 사회과학에 더 관심이 큰 것 같군요. 호호호… 아마도 정치외교학을 연구하고 있는 남편 박인성 박사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그런 것 같군요. 우선 아베 국왕의 가족관계부터 말씀을 드릴까요?... “.
잠시 숨을 쉬고서 초수미 박사가 차분하게 설명한다; “아베 국왕은 두 아내가 있는데 제1왕비가 아끼꼬이고 제2왕비가 레이꼬이지요. 그들 모두가 일본인인데 슬하에 자식들이 많아요. 아끼꼬의 소생이 왕자 기무라와 공주 붕꼬이지요. 레이꼬의 소생은 왕자 다로와 사이먼 그리고 수지 공주입니다. 그런데 아베 국왕이 두 아내를 거느리고 있는 이유가 있지요. 그것은… “;
뜻밖에 재미있는 가족관계가 나타나자 배설란 박사가 자못 경청한다. 그 모습을 보고서 초수미 박사가 살짝 웃으면서 말한다; “본래 일본왕실의 부마였던 아베가 미국으로 유학을 갔어요. 그곳에서 바람이 났지요. 재미일본인 젊은 여성이었던 매력이 넘치는 레이꼬와 사귀어서 그만 자식을 둔 것이지요;
그러자 일본왕실에서는 그를 부마자리에서 내쫓아버렸어요. 하지만 아베의 재주가 신통하답니다… “.
이야기가 흥미진진해지자 이제는 박인성 박사까지 귀를 기운인다. 초수미 박사가 더 재미나게 설명을 한다; “그는 일본의 정계 인물들은 물론 미국의 정계명문 집안 출신들과 두루 사귀고 교분이 아주 두터웠어요. 그 덕분에 미국정부와 한국정부가 람다 행성을 개발하고 람다 섬을 팔아서 투자비를 건지려고 계획할 때에 그 정보를 미국정계에서 일찍 알아내고서 일본정치인들을 움직여서 성사를 시켰어요. 그래서… “;
초수미 박사가 잠시 숨을 쉬고서 천천히 결론을 말한다; “그 공로로 아베는 람다 섬에 국왕이 되는 길을 마련하고 결국 일본정부의 도움으로 국왕으로 취임하게 되지요. 그렇게 되자 일본왕실에서도 그를 다시 부마로 받아들이고 아내 아끼꼬를 제1왕비로 삼도록 조치한 것이랍니다. 그래서 결국 아베 국왕은 람다 섬에서 두 아내를 거느리고 왕자가 셋 공주가 둘이 된 것이지요. 호호호… “;
그 말을 듣자 박인성 박사가 질문한다; “그렇다면, 제1왕비 아끼꼬와 제2왕비 레이꼬 사이의 갈등이나 그 소생들 사이의 갈등이 발생할 소지가 있군요. 그 점에 대해서는 혹시 들리고 있는 소문이 없습니까?... “.
초수미 박사가 얼른 대답한다; “그 질문에 대해서는 저보다 역시 제 남편이 정확하답니다. 여보, 좋은 답변 부탁드려요”. 그 말에 초미수 박사가 싱긋 웃으면서 말한다; “역시 프로다워요. 마님 제가 말씀을 드리지요. 하하하… “.
초미수 박사가 웃으면서도 할 말은 다하고 설명도 깔끔하게 한다; “아끼꼬는 일본왕실의 전통을 중시하는 공주 출신이지만 레이꼬는 자유분방한 일본계 미국인이지요. 그러니 한 사람은 골수 보수파이고 또 한사람은 자유 진보파입니다. 그 둘사이에서 아베 국왕이 곤욕을 겪고 있어요. 게다가 그 소생들도 그러한 이념적인 차이로 의견충돌을 자주 빗고 있는 중입니다. 저도 그 정도만 파악하고 있어요… “;
배설란 박사는 물론 박인성 박사도 고개를 끄떡인다. 좋은 정보를 얻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얼추 이야기가 끝나가자 초수미 박사가 2층으로 올라가서 두 아들과 딸은 물론 손님으로 온 박성주까지 아래층 식당으로 내려오라고 말한다. 모두가 모여서 저녁식사를 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날 좋은 시간을 박인성 박사의 가족이 선배 초미수 박사의 집에서 보내고 있다. 식사를 하면서 아들 박성주는 초아령을 자주 바라본다. 아무래도 동갑내기 아령이가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그 모습을 슬며시 지켜보다가 아령의 둘째 오빠인 초이남이가 기어코 한마디를 한다; “너희들 두 사람은 혹시 몰래 사귀고 있는 사이이니? 성주야, 짝사랑이니 아니면 정식으로 사귀고 있는 것이니?... “.
이남이 형 옆에 앉아서 식사하고 있던 박성주의 얼굴이 그 순간 크게 붉어지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서 어른들은 웃고 만 있는데 초아령은 그것이 아니다. 둘째오빠를 노려보면서 한마디 한다; “이남이 오빠, 아까 휴전을 했는데 또 도발하고 있군요. 이거는 프라이버시에 대한 중요한 침해인 것 잘 아실 텐데요… 그리고 손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예요… 얼른 사과하세요”.
그 말을 듣자 초이남이가 손사래를 치면서 얼른 꼬리를 말고서 말한다; “그래, 내가 또 실수를 했구나. 성주야 미안하다. 내가 사과를 하마. 그리고 아령아 그만 화를 풀어라. 이 오라비가 괜히 한번 웃자고 말한 것이야… “.
그 모습을 보더니 초미수 박사가 한마디를 한다; “또 이남이가 막내에게 본전을 못 찾고 있구나. 그래, 어떻게 여동생에게 맨날 말로써 지고 있는 것이냐? 하하하… “. 그 말이 끝나자 마자 부인 초수미 박사가 맞장구를 친다; “그러게 말이예요. 이남이는 나중에 결혼하면 아내에게 쩔쩔매면서 살아갈 것 같아요… “.
그 순간 초미수 박사의 기지가 모든 사람을 웃게 만들고 있다; “하하하, 나처럼 말이군요. 그렇지요, 내 아들이니 장차 그렇게 되고 말고요. 하하하… “. 그렇게 그들 두가족에게 있어서 서기 2040년 12월 22일 토요일 저녁이 람다 행성에서 행복하게 지나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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